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세 마리는 한 집에 삽니다.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보고 있노라면 누가 엄마고 누가 아빠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외모도 보면 바로 알 정도로 다르게 해두셨더라고요. 실제 곰은 덜하겠지만 인간곰(?)은 그렇죠. 그리고 애기곰은 아빠를 빼닮았습니다. 이것도 아마 노리신 것 같아요..?

 

 

https://twitter.com/marananta/status/1634558578551054338?s=20

 

트위터에서 즐기는 Windstalker

“230311. 양은영 개인전 <곰세마리가 한 집에 있지> / 희수갤러리 (~03/22) #양은영 #곰세마리가한집에있지 #희수갤러리 인간미와 가족애가 느껴지던 작품들. 나도 충전이 필요해.”

twitter.com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넘어 들어온 이 전시회. 사진에 찍힌 우는 아기곰과 달려가는 슈퍼곰을 보고는 관심을 가졌습니다. 매우 귀여운데다, 아크릴로 추정되는 저 배경색조가 매우 제 취향이었습니다. 더불어 전시회 장소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인사동 동편 초입이니 진짜 멀지 않지요.

 

 

인사동 가 보신 분이라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2층에 있는 갤러리로 올라가려면 골목 안쪽으로 들어와 건물 옆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음. 나간김에 아름다운차박물관도 다녀올 걸 그랬나요. 아냐, 오늘 같은 날은 사람이 바글바글했을 겁니다. 게다가 나가면서 보조배터리를 안 챙긴 덕에 마음도 급했고요.

 

 

갤러리 뱅문객이 없어서 혼자서 신나게 구경하고, 사진 찍는 것도 허락받아서 신나게 찍었습니다. 다 찍어올까 하다가, 찾아보는 재미를 남겨두자며 일단 두었고요. 무엇보다 이 그림들도 실물이 더 멋집니다. 도록을 만든다고 해도 이 색들의 느낌은 못 따라올거예요.

 

 

 

그림들은 전시회 제목 그대로, 곰 세 마리가 한 집에서 생활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겠지요. 아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과 행복, 즐거움 등등이 그림 하나하나에 다 녹아 있는 걸요. 여러 그림들이 있었지만 저보다 앞서 온 방문객이 방명록을 겸하는 수첩에 적어놓은 걸 보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래요, 다들 공포영화가 참 재미있군요.

 

 

 

이 그림 제목이 공포영화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 공포영화. 아이가 있다면,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 키우기에 발가락이나마 담가봤다면 이 그림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겁니다.

 

 

 

그래도 이런 날들이 있으니까,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아이와 함께 쉬는(뻗는) 그 시간이 있으니 버틸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L을 두고, 종종 부장님과 수다 떨며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되고 돌이켜 보면 정말로 짧고 아쉽고 찰나같은 것 같다고요.

 

 

 

이 세상의 모든 양육자들에게, 이 그림을 바치며 마칩니다. 22일 수요일까지라 길지 않지만, 기회된다면 꼭! 꼭 가서 보세요. 정말로 한 점 사오고 싶었고, 기회가 된다면 .... 정말로 사고 싶다니까요.

국립국어원의 표기에 따르면. Tatsuya Tanaka(田中達也)는 타나카 타츠야가 아니라 다나카 다쓰야가 맞습니다. 표기법은 다나카 다쓰야라 적고, 읽기는 저렇게 읽는 거죠, 뭐. 표기와 읽기가 다르다니 일본어 표기법 참 싫다 싶....

 

https://twitter.com/tanaka_tatsuya

 

Tatsuya Tanaka 田中達也(@tanaka_tatsuya) 님 | 트위터

@tanaka_tatsuya 님 언뮤트하기 @tanaka_tatsuya 님 뮤트하기 팔로우 @tanaka_tatsuya 님 팔로우하기 팔로잉 @tanaka_tatsuya 님 팔로우 중 언팔로우 @tanaka_tatsuya 님 언팔로우하기 차단됨 @tanaka_tatsuya 님이 차단됨

twitter.com

 

트위터에서 자주 보았던 분입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고양이입니다.

 

https://twitter.com/tanaka_tatsuya/status/1436449406371385344?s=20

 

Tatsuya Tanaka 田中達也 on Twitter

“ネコロジーな農業”

twitter.com

먼저 본 건 이쪽이었는데, 검색하러 들어가보니 아래의 고양이도 있군요. (전시회에 없음!)

 

 

 

https://twitter.com/tanaka_tatsuya/status/1437898961596010500?s=20

 

Tatsuya Tanaka 田中達也 on Twitter

“ここがふんばりどころ”

twitter.com

(이쪽도 전시회에 없음!(2))

트위터의 사진보다 실물로 보는 쪽이 재미있습니다. 사진 참 재미있지만, 실물을 보고 나면 한참 웃습니다. 이런 유쾌한 전시회는 만나기 쉽지 않으니 볼 수 있을 때 가는 쪽이 좋습니다. 솔직히 말해 일본에서 하는 다른 전시회도 보고 싶지만 코로나19의 와중에는 무리죠. 한국에 와준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전시회는 흘려 들었다가, 최근에 D님이 다녀오신 후 후기를 올려 주셔서 덥석 물었습니다. 1월 9일까지라길래 휴가 당겨서 슬쩍 다녀왔는데, 당일치기로 서울 다녀오는 건 매우 체력이 달리는 일이었습니다. 다녀오고 나서 그 다음날까지 뻗어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잘 보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전시회가 더현대 서울이라고 착각하고 움직였습니다. 도착하고 나서야, 더현대 서울이 아니라 그 길 건너에 있는 IFC몰 L3(지하 3층)에 있는 갤러리라는 걸 검색해서 알았습니다. 어쩐지. 그 전 주에 가야겠다 마음 먹고 검색했을 때는 여의도 역에서 가라고 안내하더니만, 더현대 서울은 여의나루역에서 가라고 하더군요. IFC몰은 여의도 역에 조금 가깝고, 더현대 서울은 여의나루 역과 조금 가깝습니다. 어디까지나 조금. 둘 다 역에서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지하철 역에 연결되어 있긴 한 모양입니다만.... 지상으로 걸어갔기 때문에 모습니다.-ㅁ-a

 

 

오픈 시간은 11시. 정확하게 맞춰 들어갔고, 네이버 예약으로도 가능하지만 현장 결제도 가능합니다. 양쪽의 발권 줄을 다르게 만들었더군요. 저보다 먼저 들어간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일행이 있는 쪽은 아무래도 속도가 느리니, 저는 빨리 보고 휙휙 넘어갔습니다. 전시회에서 빠른 속도로 전체를 주파하는 인간이라 그렇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뭐래도 본 것 같지가 않아서요. 하하하하하.;ㅂ;

 

 

전시회 방문은 매우 오랜만이라 대강 챙겨 입고 나왔다가 후회했습니다. 아냐, 다음에는 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다른 것보다 핸드폰 배터리의 방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서, 다음에는 카메라를 하나 챙겨가지고 나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회는 핸드폰이 있으니 카톡하다가 사진 찍다가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카메라가 아니니 더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전 여행까지도 카메라와 함께 여행했다보니, 카메라 없이 다닌 최근 2년간이 외려 희한한 겁니다. 여행 다닐 일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엊그제 올린 글에도 적었지만 원래는 1월 9일이 전시 마지막이었지만, 2월 6일까지로 연장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럴 줄 알았으면 서둘러 올 필요가 없었다고 불평했지만, 전시를 보다보니 그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했습니다. 아마 다나카 타츠야(표기법 무시;)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여러 사진 봐도 그렇지만, 디테일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저 흔적은, 클립으로 판명되었다는 이야깁니다.

 

 

 

 

 

전시회에서 새롭게 붙인 제목은 '옥~수로 땄습니다'. 원제는 '콘~나니~'입니다. 언어 유희가 많기 때문에 말장난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즐겁게 보실테고, 그렇기 때문에 또 일본어를 아는 분께는 더더욱 재미있을 겁니다.

 

 

 

홋카이도의 "포테이토 대지". 감자과자가 땡기는 장면입니다. 아니, 감자과자보다 홋카이도가 더 땡기나요.

 

 

 

 

포키를 정성스럽게 칠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흡수가 매우 빠른 녀석이라는데, 그거 스포츠 만화의 클리셰아닙니까. 이러니 작품 설명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피식피식 웃게 되더군요. 작품 자체도 그렇지만, 그 설명이 유머러스해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품 쯤에서 "2월 6일까지 하니까 한 번 더 보러 올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일찍 왔다에서 한 번 더 보러 올 수 있다!로 바뀌었으니 그정도로 전시회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탐라의 뜨개팡인과, G와, 교토를 사랑하는 분들께 바치고 싶던 작품. 가을이로군요. 완연한 가을입니다.(...) 실제로도 교토의 가을이 모티브인 모양입니다. 설명이 그렇더군요. 가을빛으로 갈아입었다고요.

 

 

 

 

 

이 옆에는 옥수수 발사대가 있었습니다. 이건 발사 성공의 분위기고요. 앞에서 설명을 빼먹었는데, 전시실마다 주제가 있습니다. 이 액자가 걸려 있던 곳은 주제어가 Universe, 우주였고요.

 

 

 

하. 이 시리즈는 직접 보셔야 하는데. 천체관측 뿐만 아니라 달착륙이나, 반드시 돌아갈 거라는 그 ... 콘 위로 공(다마) 올리는 일본 놀이기구를 사용한 미니어처도 재미있습니다. 하. 다음에 갈 때도 사람 없을 때 가야할 건데, 밤에 가는게 나을까요. 흑흑흑.

 

 

 

이 외에도 대형 전시물이나 움직이는 모형열차와 서울역도 있습니다. 여유만 되면 저런 미니어처 모형 집에 두어도 귀엽겠다는 마음과, 먼지 털기가 쉽지 않다는 마음이 충돌하는데...

 

 

 

대형 포스터는 무리지만 저기 보이는 작은 유리판넬 정도는 집에 둘 수 있지 않을까요. 가격은 유리가 더 비쌉니다. 장당 7만5천원이니까요. 하지만 집에 가볍게 두고 관리하기에는 유리가, 그 아래의 큰 포스터보다 낫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빈약한-진짜로! 재정관리 문제로 경색중!-통장을 바라보며 하나 쯤 들여도 될 것인가, 언제쯤 가서 사올 것인가, 그래서 다음 방문은 언제인가 고민중입니다. 아마 구정 전에, 밤 시간 이용해서 한 번 다녀오지 않을까 싶군요. 다행히 1월은 재택 일정이 더 많으니 아마도, 상대적으로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겁니다.

 

 

아, 노파심에 다시 말씀드리지만, 트위터 계정에 올라와서 소개했던 저 두 고양님들은 이번 전시회에는 액자도 실물도 안 왔습니다. 흑흑흑.ㅠ_ㅠ

 

체력이 방전될 정도로 돌아다닌 건 오랜만입니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미친짓이었군요. 빨리 다녀올 생각이었다고는 해도, 나가서 돌아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는 건, 다시 말해 물이든 커피든 간식이든 뭐든 전혀 먹지 않았다는 겁니다. 공복으로 나가서 마스크 안 벗고 공복으로 돌아오니, 막판에는 진짜 머리가 반쯤 멍한 상태가 되더군요. 돌아와서는 폭식했습니다. 흑흑흑.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냐 물으신다면, 호기롭게! 라고 답하겠습니다. 호기가 만용이란 걸 계산하지 못했던 겁니다.

 

 

더현대 서울과 이웃한 IFC몰 지하 3층(L3)에서 하는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의 전시는 원래 1월 9일까지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가보고 알았지요. 2월 6일까지로 전시 연장이랍니다. 들어가기 직전에 공지를 보고는 허탈했는데, 돌아나오고 보니 오, 한 번 더 올 수 있다!는 마음이 되더군요. 입장료 1만 5천원을 또 내고서도 다시 보고 싶은 전시란 겁니다.

 

오픈시간에 맞춰 움직인 덕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혼자서 신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라 가능했지요. 일행이 있었다면 더 정신없고 시끄럽지 않았을까요. 의외로 전시회 보러 온 사람들이 많더랍니다.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는 건 상품 구입 때문입니다. 2월 6일까지 자금 사정이 풀리면, 기념 삼아서 하나쯤 구입해볼까 싶기도 하고요. 보면서 사진으로 두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전시품은 캔버스에 출력했고, 그 액자 안에도 사진 속 주인공들이 서 있는 등의 장치가 있습니다. 그쪽도 참 귀엽더라고요. 판매하는 쪽은, 구입한다면 포스터 말고 유리쪽으로 할 생각입니다. 코닝 유리를 사용했다더니 색감이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유리판으로 구입해도 좋은데, 개당 7.5만이군요. 그 외 다른 상품은 마스킹테이프나 가방, 엽서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도록도 작은 것과 큰 것으로 나눠 판매중이고요. 도록은 확실히 구입해볼만 합니다. 이쪽도 조금 고민 중이고요.

 

 

작품의 제목이나 설명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하고, 일본어를 알고 있는 쪽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몇몇 작품은 한국어 제목을 딱 맞게 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없는 작품은 일본어 제목을 읽고서야 그 중의성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지요....

 

 

 

작품 중에서 가장 큰 건 서울역이었지만, 이쪽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역은 아이들이 좋아할테고, 이쪽은 어른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테고요.

뭔가 보이십니까. 저 다다미 위에, 아주 작은 소년이 있습니다. 쓸쓸한 농로를 걸어가는 아이. 딱 그런 느낌이더라고요.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동질감이겠지요. 하하하하하. (먼산) 그렇습니다, 시골 출신이면 더 강렬하게 느낄 겁니다.

 

 

더 자세한 사진은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오늘은 피곤하게 돌아다닌데다 돌아와서는 폭식했더니 벌써부터 졸리네요.ㅠ 조금 많이 이르지만 안녕히 주무세요!

지난 토요일, 당일치기로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여행 가기전 올 여름휴가 계획 이야기하다 당일치기 전시회 관람 일정이 있다 하자, 동료들이 '우동 먹으러 일본 여행 간다는 사람 같아!'라고 웃더라고요. 저야 우동이 아니라 커피 마시러 일본 가는 사람입니다만. 커피하고 케이크가 일본 여행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분위기 안 좋은 상태에서 가다보니 소비는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당일치기였기 때문에 숙박비고 뭐고 전혀 없고, 가기 전에 생각한 건 괜찮은 커피전문점 한 곳 다녀오겠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여행 얼마 전에는 왕복 5시간 넘는 출장과 뒤이은 이동 때문에 체력이 확 떨어져, 원래 가려던 기타야마 커피점은 포기하고 전시회장에서 걸어갈 수 있는 다른 커피점을 다녀왔습니다.

 

 

간략 후기만 적는 것은 저보다 먼저 여행 가실 분들에게 정보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7월 중순부터 시작한 전시회과 9월 중순 경에 끝나기 때문에 저처럼 당일치기든 뭐든 전시회 보러 가실 분들이 있을 겁니다. 앞서 무하의 슬라브서사시 전시회는 두 번 가고 싶다고 울부짖을 정도로 좋았지만, 그 때문인지 이번 전시회는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전시회 소식은 트위터에서 접했습니다.

https://bijutsutecho.com/magazine/news/exhibition/18937

 

250点を超える充実のラインナップ。ミュシャの没後80年を記念する展覧会「みんなのミュシャ」展が渋谷で開催|MAGAZINE

2019年はアルフォンス・ミュシャの没後80年となる節目の年。これに際して、東京・渋谷のBunkamuraザ・ミュージアムで、時代を超えて愛されるミュシャの秘密を紐解く展覧会「み…

bijutsutecho.com

올해가 알폰스 무하(뮈샤)의 사후 80년인줄 몰랐습니다. 하여간 도쿄 시부야의 분카무라 더 뮤지엄Bunkamura the musium에서 알폰스 무하의 그림과, 무하의 영향을 받은 만화가들을 다룬다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구체적인 전시회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みんなのミュシャ ミュシャからマンガへ  ―― 線の魔術
会期:2019年7月13日~9月29日
会場:Bunkamura ザ・ミュージアム(渋谷・東急本店横)
住所:東京都渋谷区道玄坂2-24-1
電話番号:03-5777-8600
開館時間:10:00~18:00(金土〜21:00) ※入館は閉館の30分前まで
休館日:7月16日、7月30日、9月10日
料金:一般 1600円 / 大学・高校生 1000円 / 中学生以下 700円


모두의 무하 : 무하에서 만화에 - 선의 마술
기간:2019.7.13.~9.29
장소:분카무라 더 뮤지엄(시부야 도큐본점옆)
주소 : 京都渋谷区道玄坂2-24-1
전화번호:03-5777-8600
개관시간:10:00~18:00(금, 토~21:00) ※입장은 폐관 30분 전까지.
휴관:7.16, 7.30, 9.10
입장료:일반 1600円 / 대학생, 고등학생 1000円 / 중학생이하 700円



 

분카무라의 위치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방문했던 시부야의 빵집 비론Viron 근처이기도 하고, 예전에 종종 다녔던 시부야의 대형 서점인 Book First 근처이기도 합니다.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위치는 압니다. 찾기는 상당히 쉬웠으나.... 들어 가보니 사람이 상당히 많더군요. 하기야 토요일이니까요. 다들 줄 서서 조용히 둘러보는 분위기인데, 보는 속도가 빠른 저는 답답하더랍니다. 제가 관람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지만, 평소 제 속도였다면 더 빨랐을 겁니다. 마음에 드는 것과 아닌 것의 편차가 컸습니다.

