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16일이지만 달은 더 예쁩니다. 하늘에 뜬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멍 때리고 있다보니 2011년 마지막 반달을 찍었던 사진이 떠올라 올립니다. 물론 제대로 찍힌 사진은 절대 아니군요.


대보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그렇게 달에 기원할 정도라면 확실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런 소원은 달에 빌지 않더라도 이루어질겁니다. 아니, 딱히 누구에게 빌지 않아도 자기가 바라고 있다면 이루겠지요. 문득 떠오른 소원이 옛날 옛적 중학교 때 빌었던 것이라 말입니다.

"컴퓨터가 가지고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데 그 때의 심정을 떠올리면 웃음은 커녕 서글픕니다. 절박했거든요. 정말로 컴퓨터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때 컴퓨터를 가졌더라면 아마 저는 지금 다니는 직장이 아니라 어쩌면 G가 다니는 곳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IT 업계 말입니다.; 그리고 G 같은 기획자랑 의기투합하거나 혹은 버럭버럭 화를 내며 대립하거나 하지 않았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사려고 했던 컴퓨터는 16비트였을 겁니다. 286도 아니고 16비트. 그렇게 옛날 옛적 일이었습니다. 그런 컴퓨터를 처음으로 가진 것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 때 집안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걸요. 그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떠올려 보면 경제 사정이 제일 안 좋을 때 였을 겁니다. 그 직후에 알게 되어 그 뒤에는 컴퓨터 사달라는 말을 못했던 것도 기억합니다. 현대 솔로몬이었나, 386 컴퓨터 광고를 보고는 스크랩 했던 것도 기억합니다. 그 때는 이런 저런 신문 광고와 기사를 많이도 잘라 모았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모았던 광고들의 상당수는 이뤘습니다. 어맛 무서워라.; 스크랩이나 To do 목록이나 굉장히 중요하군요.-ㅁ-/
 

올해의 소원은 단촐합니다. 음, 그러고 보니 돈을 안 빌었네요. 하지만 이건 반쯤 포기하고 있으니 그 두 가지만 꼭 이룰겁니다.+ㅅ+ 
1. 어제 퇴근하면서도 계속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막판에 결정. 토요일에 출근해서 업무 마무리 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일요일 밤에 가위에 눌릴 것 같더군요. 종종 그랬습니다.-_-; 그리고 그런 꿈은 꼭 사람 피폐하게 만들지.. 그러니 가위눌림하고 같은 수준이지...;
그래서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8시부터 쉬지 않고 움직여서 11시에 마무리 짓고 바로 퇴근. 으으으. 부장님들 회의중인데 바로 옆을 지나야해서 민망했지만 그래도 오늘 출근한게 어딥니까.(라고 위안중)
대신 어제 다리를 확인하고 그 얼룩덜룩함에 기겁했는데 내일은 업그레이드 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제 오늘 붙들고 있던 업무가, 말하자면 비품 배부를 위해 수량 맞춰 무더기 쌓아 놓기라.-_-; 그리고 비품 무게가 상당하죠. 그걸 저 혼자 들고 날랐으니; 그래도 월요일 출근은 상대적으로 마음 편히 할 수 있습니다. 어헝헝;


2.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는 원소 사러 도향촌에 들렀습니다. 작년에 얼마 주고 샀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한 상자 12000원이더군요.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경단 하나에 600원이라 생각하면 20개 담아 1만 2천원 하는 것이 맞지요,'ㅁ' 그렇게 계산하니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제이님이 3일부터 6일까지 판매라 하셔서 어제 저녁에 들러보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정월대보름 당일 포함해서 3일이니까 오늘 내일 모레까지만 판매하는 겁니다. 잔뜩 사오면 안될만한 이유는 무궁무진하니-공간부족 식이조절 자금부족-한 상자만 사다가 다섯 개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었는데 해먹고 나니 아쉽네요. 이 맛있는 걸 다시 또 기다려서 먹어야 한다니 말입니다. 자세한 조리법은 곧 올리겠습니다.+ㅠ+
(아, 근데 도향촌 일요일에 안 열지 않나요..?; 그럼 내일은 쉬지 않나?;)


