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교토이야깁니다.(제목 때문에 헷갈리실 분이 있을까봐.)

그리고 우메조노 다녀온 이야기를 쓰기 전에 본론과는 동 떨어진 뜨개질 책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그런 고로 아래의 글은 카페 사진만 보신다면 스킵하셔도 됩니다.;

케이분샤까지 들렀다가, 거기서 다카노 사거리로 걸어와 206번을 타고 교토역에 갑니다. 이번 목표는 G쪽. 앞서도 잠깐 적었지만 이 모든 것은 그 전날 준쿠도에서 구입한 모 책에서 유래합니다.
G는 뜨개질을 좋아합니다. 일본어는 제대로 못하지만 일본의 뜨개질 책을 여러 권 가지고 있습니다.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도안이 있으면 덥석 집어드는 모양입니다. 차마 말도 못하는 것이 제가 몇 년 전에 그렇게 퀼트 책을 집어 든 경험이 있어 말입니다. 하지만 몇 번 보다가 방출한 저와 달리, G는 고이 모셔두었다가 제게 도안과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무슨 뜻인지 해석해 달라 시킵니다. 실시간 번역기...-_-; 뭐, 저도 코바늘뜨기나 대바늘뜨기나 다 해본 적이 있으니 대강 읽을 줄은 압니다. 아니, 저와 같은 세대라면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다 배웠을걸요...?

본론으로 돌아가, G는 준쿠도에서도 뜨개질 책을 열심히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어한 것은 일본에서 나온 북구 스타일 뜨개질 법. 왜 일본에서 하는 노르딕 패턴을 붙들고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저 제가 봐도 예쁘긴 하더군요. 그리하여 G는 이번에도 뜨개질 책을 한 권 구입했습니다. 둘째날 구입하고 열심히 들여다본 G는 거기서 고민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사용하는 코바늘은 앞 뒤 모두 달려 있는 타입인데, 그것도 앞 뒤 모두 호수가 동일해. 이거 구할 수 있는 거야?'
G의 질문에 책을 들여다보니, 크로바(クローバー) 제품을 씁니다. 하지만 홈페이지(링크)를 따라가보니 판매하는 상품 중에는 안 보입니다. 일단 크로바제품을 취급하는 수예점을 찾아 거기서 물어보자 싶어 검색하니 홈페이지 스크립트가 깨져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교토타워 지하1층에 무슨 매장이 있나봅니다. 진짜 있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가보기로 결정합니다.

여기까지가 그 앞서의 이야기고, 206을 타고 교토역까지 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교토타워 지하1층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는 별 기대 하지 않고 그냥 찾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들어갔다가 기겁했습니다. 아니, 이런 별천지가!
쉽게 말하자면 알파문구 비슷한 곳입니다. 호미화방에 전문 수예점을 섞었다고 하면 비슷할지 모릅니다. DMC사를 비롯해 천도 아주 다양하게 있습니다. 다만 아주 좁고 정신없이 물건이 있어 한 번 들어갔다 하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실시간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있습니다. ㅁ으로 시작하는 모 게임 못지 않게 미래로만 가는 타임머신을 탄 느낌일겁니다. 하하하.
그리고 거기서 찾던 코바늘을 찾았습니다. 대바늘도 호수별로, 용도별로, 아주 다양하게 있습니다. 저는 주방용품에만 관심이 있어 수예용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지만, 이런 걸 모으는 취미가 있으시다면 주머니가 당장에 털릴겁니다.

하여간 무사히 집어 들고는 G의 제안에 따라 갈까 말까 망설이던 카라스마 시조 서쪽 블럭에 있는 우메조노 갤러리 카페(うめぞの CAFE & GALLERY)에 갑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여기를 시작으로 기요미즈데라 등등에도 매장이 있습니다.(링크)

시조 카라스마에서 내려 설렁설렁 걸어갑니다. 다이마루가 있는 사거리에서 두 블럭 올라가 꺾고, 그 안쪽에서 다시 두 블럭 걷고. 그러면 바로 나옵니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다가 본 빵집. 거기에 이런 인형의 집(?) 미니어처가 있었습니다. 와아. 언젠가 타샤 튜더처럼 인형의 집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건만. 으, P4 동안은 일시 정지입니다.




입맛이 안 땡겨서 안 갔지만,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 빵집입니다. 뱅-상 데그레.




그렇게 걸어 들어가 나온 곳이 여기. 우메조노 갤러리 카페. 저 앞에 보이는 노렌(이라 불러도 되나)에 うめぞの라 써 있습니다. 우메조노는 梅園이라 씁니다. 매화 농장? 매실 과수원?




1층, 2층으로 나뉘었는데 2층 쪽에는 갤러리가 있나봅니다. 1층 자리만 있는데, 좌석이 아주 많지는 않아요. 뭐, 홍대 카페들과 비슷한 정도? 갤러리 카페라 그런지 입구 쪽에 물건들이 여러 종 놓여 있는데 '갤러리 카페'다보니 가격대가 상당히 높습니다.-ㅂ-;


뭘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빙수는 빼고, 궁금하던 두 가지를 같이 주문합니다. 흑설탕시럽(黑糖, 쿠로미츠)을 뿌린 프렌치 토스트와 甘味点心. 메뉴가 뭐가 있는지는 링크를 보세요.(링크)



근데 실제 보니 홈페이지에서 보던 것보다 굉장히 작습니다. 이걸로는 절대 배가 안 찰거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G가 시킨 흑설탕시럽 프렌치 토스트를 받아들고 나니 이걸로 족하다 싶은 심정이 됩니다. 옆에 있는 음료는 아마도 보리차?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매실차가 아닙니다;) 같이 먹으니 딱 좋더군요.-ㅠ-




프렌치토스트는 홈페이지를 보면 두유를 썼다 하는데 굉장히 폭신하고 포근합니다.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던데 아마 은근한 불에 은근은근구워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마치 빵푸딩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기에 흑설탕 시럽을 뿌려 먹으니 달달하니 좋아요. 거기에 콩가루도 고소한 맛을 더합니다. 아, 이보다 더한 조합은 없어요! ;ㅠ;




G는 떡꼬치-미타라시당고만 따로 시켜 먹어보고 싶어했는데 제가 졸라 이쪽을 시켜봤습니다. 조금조금씩 시켜 먹는 것이 마치 가이세키를 먹는 것 같습니다. 맨 왼쪽은 팥앙금을 살짝 바른 파운드케이크, 그 다음은 말차 고사리떡(와라비모치), 가운데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단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옆은 콩가루 고사리떡, 그 옆에는 팥알이 살아 있는 팥앙금(츠부앙)과 매화무늬가 박힌 말차 사브레. 가운데는 미타라시당고.

미타라시당고라고는 하는데, 경단이 아니라 그냥 떡꼬치를 먹는 것 같습니다. 갓 구워 조청 같은 시럽을 발라낸 떡은 진짜 맛있습니다. 쫄깃한 말보다는 말랑말랑 쫀득합니다. 으흐흑; 미타라시당고는 이런 것이었군요. 가끔 미타라시당고를 사먹은 적이 있지만 그건 훨씬 뻑뻑하고 텁텁한 것이었네요.


이렇게 맛있게 먹고 나서 돌아 나가다가, 마에다 커피점에 들러 커피를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야 맛을 봤는데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번에도 여기를 온다면 다음엔 빙수나 핫케이크를 시키고 시간을 보내다가 마에다 커피를 한 봉지 사들고 가야겠네요./ㅅ/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