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中村好文普通の住宅,普通の別莊』이고 번역한 것이 위의 제목입니다. 2010년에 나온 책인데 中村好文(나카무라 요시후미)로 검색해서 책을 찾다가 안 읽은 책이 몇 권 있길래 손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읽으면서도 긴가 민가한 것은 아마존에 있는 책 리뷰 때문입니다. 책 리뷰 중 하나가 별점 2를 주었더군요. 2점을 주는 이유로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장작난로를 주장하며, 그것이 현실에 맞지 않고 쓰기 쉽지 않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이유에 동의했기 때문에 시큰둥한 마음으로 책을 보았습니다.

...

근데 어디에도 관련 내용이 없네요. 장작난로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 언급되었던 것이고, 이 책은 그 동안 저자가 건축한 여러 집의 사진과 손으로 그린 평면도를 싣고 집을 짓게된 계기 등의 짧은 글을 실었습니다. 난로를 강력하게 주장했다거나 우겼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착각해서 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 걸요.



장작난로는 한국에서는 현실에 거의 안 맞습니다. 거의라고 하는 것은 시골에서는 최근까지도 장작을 땠기 때문입니다. 제 나이는 현대 한국 수명의 절반에 못미치긴 하지만 그래도 적지는 않은데, 그런 저도 시골집에서 아궁이에 불지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난로가 아니더라도 아궁이에 불피운 것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있었고 그게 익숙하기 때문에 장작난로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입니다. 근데 이게 실제 사용하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군요. 연통도 매해 갈아야 하고 아니면 굴뚝 청소를 해야하고. 장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생나무를 때면 그을음이 심하게 나고요. 생각해보면 아궁이도 그을음이 심했지요. 거기에 연기가 심하게 나고 그 탄내 때문에 이웃들에게 항의를 받을 수 있답니다. 저도 올 봄에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생나무나 종이, 나뭇잎을 태우는 냄새는 지독합니다. 그건 가을의 향기를 넘어서 탄내니까요. 특히 종이를 태울 때의 그 단내는 참기 어렵습니다. 기관지에 무리가 오는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였고요.


그런 이야기를 B님이랑 나누었는데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 보니 장작난로를 설치한 집은 별장 혹은 삿포로의 주택입니다. 별장은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장작난로를 써도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삿포로의 경우야 뭐... 주택이 워낙 드문드문 있으니까요. 여기 소개된 집은 이웃이 있는 듯했지만 그래도 삿포로니까 괜찮습니다. .. 솔직한 생각으로는 삿포로는 온돌이 더 잘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 온수파이프 보일러를 깔 수 있는 일본 업체가 있긴 할까요. 있어도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여간 책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부분만 골라 적어봅니다.


12쪽, 서문.

전시회명이 Come on-a my house展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저 영어 이상합니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집이 좌식이 아닌 입식 생활이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거실. 소파나 테이블과 의자 형태가 아닌 곳은 많지 않습니다. 집이건 별장이건 입식이 많더군요. 다만 다마나와의 집은 거실 가운데를 한 단 들여 파서 재미있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이 집의 벽난로에는 성경의 라틴어 문구를 넣었다는데, 그 뜻이 달도 별도 신이 거기에 배치한 것-月も星も神がそこに配置されたもの-이랍니다. 근데 아무리 구글 번역기를 돌려도 사진에 찍힌 문구는 안나오네요. Lunam et stellas qux tu fuse(a?)sti.... 나중에 여쭤봐야겠습니다.



이전에 교마치민박에 들어갔다가 다다미 알레르기 혹은 민감성 체질이라는 걸 알았으면서도 다다미방을 보면 괜히 눈이 더 갑니다. 지금 방도 그렇지만 원체가 방에서 굴러다니길 좋아해 그럴 겁니다. 공부할 때는 책상을 선호하지만 놀 때는 마루가 더 좋습니다.



118쪽.

그 부분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가능하면 석유화학제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지만 '자연소재 이외는 사용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묵으면(古びたときに) 아름답게 되는 소재를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라는 건데 뒤에 예로 드는 것들을 보니 나름 이해가 됩니다.



127쪽에 소개된 구가하라의 거처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이건 저자 본인의 거처인 셈인데, 어쩌다보니 20년 동안 땅을 빌리는 것과 유사한 상태가 된 곳이 있어서 거기에 2층 집을 올렸답니다. 다른 책에 소개된 계단 벽에 설치된 서가와 허공답보(...) 형태의 서가도 여기 있더군요. 그러고 보니 난로도 있어요. 허허허. 집은 혼자 살기에는 조금 큰 것 같지만 부부가 살기에는 딱 좋은 정도로 보입니다. 근데 실면적이 83평방미터네요.



192쪽에는 앞서 다른 책에 소개한 등받지와 다리가 다른 7인용 분리형 의자가 있습니다. 이거 참 귀여워요.



Asama Hut이나 Lemm Hut에도 체크를 해둔 걸 보면 확실히, 전 작은집 취향인가봅니다. 한 눈에 싹 들어오는 집이 놓아요. 물론 에시에릭하우스 같은 건 기준에는 많이 크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 집이란 점은 비슷하려나요. Lemm Hut은 한국에도 번역된 오두막 이야기의 그 집입니다. Mitani Hut도 다른 곳에서 많이 소개되었지요.