 

 

(지하1층의 분카무라 더 뮤지엄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앞, 포스터)

 

 

전시회는 알폰스 무하의 이력을 소개하고 여러 사진자료와 그걸 바탕으로 한 스케치, 그리고 여러 포스터를 보여줍니다. 다만 천장이 낮은 편이고 좁다고 느낍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가람미술관과 크게 차이나지 않나봅니다. 예전에 무하 전시회를 한가람미술관에서 보고는 두 번 다시 거기서 하는 전시회는 안가는데 말입니다.... 제 취향은 국립중앙박물관쪽이더군요. 그림 자체보다는 기물이 취향이라 그럴 겁니다. 이전의 The Beautiful - 탐미주의 전시회 때도 모리 미술관과 미츠비시이치고칸미술관을 비교해보고는 박물이 많은 후자를 더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 근데 지금 보니 이거 미츠비시야...OTL

 

 

(전시회 출구 쪽의 대형 포스터)

 

 

어쨌건. 포스터도 많이 나왔지만 무하재단에서 공개하는 포스터 색감과 실물의 색감, 화집의 색감은 서로 다릅니다. 이전에도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포스터쪽은 그냥 지나쳤고, 몇 점 안되는 유화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못 들어올 전시라고 생각했고요. 아니, 지난번 대규모 무하 전시회 때 아예 만화와의 연계를 포인트로 잡은 건 한국이었지요. 한국이 먼저 무하와, 무하의 영향을 받은 (만화)작가들을 소개했더랬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 전시가 뒷북인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1.이미 많이 봤다.

무하 전시회는 이번이 세 번째? 아마 그럴 겁니다. 처음에는 멋졌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습니다. 포스터보다는 사진이나 유화쪽이 훨씬 더 취향입니다. 거기에 그 당시 분위기인지 여성 나체와 누드화가 많다는 것도 취향은 아니더랍니다. 아, 그래도 포스터에서 그런 분위기가 묻어나는 건 아닙니다. 사진이건 그림이건 모두 다 철저하게 피사체예요. 사진의 모델과 그린 그림을 비교하면 그림쪽이 훨씬 미화되었다는 건 부인 못하지만요.

 

2.코믹스는 취향 아냐.

마블이건 DC건 그쪽은 그리 취향이 아닙니다. 네 번째 방이었나. 앞의 세 곳은 사진 촬영이 안되고 네 번째는 촬영 가능, 그리고 그 다음의 '무하에게 영향 받은 영미권 작가들' 그림과 표지들이나 그 다음의 일본 전시는 모두 사진 촬영이 안됩니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은 거기뿐이고요. 도록을 보면 나오지만.. 어쨌건 그쪽의 영미권 코믹스 그림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쪽 전시는 가능한 빨리 넘어갔습니다. 다른 관람객도 거기서는 속도가 빨랐던 기억이. 일단 구도나 그림은 무하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색채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매우 현란합니다.

 

3.영향은 받았는데 작품이 작고 적습니다.

무하의 아르누보 포스터 영향을 받은 만화나 스케치는 매우 많습니다. 그 중 일부를 골라 전시했다고는 하는데, 마블쪽과는 달리 '일반적인 그림'을 골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판권문제도 얽혔을 테지만 작품의 수나 작가의 수가 기대보다 적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그림들이기는 하나 아쉽습니다.

 

 

 

 

 

4.아는 작가들이 적어!

이전에 한국 전시회 때도 무하와 아르누보의 영향을 이야기한다면 이 작가는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한 작가들이 여럿 있었더랬습니다. 없었지요. 그래서 안 간 것도 있습니다. 이번의 도쿄 전시회도 그렇습니다. 마법기사 레이어스가 나오지 않았으니 무하의 영향력 이야기는 필요 없...........

 

 

하기야 그거 원화가 있을지도 의문이긴 합니다만, 아니면 하이스쿨 오러버스터의 작가나, 최소 애니메이션 고식GOSICK은 나왔어야 했습니다. 아래 오프닝을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상품들 중 복제원화 일부. 가격이 41000엔 가량입니다.)

 

작가 명단은 천천히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이건 전체적인 간략 소개...라고 보시면 되고요. 모르는 작가와 아는 작가가 반반 있는 중에서 하츠 아키코의 그림은 정말 반가웠습니다. 크흑. 이 그림 때문에 왔다고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거기에 로도스도 전기의 디드리트 스케치도 좋고요. 다만 전시 그림 중 일부는 아예 복제원화라더군요. B님에게 이야기 하니 원화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더랍니다. 그러니까 원화가 출판사에서 분실되었다거나. 그런 일은 종종 발생하지요.

 

 

 

 

 

엽서도 전부 다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만 있습니다. 일부만. 작가 한 명당 4~5점 가량 나왔는데, 일견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기야 오디오 안내를 들었다면 또 감상이 달랐을지 모릅니다만.

 

 

슬라브서사시 때의 감동과는 다르게 이번 전시회는 그냥 저냥이었습니다. 입장료 1600엔은 도록을 구입하기 위한 과정 정도로 생각하지요. 도록은 세금 안 붙고 2400엔입니다.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지는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다녀왔습니다. 코엑스 B홀에서 열리고요. B홀보다는 대서양홀이 더 익숙하긴 합니다만.. 이름 바뀐지도 꽤 되었지요.


여름에 다녀온 사람들이 꽤 재미있었다는 후기를 트위터에서 보기도 해서 고민하다가 겨울 페어는 미리 예약하고 다녀왔습니다. 네이버와 인터파크인가로 예매 가능하고, 이 다음 전시는 내년 여름에 있습니다.



가기로 확정한 것은 '해리포터의 마법학교가 한국에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몇 번 그림을 그린 적 있는 모님이 올린 호랑이 그림에 홀딱 반해서입니다. 그 엽서를 살겸 겸사겸사 둘러보자며 다녀왔습니다. 예정보다 조금 늦어서 10시 넘어 도착했는데, 다행히 줄은 없었습니다. 도착시각이 대략 10시 20분. 그 뒤에 약속이 12시에 있었기 때문에 1시간 이내로 둘러보겠다며 서둘렀습니다.


만, 한 시간 안 걸리더군요. 하하하.; 뭐, 사진 촬영 거의 안하고 후다닥 돌기도 했으니까요. 마음에 드는 것만 몇 집어 들었습니다.




아주 간단히 페어 분위기를 전하자면 코믹의 일러스트레이션 버전 같습니다. 2차 창작이나 개인 창작, 회지 중심인 코믹과는 달리 이쪽은 창작 그림과 약간의 2차 창작, 그리고 고양이와 개와 아예 서사형 그림(?)으로 상당히 그림이 갈립니다. 코믹 분위기도 많이 느꼈지만 시대의 흐름을 느꼈습니다. 카카오계좌를 놓고 그 자리에서 즉시 계좌이체 받는 분들도 많더군요. 이야아아. 카드 결제보다는 이게 더 간편할 수도 있습니다. 수수료도 없으니까요.

생각 못했던 것은 아닌데, 아침에 서둘러 나오다가 OTP를 안 챙겨서 그냥 현금으로 구입했습니다.






제일 많은 돈을 쓴 가지님 부스. 가능하면 얼굴 사진 안 올리려 노력한..=ㅁ=

저 호작일월도들은 큰 그림으로 판매하면 구매할 의사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큰 그림 구매 여부를 좀 고민하던 부스가 여럿 있었으니, 여름에 갈 때는 고려해서 갈 생각입니다.







입장 당시에는 부스 안내지도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비닐봉지가 있었는데, 나올 때쯤-그러니까 11시쯤에는 이미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나중에 보충하지 않았을까 생각은 합니다.







사진 촬영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위에 올린 다섯 장의 엽서를 한 부스에서 구입했고요. 두 사람의 합동 부스였는데, 왼쪽의 셋이 한 사람, 오른쪽의 흑백 둘이 한 사람입니다. 왼쪽의 펭귄 시리즈는 그림이 매우 취향이라 큰 그림도 구입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내려 놓았습니다. 큰 그림 가격도 아주 높지는 않았는데 걸 곳이 있느냐는 단순한 질문에서 반려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위화감이 들었던 밀리터리 그림 부스. 아 역시, 러시아가 아니라 소비에트연방, 소련이 프로파간다는 참 멋집니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지요. 영국 함장님과 독일 누님(!)과 2차 대전의 소련 등등. 솔직히 보면서 『엔젤윙스』를 잠시 떠올렸습니다. 하기야 양쪽이 아주 멀리 있지는 않지요.







가끔 트위터에서 그림을 보았나...? 싶습니다. 여튼 저 고양이가 매우 매우 귀여워서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방문의 메인이었던 호작도외 기타 등등. 구입 당시에 "전부 다 한 장씩 주세요!"를 시전해보았습니다. 음훗훗. 하지만 전부는 아니고, 십이지문자의 큰 엽서는 뺐습니다. 크기 차이만 있고 그림 자체는 같았거든요. 그리하여 종류별로 하나씩 다. 호작 일월도와 호작도와 근하신년의 황금돼지. 가운데의 무뚝뚝한 그림 둘은 위가 압생트, 아래가 수태고지입니다. 수태고지는 사진 촬영의 미스로 검게 찍혔지만 그 부분이 원래는 금박입니다. 황금돼지도 저 땡땡이가 다 금박이었고요. 압생트는 검게 찍힌 술이 녹박입니다. 압생트니까요.



신나게 구입하고 나서는 이걸 어떻게 할거냐는 단순한 의문이 듭니다만, 신나게 보고서 보고 난 뒤에는 엽서의 용도대로 쓰면 됩니다.'ㅂ' 원래 그런거예요.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눈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력이 나쁘고 난시와 근시가 함께 있지만 특별히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는데, 피로할 때는 종종 주변 사람들이 지적하는 눈의 이상상태가 오긴 합니다. 겨울에 검진 받을까 말까 고민만 하고 미루다보니 벌써 겨울이네요. 언제 검진 받으러 가야한다고 말로만 그러네요. 하여간 전시 들어가서와 나오고 나서, 분노의 트윗을 올렸습니다. 눈 나쁜 사람에게는 매우매우매우 좋지 않은 전시라고요. 게다가 조명 때문에도 작품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트위터에도 올렸습니다만, 그리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고요. 전시회 관련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작품 수는 전체 41쌍입니다.

노아의 방주에서 따온 전시로, 미술 전시로 유명한 작가와 반 클리프 앤 아펠이 손을 잡고 기획한 전시랍니다. 일단 DDP 어디서 전시회를 하는지를 몰라서 한참 헤매다가 간신히 A2라고 듣고는 찾아갔습니다. 전시회장 앞에서는 사전 예약줄과 현장 예약줄로 나누어 기다리는데, 사전예약자는 그 수가 매우 적더군요.

하지만 입장 구분은 없습니다. 사전예약한 사람들이 먼저 들어가지만, 안에 들어가서는 잠시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는 전시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갈 때는 순서 없이 자유롭게 들어갑니다.


빛과 소리를 사용한 전시라는 이야기는 입장 전의 설명에서 나왔는데 들어가기 전부터 알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폭풍우 속을 의미하는 듯, 전시공간 밖에 있는 동안에도 간간히 천둥 번개가 있습니다. 일단 입구로 들어가면 굉장히 어두운 속에 간간히 천둥 소리가 들리고, 그 안에 에어즈록(...)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게 방주겠지요. 방주 안을 들어가면 이런 모양인데..





방주 안쪽에 전시공간이 있고 그 안에 매립형 공간이 있어 작품을 배치했더랍니다.





방주 안에 들어갈 때는 몸을 숙이고 아주 작은 통로를 통해 들어갑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읽은 것이 하도 오래 전 이야기지만 드문드문 기억은 나는군요.


방주 안은 앞서 사진처럼 환하고 밝습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그 환하고 밝은 것이 모두 LED 조명입니다. 벽과 천장까지 모두 LED조명이더군요. 그렇다보니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매우 피로합니다. 게다가 매립형의 전시작품들은 정육면체에 가까운 상자 안에 있고, 조명은 상자의 천장부분 앞에서 비추기 때문에 지나치게 보석이 반짝입니다.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더군요. 만약 지난 여름에 교토 전시장을 안봤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전 전시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이번 전시는 조명이 최대 난관이었습니다. 내가 보러 온 것은 방주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의 동물들인데 왜 이모양인거니...





화아아안하게 날아갑니다. 하하하하. ISO라도 조절하고 찍을 걸 그랬나요. 하지만 그럴 정신도 없었지요. 정말로 QR코드로 볼 수 있다는 그 정보가 정확할 지경입니다. 하하하..(먼산)




멍멍이들.





양과,





고양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부 한 쌍입니다. 방주에는 암수 한 쌍을 집어 넣었다고 하니까요. 유전 풀은 어쩌냐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해오라기일까요.





이쪽은 물총새.





막판에 있던 비둘기. 비둘기가 물고 온 것이 올리브 가지였다고 기억하는데 처음에는 뭘 물고 왔더라..?





후투티일까요. 음.




사진만 봐도 짐작하시겠지만 조명에 대한 불만이 매우 많았습니다. 전시장 둘러보는데 15~20분쯤 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사전예약할 때 왜 15분 단위로 끊었나 했더니 실제 관람 시간도 그정도입니다. 제가 빨리 보는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오래 있고 싶지 않더군요. 나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 눈이 시렸습니다. 하하하.


정리하면,

1.전시 공간의 벽면 패널이 LED로, 눈을 매우 피로하게 만들었다.

2.동물 쌍들을 전시한 매립형 전시 공간도 조명 문제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큽니다.


나이 먹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실지도 모르니, 일단은 가보세요. 예약만 하면 무료이기도 하니 보고 오신 뒤 감상 부탁드립니다.(먼산)

발단은 C님. 제 탐라에 올려주신 분이 바로 C님입니다....


미쓰비시이치고칸 미술관 계정에 다음 전시회 예고가 올라왔습니다.

https://twitter.com/ichigokan_PR/status/980729691358113792


일정: 2018. 6. 28 ~ 9. 17

장소: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


제목이 「ショーメ 時空を超える宝飾芸術の世界 ―1780年パリに始まるエスプリ」. 해석하면 '쇼메 시공을 넘어선 보석장식예술의 세계 - 1780년 파리에서 시작한 에스프리'쯤 됩니다. 날림 해석이지만 대강 그런 이미지고요. 쇼메라고 하면 나폴레옹이 단골이어서 그 때부터 뜨기 시작한 보석상입니다. 반 클리프 아펠보다 선배격입니다. 비싼 걸로도 유명하지요. 물론 그냥 비싼 것은 아니고 보면 왜 비싼지 절로 알 수 있습니다. 하여간 그 전시회를 일본에서 한다면 꽤 볼만할 거고, 그것도 미쓰비시이치고칸이라면 꽤 기대할만 합니다. 공간 구조가 재미있어서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거든요.

...

이미 낚였고.OTL


아직 구체적인 전시회 일정이 올라오지 않아 기다리는 중입니다. 입장료는 사전권이 1500엔, 당일권이 1700엔입니다. 그냥 당일권 구입해서 가도 되고, 두 번째 수요일 오후 5시 이후는 여성우대로 입장료가 1천엔인 모양입니다. 사람 많이 몰릴테니 그 때 피해서 가야겠지요.


트윗을 보면 홈페이지도 이제 막 생긴 모양입니다. http://mimt.jp/chaumet/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 공개 전시작을 보면 이렇습니다.




나폴레옹 초상화(유화)도 올라오는 모양이고. 그렇다면 조세핀도 가능성은 있겠네요. 아니면 유제니 황후라든지.




굉장히 화려한데. 음. 솔직히 취향은 반 클리프 아펠 쪽이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실물 보면 참 좋겠지요. 한국에 올지 안 올지 모르니 가서 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니, 까르티에도 왔는데 쇼메는 가능성이 없으려나요?


추가 공고들 보고서 고민은 하겠지만 당일치기 가능성도 낮진 않습니다. 일단 자금은 열심히 모아 두고..OTL

세관에서 질문 받았을 때 답했던 것처럼 이번 여행의 목적은 전시회 방문이었지요. 솔직히 하쓰 아키코 쪽은 덤이고 나리타 미나코가 메인이었습니다. 하쓰 아키코의 자선 전시회는 공간이 좁아서 자세히 구경하기 쉽지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멀어 망설이던 중이었습니다.

나리타 미나코의 전시회는 긴자쪽이라 돌아다니기도 좋고, 무엇보다 원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하쓰 아키코의 원화는 이전에 한 번 본 적 있었지요.(링크) 본격적으로 전시회 관람 다니기 전의 일이었지만, 아마도 이게 지옥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나봅니다. 자물쇠를 연 셈이고, 문을 활짝 열어 젖힌 것은 탐미주의전과 라파엘전파, 그리고 작년의 반 클리프 아펠 전시회였지요.(먼산)



숙소에다가 짐을 두고 가방까지 가볍게 해둔 뒤에는 슬쩍 검색해봅니다. 자, 숙소와 전시회장인 Span Art 갤러리(홈페이지)까지는 얼마?

구글 검색으로 찾아보면 걸어서 14분입니다.-ㅁ-; 숙소를 일부러 긴자 주변에 잡았지만 굉장히 가깝더군요. 아니, 애초에 그 역들이 모두 거기서 거기 사이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쓰키지, 긴자, 유락쵸 등등 말입니다. 신바시나 도쿄역도 어거지로 넣으면 주변이라 우길 수 있습니다. 우긴다고 썼지만 몸이 정상은 아니었던 이번 여행에서도 긴자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는 건 자주 했습니다.




전시회 공간은 매우 작습니다.






화랑 앞에는 이렇게 커다란 화환이 와 있습니다. 백천사=하쿠센샤 편집부에서 보낸 화환이군요.





메인 포스터의 그림은 첫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매번 발음을 틀려서.-ㅁ-; 하여간 저는 이 다음 작인 CIPHER부터 보았습니다.




전시회장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전시회 직전, 코믹 나탈리에서 올린 기사를 보면 압니다.

https://natalie.mu/comic/news/269027





(코믹나탈리 사진)

위의 기사 링크에서 들고 왔습니다.

전시회장 전체의 사진을 올려 놓았고, 제가 마음에 들어 했던 여러 그림을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전체 전시 작품은 41점이라는군요. 화업 40주년 기념이라 40장,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제가 제일 기대했던 그림은 없었습니다. 내츄럴의 일러스트 중 하나로, 좌대신 우대신으로 분한 사이몬과 미카엘의 투샷입니다.





엽서로는 있었는데, 맨 위에 올라 있는 엽서 중 맨 오른쪽 겁니다. 원화가 궁금했는데 없더군요.





