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주말에는 무리하지 않기.
엄, 근데 이미 운동까지 했고.; 내일 아침 운동만이라도 안하려고 했는데, 오늘 저녁에 먹은 아이스크림 때문에 하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감기 최대의 적이 피로라 하지 않았던가.ㄱ- 
 

2. 이번주의 퀘스트 진행 상황

2.1 은행 볼일: 완료. 모두 해치웠음. 생각보다 잔고가 적었다.

2.2 장보기: 완료. 달걀 두 팩, 우유 두 팩. 이거 들고 걸어왔다면 1에 큰 영향을 주었을텐데, 안 그러길 잘했지.

2.3 청소: 완료.

2.4 세탁: 진행중. 지금 돌리고 한 번 더 돌리면 끝.
그에 부산되는 기타 작업은 전부 완료. 만세.;ㅁ;


3. 간만에 반차를 내고(안 좋은 소리 좀 들었지만) 나와서 은행업무부터 시작해 기타 볼일을 모두 해치웠습니다. 물론 여전히 귀는 안 좋고 목은 잠긴데다 칼칼합니다. 허허허. 그래도 집안일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음식(실패작 예감=_=)까지 만들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건...

나, 결혼해도 이런 생활 하는 거 아냐?;
배우자가 도와주든 해주든 간에 퇴근은 내가 빠를테니(조출근 조퇴근) 청소기 돌리고 빨래 개고 정리하고 빨래 하고 널고 음식 만들고 설거지 하고 기타 등등을 나 혼자 하고는 씩씩 화내고 있겠지. 아.. 안봐도 훤하다.

그래서 결혼을 못합니다. 나 혼자 살면서 하는 거라면 차라리 낫지.ㄱ-



4. G는 엊그제 아는 사람 만나고 와서는 결혼생활에 대해 회의를 느낀 모양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100% 맞지 않아도 큰 건 대강 맞길래 결혼했더니, 왠지 상황이 안 좋다는 겁니다. 뭐랄까, 결혼했더니 (당연하지만) 말 더럽게 안듣고 고집센 애 데리고 사는 거에, 애 부모도 애를 너무 오냐오냐 하는데다 자기를 아무때나 쓸 수 있는 일꾼식으로 생각하더라는 거죠. 물론 이건 제가 G에게서 듣고 받은 감상이니, 실제랑은 약간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만....(먼산)
그 상황을 들어보니 안 그래도 없던 결혼생각이 더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저도 그 분이랑 비슷한 상황이라 선을 통해서 골라야 하거든요.-_-; 그렇다보니 남자보는 눈이 없는 저는 더더욱 자신이 없어서리..;


5. 음식 만들면서 뒷정리 하고 있다보니 묘한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음식 만들면서 바로바로 뒷정리를 합니다. 그러니까 양파를 썰고 나면-엄청 울었습니다T-T-음식물쓰레기는 바로 버리고 도마와 칼은 씻어서 건조대에 올려 놓습니다. 음식 재료를 하나씩 쓰고 나면 바로바로 설거지를 합니다. 보통 카레같이 오래 끓이는 음식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음식이 완성되기 전에는 이미 정리가 다 끝나지요. 설거지도 끝나고 정리도 끝나고 완성품(?)만 남습니다.
왜 이런 습관이 생긴건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묘한 생각이 떠오른겁니다.-_-a 모 만화 때문에 이런 습관이 생겼더라고요. 제목은 이미 잊었는데, 한창 밍크 등에서 유행하던 눈크고 동글동글하고 선 얇은-배경이나 섬세한 묘사는 별로 없는 순정만화 그림의 만화였지요. 시계소녀 티나였나, 그런 제목의 만화도 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만화가 나오기 전에 주인공 이름이 링고인, 음식 만화를 그렸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쫓기 위해 음식을 못하면서도 음식 프로그램의 MC로 지원합니다. 옆에서 도와주는 건 요리의 달인인 소꿉친구(男)고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친구는 링고를 좋아합니다. 끝에서도 이 둘이 이어지던데..
여튼 이 만화 중간에 요리할 때 뒷정리를 깨끗하게 해야한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새 머릿속에 그 강박관념(..)이 자리잡아, 음식 만들면서도 계속해서 정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끔은 그러다가 정리하는데 시간을 너무 써서 실수하기도 하더군요.-ㅁ-;


