지난주부터 벼르고 있던 포스팅입니다. 드디어 올리게 되는군요.


아주 오랜만에 티앙팡에 갔습니다. 지난주였지요. 단골이라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자주 드나들기도 했고 티가든이 집 근처에 있기도 해서 티앙팡의 작은 마스터님(지금은 티가든 영업중지로 쉬시는 중)과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겪은 건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올릴까 말까 많이 망설였지만 이 부분이 티앙팡의 최고 취약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올려봅니다.

지난주에 갔을 때는 디카를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고로 사진은 그 뒤에 간 것만 올라갑니다.




저녁 때 볼일이 있어 이대근처를 갔다가 티앙팡에 들렀습니다. 2층이 오픈한 것은 작년이었지만 친구들과 노는 곳이 홍대로 바뀌고 나서는 이대에 올일이 없어 티앙팡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오픈했다는 쿠켄 기사를 보고 갔다가 2층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으니 조금은 마음이 상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티앙팡 2층에 간 것은 지난주가 처음이었습니다. 열린지는 몇 달 되었을겁니다.

2층은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양쪽으로 좌석이 나뉘는데 들어가다가 아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마 지금은 티앙팡 직원일겁니다. 재작년(2006년) 여름에 보고 못봤으니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오른쪽으로 들어가 계산대 겸 바 바로 옆에 있는 소파자리에 앉았습니다. 홍차를 주문하고는 밀린 일기를 죽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내 직원들의 수다에 시달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직원과 아르바이트입니다. 지하층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분 한 분이 올라와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상대는 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티앙팡의 아르바이트들인데 지금은 비번인가봅니다. 남자분은 그 중 한 사람(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여자분)에게 "아빠가 고생하는데 딸이 좀 도와주지?"라는 등의 장난을 겁니다. 목소리를 줄인 것도 아니고 그대로, 제게 다 들릴 정도입니다. 옆에서는 웃는 소리와 함께 대화가 계속되고 저와 아는 사이인 직원분도 대화에 낍니다. 비번인 아르바이트와 그 친구로 생각되는 "손님" 3-4명, 아래층에서 올라온 남자직원,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보이는 직원, 저와 아는 사이인 직원이 웃으며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빠라느니 딸이라느니 부르며 말입니다. 보통 여고에서 많이 도는 관계설정놀이인데 A는 B의 딸, C는 B의 남편, D는 B의 할머니, 이런 식으로 장난 삼아 관계를 설정하고 노는 겁니다. 그런 놀이가, 손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통 정도의 목소리로 계속됩니다. 다른 자리의 손님들에게 들렸는지는 모르지만 직원들이 이렇게 모여서 노는 것이 좋게 비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 중반쯤에 이글루스 밸리에 올라온 일공육라면도 이런 문제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걸겁니다.

지금의 레인트리 자리에 있었을 때 티앙팡의 분위기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테이블 수는 적을지언정 운영하는 사람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제가 기대하는 찻집(홍차전문점)의 분위기를 직원이 잘 살리고 있었고 서비스나 손님들에게 가볍게 던지는 말들도 그런 분위기를 받쳐주고 있었다는 겁니다. 봉추찜닭 지하에 오후의 홍차를 연 뒤에 티앙팡이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 것도 다른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고 기억합니다.(그 뒤에 있었던 큰 사건은 작은 마스터님의 대응 문제도 있었다고 봅니다. 잘 아는 사이니 이렇게 대놓고 말하기 죄송하지만 말입니다.;)  티앙팡의 아르바이트 모집과 직원 교육을 내부 커뮤니티(동호회)를 통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서로 잘 아는 사이고, 그래서 잡담은 오갈 수 있다고 보나 손님이 있을 때 웃고 떠드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봅니다. 계산대 근처에 앉아 있었으니 자리 선택의 문제도 있었을지 모릅니다만...




그리고 그 며칠 뒤에 다시 티앙팡에 갔습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티앙팡에 간 날 굉장히 기분이 상해서 여길 다시 가 말아라고 고민을 좀 했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다녔으니 잘라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날은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니 기왕이면 해가 잘 드는 쪽으로 앉겠다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왼쪽과 오른쪽을 비교해보니 왼쪽은 햇살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왼쪽으로 가려 하자 직원이 묻는군요. "고양이가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다마다요! 더 좋습니다!

작년 말쯤 티앙팡 2층에 고양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작은 마스터께 듣긴 했습니다. 장묘종으로 세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오드아이라고 하시더군요. 과연 세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샴으로 추정되고 한 마리는 페르시안, 한 마리도 그쪽으로 보입니다. 샴 말고 다른 두 마리가 모자지간(모녀?)이라 들었습니다. 이 두 마리의 텃세가 심해서 다른 한 마리가 꼼짝을 못한다고 했지요.