(코믹 나탈리의 사진)

앞서도 몇 번이고 올린 이 그림은 사이퍼와 시바-제이크 랭과 로이 랭의 투샷입니다. 사이퍼 연재 중 가장 그림에 물이 올랐을 때이기도 하고, 저 분위기 자체가 남국의 휴가와도 같은 분위기라 집에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구입을 망설였지만 결국 내려 놓았습니다.






(코믹 나탈리의 사진)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위의 그림은 크기가 커서 복제 원화 가격도 높습니다. 세전 7만엔. 세금 추가하면 75600엔인가 그럴 겁니다. 그림을 주문하면 두 달 뒤에 출판사에서 보내준다는데, 실제 그림 자체는 종이더군요. 도화지는 아니고, 하여간 그림용 종이. 스태프는 인쇄용지라고 말했던가..=ㅁ=;

하여간 그런 종이입니다. 액자나 캔버스 스타일은 아니고요. 하여간 부피가 어떻게 해도 클 겁니다. 골판지를 앞 뒤에 대서 포장한다고 하면 당연히 커지겠지요. 그러면 배송대행지로 받더라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배송비도 문제고 관세도 문제입니다. 150달러 초과분은 20% 세금.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대략 계산해봐도 가격이 100만원입니다.



자아. 크기가 크다지만 그림 한 장에 100만원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가능합니다. 허리띠를 꽉꽉 졸라매고 식생활을 바닥으로 내려보내면 분명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그림이 100만원의 가치를 하느냐 묻는다면, 글세요.


가격의 장벽은 첫 번째지만 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장벽은 저 그림의 정체입니다. 복제원화. 원화는 아니고 복제원화. 그리고 첫날 끙끙대고 고민한 뒤 둘째날 갔을 때 '안사도 되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이건 둘째날 아니라 셋째날의 사진. 이날은 화환이 빠져서 그 뒤에 있던 그림이 보입니다. 맨 위는 유리창에 붙은 포스터와 동일하지만 그 아래는 CIPHER의 시바, 그리고 그 아래는 최신작이자 연재작인 꽃보다도 꽃처럼의 노리토입니다.





(코믹 나탈리의 사진)

둘째날 가서 한참을 고민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안 사도 되는 이유를 발견했고, 셋째날에는 다시 한 번 보고는 확정적으로 포기를 했습니다. 샘플로 나온 것은 위 그림 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림, 국화 사이의 노 가면과 그 앞의 노리토 그림입니다.

복제원화와 위의 그림을 열심히 비교해보니, 노리토의 얼굴 부분이 무너졌습니다. 선이 더 진하고 굵습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사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더군요.(먼산)


만약 전시회의 그림 그대로를 받을 수 있다면 100만원이더라도 구입했을 겁니다. 배송대행지 통해서, 세관 통해서 구입했겠지요. 하지만 같은 그림이라 하기 어렵고, 얼굴 부분에서 열화판 혹은 그림이 뭉개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니 복제원화를 구입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작가 사인이 있다고는 해도 이 그림을 집에 걸어 놓고 싶었던 거잖아요. 하하하하.;ㅂ;




그리하여 2박 3일의 일정 동안 날마다 갤러리를 방문하며 고민하고, 배송관련한 질문까지 하고는 미련을 떨치고 10년 뒤-50주년 기념 전시회를 기약하며 돌아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적다보니 전시회 자체는 어땠냐는 감상을 빼먹었네요. 두말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세 번 가서 볼만 합니다. 전시회 입장 비용이 없긴 했지만 열심히 물건을 샀고요, 작가 사인이 들어간 작은 캔버스 그림도 사왔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그림은.. 으으으으음. 진짜 고행의 길입니다. 특히 알렉산드라이트의 레바인이 찍었던 화보 그림은, 소품으로 등장한 목걸이를 보고 있노라니 한숨만 나오더랍니다. 이야아....



하여간 어떤 그림이건 간에 실물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진짜 50주년 기념 때는 그림 살지도 몰라요...=ㅁ=



그 다음의 이야기는 짤막짤막하게 다음 편에...'ㅂ';

하츠 아키코 또는 하쓰 아키코. 국립국어원 표기법에 따르면 후자가 맞지만 한국 번역서는 초기에 전자로 등록되었습니다. 하츠네 미쿠냐 하쓰네 미쿠냐의 문제와도 같군요. 한국에 맨 처음 번역된 것은 시공사에서 나온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입니다. 나중에 다양한 단편집도 나왔지만 첫 책은 이것일 거고요, 중요한 건 원제와 번역제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원제는 배경이 되는 작은 골동품점 이름에서 유래한 『우유당물어(雨柳堂物語)』입니다. 원제 그대로 『우유당 이야기』로 나와도 괜찮을 건데, 아마 그 당시의 출판 흐름이 저런 제목이었나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가와고에는 참으로 멀었습니다. 하네다 공항에서 10시 넘어 출발했으나 카페에 도착한 것은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카페 오픈 시각은 11시였나, 그랬으니 손님들이 1차로 빠질 즈음이었지요. M님과는 아슬아슬하게 엇갈렸습니다.'ㅂ'




헤이조라는 이름의 이 갤러리 겸 카페는 작습니다. 작은 공간의 벽면에 그림을 걸고, 출입구 왼쪽편 벽면에 책상을 배치에 여러 상품들을 올려 놓았더군요. 이모저모 고민했지만 짐은 더이상 늘리면 안되니 구입은 참았습니다.






가까이서 찍는 것은 안되지만 멀리서 찍는 건 가능합니다. 아아. 역시, 빌헬름님은 참으로 늠름하십니다.

하지만 솔직히 불편했던 게, 카페 공간은 좁고 사람은 가득 차 있으니 그림을 느긋하게 보기 어렵더군요. 한 번 훑어 보는 정도로 끝났습니다.





나중에 B님과 전시회의 그림 이야기를 하다가 들었지만, 하쓰 아키코의 채색화는 컬러잉크일거랍니다. 나리타 미나코는 마카일 것이고요. 실제 색을 재현하는 것은 컬러잉크가 훨씬 더 까다롭고-그래서 이전에 가나자와 전시회에 갔을 때 같은 '개구리 공주님'의 그림을 놓고 원화와 화집의 인쇄 그림과, 그 그림을 쓴 일본의 단행본 표지, 한국의 단행본 표지가 모두 색이 달랐던 것도 그 때문일 거라고요. 차라리 마카는 인쇄로도 재현이 쉽답니다. 클램프의 채색이 인기 있었던 것도 아마 그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음식 주문은 그보다 뒤에 했습니다. 이미 재료가 다 떨어져 안되는 음식이 몇 있었기에 고민하다가 키리탄포나베를 주문합니다. 감기에 걸려 있어 뜨끈한 국물이 땡겼고, 기왕이면 밥종류가 좋아 닭고기덮밥을 주문하려 했더니 재료가 떨어져서 주문불가. 크흑. 슬펐습니다.






이것이 기본 세팅. 앞서 나오는 것은 따끈한 차입니다. 오른쪽 상단은 채소절임.






작은 국자와 젓가락. 그리고 냄비가 통째로 나옵니다.






미나리와 우엉 등이 들어 있어 채소가 많은데다 뜨끈한 국물. 그리고 고기는 껍질이 붙은 닭고기에 키리탄포도 여럿 들어 있습니다.





키리탄포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경험으로 충분하고 다음에는 안 먹어도 되겠다는 교훈. 식감도 그렇고 맛도 썩 취향이 아닙니다. 먹으면서 내내, 닭고기덮밥이 눈 앞에 아른 거렸지만 뭐...=ㅁ= 빨리 오지 못해 어쩔 수 없었고요. 하하하하.




느긋하게 비워내고, 감기약을 먹고, 그러고 구글님에 의지해 다시 역으로 돌아갑니다. 가와고에 역으로 돌아가서 시부야에서 한 번 환승하고 신토미쵸에서 하차, 걸어갑니다. 가능하면 환승 적게하고 덜 걷는 길로 가려 했지만 츠키지 쪽에 있는 숙소까지 가려니 환승 안 할 수는 없더군요.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역은 두 번 이상 환승을 해야해서 조금 걷는 쪽으로 골랐습니다.


걸으면서 깨달았지만 긴자 주변은 보도가 매우 좋습니다. 캐리어 끌고 다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더군요. 나중에 귀국해서 집까지 올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릅니다. 캐리어를 끌기 좋다는 것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괜찮은 곳에서 내려서 편하게 걷는다 생각하며 설렁설렁 걸어갑니다.






처음 걷는 길이라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데 저 멀리 신기한 양식의 건물이 보입니다. 확실히. 저는 도쿄의 서쪽보다 동쪽이 훨씬 좋은가봅니다.'ㅂ'



숙소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이번 숙소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연, 전시에 넣을지 만화, 애니에 넣을지 고민하다가 일단 만화로 보고 넣습니다.


한국 번역작으로 『CIPHER』, 『알렉산드라이트』, 『NATURAL』, 『꽃보다도 꽃처럼』이 있는 만화가 나리타 미나코가 이번에 화업 40주년을 맞았습니다. 라라도 40주년이었으니 얼추 비슷하군요. 그 기념 기획이 뭔가 나오겠다 싶었지만 라라 전시회만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 기획이 올라왔습니다.


원 출처는 하쿠센샤(白泉社)의 成田美名子画業40周年記念企画(링크) 사이트고 코믹나탈리의 기사(링크)에서 확인했습니다.



기획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노 공연입니다. 첨부한 사진에 나오듯, 2018년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花花能라는 제목으로 작품에 등장했고 사카키바라 노리토가 참여한 여러 공연들을 세 번에 나눠 진행합니다. 첫 날은 종료 후 다과회가 있고 두 번째 날은 작가가 참여하는 대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SS석과 S석에는 기념품이 증정되며 첫 날은 부채, 둘째 날은 포스트카드 세트, 셋째 날은 보자기(手ぬぐい)입니다.


두 번째는 원화전시회입니다. 2월 10일부터 20일까지 긴자의 화랑 スパンアートギャラリー에서 원화 전시회를 하며, 전시된 작품 전 종의 복제원화를 구입할 수 있답니다.



두 기획을 본 모임의 멤버들. 2월에 안가겠다고 마음 접었던 분들까지 TAKE MY MONEY!를 외치며 항공권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곧 그 행렬에 참가합니다.



다만. 전시 시기가 한국의 설 연휴와 평창올림픽 피겨시즌과 맞물립니다. 그러니 항공권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중이라 다들 가격 각오는 하셔야 할 겁니다. 노 공연은 반쯤 포기중. 일단 언제 갈지, 코스를 어떻게 잡을지 결정하고 숙소도 잡아야지요.

전시회의 공식 명칭은 '技を極める—ヴァン クリーフ&アーペル  ハイジュエリーと日本の工芸'로 영어로는 'Mastery of an Art: Van Cleef & Arpels − High Jewelry and Japanese Crafts'라고 합니다. 해석하면 기술을 극복하다 - 반 클리프 & 아펠 - 하이 쥬얼리 & 일본 공예'쯤 됩니다. 일본어의 技を極める를 Masterfy of an Art라고 한 걸 보면-아차! 사진 로고에서 an 빼먹었다!-기술의 극의로 해석해도 무난해보입니다. 제목 그대로, 전시회를 보다보면 막판에는 보석이 아니라 기술이 보입니다. artisan이라고 하면 장인, 공예 등을 이야기 하던데 이건 단순한 기술을 넘어 그 자체가 예술이 되는, 예술이 될 수 밖에 없는 기술을 보여주더군요.





한자로는 교토국립근대미술관인데 구글에서 검색하면 한국어로 교토국립현대미술관으로 번역됩니다. 근대와 현대의 차이는 엄청난데 어느 쪽이 맞을까요.

버스로 가면 한참 돌아 갈 것이 분명해서 지하철로 움직였습니다. 교토의 지하철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다행히 크게(...)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나갈 때는 어떻게 갈지 몰라서 일단 큰 길을 따라 죽 걷다가 교토시미술관 방향으로 꺾어 올라갔습니다. 사진의 두 경로 중에서 아래쪽 경로로 간 셈입니다. 나중에 역으로 돌아올 때는 시라카와를 따라 걸었습니다.





교토박물관하고 위치를 헷갈려 갈 준비를 하던 당시에 약간의 삽질을 했던 터라 가면서도 여기가 맞나 계속 의심했는데, 지하철 역을 나서자마자 이런 광고판이 있고, 걷다보니 계속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8월 6일 종료. 끝나기 전에 보러 왔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 쓰죠.






헤이안진구와 같은 공간에 있다보니 빨간 도리이가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들어가자 마자 오른편에 있고요.




들어가면서는 바쁘게 입장했던 터라 다른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음. 일본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더니 이번 여행에서는 의사소통 문제가 조금 많이 발생하더군요. 하하하;ㅂ;


아래는 간단하게 감상을 적어봅니다. 음.. 일일이 작품을 검색해서 사진이 있으면 올려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라고 우겨보지요.=ㅁ=







전시는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입장하자 마자 보이는 반 클리프 아펠의 유명 주얼리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일본의 공예와 함께 놓은 반 클리프 아펠, 그 뒤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옆의 영상 상영 공간, 맨 끝의 공방 재현 공간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맨 앞은 작품 번호 1부터 80까지를 나무 테이블에 나란히 늘어 놓아서 차례로 관람하면서 보는 것이고, 그 다음은 몇 가지를 묶어서 전시해서 4~6작품씩을 일본 공예품과 함께 확인하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개별 작품을 봅니다. 즉 나란히 늘어서 여러 개를 보았다가, 그 수가 줄었다가, 그 다음에는 개별 작품을 찬찬히 보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관람 자유도는 뒤로 갈 수록 증가하는 셈이지요. 맨 마지막 공간은 태블릿 PC 같은 도구를 통해 작품을 더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화면을 작동해서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흰 공간이라 넓어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물품 판매소로 나가기 직전 뒤를 돌아 찍은 사진입니다. 가장 먼 곳에 있는 것이 공방 도구를 모아 놓은 곳이고요. 이 공간은 사진 촬영이 자유롭기 때문에 열심히 찍었습니다.





발레 시리즈에 대한 언급은 오디오 가이드에도 있더군요. 아참. 잊고 있었는데 입구에서 나눠주는 오디오 가이드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가 제공됩니다. 한국어 가이드도 있어서 덥석 받아 들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전시장부터 감상을 적어봅니다.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찾았지만 출처가 대부분 반 클리프 아펠 홈페이지입니다. 아닌 것도 몇 장 있긴 하군요.


나무 테이블에 각 작품을 전시하고 아크릴 케이스로 밀봉했습니다. 가까이서 볼 수 있기는 하나 테이블을 확실하게 고정하지 않아서 그런지 작품이 흔들리더군요. 사람들이 줄서서 돌아가며 보는데 다들 테이블을 짚고, 만지더라고요. 그 때마다 진동이 발생하니 안에 걸어 놓은 목걸이나 팔찌 등이 흔들립니다. 직원들이 테이블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제지를 하지 않았고, 사람이 많다보니 '천천히 구경하지 마시고 조금 빨리 앞으로 나가달라'고만 하더군요. 이것 참, 뭐라 해야 하나. 하하하하.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전시회 관람 연령이 대체적으로 높습니다. 어린 학생들도 있지만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더군요. 그 옆에서 관련 강연을 하고 넘어와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떤 분은 반 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반지를 끼고 왔던 것이 뇌리에 남았습니다.(...)


1 전시장에는 80번까지의 작품이 있으며 전부 반 클리프 아펠입니다. 알함브라 공작석 목걸이(58번)도 왔는데 알함브라는 이것 하나만 있더군요. 나머지는 거의가 주문 제작형 '작품'에 가깝더랍니다.

여기의 작품들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옵니다. 보고 있노라면 멋지다, 예쁘다라는 감상과 동시에, 저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고 다니나, 하고 다니면 목과 어깨와 손목에 담이 들 것 같다는 망상이 옵니다. 그리고 점차 보석 자체보다는 그 공예 기술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초반의 여러 작품들은 보석 자체도 큼직한 것이 많습니다.

1번은 막달라마리아의 초상 펜던트인데 아주 자세히 보면 묘하게 금이 가 있습니다. 그거 공예입니다. 그 작고 작은, 유화의 균열 같은 그 금들은 모자이크의 실제 조각입니다. 반 클리프 아펠이 개발했다는 모자이크 기법이라더군요. 맨 마지막 방에 나오는 펜던트도 그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한 것인데 보고 있노라면 보석보다 저런 곡면에 모자이크 기법을 적용한 것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보석은 뒷전. 그 가공 기술의 찬란함에 넋을 잃지요....






1 전시장의 그리폰도 그렇고, 다른 전시장의 작품에도 종종 산호를 사용한 것이 보입니다. 분홍색의 산호인데 색이 그래서인지 저는 볼 때마다 연어가 생각나더군요. 그것도 기름진 연어. 색이 연어 색이라 더더욱 그런 모양입니다...... 그 덕분에 그리폰도 용맹하고 씩씩하게 보이는게 아니라 기름져 보이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홈페이지에도 소개된 새장은 생각보다 크더군요. 게다가 새는 통째로 옥을 깎았던 데다 바닥은 바다를 표현하는데 그 푸른 물결을 라피스라줄리를 통으로 박아 넣었습니다. 마노 등등까지 통으로 사용하다보니 가격을 넘어서 해탈하게 되더군요. 이야아. 가격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거기에 쥬얼리를 보고 있으니 여기에 맞출 드레스는 어때야 하나 싶습니다. 아니, 애초에 보석들이 백인의 피부에서 돋보이게 보이겠다 싶더군요. 유색인종-특히 황인종에게는 안 어울리겠다 싶은 보석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뭐, 프랑스 회사니까 당연하겠지요. 그 당시 주 고객들은 백인이었을 것이니 말입니다. 드레스까지 맞추더라도 이 보석들을 하고 있으면 사람이 안 보이고 쥬얼리만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fade out.....

터키석을 많이 쓴 점도 그런데, 터키석은 아무래도 흰 피부에서 돋보일 것 같단 말이죠. 으으음. 하기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푸른 보석을 많이 쓰다보니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ㅅ' 아, 달나라로 가다(77)도 참 예뻤어요. 제 취향이었습니다.




