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시스님이 살짝 챙겨주신 폴 바셋의 커피입니다. 지난번에 마셨던 건 케냐였나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 때도 맛있게 잘 마셨더랬지요. 솔직히 재료가 같다고 맛까지 같을리는 없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다르죠. 게다가 이번은 모종의 상황이 얽혀 있었습니다.'ㅂ';

 최근 제가 마시고 있는 커피는 코스트코에서 싼 맛에 사온(100g에 2천원을 넘지 않는) 뉴기니 커피입니다. 처음에는 맛 괜찮다라고 마셨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냥 커피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맛있는 커피라든지 맛없는 커피라든지는 아니고, 그냥 커피~인겁니다. 하기야 핸드픽도 안되어 있고 강하게 볶은 커피니 그 이상의 맛을 기대하면 안되지만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더 폴 바셋 커피가 맛있다고 느꼈습니다.;;



 종류는 시그니처 블렌드. 자체 블렌드인가봅니다. 20g이 조금 넘게 남아 있던 것 같은데 한 번에 홀랑 털어 다 마셨습니다.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실제 색은 이보단 조금 더 진합니다. 콩이 대체적으로 크기가 고르고 갈리는 품을 봐서는 중간 크기 쯤 되나봅니다. 집에서 쓰는 핸드밀은 종종 케냐나 만델린 중 크기가 큰 원두는 잘 안 갈려서 가는데 애를 먹거든요. 그보다는 훨씬 쉽게 갈렸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더운게 싫어서 일부러 아이스 커피로 내려마셨는데 맛이 순합니다.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 신맛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무난한 맛입니다. 하지만 이전에 마셨던 피츠커피 애니버서리보다는 덜 둥글고 덜 부드럽다고 할까요. 비교하자면 폴 바셋 쪽이 조금 강합니다. 어, 둘다 맛있는 커피라 어느 한 쪽을 고르기가 어렵군요.^^;

 다음 여행을 가면 커피 콩 사와야지 싶은데, 폴 바셋 한국점이 생긴다는 소문을 듣고 나니 거기서 살까 싶은 생각도 1% 정도는 듭니다. 하지만 안 믿습니다. 오픈하면 일주일 이내에 다녀오고 평가해야죠. 게다가 생긴다는 장소가 신세계....; (이상은 이글루스 밸리를 돌아다니다가 얻은 정보)
 생기면 좋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엊그제. 짤막하게 "지를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언급했던 물건입니다. 이것말고도 지른 것이 있지만 그쪽은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에 먼저 도착한 이쪽부터 올립니다.

지난 3일간의 연휴 때, 카페 뮤제오(cafe museo)에서 10-20% 상품 세일을 했습니다. 그 때는 마침 커피용품에 대한 지름신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는데-게다가 에스프레소 잔도 그 종이컵 모양 도자기 컵 덕분에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다른 쪽으로 지름신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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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주문했는데 화요일에 도착했습니다. 우체국 택배로군요. 일단 집 주소 스티커는 뗐습니다. 파손주의 스티커는 와인잔이지만 주문한 물건은 아닙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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뽁뽁이라 불리는 비닐 완충재로 둘둘 말아 놓은 것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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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물건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가 더 들어왔습니다.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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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봉투. 뭔가 했더니 서비스로 온 코스타리카 커피입니다.+ㅁ+ 공기충전 포장을 해두어서 어느 정도 분량인지는 모르지만 의외로 묵직한데요. 한 두 잔 분량은 훨씬 넘어보입니다.
그 뒤쪽에 보이는 것은 100g 주문한 인도네시아 토라자입니다. 인도네시아 커피는 만델린과 수마트라 정도만 마셔보았는데 난데 없이 왜 토라자를 주문했는가. ... 오덕질입니다.(먼산)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일단 비밀.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 중에서 유래를 알만한 사람은 딱 한 명. 하지만 그나마도 기억 못할 것이라는데 한 표 던집니다.(S. 힘내보게.)


그럼 나머지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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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입니다. 찻잔이라 부르기 민망한 것과 잔받침. 저게 왜 민망한 물건이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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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이렇습니다. 안캅 점보잔. 안캅 시리즈는 데미타스잔, 더블에소잔, 카푸치노, 카페라떼, 점보잔의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저 점보잔이 20% 할인으로 31200원이길래 조금 망설이다가 구입했습니다. 3만원 이상이라 무료배송으로 들어왔지요.

아래 깔려 있는 <왕녀 그린다 (하)>권이 힘들어 보입니다. 잔도 크고 꽤 무겁습니다. 커피잔으로 쓰기에는 너무 용량이 크기 때문에 수프컵으로 쓰면 좋습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용량은 480ml. 잔 자체도 두껍고 무겁기 때문에 한 손으로 들기 어렵습니다. 음료를 담는다면 한 손으로 들기 더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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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보이는 컵이 스타벅스 tall사이즈 컵입니다. 크기 비교용. 원근감 적용되지 않습니다. 거의 나란히 놓고 찍었으니 말입니다.


음료를 담아 놓고 찍어보고 싶은데 우유 반 통이 들어간다 생각하니 아찔하군요. 거품을 잔뜩 내서 윗부분을 가려 놓고 찍을까봅니다.;
어머니의 호박죽보다 더 괴이한 비스코티를 만들어낸 것은 부모님은 외출하고 안계시고 G는 놀러나가고 없는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뒹굴거리다가 너무도 간식이 먹고 싶어 서둘러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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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초콜릿도 넣고 코코아도 넣고 해서 평소와 다름 없어보이지만 이 안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_-;

엊그제 G와 미소년으로 대화하면서 괴식 비스코티를 만들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원래 G에게는 제가 만드는 비스코티 자체가 괴식인지라, 저 자신도 괴식이라 부를 정도의 비스코티라면 꽤 높은 차원의 괴식(..)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중략)
K: 아니 그냥, 부재료 하나만 더 넣었을 뿐이라고. 커피.
G: 콩 넣었지.-_-
(중략)

헉. 어떻게 알았지. 옆에서 본 것도 아닌데. 25년지기는 날로 먹은게 아니구만.;


저 비스코티에는 커피콩이 들어 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사들고 와서는 20g을 남기고 줄지 않고 있던 폴 바셋의 케냐 AA 피베리 에스프레소용 원두입니다. 일단 볶은지 한참 되었다는 것부터가 무시무시하지만 그걸 비스코티에 홀랑 넣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넣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작년의 카페쇼에서 Kiril님께 선물로 받은 에스프레소빈 초콜릿이 굉장히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씹는 맛이 있겠다는 생각에 홀랑 넣었던 겁니다.
그러나.
30% 가량은 그렇게 맛있게, 바삭바삭 부서지며 씹힙니다. 나머지 70%는 질깁니다. 커피콩이 질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잘못하면 먹는 도중에 턱관절이 망가지겠더군요.
3-4개 가량 먹고는 두 손 들고 고이 폐기했습니다. 그것도 부모님 몰래 만들었던 거라 폐기도 부모님 모르게 했습니다. 다른 재료들이 아까웠습니다. 흑흑흑..


거기에 엄청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이날 오후에 알았습니다. 일이 있어 저녁 때 잠시 나가 있었는데 거리를 걷는 도중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마치 유체이탈 같은 느낌. 내가 앞을 보고 있긴 한데 보이는 것이 내 감각이 맞는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부유감도 들고 멍하기도 하고.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커피콩을 씹어 먹어서 카페인 과다 상대가 되었나봅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카페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이날은 반응이 평소보다 심했습니다.
그러니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아니 실험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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