잠시 고양이 사진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지만 이번에는 맛에 대한 불만족이 내용입니다.
이 날은 직원 손님이 없어서 조용했습니다. 게다가 왼쪽편에 있는 4인석 둘 중 하나는 제가 쓰고 있었고 하나는 고양이들과 물건이 점령하고 있어서 이쪽편 손님은 저 하나였습니다. 그러니 더 조용한데다 햇살이 잘 들어 아늑합니다. 그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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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스페셜 차이가 나옵니다. 예전에는 쯔바벨 머그에 차이가 나왔지만 신촌에 있었던 퀄리티 시즌 때부터 별도의 포트에 담아 줍니다. 마셔보니 2잔 반 정도의 분량입니다. 6천원에 이정도 양이면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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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맛은 미묘합니다. 집에서 하도 차이나 밀크티를 많이 만들어 마셔서 거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맛이 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단 맛이 좀 강하고 맹합니다. (우유의) 진한 맛이 예전보다는 떨어진 느낌입니다. 크림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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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더 걸려 나온 스콘입니다. 스콘은 주문받으면 그 때부터 굽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당연하지만 미리 구운 것을 데워오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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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에 작은 스콘 세 조각, 사과잼, 버터가 나옵니다. 클로티드 크림인가 버터인가 헷갈렸는데 나중에 계산하면서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버터랍니다. 버터는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것인지 딱딱해서 버터나이프로 잘라 바르기가 힘들었습니다. 이것도 감점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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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의 맛을 두고 미묘하다고 한 것은 밀가루 냄새 때문입니다. 스콘 접시가 제 앞에 놓이는 순간 밀가루 냄새가 확 납니다. 날밀가루 냄새라고 해야하나요? 근사한 버터냄새가 아니라 밀가루 냄새가 먼저 나서 맛있겠다는 생각이 안듭니다. 모양은 예쁜데 왜 밀가루 냄새? 거기에 버터는 너무 딱딱해!라고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스콘은 따뜻할 때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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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스콘을 반 갈라서 거기에 버터 한 조각을 올리고 사과잼을 올려 한 입 베어물으면 행복해집니다. 예전에 맛보았던 스콘이 생각나 아쉽지만 갓 구워낸 스콘과 버터, 잼을 이길 곳은 없습니다. 거기에 스콘을 먹고 난 뒤 그나마 입안이 깔끔한 것은 옛날 옛적 제가 만들었던 스콘과 티앙팡이 유일합니다. 파리바게트나 오봉팽의 스콘은 먹고 나면 베이킹소다 때문인지 입안이 깔깔합니다. 떫다고 해야하나요. 그런 느낌이 들지만 티앙팡 스콘은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B가 만들었던 스콘도 괜찮았다는 기억이...? 소다만 들어가면 뒷맛이 안 좋은가봅니다.



차이와 스콘에 예전만큼 만족하지 못한 이유가 변한 입맛 때문인지 티앙팡의 맛이 변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양쪽 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스터님들은 힘들었지만 마스터의 솜씨로 차부터 티푸드까지 다 맛볼 수 있었던 옛날과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하는 지금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아쉽습니다.

직원들의 문제만 아니라면 티앙팡에 대한 평은 중간쯤 갑니다. 만약 다음에 티앙팡에 갔을 때도 직원 문제로 비슷한 경험을 겪게 되면 티앙팡에 대한 평은 바닥을 칠겁니다. 그리되면 번거롭지만 차라리 집에서 스콘을 구워 먹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좀더 두고 볼 생각입니다.


지난주에 대학로 나왔다가 티가든에 들렀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놀러간 김에 동대문도 다녀오고, 대학로로 와서 캣츠 카페에 가겠다고 했는데 리모델링인지 폐업인지 알 수 없지만 공사중이더군요.
어디로 갈까 B랑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티가든에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마리아쥬 마르코폴로, B는 용정차(일거예요, 아마)를 시켜서 스콘까지 부탁해놓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중간중간 작은 티마스터도 끼어들어서 재미있는 정보도 많이 얻었지요. 지갑 심지로 쓸만한 심 구입처랄지, 부자재를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등 말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티앙팡 오후의 홍차 2층 오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분명 오픈했다고 알고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혹시 쿠켄에 기사 나간 뒤에 오픈한 거냐 물었더니 머리를 짚고 한숨을 푹 내쉬는 티마스터.; 그러니까 "어른"들이 오픈하는 것은 날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기사 나가기 전에 이미 오픈했다가 잠시 닫았었답니다. 나이스 타이밍. 제가 간 게 그 때였나봅니다.

