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막판에는 『허니와 클로버』의 할아버지 교수들이 눈물을 흩뿌리며 이것이 청춘! 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절로 떠오르더랍니다. 앞부분은 뭔가 싶지만, 읽다보면 이거야 말로 제대로 된 청춘 소설입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굉장히 교토가 가고 싶습니다. 배경이 교토거든요. 같은 교토 배경인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보다 이쪽이 훨씬 묘사가 진합니다. 그도 그런게 교토의 동서남북, 전방위가 다 등장합니다. 소소하게가 아니라 큼직하게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이고요. 특히 대물림 의식을 할 때는 책을 붙들고 굴러다녔습니다. 교토 여행을 많이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곳이 어디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교토대 신입생인 주인공은 아오이마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 뒤에 수상쩍은 동호회 광고지를 받습니다. 자금이 넉넉치 않아 4월부터 여러 동호회의 환영회에 기웃거리며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전단지를 보고 고민하다가, 얼결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형의 코를 가진 아가씨를 만납니다. 그 아가씨 때문에 동호회에 계속해서 출석하는데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교토대 청룡회라는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기온마쓰리에 멀어진 요이야마 해제, 그 뒤에 이상한 언어를 배우고 난 뒤에 대물림까지 끝나니 이제 어엿한 멤버가 됩니다.

그러니까 얘들이 500대라고 하고, 2년에 한 번씩 동호회원을 모집하니 1천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호루모는 백호, 주작, 청룡, 현무의 네 팀이 서로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아니, 대결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네요. 그 네 팀은 동쪽의 교토대, 북쪽의 교토산업대학, 서쪽의 리쓰메이칸대학, 남쪽의 류코쿠대학입니다. 뭐, 다들 연결지으실 수 있겠지요. 그 네 대학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겨룹니다. 그리고 승리자를 따지는 건데, 주인공은 교토대학이고, 청룡입니다. 이 팀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답니다. 거의 꼴찌를 다투었다는군요.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연애담과 결투(...)담이 뒤엉킨 이야기입니다. 연애나 경기나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얄미운 분위기로 흘러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 두 사람이 살신성인-_-을 한 덕에 주인공에게는 반대 급부로 보정이 생기지만 말이죠. 마지막에 흘러나온 그 이름의 비밀도 참.....;;
...
그런데 주인공의 전체 이름이 나온 적이 있나요? 성은 나오는데 이름은..?


전체 이야기 중 가장 백미는 대물림 의식입니다. 대물림 장소는 각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신사입니다. 북쪽은 가미가모신사, 동쪽은 요시다 신사, 서쪽은 기타노텐만구, 남쪽은 후시미이나리다이샤. 그리고 이 대물림 의식은 남자들만으로 먼저 시작합니다. 여자들은 밖에서 대기하다가 남자들의 의식이 끝난 뒤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의식의 특성상 여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여자는 할 수 없고,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춤입니다. 남녀차별이라 생각하실 분도 있을텐데, 읽고 나면 이건 여성상위의 남녀차별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3월의 그 추운 새벽에 참, 고생 많다 싶네요.

그리하여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공개합니다. 역시 유튜브. 덕분에 아침부터 상큼한 멘붕을 맛 보았습니다.



소설을 읽지 않으셨다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이걸 보고 소설을 읽거나, 소설을 읽고 이걸 보거나 하면 아마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먼산)


마키메 마나부. 『가모가와 호루모』, 윤성원 옮김. 북폴리오, 2010, 11000원.


M님은 이미 읽고 제게 토스하셨고, B님이나 C님 취향에 잘 맞으리라 생각합니다. S 취향에도 맞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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