달세계에 가다도 실물이 훨씬 예쁩니다. 사진이 못 따라가네요. 실물은 월면의 저 푸른색과 황금색이 동시에... 셋다 온 것은 아니고 맨 왼쪽만 왔습니다.







1 전시장 마지막인 80번입니다. 속도를 지켜가며 가느라 막판에 좀 건성건성 보았는데... 승천하는 용 같은 분위기죠. 저 수정-이 아니라 에메랄드 원석이 굉장히 눈이 가더랍니다. 역시 무거워서 목에 걸기는 참...; 게다가 진주가 저렇게 많으면 땀 같은 건 흘리지 않거나 땀 흘릴 일이 없을 경우에만 착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전시장보다는 3 전시장의 작품이 훨씬 취향이었습니다. 음.. 솔직히 말해서 일본 공예 작품은 보아도 본 기억이 없어요. 특히 가장 대표작으로 밀었던 것이 공작 병풍인데, 마지막의 상품판매장에서 클리어파일이랑 엽서를 보고서 이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나!라고 뒤늦게 알았습니다. 안 보였어요. 보석만 보고 있다보니 안 보였어요. 병풍이다보니 벽면에 있었을 건데, 벽면까지 눈이 안갔습니다. 이럴 수가...=ㅁ=

그럼에도 2 전시장 초반의 공예품들은 섞여 있어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몇몇은 설명을 보고서야 반 클리프 아펠 것이 아니라 일본 공예품인 걸 알았을 정도니까요. 그걸 감안하면 애초에 프로젝트 준비 단계부터 균형을 맞춰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반 클리프 아펠에서 각 미술관(박물관)의 기획안을 받아 들고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제공하겠다고 하고 그 뒤에 전시 기획에 들어간 건지는 모르지만 초반부터 공예품 염두를 두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건 3전시장. 각 보석의 미묘한 색 차를 이용해 그라데이션 드레스를 표현했습니다. 제목을 보면 달색 드레스라는데 정말 그래요. 달세계에 가다와도 어울립니다.



260번. 여우원숭이 클립.





245번 앵무새. 가장 마음에 드는 동물 clip을 고르라면 이겁니다. 2011년 작이고 ... 저 아래의 꽃까지 포함해서 정말 예쁩니다. 하나만 고르라면 이걸 고를 겁니다.(링크)



3 전시장 중 최근 몇 년간의 작품 시리즈인 동물 클립류는 초기의 모자이크 작품을 넘어서더군요. 모자이크는 굵은 것을 쓰는 것보다는 잔잔한 보석으로 색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예쁘니 그런가봅니다. 그렇다보니 공예 기술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고요. 특히 보석 색의 그라데이션으로 나타낸 앵무새의 털색 등은 기술의 극의로 달한 예술이 뭔지 자체로 이야기 합니다..... 죽기 전에 하나쯤 장만하고 싶지만 저거, 웬만한 서울 집 한채 가격 쯤 되지 않을까요.ㄱ- 죽기 전에 집을 장만하는 것이 빠를지 반 클리프 아펠 동물 시리즈를 하나 장만하는 것이 빠를지. 아니,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요.....




하여간 신나게 눈호강 했습니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체적으로 제가 좋다고 고른 것들은 미스테리어스 모자이크 기법을 쓴 작품입니다. 보석이 많이 들어가거나 큰 것보다 이 쪽이 취향이더군요. 근데 대체적으로 큰 이런 작품은 착용 어떻게 하나요.






일단 전시회 구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두 권 도록의 주인분들하고 진지하게 대화해보면 되겠지요. 음.. 솔직히 이런 것 하나 있으면 집쯤음! 이라는 망상이 들긴 합니다만..=ㅁ= 어디까지나 망상은 亡想이니까요. 핫핫핫.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와 작품 목록이 둘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다른 분들 옆구리 퍽퍽 찔러 가는 건데 말입니다. 7월까지 내내 바빠서 갈 엄두를 못냈지요. 다른 두 분도 그렇고. 언젠가는 교토 말고 도쿄에도 찾아와주지 않을까 생각하니 그 때를 기약해봅니다. 그 때까지 열심히 항공권 비용부터 저축하렵니다.+ㅅ+

슬라브 서사시, 혹은 슬라브 에픽은 알폰스 무하가 민족주의적 정신을 담아 그린 연작 그림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무하재단(Mucha Foundation)의 홈페이지에 있으니 참고하시고..(링크)

이 그림들은 외국으로 단체 외출한 적이 거의 없던 모양인데 이번에 도쿄에서 무하 전시회를 하면서 처음으로 전체가 나들이를 했습니다. 체코에서는 1월쯤 이 연작이 일본으로 멀리 나가는 것에 대해 그림 파손 등의 문제 제기가 일었고 그 때문에 소송도 일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알폰스 무하의 손자인 존 무하가, 그림 보존과 관련된 기존 계약(이었나)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송했는데, 그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2월 말에 도착했습니다.






전시회 준비 풍경은 무하전 트위터 정보와 유튜브 계정에 올라와 있습니다. 사람과 비교해 보면 그림 크기가 대강 짐작이 가지요. 저 영상 보고서도 감을 못잡고 있다가 직접 그림을 목도하고는... 하하하하.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만.





롯폰기역에서 걸어가면 정문으로 들어갑니다. 건물 보고는 감탄했고요. 들어가면서 보이는 정원도 참 멋진게, 나중에 봄날, 사람 많지 않을 때 가고 싶더랍니다. 평일에 가고 싶지만 그건 무리죠. 전시회 하는 기간이 6월 초까지인데 그 사이에 한 번 더 갈 수 있을지는 정말로 미지수입니다. 허허.





티켓은 슬라브 서사시 중 하나입니다. 저 그림 제목은 '슬라브식 제례의 도입(Introduction of the Slavonic Liturgy in Great Moravia)'. 번역 제목은 일본어 중역입니다.(...)






1층에는 저렇게 카페도 있고. 아, 2층에도 있습니다. 사람이 많아 들어갈 정신이 없지만, 하여간. 2층 2E실이 전시실입니다.







전시회 도면은 대강 이렇고요. 번호 순서대로 배치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린 연도 순인가 하고 지금 찾아봐도 제각각입니다. 이건 나중에 화집 해석(...)하면서 확인하겠습니다.ㅠ_ㅠ




아래의 슬라브 서사시 그림들은 무하재단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습니다.

http://www.muchafoundation.org/gallery/themes/theme/slav-epic


큰 그림은 저장이 안되니 그냥 홈페이지 가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ㅁ-





'The Slav Epic' cycle No.1: The Slavs in Their Original Homeland (1912).

가장 많이 본 그림입니다. 무하전 포스터 그림이기도 하고 도록 표지도 이 그림 일부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이 그림이 가장 먼저 보이는데 헉 소리만 납니다. 정말로 헉.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그림이기도 한게, 저 푸른 색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앞에 서 있으면 주눅들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The Slav Epic' cycle No.2: The Celebration of Svantovít (1912)

스반토비트제. 일본에서 본 제목에는 뒤에 조금 더 붙어 있습니다. 루야나(Rujana)에서의 스반토비트제라는 거였는데 슬라브의 신들이 강림한다는 내용의 그림이랍니다.

이 그림 보면서 감탄하다가 재료가 뭔가 했는데  Egg Tempera랍니다. 근데 캔버스에. 맨 위의 영상에도 나오지만 보면 캔버스에 구멍이 뚫려 있어 거기에 줄을 넣어 당깁니다. 당연히 구멍은 그냥 뚫은게 아니라 펀치링 같은 것이 있습니다.





'The Slav Epic' cycle No.3: Introduction of the Slavonic Liturgy in Great Moravia (1912)

슬라브식 제례의 도입. 청년들이 훤칠하게 잘 생겼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자각했고요. 슬라브인이죠. 러시아가 대표적인 슬라브계. 따라서 러시아의 그 미모가 그대로 그림에 살아 있습니다. 흠흠흠.

얼핏 성경 그림 같아 보이기도 하는게 강림하는 신들의 복장이 동방박사 느낌이 있어서요.





'The Slav Epic' cycle No.4: Tsar Simeon I of Bulgaria (1923)

불가리아 황제 시메온 1세. 파스텔톤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그림이 그랬듯이 빛을 굉장히 잘 씁니다. 그러니까 빛에 따른 그림자 정도, 음영 정도의 표현이 굉장히 섬세합니다. 게다가 옷의 그림 질감이 진짜 같고요. '천이 흔들리며 빛에 반짝 거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감상을 적었군요.






'The Slav Epic' cycle No.5: King Přemysl Otakar II of Bohemia (1924)

보헤미아 왕의 그림입니다. 붉은 톤의 그림인데 동화책 삽화의 확대판.(...) 보고 있노라면 슬라브 서사시의 느낌은 어렸을 때 본 여러 동화책의 삽화를 연상시킵니다. 이 그림도 빛과 어둠의 미묘한 경계를 멋있게 표현했고요.







'The Slav Epic' cycle No.6: The Coronation of Serbian Tsar Štěpán Dušan (1926)

동로마 황제로 대관하는 세르비아 황제 스테판 도산. 이러면 황제가 제일 크게 나와야 할 것 같은데 황제는 저 멀리에 보이고 그 축하행렬이 중심입니다.





'The Slav Epic' cycle No.7: Milíč of Kroměříž (1916)

읽을 수가 없어요... 크로메츠?의 얀 미리체. 이 그림은 멀리서 봐야 잘 보입니다. 다른 그림도 워낙 크다보니 가까이서 보면 부분만 보이는데 멀리서 보면 가운데 빛이 들어가 그 부분만 환하게 보입니다. 그런 극적 효과를 많이 쓰더군요.





'The Slav Epic' cycle No.8: Master Jan Hus Preaching at the Bethlehem Chapel: Truth Prevails (1916)

얀 후스. 이름은 들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이 성당 묘사도 굉장히 멋집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이 굉장히 ㅡ큽니다. 610×810. 그렇다보니 이것도 박력이 엄청나고요. 역시 이것도 옷주름의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The Slav Epic' cycle No.9: The Meeting at Křížky (1916)

회의 준비중. 가장 그림책 삽화 같다 생각했습니다. 깃발과 저 나무의 묘사 때문일거예요. 7번 그림과 9번, 10번 그림은 세트라고 합니다.





'The Slav Epic' cycle No.10: After the Battle of Grunewald (1924)

그루네발트 전투 후. 전쟁 직전이나 전쟁 후의 참혹한 모습을 다룬 그림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발칸반도-그 화약고에 슬라브 민족이 많았고 필연적으로 전쟁에도 자주 휘말렸을 테니까요.

작은 그림으로도 보이시겠지만 한쪽에는 시체, 다른 쪽에는 울부짖는 유족들이 있습니다. 그림도 전체적으로 회색조이고 어둡고요.





'The Slav Epic' cycle No.11: After the Battle of Vítkov (1916)

이것도 전투 후. 맨 앞의 넋 놓은 유가족이 인상적이라 써 놓았습니다.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성직자 같은데.. 이런 때는 종교가 도움이 될까요. 신에게 기원한다 해도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죽은 사람은 되살릴 수 없는 것을.






'The Slav Epic' cycle No.12: Petr of Chelčice

이것도 또 전쟁. 하기야 한국사도 주요 연표 뽑으면 다 전쟁이죠...? 전쟁 그림은 오래 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가족의 모습을 그린 것이 굉장히 실감나서 감정이 이입되거든요.







'The Slav Epic' cycle No.13: The Hussite King Jiří z Podĕbrad (1923)

후스의 왕 누구... ... 아니, 못 읽겠다니까요.ㅠ_ㅠ 스테인드 글라스는 아니지만 장미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마도 추기경. 빨강 법복에 하얀 케이프 조합이니까요. 리슐리외 추기경의 복장으로 익히 배워 알고 있는...? 거기에 장미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서지면 옷자락은 사박사박.

그림으로 보는데 그렇습니다.






'The Slav Epic' cycle No.14: The Defence of Sziget by Nikola Zrinski (1914)

또 전쟁. 이번에는 방어전입니다. 대 투르크 방어전이라는데 그림이 매우 붉습니다. 첫 번째 그림과 대조될 정도고요. 그쪽이 밤과 어둠이면 이건 불과 전쟁. 이쪽은 풍전등화의 느낌이 강합니다. 솔직히 슬라브 연작들은 그림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전체를 보아야겠더군요.





'The Slav Epic' cycle No.15: The Printing of the Bible of Kralice in Ivančice (1914)

전체 시리즈에서 드물게 녹색 톤입니다. 가장 평화롭고 평온한 그림이고요. 이반키체(?)의 형제단학교. .. 라고 번역제목은 되어 있던데 영어 제목은 또 다르군요. 봄날의 학교라고 부제를 붙여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다만 여성이 그림 속에 없는 건 아닌데 학생들은 다 남자입니다. 다들 잘생겨서 눈요기가 됩니다.(...)




이 그림은 사진 촬영 가능한 전시실에 있어서 찍었습니다. 대강 이런 느낌. 작은 그림으로 보는 거랑은 또 다르죠.






'The Slav Epic' cycle No.16: Jan Amos Komenský (1918)

이것도 회색조입니다. 10번과 12번, 이 그림의 톤이 비슷하게 느껴지더군요. 그 세 그림 앞에 있다보면 없던 우을증도 생길 판입니다. 허허허. 그만큼 그림의 몰입도가 높아요.






'The Slav Epic' cycle No.17: The Holy Mount Athos (1926)

성 아토스 산의 모습이라는데 성모마리아 교회 안에 성인들, 그리고 그 아래 인간들이 있는 모습입니다. ... 근데 저 이 그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반지의 제왕이었습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거예요.






'The Slav Epic' cycle No.18: The Oath of Omladina under the Slavic Linden Tree (1926)

그렇게 말은 해도 뒤쪽은 그림이 밝습니다. 이쪽은 슬라브 보리수 아래에서 볼이는 회의. 그림 상단부의 여신 그림은 무하의 다른 그림에서 익히 보이는 얼굴입니다. 익숙한요. 그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는데 그림 분위기도 밝고 색조도 노랑인데다 꽃도 많습니다. 화사한 그림.





바쿠스의 연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다들 손잡고 신나게 만세를 부르는 느낌.






'The Slav Epic cycle' No.19: The Abolition of Serfdom in Russia (1914)

이건 러시아가 배경입니다. 러시아의 농노제 폐찌. 눈덮인 붉은 광장 앞, 크레믈린 궁을 뒤로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광장의 눈들이 밟혀 눌린 모습도 그림으로 그려두었으니, 참 대단할 따름입니다. 허허허. 이 그림도 전체 그림 중 기억에 남을 정도의 그림이고요.





이것도 찍었는데, 앞에 있는 검은 건 다 사람입니다. 그림 속 존재들 아닙...(...)

눈보라에 가려진 궁의 모습이 실감납니다. 분명 동화책 삽화 같은데도 배경이나 옷자락의 섬세한 표현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요.





'The Slav Epic' cycle No.20: The Apotheosis of the Slavs, Slavs for Humanity (1926) (1926)

드디어 마지막. 환희의 송가라고 해도 이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이 슬라브 민족의 찬가랍니다. 민족 자결이 주제라는데. 그래도 저 하단에 보면 아직 고통 받는 이들이 있는게 보입니다. 중심부에 있는 존재는 FATHER SLAV라고 해도 이상치 않을 존재고요...?






크게 보면 이렇습니다. 이 그림도 상당히 크죠. 다양한 색조가 들어갔는데 좋아하는 쪽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번의 파란 그림, 녹색 분위기의 학교 그림, 농노해방을 주제로 한 흰색 그림. 이 셋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기왕이면 가운데의 소파에 앉아 넋 놓고 그림을 보고 싶지만 사람이 많아서 무리입니다. 아예 아침 일찍 오픈시간에 맞춰 가면 좋을 건데 그럴려면 다시 가야하고. 항공권을 부담할 자금이 없습니다. 하하하. 이래 놓고 또 홀랑 갈지도 몰라요?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는데 그나마 적어 놓은 것이 있어 다행입니다.


그 뒤의 전시회 감상은 매우 짧게 적었습니다. 몇몇 그림은 추가 감상을 적었는데... 이건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슬슬 자러 들어갈 시간이라서요.=ㅁ= 내일 뵙겠습니다.



더 정확한 제목은, 도쿄의 무하전에 슬라브 서사시를 보러가는 분께 드리는 잡다한 지식들입니다.


두괄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좋겠지요. 딱 두 가지만 적어봅니다.


1.당일치기 가능합니다.

2.주말에는 사람 많습니다.


저는 대한항공 하네다-김포편을 이용했습니다. 3월 11일(토) 아침 9시 항공기로 갔다가 12일(일) 오후 12시 25분 항공기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관람 시간으로 따지면 11일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11일의 시간표를 한 번 보지요.


0900 김포공항 출발

1115 하네다공항 출국장 나옴

(이차저차 잠시 헤매다가, 승차권 구입하고.)

1155 하네다공항 게이큐선 탑승

1217 다이몬 환승

1236 롯폰기 하차

1242 도쿄 국립신미술관 도착, 티켓 구입(1600엔)

1350 관람 종료


시간이 이러니 오후 항공기 타러 다시 이동하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도 문제 없습니다. 시간이 어떨지 몰라서 당일은 포기했는데 이걸 보니 가능하긴 했겠네요.


관람시간이 1시간이었던 건 제가 원래 전시회 관람 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20분을 넘기지 않기도 하지만 더 버티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슬라브 서사시를 제외한 다른 작품은 거의 훑고 왔고요. 볼 체력이 안되더군요. 어깨에 메고 있던 노트북 때문에 체력이 금방 떨어진 것도 있고, 공항에서 바로 오느라 캐리어를 미술관까지 들고 온 것도 체력저하의 이유였습니다.


참, 캐리어를 끌고 가니 안내를 해주더군요. 인포메이션 센터에다 맡기라고요. 입구 들어가자마자 바로 안내데스크가 있어서 그쪽으로 가니 바로 반응(...)을 하더군요. 짐을 맡기면 플라스틱 패찰을 받는데 미술관 폐관시각인 6시까지 짐을 맡아 준답니다.




