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베란다에는 이런 저런 화분들이 있는데, 차나무도 한 그루 있습니다. 벌써 열 살이 넘었군요. G가 얻어온 씨앗을 키워 살려낸 것이니 말입니다.
차나무는 자가 수분이 되지 않아서 반드시 다른 묘목이 필요한데, 최근 3년간 키웠던 차나무들은 모두 사망했습니다. 싹 틔우는 것까지는 잘 되는데, 그 다음에 대체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죽더군요. 차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기 때문에 큰 화분에 심어 주는 것이 좋은데, 그걸 못해서 문제인가봅니다. 하지만 화분이 크면 키우기 어렵습니다. 둘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말입니다.

두 주 전쯤에 어머니가 차나무 꽃망울이 엄청나게 달렸다 하셨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꽃이 피었다 졌습니다. 한창 피어나는 것도 있고, 아직 봉우리도 많으니 차나무 꽃은 한동안 더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걸 보고 있으면 차나무 학명에 camelia가 들어간 것도 이해됩니다. 동백이랑 같은 종이지요.




저 뒤편으로 보이는 것이 삐~년 먹은 동백입니다. 차나무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초점이 어드메에 맞은거냐.-_-;
연두색으로 동글동글한 것이 꽃봉오리입니다. 굉장히 많이 달렸지만 그래도 녹차로 마시기엔 잎이 부족합니다. 새순을 따면 얘가 못자랄거예요. 그래도 제가 은퇴할 나이가 되기 전에는 한 잔 정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몇 년 전에는 이상한 병충해로도 고생했는데 그 때의 원인 제공은 아버지가 같은 화분에 심어 놓았던 작두콩이었습니다. 거기서 벌레가 발생해 차나무와 옆의 동백도 감염되더라고요. 그 뒤로는 다른 이상한 걸 이 화분에 심는 일은 없었습니다.
만.; 언젠가 귤 씨앗을 심었다가 꽤 자라서 집 근처 화단에 무단으로 이식했습니다. 잘 자라고 있을까.

집에 있는 동백은 씨를 맺지 못하는 겹꽃 종류라 집에 있는 화분에서 씨앗 혹은 열매가 달린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 옆에서 자라는 유자가 잘 커서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는데, 이것도 화분을 옮겨야겠지요. 하지만 공간이 없으니 무리.; 그러니 열매 달리는 것은 한참 뒤에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흑흑;
아라시야마를 다녀온 다음의 사진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야, 쇼핑을 갔으니 여기저기 사진 찍을 일이 없었거든요.

교토역으로 돌아온 다음, 무지(MUJI)랑 준쿠도에 가겠다며 교토 BAL에 갔습니다. 하지만 도착시간은 10시, 오픈시간은 11시. 투덜거리면서 거기서 걸어 니시키 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시장을 둘러보며 저녁 거리랑 그 다음날 아침 거리로 먹을 것을 미리 찍어 놓지요. 하지만 그냥 지나치면 심심하니, G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아이스크림을 삽니다. 두유 아이스크림. 제 입에는 그냥 소프트 아이스크림인데 G는 두유맛이 난다며 신기해하는군요. 흐음.;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찬것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덥기는 했지만 아이스크림도 자주 사먹지 않았고 빙수도 안 땡겼고.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 놓아 몸이 금방 차가워지니 찬 것을 먹을 엄두가 안나긴 했지요.

하여간 식사거리로는 달걀말이랑 니시키 시장에서 유명한 쌀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삼각김밥, 어묵. 대강 이렇게 정해놓고는 아리츠구에 들어갑니다. 아리츠구에서는 이번에 꼭 쿠키틀을 사오리라 생각했거든요. 거기서 쿠키틀 4개를 구입하고 7403엔(..)을 지불한 다음 기온 키나나로 갑니다. 시조 가와라마치에서 버스를 타고 기온으로 넘어갑니다. G에게 부탁해 테더링으로 아이패드 지도를 꺼내 듭니다. 하지만 길찾기를 쓴 것이 실패였지요. 검색은 제대로 하더라도 길찾기는 제대로 안됩니다.(썩을-_-) 엉뚱한 곳을 도착지로 찍어두는 바람에 헤맸고, 그 뒤에는 길찾기가 아니라 그냥 지도를 열어 찾아갑니다. 지금 지도를 보니 찾기는 어렵지 않네요. 구글이 이상하게 잡아줘서 헤맸지.-_-+




흘려쓰기로 간판을 그려 놓아서 찾는데 살짝 애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뭐, 지도가 있으면 찾는 것이 아주 어렵진 않습니다. 이럴 때는 최첨단 IT가 오히려 방해되네요.