마음에 드는 집이 꽤 많아서 구입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번역본이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꽂아 놓을 공간이 없기도 하고. 흑흑흑. 하여간 이 집들 참 멋져요.




中村好文.『中村好文普通の住宅,普通の別莊』. TOTO出版, 2010, 33120원(교보기준).



저런 집을 지으려면 일단 땅부터 확보해야하는데.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결국 아파트로 가겠지요. 하하하하.;ㅂ;

원제는 PANYA NO TEGAMI. 잠이 이게 뭔가 생각했는데 번역서 제목은 원제를 설명적으로 풀어쓴 겁니다. 원제가 빵집의 편지니까요. 수신인은 나카무라 요시후미였고, 발신인은 빵집 주인인 진 도모노리입니다. 즉,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건축가, 진 모도노리가 건축주입니다. 한국에도 이거랑 비슷한 책이 한 권 있지요.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라고, 건축가 이일훈과 건축주 송승훈이 함께 쓴 책 말입니다.

하지만 양쪽의 책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의 책은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깁니다. 그러니까 서문이 상당히 길고 실제 시공 부분은 전체 책 분량에 비하면 적은 편입니다. 그렇다보니 어떤 집이 좋은가, 어떤 건축이 좋은가,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떠한가, 내가 짓고 싶은 집은 어떠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다룹니다.
대신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은 빈 땅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집 터를 개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거기에 집의 용도가 정확합니다. 송승훈씨는 집 짓기를 결정하면서 조금씩 공부를 해나갔다 하면 이쪽은 건축이나 가구 디자인 등에 대해서 기본적인 조예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현재 쓰고 있는 집은 빵집 주인인 진 도모노리가 직접 지었거든요. 속의 소품도 그렇고 상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더랍니다.

책의 두께 차이도 그렇지만 읽다보니 이 책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의 압축판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을 겁니다. 서로 닮은 책이니까요.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어느 날 홋카이도에서 온 편지를 한 통 받습니다. 홋카이도, 정확히는 삿포로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빵집을 하고 있는 진 도모노리가 보낸 편지입니다. 요약하면 빵집을 새로 만들고 싶은데 건축 설계를 부탁한다는 내용인데 굉장히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그러면서도 결과물에 대해 원하는 바는 확실한 그런 편지였지요. 나카무리 요시후미는 직접 밀을 빻아 장작 가마를 이용해 빵을 굽는다는 건축주의 요청을 승락하고 설계비용의 절반은 빵으로 지불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집짓기는 시작됩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다보니 앞 권들과 닮아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직전에 감상을 올린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를 읽은 직후 붙잡았습니다. 그게 또 내용이 이어지더군요. 건축가가 지은 생태 오두막 램헛에 대해서도 건축주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건축가와 함께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 기행(...)을 같이 가기도 합니다. 아, 조금 많이 부러웠어요...;ㅂ;

책은 어떤 집을 지을까에 대한 철학적인 담론보다는 훨씬 나아가서 진행됩니다. 그야 용도가 확실하고 예산이 확정되었으니까요. 6차에 걸친 수정 끝에 집 설계가 완성되고, 거기에 아주 작은 오두막 하나까지 추가되어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건 상량식의 모습이더랍니다. 다른 곳에서도 보았지만 신관이 와서 제를 올리더라고요. 그리고 상에 올라간 것이 커다란 찰떡이 아니라 빵! 빵집 답습니다.+ㅠ+

마지막에는 빵집도 나오는데, 파는 빵을 보고 있노라니 삿포로 여행 가면 한 번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여기 가려면 반드시 차를 빌려야지요. 삿포로에서 차로 2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라니까 반드시 차 없이는 못갑니다. 그러니 언제, 여유가 된다면 이 빵집도 꼭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진 도모노리.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황선종 옮김. 더숲, 2013, 14900원.


근데 정말, 빵굽는 공간이나 그 아늑한 분위기가 예배당 같은 온화함이 있습니다. 같은 예배당 분위기라 해도 제가 좋아하는 쪽의 아늑함이라....
(어느 쪽을 싫어하는지는 딱히 밝히지 않겠... 읍읍읍...)
책 제목은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은 이전에 나온 책은 거의 다 찾아보았는데, 최근에 나온 셈인 책 두 권은 특히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은 오두막을 짓고 어떻게 활용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이전의 책을 보셨다면 나카무라 요시후미-이 건축가가 오두막 같은 작고 작은 집을 좋아한다는 걸 아실 겁니다. 뭐, 그건 딱히 이 건축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요. 어렸을 때 종종 그러지 않습니까. 본부 만들기.(...) 정말 그렇게 혼자 들어가서 여기 우리 본부다! 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정말로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게 나무 위의 오두막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아요.

하여간 아저씨도 그런 데 강렬하게 끌리고 있었는데, 아는 사람 집에 놀러 가다가 작은 집을 하나 발견합니다. 오래된 집인데 집주인인 부부가 죽고 집만 덩그라니 남았다네요. 작지만 오두막이라는 이미지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그런 공간이더랍니다. 산 중턱에, 꽤 높은 고지에 자리 잡은 데다 뒤에는 산과 숲. 그리고 그 주변은 밭으로 쓰던 작은 공간이 있고요. 그 대지 한 귀퉁이에 집이 있었던 겁니다. 그 집에 홀딱 반한 뒤에 집주인의 아들에게 연락하여 집을 얻는데 허락을 받습니다. 집의 용도는 오두막. 전기나 수도를 끌어오지 않고 자가 발전과 빗물 정수만을 이용해서 독립적인 공간을 구축하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나요.