굉장히 큰 스콘을 한 조각 잘라 거기에 버터랑 마말레이드(마멀레드든 마멀레이드든;)를 발라먹으면! >ㅁ<
스콘 또 먹고 싶군요.;ㅂ;

지난 달엔가 그 전달에 퀄리티 시즌이 없어졌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지요. 어떻게 된건가 생각하면서도 정작 본점인 오후의 홍차엔 갈 생각을 안했는데 잡지 기사가 떴습니다. 티앙팡 리모델링에 대한 이야기군요.

쿠켄 2007. 6월호 p.164-165
<롱런을 위한 제2의 도약, 리뉴얼로 재무장한 레스토랑 4곳>
- 티앙팡
홍차와 허브차 등 수십 종류의 차를 갖춘 홍차 전문점으로 이미 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제법 알려진 곳. 7년 전 이화여대 부근에 문을 연 후 반응이 좋아 분점까지 낸 이력이 있다. 전적을 돌아보니 리뉴얼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차도 하나 건너지만 건너편 건물 지하로 매장을 이전 확장하면서 첫 번째 리뉴얼을 시도했던 것. 이번에는 같은 장소에서 2층과 옥상을 부활시켜 허브티 강화에 음식까지 섭렵, 홍차 전문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언했다.

Interior : 햇살 가득한 허븐 가든 증축
차 맛있기로 소문난 티앙팡도 나름대로 난제가 있었다. 지하에 위치해 있어 햇빛과는 담을 쌓고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얼마 전 그토록 그리워하던 햇살을 품에 안았다. 같은 건물 2층과 옥상을 개조해 2층에는 창가를 벗삼은 테이블과 룸이, 3층 옥상에는 허브 가든이 탄생한 것. 17평 남짓 허브 가든에는 주인이 발품 팔아 공수해온 허브와 열매가 가득하다. 모두 그날그날 따서 티앙팡 메뉴에 재료로 활용한다니 맛의 신선함은 보장된 셈이다.
Menu : 즉석 허브티 강화와 가정식 요리의 도입
메뉴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옥상 저원에서 즐기는 허브티의 도입이다. 싱싱한 허브를 바로 따러 우려 먹는 생 허브티 한 잔은 상상만으로도 향기롭다. 주문 절차도 색다르다. 2층에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주인이 예쁜 피크닉 바구니에 보온병, 돗자리, 티포트와 찻잔을 담아 건넨다. 바구니를 들고 한 층을 올라서면 작지만 동화 같은 허브 가든이 눈 앞에 펼쳐진다. 다음 단계는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바로 딴 허브티 우려 마시기.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주문을 받고서야 굽기 시작하는 신선한 허브 스콘, 홈메이드 버터와 잼도 이곳만의 매력. 그 밖에 광동 딤섬풍 단호박찜, 브로콜리 크림 스튜 등 푸근한 가정식 메뉴도 갖출 예정이다.


조만간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_+
(하지만 반달 내 가지 않으면 장마가 시작되어서 옥상가는 것도 그렇지만 햇빛도 제대로 못받을텐데..OTL)
발렌타인 직전의 일이었습니다.
싸이월드 페이퍼를 돌아다니다가 커다란 다크 초코 정크가 박힌 초콜릿 쿠키를 보게 되었고 먹고 싶다고 간절하게 소망했더니 신께서 제게 초콜릿 쿠키를 내려주셨습니다.
물론 진짜로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먹고 싶다고 했더니 B가 만들어 주었던 거지요. 훗훗훗.+_+
만날 시간을 잡다보니 2월 14일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다들 늑대목도리는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놀러 나왔습니다.

퀄리티 시즌은 다른 지점에 비해 나중에 생긴만큼 조금 독특한 메뉴들이 있습니다. 애프터눈 티세트는 다들 하지만 스콘세트나 중국차세트나 케이크세트는 여기서 처음 보았지요. 케이크 세트는 케이크 여유분이 있을 때만, 중국차나 스콘, 애프터눈 티세트는 미리 예약을 해야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치즈케이크. 아아.;ㅂ; 찐덕찐덕짭짤~한게 좋았습니다. 느끼해도 좋아요.

