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라우드라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홍대 다니기 시작한 시점부터 알고 있던 카페인데, 꽤 오래 버티더니 어느 날 공사를 시작하더군요. 문 닫는 건가 싶어 아쉽게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는 카네야마 제면소라는 가게가 생겼습니다. 제면소라는 단어는 제일제면소보다 먼저 썼다고 기억합니다. 생긴지 좀 되었거든요.
오가면서 자주 보았는데 요즘엔 저녁을 챙겨먹는 일이 드물고, 홍대에서 밥 먹은 것도 꽤 오래전 일이라 안 가게 되더군요. 뭐, 외식 자체가 줄었으니 말입니다.(대신 간식은 늘었고...;...)

그러던 어느 날, 홍대에 나가는데 몸이 까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감기가 오려나 싶어 뭐라도 따끈할 걸 먹어야겠는데 뭐가 좋은지 감이 안 옵니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고, 그 짧은 시간 안에 밥을 먹고 돌아오려면 선택의 여지가 좁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양자택일 중 카네마야 제면소를 가보기로 합니다. 우동이 먹고 싶었는데 가미우동은 상수역에서 너무 멀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상수역에서는 걸어서 그리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물론 제 기준입니다.; 제 걸음은 상당히 빠르니까요.


홍대 정문 오른편으로 보이는 꽃집 옆에 아래로 내려가는 골목이 있습니다.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모퉁이에 바로 카네마야 제면소가 있습니다.


혼자라고 하니 1인석 자리로 안내하는데, 최근 가본 밥집 중에서 1인석이 있는 곳은 처음이라 신기했습니다.

종류는 단촐합니다. 따뜻한 우동은 4천원, 찬 우동(자루우동)은 6천원. 주먹밥, 새우튀김, 가라아게 등 곁들이는 음식도 있습니다. 맥주도 팔던데 먹다보니 확실히 맥주랑 잘 어울리겠다 싶습니다. 날이 서늘하면 좀 그렇지만요.;

메뉴를 보고 한참 고민하다가 따뜻한 우동에 가라아게를 시킵니다. 튀김보다 우동이 먼저 나오더군요.



굉장히 단촐하지요. 진한 우동 국물에, 파랑, 뭐라 부르는 지 잊은 튀김가루랑.-ㅁ-;
색이 진한 것이 관동식이라고 했나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어디선가 우동 국물 색을 놓고 싸움 벌이는 이야기도 본 것 같은데 말입니다.(아마 맛의 달인인듯..)

국물은 진하지만 짜진 않습니다. 제 입엔 간간하지만 이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네요. 면발도 말랑말랑 탱글하니 좋고요.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게 마음에 듭니다.-ㅠ-




하지만 가라아게는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도 그런게, 사진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라아게라고 하면 떠올리는 닭튀김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갈색이 진하게 났고, 한 입 베어물면 '내가 먹고 있는 것이 호프집 닭튀김인지 우동집 가라아게인지' 헷갈립니다. 아니, 하지만 맛있기 때문에 더 뭐라 할 수가 없습니다. 속 살은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며 육즙이 주르륵.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는데다가 적당히 간이 있어 소금을 더 찍지 않아고 그냥 먹어도 맛있을 정도란 말입니다. 당연히 맥주를 부르는 맛이지요. 평소에는 이런 생각 잘 안하는데 먹고 있는 동안 맥주랑 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가라아게라고 하는 일반 범주에서는 벗어나지만 닭튀김으로 놓고 보면 겉은 바삭하고 촉은 촉촉한 것이 참으로 맛있습니다.-ㅠ-

저 다섯 조각이 3천원인데 조각 크기도 작지 않은 편이라 만족합니다.




쓰고 있는 동안 스스로 염장글임을 깨닫고 눈물짓고 있습니다. 으, 뜨끈한 우동이랑 갓 튀겨낸 닭고기..;ㅠ;
다음엔 오랜만에 가미우동 가봐야겠습니다. 가면 치쿠와 튀김을 먹겠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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