원래 있던 집의 토대를 남기고, 거기에 약간의 공간을 더해 집을 만듭니다. 원룸과 같은 그 공간은 최대 15명가지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납니다. 공간은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될 수 있고요, 의외로 텐트 없이 6명까지도 잘 수 있는 공간이 된답니다.

전기 생산은 태양열전기판으로 합니다. 그걸로 충분히 60와트 전구를 켤 수 있고요. 그리고 조리는 숯을 사용해서 하고요. 그러니 겨울보다는 여름에 이용하는 집에 가깝습니다. 물론 가을까지도 가능하겠지요. 대지 저 한 구석에는 욕실 겸 서재가 있는데 이건 시스템 욕실보다는 조금 더 크겠지만, 하여간 굉장히 작고 작은 공간입니다. 거기에 욕실도 장작을 때서 물을 데웁니다. 불을 지나치게 때면 정말로 삶길지도 몰라요...ㄱ-;


하여간 이 책은 그 집을 만들고 그 집을 활용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완성된 집은 이래 저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개량됩니다.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좋고요. 그래서 참 부럽지만... 추워보입니다. 전 추위를 많이 타다보니 이런 오두막은 겨울에도 잘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그럴려면 상당히 많은 장작이 필요하겠지요. 하하하.;


오두막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진 분께 추천합니다. 캠핑 좋아하시는 분들도 꽤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싶네요.:)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이서연 옮김. 사이, 2013, 14500원.

근데 왜 나카무라 요시후미 책은 전자책이 없을까요..ㄱ-; 킨들 스토어에도 없어!
책 제목이 이렇게 깁니다. 책 제목이 아니라 글 제목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깁니다. 하지만 저 제목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담고 있네요. 이 책은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여러 사항들을 구상적인 측면부터 현실적인 측면까지 차례로 담고 있습니다. 책 목차만 봐도 어떤 책인지 대강 감이 올 정도로요.

보통 이런 책들은 글이 길고 설명이 많은데, 이 책은 얇기도 하거니와 프리젠테이션을 하듯 양 쪽 페이지에 걸쳐 글과 그림, 도면, 도표를 한데 놓아 쉽게 설명합니다. 그림이 많으니 읽기 쉽겠다고 착각하기 좋지만 실제 읽어보면 도면에 달린 작은 주와 글, 설명 등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읽어야 합니다. 근데 그게 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말이죠.


이건 집을 지으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을 구하려는 사람도 함께 봐야할 책입니다. 이전에 독립 후 어떤 집을 구해야 할지 고민할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옆 집과의 거리는 어때야 하고, 아침과 저녁의 햇살이 어떤지 확인해야하고, 현관까지 들어가는 공간은 어떻고, 집 배치는 어떻고. 그것도 (일본 기준에서;) 많이 알려진 사자에상 같은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집 평면도를 비교하며 보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따지면 전원일기..(...)


일본 책이기 때문에 건축법상의 제약 등도 일본 기준을 따릅니다. 따라서 한국 기준은 따로 찾아야하지만, 그래도 옮긴이 주가 있기 때문에 도움은 됩니다. 몇 군데 편집 실수가 있기는 하지만 감수하고서라도 읽을만한 책입니다.


이 책 보고 나니 더, 집을 짓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참...(먼산)
최근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보았지만 한국에서 다세대 주택을 지으려 했더니 집장사들이 내놓는 도면은 다 대동소이하더라더군요. 마음에 드는 집, 살기 좋은 집을 찾으려면 이모저모 공부도 많이하고 준비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에 한 권쯤 놓고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참고하고 싶습니다.+ㅅ+



사가와 아키라. 『최고의 집을 만드는 공간 배치의 교과서: 편안한 일상을 담고 색다른 가치를 일깨우는 공간설계와 디자인의 기본』, 황선종 옮김. 더숲, 2013, 16900원

이 책에 대한 설명은 표지에 붙은 부제랑 설명만으로도 일단 감잡을 수 있습니다. 부제가 '13평 단독주택부터 50평대 전원주택까지 내가 꿈꾸는 집'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땅콩집처럼 작은 집만 소개한 것도 아니고, 양옥만 소개한 것도 아니며 다양한 종류의 집들을 소개합니다. 다만 아파트는 안나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집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이모티콘-즉, 단독주택뿐입니다.

단독주택이라지만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전원주택으로 세운 것도 있고, 산자락에 지은 한옥도 있습니다. 연남동 골목길 안의 작은 집도 있고, 서촌의 한옥을 개조한 기록도 있습니다. 멀리 서해로 나가 스틸하우스를 지은 사람도 있고요. 그렇게 다양한 집들이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취향에 따라 하나씩 골라 잡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런 집이 좋아~라고 말입니다.
장마다 한 채의 집을 다루는데, 들어가면서 집의 위치, 대지 면적, 건축 면적, 건축 구조, 외부 마감, 실내 마감, 난방 형태, 공사 기간, 설계, 시공 등 집 짓기에 중요한 여러 정보를 자세히 적어 놓았습니다. 특히 총 비용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당연히 고친 집의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고 새로 짓는 것은 상당히 듭니다. 그리고 지을 때는 아무래도 대지 구입 비용은 별도잖아요.