제가 시킨 차였는데 트와이닝 얼그레이거나 베노아 얼그레이 일겁니다. 무엇을 시켰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치즈케이크. 조각이 굉장히 컸습니다. 여자 셋이 먹고서 허덕댔던 이유는....;

이런 것도 시켰기 때문이지요. 사과타르트입니다. 아래 파이시트를 깔고 그 위에 반으로 잘라 조린 사과를 올려 구운겁니다. 사과도 맛있거니와 위에 올려진 버터도 환상입니다! 지난번에 애프터눈 티세트에 나온 것도 이게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그리고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민트 초코를 사랑해마지 않는 S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과장 50%) 맛있게 먹었지요. 보고 있자니 아이스크림 메이커가 사고 싶어집니다. 사도 전기세의 문제 때문에 사게 될 가능성은 낮지요....?;


최근 비스코티를 만들고 싶음에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전기세 때문이랍니다. 작년 겨울부터 전기세가 6-7만원 수준으로 나오고 있거든요. 이유는 알지만(컴퓨터 두 대, 냉장고 한 대, 김치 냉장고 두 대, 냉동고 한 대, 트롬) 어느 것 하나 줄일 수 있는게 없고, 그러다 보니 400kw 아래일 때는 별 생각없이 쓰던 오븐 토스터도 체념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되길 기다려야 겠군요. .. 올 여름은 더우니 에어컨 때문에 더 넘어갈까요? =_+
간만에 친구 Ky가 놀러왔습니다. 예전에 애프터눈 티세트에 도전해보겠다고 했다가 일이 바빠 못오고 말았던 기억이 나서 Ky에게 갈래?라고 물었더니 당장에 미끼를 덥석 무는군요. 실은 저도 먹고 싶었거든요. 여행 다녀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애프터눈 티세트가 그리워지고 있습니다.
그 외의 리퀘스트로 맛있는 파스타집을 이야기 하길래 광화문 Pomodoro와 신촌 Quality Season을 코스로 잡고 광화문에서 만났습니다. 만난 시간은 11시 40분 경. 광화문역에서 뽐모도로까지 올라오니 11시 30분에는 텅 비어 있던 가게가 잠깐 사이에 사람이 가득차고, 밖에는 줄까지 서 있군요. 어차피 줄 서는 것이라면 일본에서도 이력이 났으니 수다를 떨면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가져와서 메뉴를 잽싸게 결정하고 그 동안 있었던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굴 본지가 꽤 오래되었군요. 1년만에 보는 얼굴인가 했더니 그보다 더 깁니다. 하지만 친구란 그런거죠. 어제 만났다가 헤어진 것처럼 다양한 주제를 한꺼번에 풀어 놓아도 어색함이 없습니다. 애니메이션 이야기부터 회사 일, 일본 여행, 맛집, 주변 친구들의 근황, 게임, 쟈니즈(...)등등. 아아,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없습니다.

친구는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는데 와인까지 마시면 나중에 차마실 때 버거울 것 같아 제 음료는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샐러드. 새콤한 소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야채 하나까지 닥닥 긁어 먹었으니...;

친구가 시킨 것은 해산물 스파게티, 토마토 소스입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친구도 마지막까지 다 긁어 먹었으니 꽤나 맛있었나 봅니다. 뽐모도로는 크림소스를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는데 미처 그 이야기를 못했습니다. 하기야 느끼한 것은 가끔 먹어주는 것이니 다음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크림소스를 피한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토마토 소스 해산물 리조토입니다. 간만에 먹는 리조토가 입에 착착 달라붙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 간지도 굉장히 오래되었군요. 기억나는 김에 한 번 다녀올까요?

한 시간 정도 걸려 신나게 수다를 떨며 점심을 싹싹 비운 다음 버스를 타고 신촌으로 이동했습니다. 머슬앤머글 옆에 자리잡고 있는 티앙팡 신촌 분점 퀄리티 시즌. 이미 며칠 전에 애프터눈 티세트를 예약해두었습니다. 예약은 3시로 했지만 이야기를 하니 먼저 나옵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없어서 가능했을겁니다.
밥 먹은지 한 시간 정도 밖에 안 지났지만 원래 여자들의 배는 파티션으로 구분되어 있어 밥배와 간식배가 따로 있다고 누군가(마린블루스)가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부터 줄곧 퀄리티 시즌에 앉아서 차가 떨어지면 또 주문하고 뒹굴거리면서 즐겁게 대화를 했습니다.

맨 처음 들어가서 시킨 것은 차이. 친구는 그냥 차이, 저는 너츠 차이를 시켰습니다. 역시 1인용 포트와 작은 잔이 함께 딸려나옵니다. 따라보면 대략 두 잔 정도 나옵니다. 달달한 차이로 속을 달래는 사이에 애프터눈 티세트가 등장합니다.

