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sandmeer님의 포스팅.(링크)

그 전에도 한 번 올리신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챠라는 단호박 디저트랑 수박 젤리를 보니 한 번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하지만 강남은 너무 멉니다. 그것도 한티역이라니. 몇 호선인지도 모르는 머나먼 고장에 혼자 찾아가기에는 제가 참 많이 게으릅니다.

그랬는데 마침 그 주 주말에 G가 예술의 전당 근처에 돌잔치가 있다며 가자고 꼬시더군요. 그리하여 돌잔치에 갔다가, 위의 글을 주고 G를 낚아서 그대로 한티역에 갑니다. 남부터미널 역에서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더라고요.





한티역으로 가거나, 한티역에 있는 롯데백화점을 찾아가거나. 도곡초등학교를 찾아가거나. 그렇게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옆집은 커피빈이고요.-ㅂ-


상당히 작은 동네 빵집입니다. 파는 빵이 일반 제과점과는 다르다는 것이 차이겠지요. 보통 동네빵집이라하면 떠오르는 빵보다는 케이크나 젤리, 푸딩, 슈크림 등이 많습니다. 빵은 거의 못 본 것 같고, 쿠키류도 많지 않았던 것 같군요.

G는 들어가서 쇼케이스를 보자마자 넋이 나가더니 딱딱 집어서 뭘 먹겠다 하더군요. 저는 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온 거라 배가 많이 고프진 않으니 먹을 수 있는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G는 옆에서 잔뜩 시켜 놓았고요. 어쩔까 하다가 커피 한 잔과 크렘브륄레를 주문합니다. 도합 6100. 커피가 25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렴하죠.-ㅠ-




포장 주문한 것은 냉장고에 들어가 있고, 먹고 갈 것만 먼저 나왔습니다. 이것이 G 몫. 곰돌이 슈크림이랑 푸딩이랑 수박젤리를 주문했지요.




곰보다는 케로가 먼저 떠오르는데. 하여간 그냥 크림이겠거니 생각하고 잘랐다가 바닥에 바나나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크림이랑 바나나가 의외로 잘 어울리더군요. 겉의 슈는 약간 질긴편. 하지만 크림과의 조합은 괜찮습니다.




푸딩과 수박젤리. G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것이 이 수박입니다. 저나 아버지는 수박을 굉장히 좋아해서 여름만 되면 집 냉장고에 수박이 떨어질 날이 없는데, G가 수박 먹는 것은 별로 못 보았네요. 먹긴 하는데 즐기진 않습니다. 그런 녀석이 모양을 보고 수박젤리를 주문했는데, 먹기 전까지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았습니다. 과연 맛이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한데 의외로 맛이 괜찮습니다. 위의 동글동글한 것은 다 수박인데, 아래의 젤리는 탱글하기보다는 부드러운 쪽인데다 먹는 순간 수박맛이다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수박주스를 만들면 지나치게 달기만 하거나 풋내만 나는데 이건 그야말로 수박. 먹으면서 이게 수박이다, 수박이로구나 그러면서 먹게 되니까요. 여름이 가면 더 이상 안나올텐데 아쉽습니다.




푸딩은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커스터드 푸딩도 크게 단단하고 탱글한쪽과 부드러운 쪽으로 나뉘는데 이건 크림처럼 주르륵 흐를 것 같이 부드러운 쪽입니다. 바닥의 캐러멜 시럽과 섞어먹으면 맛있지요. 물론 디저트니까 답니다. 그러니 느끼하다 생각할 사람도 있을테고요.