(하지만 저처럼 게으른 인간은 단독주택이 쉽지 않긔...ㄱ-)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은 1장의 한옥입니다. 크기도 그렇거니와, 책에서는 신혼집이지만 혼자살기에도 딱 적당한 크기의 집입니다. 14평이거든요. 개조비용이 3200만원이나 들었지만 뭐, 그정도면 오히려 저렴한지도 모릅니다. 집주인이 건축가라 적게 들은 것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 외의 집들 중에는 외국 사례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을 것 같은 독특한 집도 많습니다. 동산이몽 같은 경우, 같은 산에 쌍둥이 집을 지어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속은 전혀 다른 집을 지었지요. 재미있는 건 집의 구조가 일본의 최근 주택 경향에서 많이 보았던 열린 집이라는 겁니다. 집은 앞 뒤로 긴 편이며, 가운데 계단을 반층 올라가면 거실, 반층 올라가면 침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공간을 구성한 겁니다. 공간이 완전히 열려있지도 않고 닫혀있지도 않은 집인데, 공간 활용도가 높다던가요. 그 뒤에 소개된 집 중에도 이와 비슷한 공간구성을 가진 집이 있습니다.


책 편집이 꽤 괜찮습니다. 저자가 『행복이 가득한 집』 에서 일했다더니 그런 분위기가 확실히 납니다. 사진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배치도 그렇고. 그래서 저는 편하게 읽었네요. 행복이 가득한 집을 5-6년 정도 장기 구독하던 때가 있어서리..ㄱ-;

건축보다는 집 자체에 관심이 있으신 분께 추천합니다.'ㅂ'



성정아. 『고친 집, 새로 지은 집』. 나무수, 2012, 16500원.

어쩌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을 빌리다가 옆에 있는 책을 보고 덥석 집어 들었던 거로군요.-ㅁ- 그래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에 적고 싶은 문장은 사실 저게 아니었습니다.
아마 그 드라마 CD를 들으신 분이라면 아주 익숙할 대사이지요.

"家がほしい."

한 단어만 살짝 바꿨을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지네요. 원래 대사는 아주 중후한 목소리로 "國がほしい."라고 말하는 것이라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ㅂ- 그쪽은 나라, 이쪽은 집. 나라는 둘째치고 집이라도 한 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옛 사람들이 말하는 초가삼간말입니다. 이 책을 보면 초가삼간도 아주 넓은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본 것 중 가장 작은 집은 7평방미터였어요. 하하하.


로이드 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전에 『셸터』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하여간 이 책은 G의 부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홀라당 반하고 구입을 고민중입니다. 사고는 싶은데 둘 곳이 없어요. 정말 참고하고 싶은 집들이 많은데..;ㅂ;
(혹시나 해서 교보에서 검색해보았는데 전자책으로는 없습니다.)

종류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모두 한 가지는 같습니다. 초소형 주택, 땅콩집, tiny home이란 점은 말입니다.
다만 땅 위에 있냐, 바퀴 위에 있냐, 건축가가 지은 거냐, 조립식이냐, 천연재료로 지었냐, 나무 위에 지었냐. 아니면 아예 주거용 차량이냐, 물 위에 있느냐까지.

바퀴 위의 집과 주거용 차량이 어떻게 다르냐면, 전자는 트레일러 틀 위에 집을 올린 거고 뒤는 마차나 작은 수레 위에 집을 올린 겁니다. 아니면 아예 바퀴 달린 집-즉 차 자체를 집으로 개조한 겁니다. 그런 차이가 있어요.'ㅂ'

전체적으로 보니 나무 위의 집, 주거용 차량, 물 위의 집은 취향이 아니더랍니다. 조립식 주택도 의외로 비쌉니다. 역시 눈에 들어온 건 땅 위에 지은 초소형 주택이랑 천연재료로 지은 초소형 주택입니다. 이 둘이 제 취향에 가장 잘 맞네요. 물론 제가 살고 싶은 집은 대부분 1장에 나온 땅 위의 초소형 주택입니다. 천연재료는 마감이 지나치게 덜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흙집이 많거든요.