우후후후후후후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시간은 넉넉하고 수다떨 거리는 많고. 수다 도중에 조금씩 집어 먹다보니 얼마 되지 않아서 하나씩 사라집니다.

맨 윗단에 올려진 것은 립파이와 버터, 사과잼입니다. 잼이나 버터도 다 자가제로 알고 있는데 사과잼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것처럼 과육이 그대로 남아 있군요. 프리저브에 가까운 타입입니다.

두 번째 단에는 다양한 쿠키가 있습니다. 원래 티세트가 2인분이니 세트에 나오는 간식들은 거의 2개 세트로 나옵니다. 홍차와 함께 하나씩 집어 먹는 사이에 다 사라집니다.

맨 아랫단에 있는 두 개의 그릇은 사과 반쪽이 통째로 올라간 파이와 초콜릿 수플레입니다. 수플레가 좀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과파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콤한 사과가 자칫 버터와 밀가루에 질릴 수 있는 입을 잘 달래주는군요. 샌드위치가 없어도 이 사과 파이 덕분에 맛있게 티세트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콘! (뒤에 보이는 것은 갈레트입니다. 버터 쿠키지요)
스콘을 반으로 나눠 버터와 사과잼을 듬뿍 발라서 입에 넣으면 극락이 따로 없습니다. 거기에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스콘도 홍차도 점점 뱃속으로 사라지는군요.

이렇게 개인 접시가 나오기 때문에 스콘도 여기에 올려놓고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를 수 있습니다.


티세트에 딸려 나온 것은 다즐링 한 포트지만 이쪽은 친구에게 넘기고, 저는 위타드의 베리베리베리를 마셨습니다.

새빨간 차. 향도 그렇지만 맛도 베리의 향연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베리들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로베리 외에도 여러 베리들이 들어갔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딸기맛만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색 때문인지 베리베리베리는 이렇게 유리포트에 나옵니다.


자아, 여기까지가 티세트.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면....;
평일 오후라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6시가 즈음에서야 한 팀 두 팀 들어오더군요. 그래서였는지 거의 유일한 손님-대화에 정신이 팔려 다른 손님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OTL-이었던 저희 테이블에 시식용 케이크가 오기 시작합니다.

커스터드 딸기 케이크와 함께 시작된 티마스터와의 대화.
밖에 화분이 많다 싶었더니 최근에 엄청나게 많은 화분을 들이셨답니다. 다 먹는 종류로 말입니다. 레몬밤이나 로즈마리 같은 허브도 그렇지만 밤 나무도 세 그루, 블루베리도 두 그루, 포도나무도 심고 몽키 바나나라는 작은 바나나나무도 들였답니다.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에다 화분에도 관심이 조금 있었으니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엉뚱한 이야기들과 함께-집에 있는 코니를 잘 길러 (아빠는 요리사에 나오는) 커피술을 만들어달라는 Ky의 리퀘스트라든지-원예를 화제로 잠시 티마스터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3-4월쯤 나무에 싹 틀 때도 한 번 가보고 여름에도 한 번 가보고, 열매 수확이 있을 가을에도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사진에 등장하는 햇살을 보면 시간의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시 40분에 들어가서 7시 40분쯤에 나왔으니 6시간 정도 있었던건가요? 그 사이에 시식용 케이크를 하나 더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오렌지 절임과 건포도가 들어간 시골 스타일-Ky와 저는 "칸다 에이지가 만들듯한"이라 표현했지만요-케이크가 나옵니다. 이런 타입의 케이크도 좋아합니다.

위에는 또 아몬드가 듬뿍 뿌려져 있어-G는 질색할겁니다;-견과류를 좋아하는 저는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훗훗~

철관음도 마셔보고 싶다는 Ky의 말에 덥석 철관음도 마셔봤습니다. 중국차 쪽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올해의 목표인데 차 페스티발을 제대로 넘길 수 있을지가 미지수입니다. 이번에 다관과 다판을 사오면 실패하는 겁니다. 그리 되면 다관도 점점 늘어나 어머니의 구박도 한층 더 심해지겠지요? 지금 커피용구와 홍차용구를 숨겨두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다판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정말 난감합니다. 일단은 여기저기 숨겨둔 홍차가 몇 통인지 생각하며 지갑과 통장잔고의 협조를 받아 잘 달래야겠습니다. 이러다 폭주하면 정말 안된다고요!


이날 정말 행복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보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잔뜩 들었으니 말입니다. 언젠가 시간되면 그 때는 혼자 살짝 다녀와도 좋을 코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티세트는 2인분이지만 스콘세트라면 혼자서라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가보고 싶은 놀기 코스는 하나하나 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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