들어가면 나눠주는 무하전 전시회의 안내도입니다. 전시작품의 소개도 같이 실린 흑백 팜플렛이고요.


배치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메인은 모두 슬라브 서사시입니다. 아래 짙은 회색으로 표시된 것이 슬라브 서사시 연작의 순서인데, 순서대로 걸려 있는 건 아닙니다. 순서가 왜 다른지는 .. 아마 오디오 안내에는 있었을 건데 전 일본어가 약하니 얌전히 포기했고요. 입장하는 관람객의 거의 대부분이 오디오 안내를 듣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뮈샤전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중인데 토요일은 오후에 표 사는데만 20분, 30분이었다고 하더군요. 오늘도 오후에 30분씩 줄서서 표를 사고, 표 판매가 끝난 뒤에도 엄청나게 혼잡했던 모양입니다. 가능하면 오픈시간에 맞추는 것이 좋지만 그럴려면 시간표가.....(먼산)



다시 저 안내도로 돌아가서. 맨 왼쪽에 있는 촬영가능 구역은 말 그대로 사진 촬영이 가능한 구역입니다. 사진 찍은 다섯장과 다른 그림들은 나중에 전체적인 리뷰와 함께 올리겠습니다.


전시장에 들어가서 그림을 보고 가장 먼저 나온 소리가 '헐'이었습니다. 입에서 헐 소리가 먼저 튀어나오더군요. 육성으로. 그 박력이 어마어마합니다. 벽면 한 쪽에 그림이 거의 하나씩 걸려 있고, 한 가운데는 소파가 있어서 거기 앉아서 그림을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까이서 보는 것과 그 가운데 소파에서 보는 것, 그리고 조금 멀리서 보는 것이 다 다릅니다. 솔직히 체력만 더 있었어도 한 번 더 돌아보고 싶었는데 힘들더군요. 마지막 전시장까지 오면 슬라브 서사시를 보러 다시 갈 수 있도록 이어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직원이 그 공간에 서서 질러 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시 보러 갈까 하다가 말았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입니다. 나온 시각이 2시였는데 그 때도 이미 전시장에 사람이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계속 부딪치더군요. 게다가 공기질이 급속도로 저하되어 얌전히 나왔습니다.

다시 갈까 고민하는 것도 그부분이고요. 저녁 비행기로 가서 개장 시간에 맞춰 그림을 보고 잽싸게 튈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 최소 평일 휴일을 이틀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지 않으니 문제죠.(먼산)


한국의 무하전은 가지를 않았으니 그림이 겹치는지의 여부는 모릅니다. 다만 이번 일본 전시회의 메인은 슬라브 서사시고, 그건 한국에 오질 않았던데다 제가 전시회 보러 가겠다고 결심한 것도 슬라브 서사시가 오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 외에도 유명한 그림이 몇 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도록 보면서 다음 글에서 구체적으로 풀겠습니다.



상품은 기대하지 마세요. 엽서와 몇몇 상품이 있긴 하나 수가 적고, 마지막에 보헤미안 글라스가 몇 점 있지만 그리 끌리진 않았습니다. 도록은 일단 덥석 사들고 왔는데 이것도 나중에 리뷰 올리겠습니다. 도록 가격은 2400엔인데 상당히 두꺼워서 집어 들었습니다. 뭐, 두께야 상관없이 그림 색이 꽤 잘 나온데다 그림이 크게 실려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급한대로(?) 슬라브 서사시에 대한 간략 팁을 올렸습니다. 하네다 공항에서 이동할 때는 케이큐와 도쿄메트로를 이용해서 케이큐선으로 다이몬까지 이동, 그리고 다이몬에서 롯폰기까지 이동하는 구글 안내를 따랐습니다. 롯폰기보다는 노기자카역이 더 가깝습니다. 노기자카역에서 아예 국립신미술관까지 연결통로가 있는데 하네다공항에서 갈 때는 롯폰기에서 걸어가는 것이 낫고요. 그 덕에 처음으로 롯폰기힐즈 옆을 지날 수 있었습니다. 핫핫핫.;



무하전 관련해서 질문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ㅁ<


공방에 안나간지 어언 몇 달...; 아마 작년 8월 이후로 못갔을 겁니다. 이래 저래 핑계는 많지만 일단 눈 앞에 쌓인 일부터 처리하자는 심정이라 그렇지요.

그렇다보니 정보가 늦었는데, 5월 3일부터 29일까지 4주간 서울도서관에서 전시가 있답니다. 프랑스 국제비엔날레 출품작 전시회라네요. 출품작 전시회는 이전에도 몇 번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은 아예 비엔날레쪽에서 지원을 받아 프랑스의 작품도 함께 전시를 하는 모양입니다.


마침 5월 초에는 일정도 없고 하니 다녀올 생각이고요. 5월 5일에 슬쩍 인파를 뚫고 다녀오거나, 조금 한가해지면 다녀오거나..?



프랑스 국제 예술제본 비엔날레는 그 해에 책 한 권을 정해놓고 가제본 상태로 판매한 뒤 그 책을 구입하여 새롭게 제본한 것을 출품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보통 연말에 그 다음해의 책을 판매하고 2월까지인가, 책을 보내는 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에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결정하지요. 이번의 책은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었을 겁니다. 앞서 대회의 책들은 다 고전을 가지고 했는데 현존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네요. .. 아니, 이게 작년 책이었나..OTL 가보면 알겠지요.



하여간 날잡고 코에 바람도 쐴 겸 다녀올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재미있는 제본이 나올지 궁금하네요./ㅅ/

가까운 분이 그동안 공방 다니는 것 결산 비슷하게 해서 전시회에 참여하신다더군요. 1년 훨씬 넘게 다니시던데 그 솜씨야 선물로 받은 접시가 있어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몇 점 작품 본 적이 있었고요. 테이블과 액자를 출품한다던데 거기서 배우는 분들이 여럿 같이 나온다던가요. 지난 연휴 기간 동안 가나 아트센터에서 있었습니다.


작지 않은 공간에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마 공방 수업 과정에서 비슷한 것을 진행했는지 몇몇 작품들은 소재가 같더군요. 그래도 그린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더랍니다. 사진 촬영을 물어보니 흔쾌히 찍어도 된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것만 몇 점 찍었습니다.


참고로 이미 전시회는 종료되었고요. 하하하.... 게으름에 글 올리는 것을 미뤘더니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테이블은 저렇게 타일을 끼워 넣은 형태입니다. 테이블 자체도 제각각이더군요. 거기에 벽걸이도 있고요. 도자기를 출품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숲을 거니는 오리들. 동화책 삽화같기도 하고, 거위(아니, 오리였나;)가 걸어가는 모습이 어쩐지 『프레드우드의 오리』가 떠올라서 말입니다. 이 작가도 꽤 좋아했더랬지요.






자작나무 숲 사이로 이쪽을 바라보는 사슴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자작나무 하니까 홋카이도의 바움쿠헨이 떠오르는데...(거기까지)






시계지도의 일부를 이렇게 그려 넣은 것도 재미있더군요. 북미와 호주를 중심으로 한 오세아니아. 그것도 색칠한 것이 구성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다른 관람객들이 제일 마음에 들어하던 티타임 테이블.

하지만 제게는 미묘하게 뭔가 걸리더군요. 나쁘진 않은데 그림이 뭔가 걸려요.; 티타임의 간식들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인가. 기왕 그릴거면 방과후티타임부 수준으로 그려야..(...)






꽃병으로 쓰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린 것 같은데 소용돌이 같은 문양으로 그린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건 대항해시대..?






강아지를 그린 것도 있더랍니다.






감을 쪼아먹는 참새가 있는데 이런 그림도 좋아합니다. 다만 감을 먹는 건 주로 까치 아니던가요. 참새도 먹던가..?




가끔 이런 전시회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림이 재미있기도 하고 발상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이날 이 분께 최근 구입한 그림책을 보여드리고 유혹하는데 성공했....(....) 그리하여 그 그림으로 아예 티세트를 주문할까 고심중입니다. 하하하;


여행가기 전, 이글루스에서 링크 걸어 놓고 자주 들어가는 영군님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글을 보았습니다.(링크)

1월 7일부터 29일까지. 여행 일정하고 끝부분이 겹치더라고요. 금요일에 도쿄로 들어가고, 도쿄에서의 일정은 토요일 외엔 거의 잡아 놓지 않고 몇몇 방문할 곳만 찍어 놓은 상태라 가볼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갈지는 결정을 못했지요. 무엇보다 첫날 간사이공항에서부터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고생하면서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언제 가겠다고 못박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단 몸을 잘 챙기고 체력이 되면 도쿄 들어가는 그 날 상황 봐서 다녀오겠다 생각했습니다.


20kg 가까이..가 아니라 20kg 넘는 캐리어 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고생도 했지만 덕분에 호텔에 무사히 체크인을 했습니다. 도쿄역에 도착한 것은 3시 넘어서, 숙소 도착한 것은 4시. 이미 교토역에서 출발하면서는 체크인 후 다녀오겠다 생각한 터였습니다. 도쿄 들어가서는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고요.

도쿄역에서 오테마치까지 지하로 걸어갔고, 거기서 다시 다케바시까지 한 정거장 사철을 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는데, 에스컬레이터 위치를 몰라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쪽으로 나왔더니 다 계단이더라고요. 하하하하. 이 건 앞서도 설명했으니 넘어갑니다.

하여간 그런 관문을 다 헤치고 체크인 후 숙소를 나온 것이 4시 넘어서였습니다.


전시회는 시오도메역에서 합니다. 시오도메 역은 유리카모메로만 접근이 가능하고, 유리카모메는 JR패스를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리카모메 티켓을 사나 어쩌나 고민했는데, 구글 지도로 보니 은근히 가깝더라고요? 유리카모메의 출발역은 신바시인데 시오도메까지는 한 정거장입니다. 그래서 숙소에서 간다까지 걸어가고, 간다에서 신바시까지 이동한 다음 다시 신바시에서 시오도메까지 걸어보기로 합니다.


방향 잡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유리카모메 시오도메 역이니, 다시 말하면 유리카모메의 선로를 따라 걸어가면 됩니다. 목표는 시오도메 역과 연결되어 있다는 교도통신사 3층.


그리고 어찌어찌 걸어서 도착합니다. 정말로 공중 보도랑 연결된 시오도메 역에서 바로 교도통신사까지 이어지고, 그 문을 열자마자 전시회의 그림들이 보이더군요.




제대로 찾아왔다는 안도감과 감동이 물밀 듯이........



그도 그런게 실물 그림은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특별히 그림 전시회를 자주 찾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가서 보면 실물과 모니터 혹은 인쇄된 그림의 차이를 절절하게 느끼게 되더라고요. 모니터나 그림으로는 질감을 못느낍니다. 몇몇 그림처럼 아예 물감을 떡칠(...)한 모습이 사진으로도 드러나는 것이 아닌 이상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작은 사진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보고 놀랐지요. 색 때문에 상당히 강렬한 그림을 그리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색이랑 그리는 방법을 직접 보고 나니 강렬한 그림 운운하는 것은 머릿 속 저편으로 날아가더군요. 주제는 소녀와 호랑이와 꽃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림 한 장 한 장을 다 사진으로 찍어와서 보고 있는데... 음, 다시 보니 그 때의 감동이 뭉클뭉클.../ㅅ/



1년 전의 여행은 전시회가 목적이었지요. 두 개의 전시회를 보고 뿌듯하게 돌아왔는데 이번 여행도, 이모저모 아쉬움과 후회가 많이 남았지만 이런 전시회 관람 덕분에 좋은 여행으로 탈바꿈합니다. 기억 세탁..? (...)

한 줄 감상: 추천하기에는 계륵.




아침에 일찌감치 나가, 교보문고에 가서 MOE 2015년 1월호를 수령하고 바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 갔습니다. 목적은 위에 보이는 전시회, '파리, 일상의 유혹'을 관람하는 것이었지요. 2014년 12월 13일부터 시작해 3월 29일이었나, 하여간 3월 말까지 진행합니다. 다시 말해 오늘의 관람은 전시 첫 날, 아침, 개장하자마자였습니다.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소장품은 이번이 첫 내한이랍니다. 이전에는 안 왔던 것이고 게다가 프랑스잖아요. 주요 소장품도 딱 18세기 전후의 것이 왔습니다. 예술품에 대한 조예는 지극히 낮아 이것이 로코코인지 바로크인지에 대해서도 헷갈리는 편입니다. 하하하하. 역사적으로는 알지만 그것이 어떤 장식이냐라고 묻는다면 루이 14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정도로만 기억한다 답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베르사유 궁전과 트리아농 궁인가? =ㅁ=

하여간 전시품은 촬영금지를 제외하고는 다 촬영이 가능합니다. 얼핏 듣고 들어가서 확실하진 않은데, 가운데에 각 공간을 재현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가능하다는 것 같습니다. 벽쪽에 붙어 있는 전시품은 촬영 금지가 없었어요. 덕분에 신나게 찍다가 60%쯤 보았을 때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졌습니다. 이런 일은 극히 드문데...; 덕분에 후반부는 사진을 못 찍었네요. 그래도 찍고 싶었던 대부분은 다 찍었습니다. 후반에서 찍고 싶었으나 찍지 못한 것은 서재 관련 용품 몇 가지와, 침실에 놓여 있었다는 인형용 의자, 장식장 뿐입니다.


찍어 놓은 사진 전체를 올릴까 하다가 일부만 올립니다. 가서 직접 보시어요. 물론 이건 전시를 추천하는 셈이 되긴 합니다만.... 서두에서 말했듯이 계륵입니다. 추천하기 참 애매해요. 전시실이 3개 있다고 해서 꽤 전시가 크겠구나 했는데, 1-2 전시실은 공간을 터서 전시했습니다. 큰 공간 하나인데 그게 전부네요. 게다가 밖에 나와 도록을 보니 못본 전시품이 있는데, 제가 놓친 것인지 헷갈리더군요. 하기야 그림 류는 대강 보고 지나쳤으니 넘어갔을 가능성도...;
(가운데 각 방을 재현한 부분은 가구를 중심으로 보고 벽면은 자세히 안 봤습니다. 하하;)




오른쪽의 물레를 보고 당황했습니다. 탁상에서 물레 돌려 뭐해?(...) 게다가 금도금에 상아를 썼답니다. 하하하하하.
오른쪽은 달력과 책이랍니다. 게다가...




저거 다 수놓은 겁니다.ㄱ-; 가운데는 농담까지 표현했는데, 다 십자수고요.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세로가 12cm 남짓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상당히 작아요.; 근데 그런 책에 저런 수를 놓았단 말이지.=ㅁ=




앞쪽에 보이는 것은 고데기입니다. 그리고 맨 왼쪽의 스탠드는... 는......... 가발걸이. 가발걸이에 참으로 공을 많이 들였군요. 하기야 그 당시는 가발이 필수품이었으니 저런 것도 있을 법 하긴 합니다.




손잡이를 보고 낙싯대? 그러기에는 이상한데? 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보고 알았습니다. 딸랑이. 자세히 들여다 보니 매달려 있는 것이 다 은방울입니다.




화장품상자와 향수병상자와 그 옆은 ... ... .. 애교점 보관함.




이쪽은 판화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판화작품은 거의 도서관 소장이더군요. 여러 역사서 등에서 자주 본 그런 종류의 그림인데, 게다가 직접적으로 벗은 모습이 등장한 것도 아닌데 상당히 야하게 느껴집니다. 여자들이 특히 요염해요.(...) 하여간 아침 식사 장면이라든지, 저녁 식사 장면이라든지를 보입니다. 아침 기상과 관련된 그림이 여럿 있는데 왜 여자의 침실에 남자가 들어와서 턱지키고 있는 겁니까. 하하하하하. (거기까지)

그러고 보면 무용 선생님도 남자, 디자이너도 남자입니다. 여자들이 사회생활하는 시기는 아니었겠지요.




이런 스케치는 도서관이 아니라 박물관 소장품입니다. 서사재료가 펜이 아니라 붓이더군요. 정말?;
하여간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굉장히 스케치가 익숙하다 했는데, 떠올랐습니다. 모리 여사. 음... 모리여사가 스케치 하는 영상에서 익히 보았던 잉여력이 여기서 발휘됩니다.

무서운 것은 실제 숟가락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런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아, 이 넘치는 자금과 장인정신이라니.




이런 판넬도 다른 전시회에서 종종 보았지요.




왼쪽이 쌍안경이 달린 지팡이라는데, 아무리봐도 망원경 같은 걸요? =ㅁ=
모양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석류는 이것만 있었습니다. 맨 왼쪽은 양면 카메오 브로치라 하고 나머지는 머리장식과 머리핀입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전시품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쓸 수 있을 실용적인 제품이더군요.
오른쪽에 나와 있는 것들도 원래는 저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겁니다. 공간이 비어 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컵이 깨질까봐 두 개를 겹칠 때 그 안에 천을 덧댔습니다. 그것도 그냥 손수건이 아니라 원통형 같은 것을 댔더군요. 그리고 왼쪽 편의 공간은 컵받침입니다. 컵 자체가 손잡이가 없는 찻잔인데 저렇게 받침접시를 쓰더군요. 그러면 마실 때도 별 문제가 없겠지요. 그렇게 꺼내 놓은 사진은 바로 위의 사진 오른편에 있습니다. 컵도 살짝 꽃 모양이고요.

그야말로 취향 직격.. 하하하하하하.;ㅂ; 컵 여섯 개와 접시 여섯 개. 6인용 포트. 그래서 6인용 티세트입니다. 참 좋습니다. 투명 병에는 홍차에 탈 브랜디를 조금 준비하면 좋겠지요.(...)


여기부터 사진을 못 찍었는데, 서재에 있는 펜꽂이나 서류 가방, 수첩 같은 것도 멋지더군요. 수첩은 금박을 보고 그걸 찍기 위해 고생했을 장인을 위해 잠시 ... ... ...