제가 커피랑 같이 주문한 크렘브륄레는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제가 주문을 늦게 했던 것도 있고, 윗부분에 설탕을 뿌리고 가열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을테니까요. 냉장고에는 병아리색의 푸딩(?)이 들어가 있고 주문하면 설탕을 뿌려 캐러멜화 시키나봅니다.
전 푸딩보다 이쪽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갓 나온 크렘브륄레를 숟가락으로 톡 치면 쩌적 금이 가는데, 그걸 슬쩍 떠서 입에 넣으니, 아래는 차갑고 위는 따뜻합니다. 이야아...-ㅠ- 역시 크렘브륄레는 나온 걸 바로 먹어야 하는 거예요. 게다가 아랫부분은 제 취향대로 적당히 탱글한 푸딩이라, 같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쓰면서도 위가 염장당하는 것 같은 기분. 소금을 아주 듬뿍 뿌려서 위가 꼬이는 것 같은....;ㅠ;


그날 G는 도자기 냄비에 담긴 치즈케이크를 포장해왔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 쓰지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홈메이드 디저트 카페 아베크 폴폴은 시즌마다 조금씩 다른 메뉴를 선보입니다. 할로윈 즈음에 나온 호박파이를 못 먹은게 참 아쉬운데 내년을 기대해야지요. 그래서 이번에 레드벨벳이 새로 나온 것을 보고서는 G랑 함께 잽싸게 다녀왔습니다.




1차로 KFC를 다녀온 뒤라 음료는 따로 시키지 않고 케이크만 시켰습니다. 제목에 쓴 것처럼 레드벨벳 케이크랑 크렘브륄레를 함께 시켰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는데 트리모양입니다. 투명한 시럽으로 나무를 그리고 그 위에 흰색과 빨간색과 초록색의 장식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반대쪽의 크렘브륄레. 메뉴판에 크렘브릴레라고 적었는지 크렘브륄레라고 적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네요.

맛은 무난합니다. 평범하고요. 레드벨벳은 예상한 것보다 더 단단하고 크림도 냉장보관해서 그런지 굳어 있더라고요.;ㅠ; 그건 아쉽지만 집 주변에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니 여기도 소중합니다. 대학로는 의외로 디저트의 불모지라고요. 그래도 가격 생각하고 맛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니 종종 생각날 때마다 들리는 거지요.
G가 여행 가서 사온 먹을 것 중에는 크렘 브륄레도 있었습니다. 이거 쓸 때마다 고민되네요. 크렘까지는 동의하는데, 그 다음이 브륄레인지 브릴레인지. 표기법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프랑스어로 u를 읽는 것이 상당히 독특한데 이걸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니까요. 저는 보통 위로 표기합니다.;



하여간 마트에 들어갔다가 홀려서 사온 모양인데, 푸딩이 아니라 크렘브륄레라는 점에서부터 머리가 아픕니다. 냉장 제품인데 뜯어보니 저렇게, 갈색 설탕이 있습니다. 포장지에도 써있지만 브릴레 위에다가 설탕을 뿌리고 토치로 가열해서 설탕을 캐러멜화 시켜 먹으라는 겁니다. 아니....; 집에 토치는 커녕 라이터도 없는데 무슨 재주로 가열을 합니까.

그리하여 가장 간단한 선택지-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먹는다를 고릅니다. 뜯어보니 뭐, 상상할 수 있는 그대로의 커스터드 크림이네요. 하지만 두 숟갈 떠먹고는 포기합니다. 너무 달아요.; 더 이상 못 먹겠다 싶어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캐러멜 시럽을 만듭니다. 동봉한 설탕을 냄비에 넣고 그대로 가열해, 지이이인하고 쓴 캐러멜 시럽을 만듭니다. 푸딩 만들 때 캐러멜 시럽을 몇 번 만든 적이 있어 망정이지, 만드는 법 몰랐으면 못 먹고 포기했겠지요. 허허;