다른 집은 안 보더라도 책 맨 앞에 나온 돌집은 꼭 보세요. 스키장 한 가운데, 현지에서 구한 자재만 사용하여 오두막을 지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여기는 스키장 한 가운데가 아니라 그냥 설원 한 가운데입니다. 다만 눈이 내리면 어디서든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것이 다를뿐입니다. 그리고 짐작컨데, 그 산 자체가 아마 이 사람 땅일 겁니다. 스노보드 장비 제조 회사의 창업주이자 소유주랍니다.(Area-241) 근데 그런 사장님이, 스노보드도 잘 타는 그런 사람이, 혼자서 이런 근사한 집을 지었습니다.ㄱ-; 게다가 그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놓고, 그 뒤에도 스노보드와 집과 눈과 별과 등등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 정말로 이런 집도 멋지지만 집을 짓는 사람도 멋집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는 집 짓는 사람을 빌더라고 하더군요. 아키텍처, 즉, 건축가와는 다른 단어입니다. 한국에서는 건축가는 많이 생각하지만 시공자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지요. 여기서 빌더는 집을 짓는 사람, 실제 시공하는 사람을 말하나봅니다. 목수하고도 조금 다릅니다. 목수는 직업이지만 빌더는 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읽다보니 아주 평범한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은 그 어떤 규모의 건축물을 짓더라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법건축물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 앞부분에 나오는 건물 중 몇 가지는 그런 허가 없이 지었습니다. 주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 면적의 건물(11평방미터 등등)은 허가 없이 지을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정원 한 구석에 골방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예요.-ㅁ-;


집들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아마, 제가 짓고 싶은 집의 모습과 유사한 것이 많아서 일겁니다. 1층에는 부엌과 거실을, 2층에는 침실과 개인공간을. 물론 그리 되면 2층이 여름에는 아주 더워서 잠들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런 때는 1층 마룻바닥에 이불 펴고 자도 됩니다. 한국은 좌식생활이 기본이고, 신발을 집 안에 신고 들어오지 않으니까 가능한 이야깁니다.


아마 M님이 보시고 포복절도할 집은 천연재료로 만든 집일 겁니다. 웨일스에 호빗집이 있어요.(...) 언덕을 파고 들어가 약간의 벽체를 세워 만든 호빗집.; 정말로 호빗집입니다. 하하하;


로이드 칸.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 이주만 옮김. 한스미디어, 2013, 35000원.


가격이 높지만 올 컬러에 책도 굉장히 묵직하고 사진도 멋집니다. 이 가격 주고 살만한 책이라니까요.:)
부제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이 환하게 보입니다.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그렇습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전자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은 집에 대한 기록이 이 책입니다. 건축가 이일훈씨는 잘 모르지만 송승훈씨는 그 바닥(...)에서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저는 이 분의 이름을 보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역시, 국어선생님은 다르네요. 전자편지 여기저기에 묻어난 표현이 아주 맛깔납니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한창 읽고 있는 중인데 이걸 읽다보니 중간 중간 리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려 봅니다.

책 앞머리의 사진과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 -_- 뇌가 썩었.... 이 모든 것은 최근의 조아라 독서목록이....)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는 전자편지로 집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2007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여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을 완성합니다.
아마 빙고님이시라면, 그리고 생협분들이라면 표지의 서재 사진에서부터 낚이실겁니다. 저 앞쪽에서 빛이 들어오고 이쪽은 복도입니다. 약간은 그늘진, 어둑어둑한 복도에는 양편에 서가가 늘어서 있습니다. 그냥 책장이 아니라 규칙적이지만 들쑥날쑥한 재미난 모양의 서가. 도서관 서가를 사랑하는 제게는 조금 이용하기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이 서가의 정면사진을 보는 순간 졌다!를 외쳤습니다. 이 서가에 책을 꽂고 싶습니다. 하나하나 가꿔가며 말이지요. 국어 선생님이신데도 상당히 중구 난방의 장서 구성인데 그게 자유롭게 꽂혀 있는 것을 보니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한 편으로는 저기의 서가에 책을 잔뜩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책장 앞에는 여러 책상자가 놓여 발판도 되고 의자도 됩니다. 저는 아마 이 서가 아래 다리 죽 펴고 앉아 굴러다니며 볼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주고 받은 편지 첫 머리부터 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듭니다. 건축가가 집 주인의 꿈을, 마당, 침실, 욕실, 서재, 대문 등에 대해 적어 달라 했더니 장문의 글을 보냅니다. 본문이 넘칠까 첨부파일로 보냈더군요. 쓰임새, 집모양, 마당, 침실, 욕실, 서재, 거실, 대문, 툇마루, 옥상-베란다, 가구, 꾸밈, 책꽂이, 컴퓨터, 침대, 계단, 벽난로, 마루, 황토까지 집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입니다. 읽고 있노라면 손이 근질근질하여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나도 이렇게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이에 대한 답장은 꼼꼼히 읽은 뒤 건축적으로 중요한 부분-동거인(어머니), 영사막 사용 시간대, 담장, 방범 등에 대한 재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건축주가 쓴 집에 대한 글 두 번째는 겉모습과 방, 집의 구성요소, 그외 생각나는 것들을 담았습니다. 근데 이 분 글이 맛깔나.;ㅂ; 쉬우면서도 철학이 묻어나고 생각이 있는 글입니다. 컴퓨터 방에 밖으로 문을 내면, 거기로 뒤뜰이 보여 밖에서 놀자고 바람이 부르면 온라인 게임 하다가도 뛰쳐나가고 싶겠지요.(...) 그리고 방문이 두 개인 구조는 외국의 부엌이 떠올랐습니다. 로베르 아르보의 『오늘의 행복 레시피』에 보면 부엌이 정원과 바로 이어져, 아이들이 정원에서 뛰어놀다가도 타일 바닥이라 신발신고 바로 뛰어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옛 부엌도 그랬지요. 아궁이 때문에 부엌이 낮은 곳에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아궁이 불로 데워진 부뚜막은 겨울철에도 뜨끈뜨끈하고, 그 안쪽에는 찬장이 놓인 곳과 함께 작은 마루가 있습니다. 부엌일 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며 거기서 간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했겠지요. 애들이야 마루보다는 부뚜막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을 겁니다.