가운데 부분의 생활 공간 재현도 꽤 재미있습니다. 남성용 침실 가운이 있던데 얼핏 보기에는 커튼을 입은 것 같습니다. 감이 두꺼워 보이고 장식도 화려한 것이,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그건 19세기 취향이고 여긴 18세기죠. 게다가 모자까지 하면 예전에 그림책 삽화에서 보았던 나이트캡과 발목까지 오는 셔츠 잠옷과 같은 조합이 됩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호첸플로츠의 친구로 물에 빠져 사망한 감자홀릭 모 마법사 아저씨의 복장 같습니다.

중국인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개의 연작 그림이 있던데 보고 웃었습니다. 쌍거풀이 아주 짙게 졌고 눈이 크고 아름답습니다. 딱 순정만화 풍 눈이네요. 그런데 중국인이라니, 분위기가 안 맞아요.


태피스트리도 조금 와 있긴 했지만 딱 취향은 아니었고요. 사계절을 표현한 부조도 왔는데 고전풍으로 멋지게 뽑아냈던걸요. 크기가 커서 집에 걸 수 없다는 것이 흠입니다.

그 당시의 여성 복식도 세 점인가 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방 꾸민 곳에 들어 있더랍니다. 보고는 당황한게, 굉장히 작아요. 그러니까 키가 150cm 남짓? 아이가 입는 곳을 들고 온 건 아니고, 그 당시의 키가 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남성용 나이트가운도 작았지요.


오를레앙 공작부인이 썼다는 침대도 왔는데, 높이가 1m 남짓인데다 폭은 싱글보다도 좁은 것 같고, 길이도 짧아 보입니다. 물론 배치의 문제일 것 같긴 한데, 일본 비즈니스호텔 싱글룸의 침대 수준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높이는 더 높으니 굴러 떨어지면 다치기 쉽겠더군요. 이불이 포켓형이려나요.



여기까지가 2관이고, 3관은 밖으로 나와서 들어가야합니다. 한 번 나가면 재입장은 안되고요. 3관에 들어갈 때는 티켓을 다시 보여주고, 뒷면에 3이라는 숫자를 기재한 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긴 한국 예술가들의 협업 작품이 있는데 구입이 가능하다더군요. 사고 싶은 작품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그나마 달항아리에 고사리 무늬를 넣은 것이 제 취향에 가장 가까웠습니다. 유머로 치자면 신윤복의 그림에다 18세기 프랑스 여인네를 섞은 그림이 있던데, 그 정도?




전시품에는 만족했습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고요. 다만 1관과 2관이 통합된 것을 모르고 전시품이 더 있겠거니 생각했다가 배신 당한 느낌이었던 것과, 전시 공간이 넓지만 입구에서 2시 방향과 5시 방향에 정원 비슷한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시공간은 또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전시의 가격이 1만 3천원입니다.
저는 사전 예매로 30% 할인을 해서 보았습니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때도 관람일 지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강추위를 무릎쓰고 나갔다 온건데 보람은 있었습니다. 9천 얼마로 전시를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1만 3천원이라 하면 음... 조금 망설여지긴 합니다. 저 티세트 상자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음.....;
그러니 나오기 직전까지는 '이 정도면 국중박의 기획전에 비견될만하네'라고 생각했다가 그 관이 전부인 걸 알고는 예상보다 전시품이 적었다며 투덜댔지요. 돌이켜 생각하면 뭐.... 예술의 전당 전시 치고는 드물게 만족한 전시이긴 합니다.



오늘부터 전시회 시작이어 그런지 아주 한산한 가운데 관람했습니다. 오늘 강추위로 사람들이 안 나온 것도 조용했던 원인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방학이 시작되면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을지. 그러니 가능하면 개장 시간 맞춰 보세요. 개장 시간이 11시로 어중간하긴 하지만 사람 많을 때 보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 도대체 포스터에 뭘 집어 넣으면 저 조만한 포스터 하나에 127kb나 나오나 모르겠습니다. 홈페이지 소개를 갖다 넣으려고 했더니 그 파일은 아예 전체 도록을 이어 붙여 놓은 거라 3.1MB. 허허허허허. 원래 예술의 전당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진 않은데 이리 되면 더 깎이네요.

하지만 Z님을 홀리기 위해서는 이정도쯤이야.-ㅂ-; 이미 C님도 훌륭하게 홀렸습니다.


12월 13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을 합니다. 일단 전시 정보는 전시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고..(링크)  별도로 전시 홈페이지도 있습니다.(http://www.paris2014.co.kr/pari/)

생활사박물관 같은 느낌이라 아마도 18-19세기 즈음의 프랑스 생활품이 주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티세트 같은 것에 조금 홀렸지만 전 프랑스보다는 영국파..(...) 그래도 갈까 말까 슬쩍 고민중입니다. 어찌할지는 두고 봐야죠. 그리고 겨울방학을 끼고 있으니 반드시 관람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에게 휩쓸려 다닐 수 있어요.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심보로 B님과 C님을 모두 홀린 북극곰. 원래는 바다표범을 낚아야 하지만 지금은 티백을 잡는 죽입니다. 뚜껑 형식이라 웬만한 머그에는 다 잘 맞고, 각설탕을 올려 둘 수도 있습니다.
(http://necktie.onlinestores.jp/category/select/pid/8765)


슬픈 소식은 2015년 1월 생산 발매분이 이미 판매 완료되었다는 겁니다. 다음 판매는 페이스북에 올라온다니까 기다려봐야죠. 크흑.;ㅂ;





덧붙여서.
어제 대화중에 문득 나온 이야기. "왕위를 물려 받는 겁니다. 아버지.(Succeeding you, Father.)" 엘프도 망가지면 이렇습니다. 허허허허.
한줄요약. 초대권으로 갔더니 볼만하더군요.

다시 말해 1만 5천원을 주고 보았다면 조금 미묘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그림은 많은데 취향의 그림이 없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지요. 게다가 매번 미술전 보고 깨닫지만 전 취향이 확고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건 질색하는데 오르세전은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널리 인지된 작가들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더랍니다. 미술교과서에 많이 실린 화가들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하하하. 지금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제 취향은 단호합니다. 인상파는 아니거든요. 지난번의 미쓰코시 미술관에서 보았던 전시회는 홀딱 반했으니 절대적으로 영국파, 그것도 V&A파입니다.-ㅁ-; 현대미술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흐나 고갱의 그림은 무겁다고 느낍니다. 그러니 오르세미술관전을 보러 가서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그게 또 희한한 거죠.;
이 부분은 확실히 저나 G나 취향이 비슷합니다. 둘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으로 찍은 것이 에펠탑 36경, 그리고 앞부분에 나온 파리 만국박람회 스케치입니다. 하하하하하.;



그림출처는 오르세미술관전 홈페이지.(링크) 이것이 첫 그림입니다. 입장하면 맨 처음 보이는 그림이 앙리 제르베의 「발테스 드 라 빈뉴 부인」입니다.




이것이 제일 마지막 그림. 이것도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습니다. 이걸 주력으로 밀던데 그런 것치고는 맨 뒤에 등장하고, 음. 하도 많이 봐서 의외로 마지막에 실물을 보았을 때는 조금 시큰둥 했습니다. 게다가 G가 나중에 지적해서 알았지만; 전시실 내에서는 이 그림을 「뱀을 부리는 여인」으로 부르지만 밖에 나와서 상품들을 보면 다 「뱀을 부리는 주술사」라고 적었다는군요. ...(먼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림은 앞부분에 나온 스케치들입니다. 빅터 발타르, 크레피네, 마뉴, 소리유, 브랑동. 특히 브랑동의 위스망스가 1번지는 같은 제목의 서로 다른 그림 둘이 나왔는데 그림이 예뻤다고 기억합니다. 어디까지나 기억만.. 으흑; 어떤 그림인지는 홀랑 잊었다는 것이 단점이죠.-_-; 검색해도 안 나오는 것이 도록을 사올 걸 그랬나 싶긴 한데, 이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 전체 구조를 이야기해야겠네요. 홈페이지에도 설명은 나오지만 대강 이런 순서입니다.
-파리만국박람회와 관련된 여러 스케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고갱,
-세잔, 고흐
-파리의 일상
-벨 에포크
-상징주의와 나비파

전시회 부제가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인데 인상주의보다는 그 뒤의 이야기나 파리 시민들의 일상에 대한 전시 성격이 강합니다. 마지막에 전시실을 나오면 이건 일반적으로 오르세미술관하면 떠오르는 인상주의 전시가 아니라 파리 시민들의 삶을 다루는 일상 전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후반부에는 그림 외의 박물도 함께 전시가 되어 있어 그런가봅니다.


가서 감상을 줄줄줄 적었는데, 보면서도 왜 그림이 생각 안나는 겁니까.ㄱ-; 하여간 대체적으로 그림들이 큽니다. 게다가 인상주의나 그 영향을 받은 그림들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는 멀리서 전체적인 색과 모습을 보는 것이 맞더군요.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는 그쪽이. 아, 점묘파도 그렇습니다.'ㅂ'

"뜯어보면 물감을 꾹꾹 누르거나 찍은 듯함.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림이 떠오름. 이 방의 그림이 다 그럼."

모네의 그림을 보고서 감상을 그렇게 적었네요. 참, 르누아르 그림도 있었습니다. 바나나나무. 헐. 바나나 농장을 그리다니.=ㅁ= 어디서 본거지?;
바나나농장 그림은 그래도 그림 크기가 100평방미터를 조금 넘는 집이라면 거실 벽에 (TV 없이) 걸어둘만 한데 다른 그림들은 크기가 대체적으로 커서 걸어둘 곳이 마땅치 않더군요.(...)

드가의 발레리나 시리즈도 몇 점 와 있습니다. 그림도 있었지만 청동조소도 있더군요. 근데 조소의 자세가 평소 보던 것과는 달라서, 19세기 후반의 발레 자세는 조금 다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알몸.../ㅁ/


대체적으로 신인상주의를 넘어가면서는 그래도 취향의 그림이 조금 있었습니다. 특히 조르주 쇠라. 시낙의 안개 낀 에르볼레.



... 아무래도 조명 때문인지 실제 그림은 이것보다는 더 아련했습니다. 하여간 상당히 취향이었지요. 점묘법을 쓴 그림들부터가 취향인 걸 보니 참.;;
하지만 크로스는 점이 더 굵고 색도 강렬한 것이, 점묘법이라기보다는 모자이크에 가까운 색감이더랍니다.


고갱은 패스.

세잔과 고흐.
세잔의 정물화는 실물로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 아니 애초에 인상파가 처음 아니었나.ㄱ-; 하여간 그 그림들이 거의가 색이 강하고 어둡다는 느낌이 많더군요. 고흐의 그림은 딱 한 점. 시인 외젠. 이것도 초기인지 그래도 색이 밝습니다?


그 뒤에 나온 파리 에펠탑 건설 관련한 사진은 보고 홀딱 반했으니 이런 게 내 취향이야 싶었습니다.-_- 다들 기록물이죠. 에펠탑 공사 현장에 대한 오래된 사진들. 그리고 거기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 으으으. 책으로 있나 찾아봐야겠습니다. 중요한 건 에펠탑이 여러 예술가들에게 자극을 주었다는데, 그 중 에도 백경 .. 이었나, 십경이었나에 대한 오마쥬로 앙리 리비에르가 만든 판화가 취향이더군요.



이런 시리즈입니다. 하하하하.;ㅂ; 구글링으로 찾은 그림이고요. 눈 내리는 파리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모습도 재미있던데. 슬프게도 에펠탑 36경은 엽서로 없었습니다.


그 다음 방에서 파리의 일상을 다룬 것은 그야말로 일상 생활을 그린 그림이던데, 이상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어 화가를 확인하니 르누아르.; 그림이 다른 것보다 조금 커서 그런 걸까요. 하하;


벨 에포크 전시방부터는 박물도 나옵니다. 외젠 페이야트르(Eugene Feuillatre)의 나비무늬 꽃병은 해바라기 한 송이를 꽂아 놓으면 좋겠다 싶던걸요. 근데 구글에서는 안나옵니다.;


화법은 취향이 아닌데 보고서 홀딱 반한 그림이 하나 있었으니, 로제 주르댕 부인입니다. 세밀화가 아님에도 살아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더군요. Madame Roger Jourdain라고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하시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데, 참 색이 제각각이네요.


아르망 푸앙의 보석함은 윌리엄 모리스의 크래프트 운동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뱀보양 보석함인데 이게 다리가 뱀 모양이지, 보석함의 부조는 독수리거든요. 눈이 참 귀엽습니다. 근데 찾을 수가 없네요. 하하하.;ㅂ;


르네 랄리크는 검색해보니 자료가 많이 나옵니다. 보고서 지금 써도 상당히 멋지겠다 생각한 머리핀 사진을 올려봅니다. 출처는 역시 전시회 홈페이지입니다.-ㅁ-



의외로 저 꽃이 꽤 큽니다. 직경 10cm..? 입체인데 굉장히 멋지더군요. 검은 머리 위에 꽂으면 꽃 한 송이가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양이겠더군요.


샤를 빅토르 기유의 석양도 꽤 기억에 남습니다. 석양이라고 하면 보통 주황색으로 온통 칠하기 마련인데, 그보다는 훨씬 뒤의 어스름이 다가오는 때를 잡아 그렸더군요. 분홍과 회색, 하늘색이 묘하게 어우러진 그림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앙리 루소. 사실 그림은 큰데 취향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자 왼쪽의 새는 예쁩니다.-ㅂ- 참 귀여웠어요.



전시회를 꼭 봐야 하냐 하면 그건 아니고. 볼만 하냐고 하면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그림도 몇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공예나 박물류를 더 선호하는 제게는 딱 이거다 싶은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에펠탑 36경은 관련 상품이 하나도 없어서 실망했고요. 게다가 도록은 예상했지만 색이 다릅니다. 안에서 보고 나온 그림과 색이 다르니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더군요. 그거야 지금까지 보았던 대부분의 미술작품 도록이 그렇긴 했지요. 박물류는 그래도 색 잡기가 쉬운데 그림류는 조명 차이도 있어서 색차이가 상당합니다. 게다가 도록 순서가 전시 순서랑은 또 다르고, 도록의 그림 크기와 실제 그림 크기가 다르기도 하니 또...(먼산)


그래도 그림만 온 것은 아니고 사진도 있는데다 유명하지는 않으나 독특한 그림이 있으니 보러갈만은 하지 않을까 합니다.'ㅂ' 그리고 네이버의 블로그에 대체적인 그림이 올라와 있습니다.(http://fluffyclouds.co.kr/220011223268) 이쪽을 참고하시면 나온 주요 그림은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ㅠ_ㅠ 이런 멋진 분이...; 차마 정리할 엄두도 안 났구만..;



마지막으로 덧붙여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미술전을 기획했을 때 반대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상관 없고, 무엇보다 천장이 높고 그림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만든 국중박 기획관이 더 마음에 들어서 말입니다. 공간이 좁게 느껴졌던 뮈샤전하고 비교하면 더 그렇고요. 생각해보면 뮈샤전 때도 박물이 여럿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미술품이니 관계 없는 건가요?

어떤 면에서는 뼈아픈 이야기지만... 좋은 전시회를 기획하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6월 초, 연휴의 일입니다. 친구 K랑 같이 교보에 놀러갔다가 레고 전시를 보고는 홀랑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네요.'ㅂ'





....
무려 1만번대. 현재 사진에서 보이는 것만 최소 다섯 세트가 넘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왼쪽편이 네 집이 각기 다른 세트인가가 헷갈리는데, 아마 맞을 겁니다. 그렇다면 바닥의 도로나 그 옆의 철도를 제외하고도 집들만 7세트라는 거죠. 그리고 각각의 가격이... (하략) 최소 가격이 10만원 넘을 걸요? =ㅅ=

1만번대 도시(City) 시리즈는 저도 홀린 적이 있는데, 가격도 그렇지만 보관 장소와 구하기까지의 어려움을 생각해서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레고놀이까지 손대면 정말로 파산합니다.




으, 으헉, 맨 왼쪽! 으어어억! (다스베이더는 안중에도 없음)

이외에 스타워즈 시리즈를 포함해서 굉장히 다양한 시리즈를 전시했더군요.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들어오는 출입구부터 전시 동선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 지하보도로 가려는 도중 맨 앞에 있는 커다란, 악어로 추정되는 레고상을 보았습니다. 애들이 아는 캐릭터인가 싶었는데 그걸 보고는 확 기분이 상했습니다. 상 옆면에 누군가 낙서를 했더군요. 한 두 명이 아닙니다. 낙서도 여러 개 있었으니까요. 높이로 봐서는 초등학교 애들이 그런 것 같은데.. 어떤 가정 교육 덜 받은 아이들이 이렇게 낙서를 해서 보는 사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나 싶더군요.

결론은 그런 아이들 욕이로군요. 하하하.....
아름다운 궁중채화 전시회는 지난 4월 마지막주에 시작해 어제로 끝났습니다.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였는데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토요일에 처음 가서 방문하고는 후회했습니다. 왜 이제야 갔을까요. 조금 더 일찍 갔으면 한 두 번 더 구경하러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랬다고 애써 변명해봅니다.

(4월 말일로 업무 마감인 것이 있어서.-_-)


궁중채화가 무엇인지는 읽어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감상글을 올렸던 『작업실 구경』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인 채화가 나왔고, 책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아 행복이가득한집에 이 전시를 알리는 공지가 나왔으니 잊을 수가 없지요. 『작업실 구경』에서 다룬 작업실도, 이번 전시 작품을 만든 무형문화재 황수로씨의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채화는 조화입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연회 자리를 꾸미기 위해 만들었던 조화를 채화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그 맥이 거의 끊기고 무형문화재 한 분만 남았지만 전수자가 없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끝나면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고궁박물관 2층, 출입구에 있던 채화입니다. 양쪽 모두 진짜 꽃이 아니라 만든 꽃입니다.