설탕의 양이 많지 않아서 소스양도 적었지만 그래도 쌉쌀한 맛은 납니다.-ㅠ- 캐러멜 소스 맛으로 푸딩을 먹는 느낌이었지요. 고생해서 들고 오긴 했는데 보람은 그닥 없었습니다. G군. 이 푸딩 빚은 다음 여행 때 맛있는 푸딩으로 갚으리다.;
격침이라는 단어가 부적당하다고, 지나치게 전투적이지 않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런 연유에서 격침이란 단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간식이 너무도 땡기는 어느 날, 미소년 대화를 하다 말고 지갑을 챙겨 들고 P5에 달려갔습니다. 직선 거리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두 번은 갈아타야 하는 곳이 P5입니다. 한 번 갈아타고 가면 너무 돌아서 가니까요.
지하철 노선 검색을 하니 5-6호선을 갈아타고 가는 것이 제일이라 하던데 그 방법으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니 이번에 도전하자는 생각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하지만 점심시간 되기 조금 전인데, 무리를 했나보군요. 한강진역에 도착했을 때는 긴 환승거리와 지하철 탑승 대기 시간으로 인해 지쳐 있었습니다. 게다가 생각보다 사람이 많군요. 사람은 많지만 응대하는 직원 수는 적습니다. 좀 어리버리한 직원이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물건 포장을 합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초콜릿 푸딩과 크렘 브륄레. 이 두 가지를 시켜서 받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기다리자면 못 기다릴 것도 없지만, 직원이 움직이는 것이 동선의 효율성과는 한참 멀었기에 더 답답했습니다. 제 물건 포장하다 말고 다시 다른 사람 주문 받고 하다보니 시간이 걸릴 수 밖에요. 막상 물건을 받아 놓고 보니 시간이 걸릴만 합니다.(그것은 잠시 뒤에)

하여간 돌아왔을 때는 탈진 직전이라, 오는 와중에도 P5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기 싫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번에 일간지 기사로도 떴으니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게다가 12월에 갔을 때보다는 재료도 조금 하향조정된 듯하니...

까지 속으로 생각하고 일단 세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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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은 파리바게트의 모카빵. (겉의 쿠키부분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 바삭바삭하고 달달합니다.-_-)
아래쪽은 파리바게트의 치즈고구마브레드. (호오.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제가 고구마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리고 맨 오른쪽의 박스가 크렘 브륄레가 들어 있는 박스입니다. 저 상자를 꺼내서 리본까지 묶었을테니 시간이 오래걸리긴 했겠지요. 초콜릿 푸딩은 G 몫으로 냉장고에 들어간 뒤입니다.

크렘 브륄레를 본 것은 지난 12월, 첫 번째 방문 때였습니다. 푸딩을 사는데 저 편에서 크렘 브륄레의 윗부분을 토치로 가열하는게 보이더군요. 다음에는 꼭 먹겠다고 결심했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가 이제야 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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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었더니 포장은 이렇습니다. 어머나...; 이러니 시간이 꽤 걸리지요. 저 종이 팩은 크기를 조절해서 벨트처럼 끼우는 방식입니다. 케이크 보호용이겠지요. 달랑 하나만 사들고 온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아래 보이는 검은 것은 냉각팩입니다. 이번의 냉각팩에는 Passion 5의 문양이 박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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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는 루피시아의 닐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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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숟가락을 잡고 한번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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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떠 먹고는 정신을 못차리고 만세를 외칩니다. 그리고 좀더 떠먹다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숟가락을 들어 포즈를 잡습니다.
흑흑..
설탕이 캐러멜이 되었어요! 단단한 캐러멜, 그리고 부들부들한 아래의 크림층..... 입에 넣으면 지나치게 달지 않은 크림과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캬라멜이 환상적으로 어울립니다. 아우! 거기에 캐러멜은 단단하니까 오독오독 씹히기도 하고요. 하.하.하.하.하. 반쯤 넋이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크림까지 손가락으로 싹 긁어먹었습니다. 역시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보이는 바닐라 씨들. 다음 일본여행 때는 필히 바닐라빈을 구해봐야겠습니다. 지난번에 홍콩여행에서 본 것은 너무 비쌌어요!

먹고 나서 결심했습니다.
제 손으로 이 수준의 크렘 브륄레와 푸딩을 만들어 내기 전까지는 P5는 절대 못 끊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가더라도 절대, 절대, 또 갈겁니다!




그리하여 크렘 브륄레에 격침당해 P5에 백기를 들었다는 이야기. 그대가 이 맛을 유지하는 동안 저도 그대를 따르겠사와요~.



덧붙임: 12월 첫 주 일요일에 갔을 때보다 가격이 살포시 올랐습니다. 언제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예전에는 푸딩 값이 분명 2500원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2700원. 그래도 이정도 가격이면 만족합니다.-ㅠ-
참, 크렘 브륄레는 4500원. 그릇값이 상당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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