6. 3과 관련.
내일 도시락 싸야 한다는 녀석을 위해 쌀씻고 있는 나는... 아....ㄱ- 이러다 내일 밥까지 하겠다.


(이게 앵초라던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앵초하면 항상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세가지 수수께끼』가 떠오릅니다. 앵초를 처음 알았던게 그 소설이니까요.)

 
결혼 못하는 이유. 이 모든 것은 G 때문이야!(...)



부모님이 안 계시는 동안에는 G랑만 있다보니 충돌도 잦습니다. 물론 서로 속으로만 꾹꾹 눌러 삼키고 있을테지만, 저는 제가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G와의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로요.

그러니까 이런 것.
결혼생활도 독립해서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도 모두 공동생활입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동안 G와 지내는 것도 공동생활입니다. 형제니까 이런 경우는 비교적 집안일을 같이 나누게 되지요. 아직 고등학생일 때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 일은 반씩 나눴습니다. 설거지와 빨래는 제가, 청소와 밥하기는 G가. 이렇게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보니 G는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네요. 혼자 먹으면 설거지는 본인이 해야하는데 싱크대에 올려놓은 채 미뤄두고, 빨래는 여전히 제가 하며 청소도 종종 제가 합니다. 물론 제가 없을 때 빨래를 넌다든지 갠다든지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불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G는 2박 3일의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아침도 대강 해결하고 점심 때가 되어 집에 들어왔습니다. 어제 만들었던 카레를 주고 밥을 꺼내 데우고 해서 간단히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점심을 다 먹고 나니 배가 부른지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뭐하나 했더니 플래시 게임을 하네요. 게임에 열중해서 설거지 거리를 싱크대에 담가둘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후식을 먹으며(G는 안 먹겠다고 했음) 기다렸는데 안 움직입니다. 별 수 없이 다 들고 가서 설거지를 합니다.
출장을 다녀왔으니 빨랫감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더웠기 때문에 모두 다 빨아야 한다고 아까 그러더군요. 빨래를 내놓으라 했습니다. 외출중이신 부모님도 저녁 때 돌아오시면 세탁기를 돌릴테니 그 전에 빨래를 해서 널어 두어야 일이 쉽습니다.(하지만 G의 머릿속엔 이런 내용이 없나봅니다) 빨랫감을 내놓으라 했더니 알았다면서 여전히 컴퓨터 앞. 마음이 급한 제가 G의 캐리어를 열자 마음대로 자기 가방을 뒤진다며 불평합니다.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것을 꾹꾹 눌러참고 챙겨서 세탁기를 돌립니다. 다 돌아가기 전에 널어 놓은 빨래를 걷어 개고, 서랍에 넣어야죠.
청소기는 아까 오전에 다돌렸습니다.

평일에 부모님이 안 계신 경우엔 불만도가 더 올라갑니다. G보다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니, 퇴근한 뒤의 집안일은 제 차지입니다. G가 야근 빈도가 높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청소기도 제가 돌리고 빨래도 제가 하고 빨래 개는 것도, 집 정리하는 것도 제가 하고 나면 뿔이 솟습니다. 
G는 일주일에 세 번 도시락을 싸갑니다. 전날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주시고 그 다음날 집을 비우실 경우, 내놓은 도시락을 출근하기 전에 설거지하는 것도 접니다. 설거지 하지 않으면요? 그야, 그대로 내버려 두겠지요.-_- 어차피 어머니 안 계시면 도시락도 안 싸가니 말입니다.
(몇 번인가는 제가 싸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걸로 화가 나서 투덜거리면 내버려 두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집안일 할 것 놔두면 자기가 하겠다나요. 음, 50%만 믿습니다. 기억나면 하겠지만 안 나면 안 하겠지요. 물론 시켜두면 하겠지만..-_- 아침에 출근하기 전 집안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잖아요?