입구를 들어가면 채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습니다. 일종의 조화이긴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공이 엄청나더군요. 앞서 언급한 책에서 잠시 보았는데, 꽃잎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비단을 1년 동안 가공하기도 한답니다. 그런 꽃이니 비슷한 꽃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금이야 채산성이 안 맞고 필요 없다 여기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것도 전통 문화이니 누군가 맥을 이었으면 좋겠습니다.;ㅅ;




이런 장식들을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눈에 보이는 모든 꽃은 다 채화입니다. 앞쪽 상에 놓인 연꽃도 채화. 생각해보면 예쩐의 연등회 역시 이런 채화로 장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왼쪽의 파란 것은 작은 연꽃 채화를 줄줄이 이은 겁니다. 연꽃도 좋아하고 파랑색도 좋아하다보니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오른쪽에는 빨강 연꽃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있는 매화의 꽃도 다 채화입니다. 허허허허.




저 꽃 하나하나를 다 만들어 달았다고 상상해보세요. 이야아아아아........





자세히 보면 꽃잎의 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비단을 가공하고 그걸로 꽃잎을 만들어 꽃을 만들고 중간 중간 옥을 끼워 넣어 내립니다.





백매-하얀 매화도 다 조화입니다. 실제 가까이에서 보면 생화가 아니라는 것이 금방 눈에 들어오는데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조금 헷갈리네요. 중간 중간 보이는 나비나 새도 모두 만들어 달아 놓은 겁니다.




가까이에서 찍으니 그래도 진짜 꽃이 아니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네요.





오른쪽에는 홍매.




안쪽 전시실에는 저렇게 매화가지가 꽂혀 있습니다. 홍매건 백매건 다 채화입니다. 멋진 나뭇가지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 나오면서는 공모양 장식을 찍었습니다. 이건 보자기 만들기로 한 것이네요. 저런 공모양은 만들어 보고 싶은데 솜씨가 못따라갑니다.




연꽃 사이에는 연잎이 있는데 이것도 채화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아마 생화는 아니었을 겁니다. 잎사귀 위에 올라 앉은 빨간 열매 같은 것은 무당벌레였습니다. 물론 모형이지요.



궁중채화만 전시한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에도 비슷하게 꽃 만드는 장인이 있답니다. 디올을 포함해 여러 디자이너의 전시에 참여했다는 4대째 장인이라는군요.




프로젝터로 프랑스에서 만든 영상을 돌려 보여줍니다. 한글 자막을 넣었다면 이해가 더 쉬웠을 텐데, 프랑스어는 전혀 몰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도구는 아마 꽃잎을 만들 때 쓰지 않을까 싶네요. 옆에 보이는 것은 만든 꽃잎들입니다.




르제롱이라고 하는군요.





사진이 어둡게 찍혀 보이지 않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책자 같은 것은 전부 꽃잎입니다. 꽃잎을 여러 종류, 여러 색, 여러 그라데이션으로 만들어서 붙였습니다. 아마 표본 책자 비슷한 걸겁니다. 벽에 있는 것은 아마도 수술.




이렇게 보니 잘 보이네요. 각 꽃잎별로 모아놓았습니다.




기계랑 꽃잎만 다시.
제가 다니는 공방에서는 전혀 다른 용도의 기구를 쓰고 있지만 묘하게 닮았습니다. 책만들 때 쓰는 프레스랑 윗부분생김새가 말이죠.




전시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와는 달리 한국은 대가 끊기기 일보 직전인가 싶고요. 하기야 프랑스도 장인들의 아틀리에 다닌 어느 책을 보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밥 벌어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고, 기술 명맥이 끊긴다는 걸 걱정하는 것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비슷할까요. 아니, 어떤 면에서 한국이 더 암울할지도 모릅니다.

이 이상은 노 코멘트. 참 서글프네요.;ㅅ;
제목이 참 길지요. 전시회를 열었던 미술관 이름이 좀 깁니다. 三菱一号館美術館, 미쓰비시이치고칸 미술관. 이걸 들어가기 전까지 구글지도에서 찾을 때마다 매번 미쓰코시로 검색해서 헷갈렸습니다.
하여간 여기는 긴자와 도쿄역, 히비야역 근처 어드메에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니쥬바시마에(二重橋前) 역에서 가는 것이 가장 가깝다고 하네요. 앞에 올렸던 북스피어 이벤트(링크)랑 묶어도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아마 허리가 남아나지 않았을 겁니다.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은 모리미술관과 비슷한 시기를 다룬 The Beautiful전을 합니다. 일본어로는 자 뷰리후루.... 하여간 ザ·ビューティフ 英國 唯美主義 1860-1900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요. 유미주의라고는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마 탐미주의라고 번역할 겁니다. 그래서 유미주의가 아니라 탐미주의로 통일해서 적었습니다.

제목: The Beautiful 영국 탐미주의 1860-1900(ザ·ビューティフ 英國 唯美主義 1860-1900)
기간: 2014. 1. 30 - 2014. 5. 6
장소: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

원래는 라파엘전파를 보려고 했던 거라 이쪽은 갈 생각이 없었는데, 전시 발표 하고 나서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였나, 그 사이에 양쪽 티켓을 묶어서 2천엔으로 할인하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라파엘전파만 1500엔이나 하니까, 500엔 더주고 그냥 탐미주의전도 같이 보자고 해서 이쪽을 선택했습니다. 둘 다 보고 나온 지금 생각하면 잘 했지요. 탐미주의전이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지금은 당일 관람한 티켓을 들고 가서 보여주면 다른 곳의 요금을 200엔 할인해준다네요. 라파엘전파전을 보고 당일에 탐미주의전에 가서 티켓 구입할 때 보여주면 200엔 할인을 해주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겁니다. 대신 다른 종류의 할인과 중복 할인은 안된답니다. 그리고 한 사람에 한해 1회 할인한다고요.
참고로 탐미주의전이 1600엔, 라파엘전파전이 1500엔입니다. 200엔이면 2천원 정도 할인되니까 상당하죠.'ㅂ'


저는 C님께 부탁해서 선행발매 티켓을 구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를..;ㅁ;


모리미술관을 나와 A1출구로 들어가면 히비야선으로 연결이 됩니다. 히비야선을 타고 몇 정거장 타서 히비야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에 갈 수 있습니다. 저는 방향을 헷갈려서 조금 헤맸는데 그리 멀지 않아요. 걸어서 4분이라는데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이 편하고, 비용도 덜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어떤 선을 타느냐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건물 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그 근처까지 와서 어디에 있나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보니 탐미주의전을 알리는 깃발이 펄럭이는데, 그 와중에 붉은 벽돌로 지은 눈에 확 들어오는 건물이 한 채 있습니다. 주변은 전부 고층 빌딩인데 그 건물 혼자 고고하게 서 있습니다. 그게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입니다.
문제는 길에 면한 쪽이 정문이 아니라는 것. 그쪽은 출구더군요. 건물 옆을 통해 정원으로 들어와야 정문이 있다는데, 정원으로 들어가고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장미도 피어 있는 유럽풍(으로 추정되는;) 정원이 있더군요. 그 정원 안쪽에 ㄱ자 모양 건물의 입구가 있습니다.

입구에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던데 이번에도 그냥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3층 건물인데, 들어가면 먼저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합니다. 3층으로 올라가 한 층을 다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2층으로 내려오고, 1층으로 내려오면 마지막에 관련 상품 판매소를 거쳐 밖으로 나가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그 건물 전체를 천천히 다 둘러보는 셈입니다.

원래 미술관으로 설계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작고 어두운 분위기더군요. 사람이 바글바글하면 못 견디겠다 생각했는데, 이날이 개관 당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평일 낮인 것도 있을 테고요.


관람자의 대부분이 여자였다는 것도 신기하고.ㄱ-;


쓰다보니, 메모지에 순서를 기록하지 않아서 어느 쪽이 먼저인지 뒤죽박죽입니다. 공작 접시가 먼저 나왔는지, Foregone Conclusion이 먼저인지 헷갈리네요. 기억이 맞다면 접시가 먼저, 그림이 나중이었던 것 같군요. 그러니 공작 접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공작이 그려진 접시도 꽤 인상 깊었습니다.



제목을 적어두지 않아서 못 찾을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그림을 찾는 도중 발견했습니다. VAM에서 따로 전시 기획을 하면서 만들었던 페이지 같은데, Aestheticism을 다룬 페이지가 있습니다.(링크)

William De Morgan. Charger. 1888.

하여간 넓은 것이 거기에 샐러드를 듬뿍 담아도, 아니면 공작 요리(..)를 담아도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돌아보니 방 제목이 Art Workman입니다. 탐미주의의 시작은 역시 크래프트 운동 쪽인가보군요.

저도 이쪽 지식은 그리 깊지 않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공장의 대량생산품에 반기를 들고 수공업craft으로 생산한 물건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운동이 있었다는 정도만 압니다. 그런 운동의 시작점은 존 러스킨이었고, 러스킨과 관계가 있던 여러 예술가들이 참여했고, 그와 관련이 있는 부호들이 후원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요. 라파엘전파도 이쪽과 상당히 관련이 깊다고 알고 있습니다. 양쪽에 발을 걸친 예술가들이 여럿 있었으니까요. 에드워드 번 존스랑 윌리엄 모리스가 대표적이겠지만요.


그래서인지 탐미주의전에는 윌리엄 모리스와 관련 있는 물품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게 제가 라파엘전파전보다 탐미주의전을 더 재미있게 본 이유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그림보다는 물건이 많으니 보는 재미가 더 좋습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데이지 벽지도 있던데 그림이 큼직큼직한 것이, 한국의 집에는 잘 안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건 그야말로 큰 집의 큰 벽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띠로 두르거나 해서 포인트로 써야겠지요.

로세티는 여기에도 있습니다. 걸려 있었던 것은 보르지아 가(The Borgia Family: 링크)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작습니다.


VAM의 컬렉션 설명은 조금 더 자세하네요. 테이트 미술관의 갤러리도 어차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ㅂ';



Burne-Jones, Edward Coley (Sir), born 1833 - died 1898 (maker). The Garden of the Hesperides. 1882. (링크)

그림이긴 한데 템페라화입니다. 실물을 보면 굉장히 화려합니다.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은 황금사과가 열려 있는 정원이지요. 그리스 신화에서도 몇 번 등장했다고 기억합니다. 그 왜, 세 여신의 싸움-트로이 전쟁의 시작이 되었던 그 황금사과도 이 나무 것이지요. 근데 용이 너무 귀엽게 생겼네요. 하하하.;
그림 크기가 커서, 이런 걸 걸어 놓을 정도의 집이면 얼마나 커야 하나 싶었습니다.


로제티의 그림을 두고 톤 다운이 되었다고 적었는데 어떤 그림인지 모르겠네요.-ㅁ-;


프레데릭 레이턴(Frederic Leigton)은 그림이 굉장히 취향입니다. 아무래도 테이트미술관보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쪽이 작품 검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ㅅ= 구글에서 검색해서 VAM의 주소를 달고 있는 그림을 찾는 쪽이 빠릅니다.;



Frederic Leighton, Pavonia. 1858-1859. (링크)

이 그림이었을 겁니다. 이에 이어진 것이 공작 깃털 습작인데, 이건 조지 프레데릭 와츠(George Frederic Watts)의 그림입니다. 차마 블로그에 올릴 수 없는 야릇한 그림..(읍읍읍)
Valentine Cameron Prinsep의 그림도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메모에는 남녀 구분이 안되는 묘한 그림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확실히 전 번 존스 그림이 취향에 맞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자는 소녀 그림(아마도 스케치, 습작)도 부드러운 그림이라 말이지요.

로세티의 그림 중에는 그림 삽화가 아닐까 싶은 작은 판화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메온 솔로몬(Simeon Solomon). 이 사람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글 작성하면서 검색해보니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언급된 모양이군요. 그 당시에는 검색해도 이 사람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나봅니다. 전시회에 나온 설명을 보니, 유대계 집안에서 자라 미술학교에 들어가서 두각을 나타내고 굉장히 뜨던 시점에서 동성애자로 고발을 당하고 체포됩니다. 그리고는 화가로서의 모든 지위를 상실하고 결국 구빈원에서 가난하고 쓸쓸하게 죽어갔답니다. 그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죄악이었지요.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솔로몬의 그림 중 세 청년(혹은 소년)이 서 있는 그리스풍의 스케치가 있는데 굉장히 에로틱하더랍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라파엘전파전에서 본 설명이 주르륵 떠오르더군요. 분명 이정도의 나체 그림은 그 시대에도 종종 있었는데 왜? 이렇게 보는 순간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지.;

(테이트 미술관에서 시메온 솔로몬으로 검색해보니 이사람 확신범이지 않나 싶은게, 그림 중에 다윗과 요나단(링크), 사포(링크) 그림이 있습니다.-ㅅ-;)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Julia Magaret Cameron)의 세피아톤 사진(링크)은 순간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허허허. 사진 맞습니다. 굉장히 아련하면서도 라파엘전파의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은 그런 사진이더군요.


그 다음 방에는 쟈포니즘이 있었지만 패스. 그리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그림보다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케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일랜드의 리머릭에 있는 어느 성을 위한 벽장식이라는데, 그 뒤에 다른 인테리어 스케치를 보고서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건축하는 사람들의 그림은 참 무섭습니다. 허허허. 매우 섬세한 장식, 세밀한 그림, 거기에 채색까지. 보고서 손이 근질근질해지더라고요. 저는 이런 그림도 참 좋습니다.


Classic Ideals. 그 공간의 주제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돌아가자는 그런 분위기?


Sir Lawrence Alma-Tadema. A Foregone Conclusion. 1885. (링크)
그림검색을 했더니 VAM이 아니라 Tate에서 나오네요. 의외로 탐미주의 전시의 그림들이 큼직큼직합니다. 이것도 꽤 큼직하고요. 그리스로마시대의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재미있네요.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아래의 의자.


원본 그림은 너무 커서 링크만 달아 놓습니다. 위의 공작 접시 링크랑 동일합니다.(링크) 그림 크기가 1.5메가나 되어서 작은 걸로 올립니다. 너무 작지만 큰 걸로 올리기는 부담 되니까요. 꼭 큰 사진으로 보세요. 실물을 보면 앉아보고 싶습니다.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 때 조금 많이 피곤했지요.



습작이나 대작을 위한 밑그림(study)들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앨버트 무어의 그림이나 다른 그림들도 노먼 록웰의 그림이 떠오르는, 계몽사 삽화같은 그림들이로군요. 세밀하고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고, 사진을 찍은 것처럼 특정 시점의 사진을 찍은 것 같고.



위의 링크에서도 나온 Aestheticism Movement and the Gravenor Gall. 이 주제에서 가장 깊게 남은 그림은 탐미주의 전시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그림으로 한 손에 꼽을 작품입니다.


George Frederic Watts. Love and Death. c.1885-7.(링크)

이 작품이 나올 당시 20대였던 오스카 와일드에게 찬사를 받았다는데 말입니다. 그럴만 합니다. 그림 크기가 2476-1168. 절로 올려다 볼 정도의 크기입니다. 박력이 넘치더군요. 근데 그 옆에 걸린 그림은 같은 작가의 프시케.(링크) 보통 사랑은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가 상징하니까 사랑과 죽음의 사랑도 에로스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옆에 프시케를 놓은 것은 유머로 보입니다. 남편이 저렇게 주눅들어 있다니.-ㅂ-;
프시케는 굉장히 소녀 같은 분위기라 차마 못 올리겠더랍니다. 메모에도 적었군요. 아청아청.(...)


물건 중에는 장신구도 몇 있었는데, 새의 날개를 작은 터키석을 박아 표현한 것도 재미있더군요.




Thomas Armstrong. Hay field. 1869. (링크)

바닥의 풀과 건초 때문인지, 메모에다 크빈트 부흐홀츠가 생각난다고 적었습니다. 이 그림도 상당히 큽니다. 분위기가 아련한 것이 이 그림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저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너 애 있다고 유세떠니?"라고 항의하는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네요.


Frederic Leighton의 Mother and Child는 마음에 드는 그림파일이 안 보입니다. 테이트나 VAM이나 둘다 그림이 안 보이는데, 구글에서 찾은 그림도 그 생생함을 전하지 못하네요. 그림 보면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린 여자아이와 그 엄마가 같이 체리를 나눠 먹는데, 그 체리가 정말로 맛있어 보이더군요. 그림의 떡이 아니라 그림의 체리입니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생생함을 전하는 그림파일이 없네요. 게다가 그거 카펫 부분이 정말 보들보들해보였는데! 카펫에다가 얼마나 신경을 쓴건가 생각하면서 보았는데.;ㅁ;




William Blake Richmond. Mrs Luke Ionides. 1882. (링크)

그림인데도 얼굴에 손을 대고 싶었습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할 것 같은, 손에 착 달라 붙을 것 같은 그런 피부. 그림인데 보고 있는 동안 그런 망상이 들었습니다. 허허허허. 게다가 허리 장식도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섬세하지요. 지금 그림파일로 보는데도 마치 그림이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 뒤에는 에드워드 고드윈하고 휘슬러(1834-1903)가 있었는데 에드워드 고드윈이 방 구조 그린 것을 보고 홀랑 넋이 나갔습니다.


Edward Godwin. Design. (링크)
이거랑 그 옆에 있는 다른 그림(링크) 둘 다 멋지더군요. 그러고 보니 VAM의 홈페이지에서는 PDF 다운로드가 가능하네요. 하지만 받아 놓아도 다음에 볼 일이 있을까.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Nocturne: Black and Gold - The Fire Wheel 1875. (링크)

그림을 얼핏 보고는 이게 뭔가 했는데, 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마치 노이즈 없이 야경을 찍은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의 묘한 그림입니다. 스쳐 지나가든 보고는 모릅니다. 뚫어지게 몇 번이고 바라보아야 톤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에는 불빛이 보이고, 어렴풋하게, 아스라히 밤 풍경이 보입니다. 그걸 밝히는 것은 오른편에 있는 밝은 불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참고로 『Papa told me』를 떠올리시면서 설마하시는 분들, 설마가 아니라 맞습니다. 저도 설마설마 하면서 글 쓸 때 확인했는데 거기 등장하는 휘슬러 맞습니다. 치세가 물었던 그림이 연작 몇 번이었는지는 잊었는데, 테이트에서는 일단 심포니 연작 2의 그림이 있습니다.(링크)



시대가 그래서 그런지, 비어즐리의 삽화도 있었습니다. 이쪽은 제 취향이 아니라 패스. 라지만 살로메의 화장(toilet of salome)은 굉장히 선이 섬세하면서 재기넘치는 그림이었습니다. 살로메가 너무 늙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죠.;


제임스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의 에칭-동판화는 섬세합니다. 보고 있으면 이게 영국, 이게 런던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런던 버클리 스퀘어 15번지인가, 그곳의 앞 라인을 그린 그림도 앞의 벽장식과 비슷하게 굉장히 편집증적인...;


My lady's chamber(링크)도 책 삽화 같더군요. 푸른 계통 옷을 입은 부인이 방에 있는데, 그 분위기가 굉장히 취향입니다. 작은 소품들이 방 안에 있는데 목퐌화가 섬세하더군요.