1층은 계산대랑 몇몇 상품이 있고, 2층이 카페입니다. 2층으로 안내를 받아 파르페를 주문합니다. 기온 키나나 하폰과 키나나 이탈리안.(메뉴 링크) 지금 메뉴를 보니 일본 전통 식재료를 써서 만들긴 했지만 달걀이나 우유가 안 들어간 건 아니군요.^^; 슬로푸드와 로컬푸드 지향으로 콩가루를 소재로 하여 만든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랍니다. 링크를 따라 들어가서 키나나의 안내글을 보시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링크)

보통 차가운 음식을 뜨거운 차와 함께 마시면 이가 시려서 못견디는데, 여기는 괜찮았습니다. 하기야 더운 여름길을 걷다가 시원한 곳에 들어와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몸이 스르르 풀리더군요.




제가 주문한 키나나 하폰입니다. 콩가루 아이스크림에 삶은 팥, 녹차 아이스크림, 경단, 조린 밤, 야츠하시가 함께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야츠하시 사온다는 건 홀랑 잊었네요. 이런. 센베집을 따로 가지 않았더니 이렇게 홀랑 잊었나봅니다. 언제 날 잡아서 교토 또 가야하나. 그 때는 겨울에 가나~ 싶지만 말입니다.-ㅂ-;
(개인적으로 삶은 팥은 그저 그런 정도였습니다. 팥껍질이 서걱서걱 씹히는 느낌이 들어서..OTL)




G가 시킨 키나나 이탈리안. 안쪽의 검보라색 소스는 머루 같은 조금 달달한 베리 계통의 소스 같습니다. 포도인지도 모르고요.


맛은?
재방문 의사 많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아이스크림의 유지방분이 꽤 낮아서 우유맛은 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콩가루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습니다. 둘이서 칭찬하는 말 몇 마디 나누다가 파르페에 몰두해 대화가 끊어지고 다 먹을 때까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요.-ㅠ- 교토에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중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하기야 다른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도 거의 없긴 했지만 말입니다. 부드러운 타입은 아니고 단단하고 진한 타입인데, 그 진한 맛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크림의 진한 맛이 아니라 진한 콩가루 맛처럼 소재를 십분 살렸어요. 으으으. 이걸 뭐라 설명하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유명한 집이라 오히려 기대하지 않고 심드렁한 마음으로 갔는데 뒤통수를 후려 갈기다 못해 명불허전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왔을 정도니까요.;


이 주변도 오래된 건물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등 자체보다, 등 아래 달린 바람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무젓가락으로 종을 살짝 가려주는 센스! 그러고 보니 G는 이번 여행에서 바람종(風鈴)을 사오려 했는데 마음에 딱 드는 것이 없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하니 내열강화유리로 된 컵을 사서 바닥에 구멍을 뚫고 구슬을 매달면…….(....)




그리고는 골목 사이를 이리저리 걸어갑니다. 목적지는 아지키 골목길.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기온에서 가깝습니다.




직선거리로 죽 남하하는데 그늘로 가자며 나무가 많은 곳을 들어갔더니 공원이 아니라 켄닌지(建仁寺)를 통과하고 있더군요.;

켄닌지의 재미있는 점은 사진에서처럼 야트막하게 키우고 있는 나무에 있습니다.




잎사귀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차나무입니다.; 집에서 차나무 한 그루, 사무실에서 차나무 세 그루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알아봤습니다. 게다가 나무가 많아 그런지 열매도 엄청나게 많이 달렸더군요.





안쪽에 고욤 비슷하게 생긴 녹색 열매가 전무 차나무 열매, 씨앗입니다. 껍데기에 살짝 금을 내주거나 아니면 하루 정도 물에 불렸다가 땅에 심으면 금방 싹이 납니다. 하지만 싹이 난다 해도 제대로 키우기는 어렵더군요. K에게서 씨앗 열개 정도를 받아 심어 키웠는데, 대부분이 사망하고 지금 세 개 남았씁니다. 그나마도 비실대는 것이 두 개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잘 커야 집에 들고 와서 나중에 교차 수정을 할텐데요.
차나무는 자가 수분이 안되어서 다른 묘목이 있어야 합니다.




켄닌지 남쪽 문을 나와 아지키 골목길로 가는 도중에 발견한 신기한 가게.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가게더군요. 오래된 가게, 고물상. 그런 느낌입니다.


