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아주머니랑 대화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체질이 다른가보네, 독특한가 보네라고요. 그도 그런게 요즘 음식을 좀 심하게 가리고 있거든요. 말이 그렇지, 오늘 아침에는 과자 한 박스를 해치웠고 그 전에는 믹스 커피를 날마다 마셨으며, 지난 주말에는 배스킨 라빈스 파인트 두 통을 여자 셋이서 먹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월례행사가 머지 않았습니다.(...)
아니, 본론은 그게 아니고요, 설탕을 먹었을 때의 몸 반응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더니 저리 말씀하시네요. 저는 조금 다를 뿐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정도 수준은 아니었다고요. 예~전에도 썼지만위약효과인지 어떤지 설탕을 끊었다가 다시 섭취하면 살짝 고양감을 느끼고 붕 떠 있는 느낌에, 약간의 두통, 혹은 목 뒷줄기가 당기는 느낌이 수반되며 섭취 후 몇 시간이 경과하면 발작적인 졸음이 찾아옵니다. 지금은 아침의 과자 때문에 찾아온 졸음을 못 견디고 믹스 커피 한 잔을 들이 부었습니다. 이러면 안되죠.;;

단 맛에 굉장히 민감해진 것은 사실입니다.'ㅂ' 못 먹는다가 아니라 입에서 굉장히 강한 자극으로 다가오지요. 그래서 지난번에 본래의 분량대로 설탕을 다 넣고 쿠키를 만들었다가 꽤 고생했습니다.; 제 입맛에는 거의 달지 않게 들어간 것이 좋더군요. 요 며칠 사이처럼 몸이 준비를 하고 있을 때는 예외입니다만...



그러고 보니 몸뿐만 아니라 생각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제 전임자와 잘 알고 지내던 보험 아주머니가 찾아오셨는데, 몇 달 동안 안 다녀서 사람이 바뀐 줄 전혀 몰랐더랍니다. 전임자가 간 곳을 알려주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사교 차원에서) 하게 되었는데 이야기 하는 동안 묘한 얼굴을 하며 웃으십니다. 저도 마주 싱긋 웃었지요. 일단 아주머니를 빨리 보내기 위해 약간 과장섞인 표현을 썼지만 기본은 같았으니까요. 그러니까 결혼 문제 말입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 아주머니는 선배의 입장으로 결혼은 그래도 해야하지 않나,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거기에 대고 저는 아주 솔직하게 제 속내를 내비쳤고 아주머니는 조금은 난처한 얼굴로 웃으셨습니다. 참 독특하시네~라면서요.

그냥, ① 내 한 몸 챙기기도 벅차다. 남편과 애들까지 챙기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다. ② (그래도 애는 남겨야 하지 않나 아주머니의 말에) 인간은 벌써 60억. 점점 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인구감소를 겪고 있지만 다른 곳을 보면 그렇지 않다. 단일민족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외국인들의 이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지 않나. 그렇다면 인력 수급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③ (자기랑 닮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냐는 아주머니의 말에) 그렇지 않다. 나는 내 유전적 정보를 후세에 전달하고 싶지 않다. ④ (그래도 아이가 나오면 예쁠거다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그렇지 않다. 나는 내 자신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나랑 닮은 아이가 나오면 굉장히 싫어할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 적이 굉장히 적다라고 했더니 "나는 그래도 내가 좋았던 적이 많은데.."라면서 웃고는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으시더군요.

극단적으로 이야기한 감이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렇게라도 해야 가실 분위기였는걸요. 보험은 선진국에만 있고, 예금과 펀드(혹은 증권) 다음으로 투자 대상이 될 것은 보험이니 보험에 들라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난처했습니다. 보험쪽은 관심이 없어서 어머니가 들어주신 보험 하나 말고는 들어놓지도 않았고, 그나마 이것도 어느 회사 것이라는 정도만 알지 보장 내역은 전혀 모릅니다.(먼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하여간 제가 결혼 못하는 이유는 저거라니까요. CLAMP의 연애관, 결혼관 등은 꽤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그 중 굉장히 공감하고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20면상입니다. 우타코였나요? 아키라의 연인인 아가씨에게 20면상으로 분장한 아키라가 와서 이야기 하지요. "누군가를 사랑 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한다"고요. 자기를 사랑해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한다 하면 그에 동조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왜 나 같은 것을 사랑해?"라는 엉뚱한 쪽으로 이야기가 흐를 수 있는 겁니다.; 특히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그리 흐를 수 있는 거죠.



어머나. 이야기가 삼천포로 갔군요. 카페인과 설탕의 상승조화로 인해 괜히 흥분해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주는 내내 비네요. 금요일만 잠깐 갰다가 비라니, 장마와 거의 같지 않나 싶습니다. 덕분에 운동도 무리고.... 걷기 운동이 좋은데 우산 쓰고서라도 걸을까 싶습니다. 흑.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