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이고, 흰 카네이션이건 붉은 카네이션이건 선물로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것이니 꽃의 의미-원래는 빨간 카네이션을 드리고,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흰 카네이션을 드린다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만... 사실 저걸 떠올리고 나니 조금은 신경쓰이긴 했습니다.; 사고 나서 보니 그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요. 하지만 일부러 붉은 카네이션을 살 생각은 없었고, 그저 부모님이 좋아하실 꽃-오래가고, 집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줄 꽃을  사온 것이니 괜찮을 거예요.

최근 몇 번의 꽃 선물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홍대에 가서 사왔습니다. 같은 공방을 다니는 분이 꽃집을 하시는데, 꽃 조합도 그렇고 포장도 그렇고 제 취향인데다 받는 어머니도 좋아하시더군요. 다른 곳에서 꽃을 사본 적은 그리 많지 않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납니다. 이번에도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멀리 가서 사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홋홋홋~


이날 홍대에서 꽃을 사들고 바로 집에 올까 하다가, 비가 오지 않으니 운동하자 싶어서 종로에서 내려 걸어갔습니다. 초파일 전이라 그런지 조계사 앞에도 연등이 가득 달려 있더라고요. 연등을 뭔가 아련히 떠오르는 기억이......




(조계사 앞.)

최근에는 초파일 즈음해서 달려 있는 연등을 볼 때마다 아쉽습니다. 손으로 만든 연등은 이제 구경하기 힘들고, 밖에 나와 있는 연등은 공장에서 만들어낸 기성품 연등입니다. 하지만 저는 손으로 만든 연등을 더 좋아하거든요.

옛날 옛적에는 절에다 소원을 빌며 다는 연등이 모두 수제여서, 재료를 사다가 밑작업용으로 다 만들어야 했습니다. 부모님이 다니는 절은 규모가 작았으니 집에서도 그런 작업이 이루어졌지요. 연등 틀에는 흰 종이(아마도 화선지나 창호지)를 발라 놓고  그보다 더 중요한 연잎은 집에서 꼬아 만듭니다.
봄이 되면 불교용품을 파는 가게에서는 연(꽃)잎을 만드는 얇은 종이를 팝니다. 보통 기계로 찍어내는 것 같은데 아주 얇은 종이를 기계에 넣어 주름 골지같은 형태로 내옵니다. 얇은 종이를 여러 장 겹쳐 눌러 모양을 만들기 때문에 연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를 한 겹 한 겹 따로 떼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해보면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떼어내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주름이 다 펴지거나, 여러 장이 뭉텅이로 떨어지거나 합니다.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떼어낸 한 장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한 쪽 끝에만 풀칠을 합니다. 풀은 또 밀가루 풀을 집에서 쑤어 작업합니다. 그 때는 한지용 풀을 따로 사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머니가 일일이 풀을 쑤어 작업하셨으니까요. 풀칠을 하면 주름을 모아 한 가운데서 빙글 돌려 꼬아 좋으면 완성. 그럼 연꽃잎 한 장이 완성됩니다. 녹색 종이로 만들면 연잎이고, 꽃잎은 노랑과 분홍과 흰색을 씁니다. 가장 좋아한 색은 흰색이었고, 연등이 완성된 뒤 나중에 연등축제를 작게 할 때도 흰 연등은 서로 들고 가겠다고 경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흰색보다는 분홍색을 더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저는 대개 분홍색을 들었다고 기억합니다.'ㅅ'
(흰색이 예쁘다기 보다는, 분홍색보다 흰색이 희귀하니까 들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뭐, 최근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연꽃 색은 흰색이었으니까요. 지금은 분홍색-홍련이 좋지만 말입니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그런 재미가 덜한 연등은 뭔가 아쉽습니다. 그러고 보니 원주에 있을 때, 어떤 여중에서는 학교 동아리 중 불교 동아리가 있어 초파일 즈음이 되면 교내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연등이 달리기도 했지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릅니다. 시절이 많이 바뀌기도 하고, 사람에따라서™는 종교적 편향이라고 항의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도 응당 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먼산)
(둘다 예쁘니 기왕이면 둘다 허용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문득 옛 기억이 떠올라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보았습니다. 그러니 내년에는 어쩌면 제가 직접 연등을 만들지도 모릅니다. 그 때 시간이 넉넉하고 손이 비어 있다면 만들지도 모르지요. 하핫.; 




 
근데 기왕 설치할 거면 시설물 관리좀 잘 하지... 안국역 사거리 근처, SK 주유소 맞은편이었는데 여기만 이렇게 늘어져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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