... 글이 길어지니 이정도에서 적당히 접고, 이 책의 감상기는 2탄으로 이어집니다.
겨냥하는 분은 첫비행님, 키릴님, 티이타님, 아이쭈님, 빙고님. 티이타님이랑 키릴님이 흥미롭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ㅂ'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건축책 중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이 『집을 생각한다』입니다. 한국 발간일을 따지자면 앞에 나온 책인데, 저작권 연도를 보고는 제일 뒤로 미뤘더니 그러길 잘했더군요. 앞서 읽은 건축기행이나 집기행 책에 등장했던 유명 주택과 건축물이 다시 한 번씩 등장하는군요. 먼저 보아서 어떤 집들인지 파악하고 있다보니 예시로 등장할 때도 쉽게 이해가 됩니다. 알아보기 좋았어요.'ㅂ'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던 '집'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내가 원하는 집이 어떤 집이냐는 거지요.

이 책에서는 집이 갖춰야할 풍경을 열 두 가지로 말합니다. 목차에 나와 있으니 고스란히 긁어보지요.

1. 풍경_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
2. 원룸_ 건축가는 원룸으로 기억된다
3. 편안함_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4. 불_ 집의 중심에는 불이 있다
5. 재미_ 재미와 여유, 그리고 집
6. 주방과 식탁_ 아름답게 어질러진 주방
7. 아이들_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
8. 감촉_ 손에서 자라나는 애착
9. 장식_ 적당한 격식, 효과적인 장식
10. 가구_ 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집
11. 세월_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
12. 빛_ 두 가지 의미의 빛

음, 그렇긴 한데, 제가 이상향으로 그리는 집은 여기서 몇 가지가 빠집니다. 일단 한국에서 대부분의 집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에서도 불을 못 쓰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벽난로는 무리죠. 화로까지는 어찌어찌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도 재의 처리 문제가 골치아픕니다. 애초에 화로에 담는 불은 가라앉은-사그라드는 불이므로 피워서 담아야한다는 문제도 있지요. 단독이 아니면 힘들다라는 이야깁니다. 뭐, 부엌의 가스렌지는 저도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하니 불이 없진 않겠지요.

아이들도 독신이 많은 현재의 가족 모습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이라면 재미가 있는 집이라는 이야기인데, 그건 5번하고 겹치잖아요. 아니면...
제가 피터팬증후군에 걸려 있는걸 어떻게 알았지요?(탕탕탕!)

그리고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도 지금은 확신할 수 없지요. 제가 집을 지을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최소 20년은 지나야할테고, 제가 얼마나 그 집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독신으로 산다면 자식들이 그 집을 이어서 사용할거란 생각도 안 들고. 이 부분은 지금으로써는 미지의 영역이네요.

최근 쓴 소설(단편) 때문에 그 집의 구조를 손에 잡힐듯이 그리게 되었는데, 실제로도 가능한 집일지는 모릅니다. 대강 여기에 이런 것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집인데, 그 집을 보니 중요한 것이 침실과 공용공간의 분리인가 싶네요. 2층은 오롯이 침실, 1층은 거실과 부엌. 거실이긴 하지만 들어가면서 바로 보이는 것은 아니고 좁은 공간을 지나야 거실이 나옵니다. 거실에는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고, 좌식 공간입니다. 넓은 탁자가 놓여 있고요. 그 근처에서 항상 뒹굴거나 탁자를 밀어 놓고 뒹굴거나. 그런 느낌입니다. 역시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뒹구는 공간이 중심이라니. 하기야 공부는 도서관에서 하니 집은 쉬는 공간입니다.
애초에 제가 살 집이라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 놓은-상상한 공간인데 그 곳에서 등장인물들이 노는 것을 보니 저 역시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의외로 제가 살 공간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게 또 어렵고. 다만 앞서 다른 네 권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작아야 한다는 겁니다.; 청소를 좋아하지 않는 특성상 큰집은 내키지 않네요. 혼자서 산다고 하면 25평 내외? 아니, 뭐, 일본의 땅콩집을 떠올린다면 25평도 큰 셈입니다.-ㅂ- 보통은 10평 남짓이니까요.

지난번에 읽은 『일본의 땅콩집』도 제대로 리뷰를 다루지 않았는데, 그것도 조만간 정리하겠습니다. 그것과 합해서 정말 내가 사고 싶은, 짓고 싶은 집을 그려봐야겠네요.+ㅅ+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집을 적어둔 것이 있습니다. 긴 공간에 침실부터 손님맞이 공간까지를 차례로 배치한 히아신스 하우스. 미타니 류지의 오두막, 단 가즈오. 거기에 추억의 보물상자. 이건 애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상자겠다 싶습니다. 이거 모 만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했지요. 우연히 발견한 가방 속에 이런 '보물'이 들어 있었다는 건데, 그 장면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지진 재해 방지용 미닫이 찬장이랑 패치워크 서랍장.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ㅅ<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생각한다』, 정영희 옮김. 다빈치, 2008, 18000원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뭐 없나 떠올리다가 문득, 이전에 첫비행님이 옆구리 퍽퍽 찔러주시던 책이 생각났습니다. 건축 책이었는데 작가가 누구더라 싶어 찾아보니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었습니다. 역시 도서관은 큰 것이 아름다운게, 예상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나온 책이 다 있더군요. 한꺼번에 다 빌리고 싶었지만 그날은 가방 무게가 참으로 아름다워 눈물을 머금고 일곱권만 빌렸습니다. 이 중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 네 권, 다른 종류의 책이 세 권이었지요. 나머지 세 권 중에는 『핀치의 부리』도 있었습니다.