3. 하지만 도향촌을 들렀다가 집에 와서는 뿔이 낫으니, 집에서 제일 늦게 나갔을 G가 청소기를 돌리지 않고 나가서 였습니다.ㄱ-; 그리하여....;
일단 짐 풀고, 창문 다 열고, 청소기 꺼내 놓고, 냉장고에서 점심거리 재료 꺼내고, 냄비를 가장 약한 불에 올려두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 거리 정리해서 치우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세수하고, 냄비 확인해서 조리 그 다음 단계, 그리고 다시 밥상 차리고, 설거지.
밥 먹기 시작했을 때는 한 시간이 지나 있었고...(먼산)


3. 음양사에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왠지 오늘 상황이 그걸 계속 떠올려서 말입니다. 물어볼까 말까 고민됩니다. 일단 참아봐야지. 넘겨 짚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먼산)


4. 이달은 왜 이리 용돈이 부족한 거지. 책을 사지도 않았는데 왜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ㅁ; 뭐, 식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보이는데...;ㅁ; 남은 날 동안 좀 자중해야겠습니다. 용돈 받으려면 아직 멀었어요! 평일에는 간식을 좀 많이 줄여야겠습니다. 주말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먼산)

정월대보름 전날인지 전전날인지에 구입한 월병. 월병은 달과 연관된 간식이니 추석(중추절)과 대보름이 대목이랍니다. 여튼 정월대보름 전후로만 판다는 원소를 덥석 들고 왔으니, 저 한 상자에 20개가 들어 있습니다. 앞에 있는 것은 십경월병과 호도수. 호도수는 차마 물을 부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차에 곁들여 과자로 먹었습니다.-ㅠ-




사진 초점이 날아가기도 했지만, 포장이 원래 저렇기도 합니다. 4×5 = 20. 반투명한 봉지에 하얀 경단이 나란히 들어 있습니다. 갓 사가지고 온 것인데도 만져보면 차가운데 냉동보관해서 그런 것 같더군요.




봉지를 열어보면 하얀 경간이 보입니다. 표면이 포슬포슬해보이는 것은 저게 찹쌀가루라 그렇고요. 반조리 상태이니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실온에 해동해서 끓는 물에 퐁당퐁당 집어 넣고 삶으면 됩니다. 사들고 와서 냉동고에 오래 넣어두어도 괜찮다 하고, 1년에 딱 사흘 파는 월병이라 그런지 그렇게 보관했다 먹는 사람도 많은가 봅니다. 오븐에 구워먹는 사람도 있다지만 삶아 먹으면 그건 사도!라고 외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삶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엔 냉동했던 걸 바로 꺼내 삶았더니 동동 뜨고도 한참 끓였는데도 속이 덜 익었더랍니다.(생협분들께는 그 점에 대해 사과를..OTL) 두 번째 시도에서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 실온에 한참 내놓고는 삶는 것도 더 한참 삶았습니다.



다 삶은 것을 내어놓으니 저렇군요. 아... 초성체 남발하고 싶어라. 이글루도 아니고 볼록볼록 튀어나온 저 자태라니. 왠지 망치로 윗부분을 두들기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생긴 것과 다르게 맛있습니다. 속은 흑지마수와 비슷하게 달달한 검은깨 앙금이 들어 있습니다. 겉의 경단은 간이 전혀 안되어 있는건지 맹한 맛인데 한 입 깨물어서 달달하고 고소하고 진한 속을 맛보면 순식간에 중화제(?)로 변합니다. 달달한 맛을 겉의 경단이 중화시키는 것이지요. 하나 둘 집어 먹다보면 접시엔 하나도 안 남아요. 그러니 다음에는 한 박스가 아니라 세 박스쯤 사야하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내년 대보름까지 한 달에 3천원씩 모아두면 그 쯤이야 가뿐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요. 훗.
그래도 식이조절 생각하면 한 박스로 만족해야겠지요.



덧붙임.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맙시다.-ㅁ-;

(원소 자체가 달달해서 의외로 무미에 가까웠습니다. 다음엔 쿠로미츠-흑설탕 시럽을 만들어 뿌려볼까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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