이게 만약 배우자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까지 생각하고 났더니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더랍니다. 어머니는 이걸 모르시지요. 저 혼자만을 위해서 집안일을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사람의 집안일까지 해줘야 한다는 건 싫습니다. G와의 경험상, 그리고 제 성격상 일 시키기보다 직접 하는 쪽이 마음 편하니까 일이 줄어들 것 같진 않더군요.





덧붙임.
... 토요일 낮부터 화가 치솟아서 가라앉힐 겸 썼는데 쓰다보니 열이 배로 나네요. 하하하.;ㅂ; 

덧붙임2.
살짝 도끼병이 있는지라..-ㅁ-; 하지만 최근 직장동료 셋에게서 결혼 관련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서로 연계가 없다면 없는 사람들인데. 미혼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아 그런가? 

오늘의 퀘스트 끝.

1. 세탁기 돌리고 빨래 걷고 개고 수납하고 널기.

2. 아침밥 해놓기.

3. 청소기 돌리기

4. 황사 끝난 것 확인하고 환기시키기.

5. 점심용 비스코티 제작.

6. 손빨래 하고 빨래 삶고 세탁기 돌리고 널기.

7. 택배 찾아오기.

8. 설거지 해놓기.


근데 멀티 태스킹을 하는 바람에 순서가 좀 꼬였지요. 게다가 밥물을 적게 잡아서 살짝 눌었더란...-ㅁ-;


이렇게 하고 있자니 직장 + 육아 + 집안일을 동시에 하는 분들이 원더우먼으로 보입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 영화볼 시간이 없다, **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 절대 빈말이 아니예요.
여름 이후에 바람 든 것이 아직도 빠지지 않아서 주말만 되면 어디 나가고 싶어 몸이 답니다. 하지만 감기 때문에 요 며칠은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닙니다. 이럴 때면 주말 일정을 줄이든지 해야하는데, 그냥 무시하고 열심히 놀러다닐 계획만 잡고 있습니다.

토요일도 아마 찬바람 팍팍 쐬면서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군요. 음, 걷기 운동 하고 있던 것을 실내 운동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들, 걷는 것보다야 덜 걸리니 그쪽으로 전환하는게 낫습니다. 아무리 많이해야 40분? 그정도면 뻗을 시간입니다.;

몇 주 전, 아니 몇 달전부터 주말에 한다고 벼르고 있는 일들이 몇 있습니다. 그나마 찻잎 정리는 하긴 했는데 아직 베란다의 전반적인 정리는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그쪽이 완전 제 창고가 되어 가고 있어서 정리를 해야합니다. 가장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테나 LD이지만 누가 뭐라 해도 그건 처리 못해요!
(보고 있노라면 왜 LD가 화질도 한참 떨어지는 CD에 밀려 추락했는지 알만합니다.)
주말에 우체국 소포박스를 몇 개 구해서 일본 소설들 중 한 번 보고 안보는 것들은 모아 쌓아 두어야 하고, 시간이 되면 고무줄 교체 작업도 해야하고. 아, 재봉틀 돌리던 것도 마져 돌려야 하는데 계속 미루고만 있습니다.

업무 쪽에 있어서는 하기 싫은 일은 먼저 하자라는 묘한 청개구리 심보가 작용해 하기 싫은 일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면 즉각 처리하게 되는데, 왜 집안일은 그게 안되는걸까요. 당장 오늘부터라도 그 심술보를 발휘해보렵니다. 오늘은 들어가면서 우체국 소포박스 두 개를 사들고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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