어떤 책부터 읽을까 하다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 네 권이나 되니 이것부터 보자 싶어서 지난 일요일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분량이 충분하겠거니 했는데 일요일에 의외의 일이 생기는 바람에 책이 부족했지요. 차라리 『핀치의 부리』를 들고 갈 걸 그랬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맨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집을 순례하다』이고 그 다음은 『다시 집을 순례하다』입니다. 어떤 책을 먼저볼까 하다가 먼저 출간된 책부터 보아야 할 것 같아 출간년도를 확인하고는 집순례를 먼저, 내마음의건축을 나중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짝 후회중입니다. 제 취향은 집순례입니다. 하하하.
(라고 적어놓고 지금 『내 마음의 건축』을 읽고 있는데, 정정합니다. 몇몇 건축물이 제 눈을 휘어잡았습니다.;;)

『집을 순례하다』는 말 그대로 세계 각지에 있는 이런 저런 집들을 돌아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집이 아닙니다. 세계의 명작을 골라서 보고 다녔으니까요. 보통 이런 류의 건축기행은 유명 건축가의 기념비적 작품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어디어디 미술관이나 어디어디 회사 건물 등을 보게 마련인데-한국으로 따지자면 선유도 공원이나 강남 교보타워 등을 들여다보는-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집을 들여다봅니다. 유명 건축가들이 만든 사람 냄새 나는 집을 말입니다. 그래서 더 반하고, 그래서 더 집이 가지고 싶어집니다.

집에 대한 애착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주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초등학교 때였으니까요. 그 이유도 분명 기억합니다. 그리고 제 집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그 때였고, 고등학교 때는 잠시 건축학과를 갈까 고민도 했습니다. 성적만 두고 보자면 건축학과 가는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더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도저히 수학을 버틸 자신이 없었습니다. 물리도 엉망이고, 성격이 급하고 덤벙거려 도면을 그리면 항상 어딘가에서 비뚤어집니다. 그리하여 마음을 접었지요.
그럼에도 이 책을 보면 그 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 .... 아니, 나, 「건축학개론」 안봤는데? ㄱ-;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집에 대한 생각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집이 작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어디까지나 대부분이고 몇몇 집은 규모가 상상이 안될 정도입니다. 특히 필립 존스의 집은 규모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마음에 드는 집도 있고 도면도 있습니다.
- 집을 엉망을 지어~ 라는 소리가 『행복의 건축』에서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그런 사람이 이런 예쁜 집도 짓나 싶은 정도로, 르 코르뷔지에 어머니의 집은 멋집니다. 부모님을 위한 집이라고 하는데 작지만 아담하고 또 편안하고 아늑한 집입니다.
- 루이스 칸이 여동생을 위해 지은 집은 살아보고 싶습니다. 2층 건물인데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딱 그 크기입니다. 1층에는 식당과 거실, 부엌이랑 세탁실(다용도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식당이랑 부엌을 분리할 필요가 딱히 없으니 붙이거나 하면 될 것 같고, 식당을 거실로 만들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면 딱 좋겠다 싶네요.  2층은 정말 개인 공간입니다. 근데 정말 이 집 마음에 들어요.
- 마리오 보타의 집은 패스.
- 아스플룬드의 집은  벽난로 부분이 마음에 드는데, 살 집이라기 보다는 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머물며 휴가를 즐기는 집 같네요.
- 낙수장은 패스.
- 필립 존슨의 타운 하우스도 멋집니다. 근데 중간에 그리 중정이 있으면, 왠지 습기가 차고 모기가...(하략)
- 알바 알토의 집은 2층에서 내려본 모양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2층에 침실이 있으면 여름엔 덥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묘하군요. 하지만 그 아늑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꿈꾸었던 산장이었지요. 하하하;
- 슈뢰더 하우스는 전위적이고 복잡해보이는데다 2층에서 각 가족의 사생활이 엄격하게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아 마음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런 현대적인 집이 저리도 오래된 것이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네요.
-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별장은 패스. 너무 작아요.OTL