다음은 『골목길 연가』의 배경 골목을 찾아갑니다.+ㅅ+ 아마 기다리시는 분들 많겠지요. 오늘 중으로 올라갑니다!
연꽃씨앗은 작년에 마이비즈-나만의 씨앗에서 구입해두었던 겁니다. 4천원이 조금 안되는 가격이었지만 배송비가 붙어서 조금 비쌌지요. 4개가 왔는데, 최근에 옥션쪽을 검색해보니 더 싸게 팔던걸요.-ㅁ-; 1천원에 4개던가. 다음에 사실 분이 있으면 함께 주문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하여간 올 초에 그 중 두 개를 심어보았지만 싹 틔우는데 실패했습니다. 껍질에 금만 내고 피트펠릿에 심었는데 그대로 썩었습니다.(먼산) 그리하여 이번에 심을 때는 한쪽 부분을 줄로 갈아서 속살이 드러나게 한 다음 물에 담갔습니다. 하나는 둥둥 떠다니길래 싹 틔우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가라앉은 것만 싹이 났습니다.


위에 보이는 검은 것은 둥둥 떠있는 씨앗. 아래쪽이 싹을 틔운 씨앗입니다.
환타 페트병을 잘라서 물을 담고 거기에 넣어 두었지요. 지금은 거기에 ⅓가량 흙을 넣고 물을 부어 싹을 올려 놓았습니다.




금요일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지난 주 월요일에 보니 저렇게 싹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싹이 한뼘 이상 자라서 끝에 잎이 달려 있습니다. 도로록 말린 연잎이지요. 그래서 고민되는게, 아무래도 커다란 물통에다가 흙을 반쯤 깔고 물을 부어야 할 것 같단 말입니다.=_= 하지만 속이 투명한 곳에 담아다가 뿌리내리고 하는 것을 보고 싶기도 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관상을 위해 투명 수조를 사자니 비싸서 망설여지고, 가장 간편한 것은 청소용 물통을 사다 쓰는 것인데 관상할 맛이 안나죠.

조금 더 고민하겠지만 가능한 빨리 결정할겁니다. 그리고 연꽃씨앗을 더 살지의 여부도 결정해야하고 말입니다. 싹 틔우는 것이 재미있다니까요.+ㅅ+



이것은 차나무 싹입니다.
K가 지난 티페스티벌 때 얻어온 차나무 열매를 받아 화분에 심었습니다. 총 다섯 개를 심었는데 지금 그 중 네 개가 싹이 나서, 먼저 나온 세 개는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지금 더 심어서 싹을 틔울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심는 것은 좋은데 다 키우기는 어려우니 주변에 분양해야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지난번에 레이가 차나무 싹 받아 가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럴려나 몰라요.'ㅂ'


차나무를 다 키우기 어렵다라는 것은 화분 때문에 그렇습니다.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옮겨 심을 때보니 저 키에 뿌리는 이미 4cm를 넘습니다-가능한 큰 화분에 심어야 하는데 화분을 둘 곳도, 흙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제게 화분을 분양받아 가실 분도 그건 염두에 두셔야 할거예요.

지금은 모종을 키우는 작은 화분이 있어서 거기에 담고 있지만, 조만간 화분이 부족하게 되면 테이크아웃 커피를 담는 투명 컵에다 옮겨 심어야 겠지요. 다른 차나무 씨앗도 더 심어봐야겠습니다. 후후후.

사포로 거의 안갈리는걸요.; 이거 뭘로 해치워야 하나..?

블루베리도 꽃 준비를 하고 있고-꽃봉오리 몇 개는 남겼습니다-, 녹차는 벌써 새싹이 자랐습니다. 맛없겠군요.(응?)

지난 주말에 찍은 사진이니 지금쯤 피었을지도 모르지만 확인을 못했습니다. 연속적인 늦은 귀가로 인해 블루베리를 잘 돌보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 그렇게 말은 하지만 평소 돌보고 있던 것은 어머니셨으니 패스. 하하하; 이제 3년째가 되어가니 슬슬 덩굴이 되어가는 기미가 보입니다. 아버지가 친구분들과 함께 만드신 별장 근처에 잘 심어두고 싶은데 말입니다, 갈 시간이 안나는군요. 4월은 시험이 있으니 5월 쯤에 잡아볼까요.

차싹은 많이 자랐습니다. 이 때 따면 맛 없다고요.

이렇게 작은 것도 좀.....

언제쯤 따야 맛있을까요?


그래도 차나무 전체 잎을 다 덖어야 한 번 분량 나올까 말까라니 정원이 딸린 집을 사기 전까지는 덖을 생각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엷은 녹색이 참 맛있어 보인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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