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코믹월드로 놀러 갔습니다. 사야할 회지는 아는 분이 같이 예약해주셔서 받아 온다 했지만 요즘 코믹 풍경이 어떤지 겸사겸사 구경을 간 것이었지요. 하지만 여기도 들어갈 때마다 후회를 합니다. 꼭 모 커피체인점 같은게, 거기는 들어가서 케이크를 시키면 '내가 왜 이 돈 주고 여기서 이런 케이크를 먹고 있는 거지'란 후회를 반드시 하거든요. 코믹도 비슷합니다. 사람은 많고 바글바글한데 질서는 잘 안지켜지고, 게다가 아동청소년보호법이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싶은 분위기가 확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야한 정보들이 곳곳에 널려 있군요.;

요즘 BL을 덜봐서 그런지 면역력이 떨어졌나봅니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심하게 BL물에 대한 반응이 알레르기에 가깝게 나타나더군요. 어쩌면 창작이 아니라 패러디이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릅니다. 도처에 널린 쿠로코의 농구 패러디나 타 패러디를 볼 때마다 얼굴 근육이 싹 굳어버리더군요. 어쩌면 주변 평균연령대보다 제가 훠어어얼씬 나이가 많아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대신 예약해주신 D님이랑 만나서 근처에 있는 커피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양재쪽에서 앨리스토리를 찾으면 가게가 두 군데 나오는데, 큰길가 2층에 있는 곳은 커피공장이고 안쪽이 카페입니다. 처음 이름을 보고 조금 헷갈렸는데 앨리스 스토리가 아니라 앨리스토리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이름이지요.


커피 가격이 거의 5천원 전후였나. 상당히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고, 거기에 샌드위치나 토스트 같은 음식 메뉴랑 세트로 나온 것도 여럿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침부터 진한 커피를 마신터라, 커피는 포기하고 생과일주스 중 딸기를 골랐습니다.



D님이 시키신 커피와 딸기와 그 옆의 태공.
딸기주스는 그야말로 딸기 맛입니다.-ㅠ- 집에서 만든 것과 같은 맛이 나네요. 가격이 5천원이었던가. 6천원은 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생각보다 저렴하다 생각하며 마셨으니까요. 이정도 양이라면 홍대에서는 가격이 얼마 나올지 감도 안오는군요. 허허허;




버섯파니니였나, 버섯샌드위치였나. 샐러드와 피클이 함께 나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토스트였고요. 흔히 카페에서는 더블토스트라고 이름붙여 내는데 이것도 그 비슷합니다. 버터를 듬뿍 발라 기름지고 바삭한데다, 빵은 쫄깃쫄깃합니다. 짐작이 되는 재료(그러니까 식빵;)가 있지만 슬쩍 넘어갑니다. 포크와 나이프로 잘 뜯어 크림을 발라먹으면 참 좋지요. 후후후후.


그러니까 카페들이 막 생기기 시작할 초기쯤의 간단한 메뉴를 맛본 셈인데, 어중간한 케이크보다는 오히려 이런 메뉴가 마음에 듭니다. 상당히 좋았어요./ㅅ/


하지만 앞으로 코믹은 갈 일이 드물고, 양재쪽도 갈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끄응.;


이름 붙이기도 어렵네요.-ㅁ-;

C님께 받은 양파볶음. 양파잼은 아니고, 양파를 달달하게 볶아 데미그라스 소스나 기타 등등을 섞은 것 같은 건데, 어떤 건지 딱 집어 말은 못하겠습니다. 꼭 치즈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라 신신당부 하시길래 그 다음 주말 아침에 주섬주섬 일어나 오븐토스터를 꺼냈습니다.
그릇에 올려 구울까 하다가 그릇이 오븐에 들어가서도 잘 버틸지 걱정되어, 저렇게 은박지를 깔고 구웠지요. 속에 넣은 치즈는 집 냉장고에서 몇 달 째(...) 자고 있는 뮌스터 치즈입니다. 코스트코에서 사왔는데 워낙 간간하다보니 먹을 일이 잘 없더라고요. 요즘은 파스타도 안 해먹었고 말입니다. 그게 생각나서 꼬릿꼬릿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 한 조각을 반으로 접었습니다. 그리고 반 조각은 식빵 위에 올려 다시 양파볶음을 펴 바르고 그 위에 다시 치즈를 한 조각 올립니다.
오븐에서 5분 남짓 구워낸 결과물이 저거네요.-ㅠ-




딴짓하다가 조금 오래 구워서 저 모양입니다. 게다가 광활한 접시 위에 올렸더니 초라해보입니다. 하지만 맛은, 제가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샌드위치보다 맛있습니다. 흑.;ㅠ; 양파는 달달하지만 살짝 새콤한 맛-아마도 소스?-이 나는데다 거기에 짭짤 꼬릿한 치즈가 어울리고, 바삭한 옥수수식빵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맛있을 수가 없어요. 으아; 샌드위치보다는 식빵을 구워 잼 발라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거라면 있는대로 덥석덥석 받아 먹을 겁니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지요. 물론 양파볶음(잼?)이 있어야겠지만 그거라면 어떻게든 다시 만드는 걸 도전해야...(먼산)


쓰고 있는 지금도 먹고 싶지만 어제 저녁 때문에 지금 살짝 금식중입니다. 흑.;ㅠ; 쓰다가 저도 홀랑 넘어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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