『다시 집을 순례하다』에 등장하는 집 중에서는,
- 안도 다다오의 집은 덥다는 말에 두 손 들었습니다. 그건 좀.; 하지만 작고도 아담하고, 겉은 현대적이라 전시용일 것 같아보이지만 속은 살아 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 임스 부부의 집이나 시 랜치는 눈으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시 랜치는 멋지지만 사는 집보다는 잠깐 머물다가 가는 집 같아 보이는군요. 펜션 같습니다. 다른 것보다 해변창(베이윈도)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햇살이 반짝반짝 드는 긴 의자에, 그 아래 깔린 융단. 거기서 해변을 내려다보며 뒹굴거리고 싶네요. 하지만 외관은 그리 취향에 안 맞습니다.;
- 피에르 샤로의 유리집, 루이스 바라간의 집, 안젤로 만자로티와 브루노 모라스티의 까사 그랑데는 패스.
- 키에르홀름의 집은 두 권 모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집 한 손에 듭니다. 월출이라는데서 휙 갔군요.
- 필립 존슨의 글라스 하우스는 .... .... 이건 직접 책을 보셔야 합니다.; 뭐라 말할 수 없네요. 물론 작은 집을 좋아하는 저는 이런 집을 지을 것 같진 않지만 이쯤 되면 건축도 하나의 놀이가 됩니다.(먼산)

적고보니 1권의 집이 더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도면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이 보기에 좋습니다. 도면을 보고 사진을 보며 실제 모습이 어떤지 왔다갔다 하는 것도 좋았고요. 이걸 보며 언젠가는 작고 아기자기하고 마음에 드는 그런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살고 싶은 집으로는 루이스 칸의 에시에릭 하우스랑 키에르홀름의 집, 르 코르비지에 어머니의 집을 꼽습니다. 다만 르 코르뷔지에의 집은 서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고, 에시에릭 하우스는 혼자 살기에는 조금 규모가 큽니다. 도면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청소라; 더욱 그렇네요. 설거지는 좋지만 청소는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키에르홀름의 집은 서가가 부족하고 집 크기도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크군요.

아마 제가 가진 자금을 생각하면 나중에 지을 집은 여기 등장한 집보다 훨씬 작을겁니다. 물론 아무리 작다한들 나중에 본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별방보다는 클겁니다.; 하지만 작아도 아늑하고, 원하는 건 거의 다 갖추고 있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런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읽고 나면 정말로 집을 짓고 싶어지는, 집을 부르는 그런 책이니까요. 아마 다음 책들까지 다 읽고 나면 도면을 슬슬 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집은 워낙 큰 물건이라 지름신이 쉬이 오시진 않겠지요. 하하. 대신 지름을 대비한 저축신이 오실 것 같으니..;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순례하다』, 정영희 옮김. 사이. 2011, 19500원
『다시 집을 순례하다』, 황용훈, 김종하 옮김. 사이, 2012, 2만원

첫비행님은 이미 보셨고, 빙고님과 아이쭈님은 보시고 나면 집을 지르시고 싶어지실테고(...), 티이타님은 아마 다른 눈(...)으로 이 책을 보실테고 ... -ㅁ-;


이광식, <시골에 집짓고 삽시다>, 브레인스토밍, 2008, 17000원

170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책. 사실 15000원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 이것저것 알기도 많이 알았으니 만족합니다.

역시 도서관에 신청해다 본 책입니다. 어쩌다가 눈에 들어왔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아마 교보문고 새책 안내를 보다 그랬을겁니다. 빌려가는 사람이 없어, 책이 들어오고 나서 며칠 뒤에 갔는데도 고이 모셔져 있군요.

부제는 '강화도 현장에서 생중계되는 '시골에 내 집짓기' 프로젝트'입니다.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다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글쓴이는 오래 전부터 서울 말고 교외쪽에 살만한 곳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원주택인거지요. 경기도 저편은 너무 멀고 해서 여기 저기 찾아다니다가 강화도 쪽에 마음에 드는 땅을 발견하고는 덥석 계약합니다. 용도는 대지였고, 팔기 위해 집 한 채를 지어둔 땅이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땅을 팔기 위해 대강 집을 지어둔 것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사는 동안 비가 새고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겨서 아내의 강력한 주장으로-본문에도 그리 나옵니다. 본인은 번거로운 것을 싫어해서 끝까지 미루고 싶었다고요;-집짓기를 시작합니다. 기존 집은 철거하고 그 자리에 2층 주택을 올리게 됩니다.

이야기는 집을 짓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집 짓는 과정 하나하나를 다 보여줍니다. 중간에 집짓는 것과 관련된 건축법, 건축 기술, 새로운 자재, 집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집짓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요. 날짜별로 진행되어 집 한 채가 다 올라가는데 걸린 기간은 90일-세 달이 채 안됩니다. 집을 철거하면서부터 세우기까지가 그정도이고 건축 설계 도면 등은 그 전에 작업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다 보고 나면 나도 강화도에 집 한 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필이면 강화도인가, 여기 소개된 일꾼들만 만나면 속 썩이지 않고 근사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보통 집을 짓다보면 설계도면의 변경 문제, 시공 문제, 건축 업체의 말썽, 건축 자제의 문제, 비용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잡음이 거의 없이 잘 올라갑니다. 글쓴이 본인이 집에 대한 큰 욕심 없이 짓자는 대로 간 것도 그 이유겠지만 인복도 상당했습니다. 와아. 다들 멋집니다.


언젠가 내 집을 짓겠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남의 집 짓는 일에 관여해야한다거나(부모님의 시골집이라든지) 하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집 짓기의 전체 과정이 차례대로 나와 있어 이해하기 좋습니다. 책이 조금 무겁고 판형이 큰 편이지만 활자가 큰데다 사진도 많고 훌훌 넘어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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