이쪽 방은 Art Maufacturer. 카펫디자인도 있었는데, 모눈을 기준으로 해서 그림 그린 것이 옛날에 G랑 함께 십자수 디자인 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그보다 훨씬 섬세하지요. 엡, 누가 했더라. 이것도 번 존스였던가.


하지만 보고서 폭소한 것은 다른 그림입니다.



Walter Crane의 Swan. 왜 이걸 보고 폭소했냐면,




얼마 전에 이런 쿠션을 선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걸 받고 나서 감탄했는데 그 원본 그림을 직접 보고 왔어요! 이런 우연이! >ㅁ<
그 때문에 그림 앞에서 괜히 피실피실 헤실헤실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것은 이번 전시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엉엉엉엉엉.


에드워드 번 존스의 포모나. 태피스트리 작품입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태피스트리도 궁금했지만, 에드워드 번 존스도 좋습니다. 윌리엄 모리스 Co.의 태피스트리를 본 셈이니 정말 꼼짝도 못하고 이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손이 근질근질 한 것이 뭔가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말입니다. 오필리어보다도 이 작품이 훨씬 좋습니다. 취향이 확 튀어나오는 셈이지만 그림보다는 공예품이 좋아서 그런 걸요. 영국에 가기 전에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정말로 속으로 감격의 눈물만 줄줄 흘렸지요.


그 옆에는 윌리엄 모리스의 타일 판넬, 그리고 벽지. 이것도 볼 수 있을 지 몰랐지요.
하여간 이 작품들은 모두 큰 집을 위한 거지, 작은 집에 쓰기에는 무늬가 부담스럽더군요. 하기야 이런 걸 소화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질 정도면 그 당시에도 저택을 보유하고 있었을테니까요.


그 다음 방은 오스카 와일드랑, Glorious Sunset- 대영제국의 황혼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앨버트 무어의 그림은 이 방에 있었는데 역시 큽니다.


탐미주의전시회의 포스터 그림이기도 하지요. 생각보다 굉장히 큽니다.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할 정도로? 정사각에 가까운 그림인데 이쪽 그림도 굉장히 좋아요.



마지막에 한여름을 걸어 놓은 것은 아마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마지막에 강렬한 한 방을 날리듯. 하여간 전 라파엘전파 전시회보다 탐미주의 전시회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취향의 전시물이 많아서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적기도 했고, 전시관인 미쓰비시이치고칸도 마음에 들었고요. 중간 중간 잠시 정원을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시간만 넉넉하다면 거기서 멍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넋을 놓고 늘어지고 싶었다는 거죠. 시간 문제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다만 여기도 도록은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조명이 어두워서 도록과 색감이 다를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래도 너무 색이 차이나다보니 고이 내려놓게 되더군요. 덕분에 지금 감상기 작성하면서는 고생하고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자초한 것을요.

탐미주의전의 상품은 물건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여기서도 복제 원화고, 복제 원화 가격은 기본이 다섯자리(엔)이기 때문에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엽서는 탐미주의전보다 라파엘전파전이 훨씬 많고 다양하게 있더군요. 하지만 색이 다른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형태를 기억하고 싶은 몇가지만 구입해왔습니다. 나중에 엽서책으로 만들까 생각은 하는데, 만든다고 자주 보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6300엔짜리 윌리엄 모리스 Co. 패턴의 우산은 붙잡고 고민했습니다. 그 옆의 천도 그랬지만 단호하게 저버리고 나왔습니다. 뭘 안 산 것은 아니긴 하지만요.



일요일 오후 반나절을 홀랑 다 날려서 간신히 작성했습니다. 월요일 오전에 다시 한 번 검수하고 올리는데 그림파일을 더 많이 넣을 걸 그랬나 후회도 조금 되네요. 하지만 탐미주의전의 작품은 그림파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테이트는 그래도 작품이 DB로 구축되어 있는데.;ㅁ;



하여간 이걸로 길고 긴 감상을 마칩니다.
전시회 두 개를 묶어 올릴까 하다가, 분량상 각각 나눠 올립니다. 지난 설 연휴 동안의 도쿄 여행의 주 목적이었던 롯폰기 힐즈의 모리미술관, 라파엘전파 전시회의 감상기입니다.'ㅂ'

-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사생활을 싫어하기 때문에 불평이 많습니다. 좋아하시는 분은 주의하세요.


제목: 테이트 미술관의 보물, 라파엘전파전(テート美術館の至宝 ラファエル前派展 英國ビクトリア朝絵画の夢)
장소: 롯폰기힐즈 모리미술관
기간: 2014. 1. 25 - 2014. 4. 6 (휴관일 없음)

일본 여행은 자주 다녔고, 도쿄도 몇 번 갔지만 롯폰기 힐즈와 마루노우치 빌딩은 이번에 처음 갔습니다. 마루노우치 빌딩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고, 하여간 롯폰기 힐즈도 처음이지만 달랑 모리 미술관만 보고 돌아 나왔습니다. 쇼핑이 목적은 아니었으니까요.
어, 사실 시나본 매장이 있는 걸 보고 조금 땡기긴 했는데 비오는 날씨에 우산 없이 돌아다닌지라 얌전히 지하철 역으로 직행했지요.

이날의 이동 코스는 이랬습니다.

나리타공항 제2터미널 → (나리타 익스프레스 이용)신주쿠 → 도에이선을 타고 롯폰기로 이동

모리미술관은 롯폰기역 A1 출구로 나가는 것이 제일 빠릅니다.
그리고 모리미술관으로 가는 직통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어서 그걸 타고 올라가면 54층인지, 하여간 미술관까지 얼마 안 걸려 가더군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곳으로 들어가니 티켓 판매소가 있어, 미리 C님께 부탁드렸던 "두 전시회 공통 특별 선행전매권(교환권)"을 내고 티켓 교환을 받았습니다. 교환권을 내니 라파엘전파전과 탐미주의전 티켓을 둘다 주더군요.
코인로커가 있었는데 안 넣고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다가 나중에 조금 후회했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신주쿠 도착한 것이 13시 14분, 롯폰기 도착이 13시 40분, 미술관 들어간 것이 14시 경. 나온 것이 15시 10분 쯤? 그리고 히비야 도착이 15시 36분. 타임라인 체크할 때 참고하세요. 모리미술관에서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을 갈 때는 히비야선을 타고 히비야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것이 제일 편합니다.


간단히 적은 메모에는 보기에 빡셌다고 적었습니다. 그림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그림 전시보다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것 같은 박물전시를 주로 보았기 때문에 그림만 주구장창 본 것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라파엘전파 전시는 그야말로 그림만 주구장창, 내내 보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아이패드를 들고 메모를 했는데, 중간에 제지를 받았습니다. 다른 메모할 것이 없다 했더니 직원분이 잠시 난처한 얼굴을 하더니 종이와 연필을 빌려주셔서 그걸로 열심히 적었습니다. 그분 참 귀여웠어요. 작고 또랑또랑한데다 안경이 잘 어울리시더군요.(...)


전반적으로 제가 라파엘전파전이 취향에 안 맞았다 하는 건 개인적인 감정 때문입니다. 윌리엄 모리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인 바든을 매우 싫어하고,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는 아주 많이 싫어합니다. 그런데 로세티는 라파엘전파의 중심 인물입니다. 그림이 빠질 수가 없고, 작품도 굉장히 많이 남겼지요. 보는 내내 로세티 싫어, 로세티 그림도 취향이 아냐, 그러고 있었으니 전시회가 그냥 그렇게 보였던 겁니다.ㄱ-


거기에 라파엘전파의 그림은 대체적으로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의 명작』(이었나;;;) 시리즈 삽화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비단과 같은 반짝이는 천을 강조하고 천의 질감을 표현하며 중심이 되는 장면을 중점적으로 묘사한 것이 많아요. 아닌 것도 있지만 정말 몇몇 그림은 어렸을 때 보았던 그 전집의 그 삽화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의 그림들은 검색하다보니 테이트 미술관에서 전부 제공하는 군요. 용량이 증가하겠지만^-T 일단 테이트 미술관에서 그림을 빌려오겠습니다. 관련 설명도 들어가서 보시면 되어요. 저는 감상만 적으면 되겠군요.)



Ford Madox Brown. Chaucer at the Court of Edward III 1856-68. (링크)
에드워드 3세 궁정에서 흑태자가 45세 생일을 맞아 시를 낭송한다였다나, 제목을 보니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나 다른 이야기 중 한 대목이 아닌가 합니다. 링크 들어가서 설명 보시면 아실 테고, 그림 자체가 하나의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Arthur Hughes의 성 아그네스 전야(링크)는 세 그림으로 구성되었는데 카라바조였나, 그 야경꾼이라는 그림이랑 비슷하게 빛 쓰임이 재미있더군요. 중요한 부분에만 환하게 빛을 비추는 그런 그림이더랍니다.



Sir John Everett Millais, Bt. Mariana 1851. (링크)
이 그림도 라파엘전파 그림 중 꽤 유명하지요. 존 에버렛 밀레이의 마리아나입니다. 저 여자 이름이 마리아나이고, 약혼자에게 파혼을 선언 당하고 자수를 놓던 도중 슬퍼하는 내용이랍니다. 그림이 굉장히 섬세하더군요. 사진으로는 안보이지만 입고 있는 벨벳 질감의 옷이, 옷이! ;ㅁ; 게다가 옆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필리아도 밀레이의 작품이더군요.



Sir John Everett Millais, Bt. Ophelia 1851-2. (링크)
두말할 나위 없이 유명한 그림입니다.
실제보면 굉장히 화사하고 어두운 그림입니다. 물에 잠겨가는 오필리아 손에는 색색의 꽃이 들려 있고 그 옆의 흰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흰색 꽃이 그리 보이니 추모하는 것 같은것이. 근데 식물의 그림은 역시 계몽사 전집 삽화 같아요.(...)




William Morris, La Belle Iseult 1858. (링크)
윌리엄 모리스가 남긴 단 하나의 이젤화입니다. 당연히 모델은 마누라. 굉장히 얼굴이 남성적으로 그려졌는데, 뒤에 나올 로세티의 페르세포네와 비교하면 같은 사람인 걸 알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ㅂ' 솔직히 그림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선이 굵고 진한 그림이라. 하지만 배경의 세밀함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이쪽 장인 아니랄까봐 이리 섬세하게 그려놓다니.;;


여기까지가 첫 번째 방이었는데 주제가 뭐였는지는 적어 놓지 않았고, 두 번째 방의 주제는 종교입니다.



Sir John Everett Millais, Bt. Christ in the House of His Parents ('The Carpenter's Shop') 1849-1850. (링크)

보고서 속으로 폭소한 그림. 어떤 의미에서는 이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으로 한 손 안에 듭니다. 붉은 머리의 미소년 예수님께 홀딱 반했다고 해두지요. 그날 적어둔 메모를 보면 ㅋㅋㅋㅋㅋ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습작으로 그려둔 스케치(링크)도 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오른쪽의 소년이 세례자 요한이라더군요.
(『성스런 형님들』을 아시는 분은 그 만화의 예수와 여기의 예수를 비교하세요. 크흑. 눈물이 절로 나옵니다.)



그 다음에는 포드 매독스 브라운에 대한 메모가 있는데, 크리스마스 엽서 같은, 유화인데 부드러운 그림이라 적었네요. 뭘 보고 그랬지?;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그림인가?;
..라고 쓰고 테이트 미술관 갤러리를 확인하니까 리어왕과 코델리어(링크)를 보고 그리 적었더랍니다.




Ford Madox Brown. Jesus Washing Peter's Feet 1852-6. (링크)
예수님이 베드로의 발을 씻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유다는 뒤쪽 맨 왼쪽에 있는 남자라네요. 이 그림에 대한 메모도, 수염 깎으면 미청년이 될 예수.
자네....; 그림 감상을 그렇게 하면....;
하지만 그런 감상을 적을 수 밖에 없는게 뒤에서 부러운 듯 바라보는 청년은 예수를 열렬히 따르는 청년 요한이라 설명에 나와 있었거든요. 하하하;




Dante Gabriel Rossetti. Ecce Ancilla Domini! (The Annunciation) 1849-50. (링크)
수태고지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진 그림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임신할 것임을 알리는 것이 수태고지의 내용인데, 설명을 읽어보니 이 그림은 굉장히 많은 비난을 받았답니다. 움츠러든 마리아의 모습 때문이라던가요. 한데 생각해보면 저 당시 마리아는 굉장히 어립니다. 이미 혼약자가 있고 그 때는 나이상 성인 대접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메모를 저 파란천 보고 있으면 병원 같다고 적었네요. 수술실의 칸막이 같은 분위기라 그랬나봅니다.


성 카트린(링크)은 작지만 섬세한 그림, 혹은 작아서 뭉개진 것 같은 분위기의 그림이고..
수도원의 사색은 펜 그림인데 집에 걸어 놓아도 예쁠 것이라 적었습니다. 이쪽은 그림을 못 찾았습니다.





William Bell Scott. The Eve of the Deluge 1865. (링크)
대홍수 전날. 실제 보면 굉장히 야한 느낌의, 관능적인 그림입니다. 이것도 삽화 같은 분위기더군요. 그것도 인도풍.;



3번째 방은 풍경화인데 풍경은 그닥 취향이 아니라 거의 건너 뛰었습니다. 다만...




William Holman Hunt. The Haunted Manor 1849. (링크)
황폐한 장원이라. 저 어드메에서 케르베로스가 뛰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보입니다.ㄱ-; 저런 그림을 집에 걸어 놓으면... 으으으으음.;


풍경 그림 주에는 지나치게 사진 같은 것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사실적이라 어떻게 보면 밥 로스 아저씨의 "참 쉽죠?"나 퍼즐로 자주 나오는 풍경 그림 같은 것이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이발소에 걸어 놓을 것 같은 그런 그림.;




George Price Boyce. A Girl by a Beech Tree in a Landscape 1857. (링크)
빨강머리 앤이 떠올라서 그런지 애들 방에 걸어 놓으면 상상력이 자극되겠다 싶습니다. ... 공포소설 중에도 종종 등장하죠. 저런 그림에 빨려 들어가... (거기까지)




William Davis. A Day's Sport at Bidston Hill c.1865. (링크)
그러니까 황야 같은 분위기인데, 잘 찾아보면 약간 섬뜩한...; 그러니까 낮동안의 스포츠=사냥을 그린 그림입니다.



네번째 공간은 근대 생활.
밀레이가 그린 Wyatt Jr. 부인과 그 딸(링크)은 얼굴이 조금 이상해 보입니다. 그나저나 부인이 검은 옷을 입어서, 그림 그리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조금...;

포드 매독스 브라운의 그림 중에는 미완성 작 같은 것도 하나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왠지 클림트나 뮈샤 같던데.(링크) 제목이 "당신의 아들이에요!"라니. 상당히 독특하더군요.

이 공간에 있는 그림은 대체적으로 미국 그림 같더랍니다. 미국의 근대 일상 생활을 그렸던 유명한 화가가 있었는데 누구더라.;ㅁ; 식사하는 장면도 자주 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화가라기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미지에 가까웠는데. ... 아.-_- 노만 록웰.; 그런 이미지의 그림이 많았습니다.



다섯번째 공간은 시적풍경.
자아. 슬슬 지쳐갑니다. 여기는 로세티의 그림이 많습니다. 이름부터가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잖아요. 단테를 그렇게 좋아했다는군요. 베아트리체도 많이 보이고 단테 자체의 이미지도 많습니다. 라헬과 레아(링크) 같은 그림도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그림이 작고, 약간 번진 듯한 느낌에 어두운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취향에 안 맞았어요.
로세티의 모델 중에는 시달이라는 여자도 있습니다. 로세티의 부인이라는데, 분위기가 왠지 닮았습니다. 시달이 있는데 제인은 웬말이냐 싶겠지만, 시달도 로세티의 모델을 섰다가 결혼했는데, 딸을 사산한 다음해에 아편 과용으로 사망했답니다. 시기를 보니 제인과 사귄 것은 그 이후의 일 같더군요. 혹은 그 막판에 겹쳤을 수도 있고. 나중에 확인해보면 되겠지만 일부러 찾아볼 생각이 안듭니다.


여기서 드디어 에드워드 번 존스의 그림이 나옵니다. 라파엘전파 그림 중에서는 번 존스의 그림이 가장 취향이고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메모에도 희희낙락한 기록이 남아 있네요. 가장 먼저 나온 Clerk Sounders(링크)는 뭔지 잘 모르겠고. 찾아보니 월터 스콧이 쓴 시인가봅니다. 그쪽을 좋아해서 번 존스가 많은 작품을 남겼다네요.
클라라 폰 보크(링크)의 치마자락은 아주 생생했습니다. 천 패티시라는 메모까지 적었네요.

로세티의 그림 중 장미 이야기(링크)나 성배 이야기의 장면(링크)도 생각보다 그림이 작습니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는 방. 5번방 다음에 나온 곳에는 각 화가들의 일생에 대한 간략한 기록과, 모델들의 이력(!)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화가들은 흑백사진으로 소개했는데, 확실히 로세티와 모리스는 생긴 타입도 다르더군요. 성격도 굉장히 달라 보입니다. 로세티는 남부계 혈통일 것 같은-딱 바이런 같이 생긴 얼굴이고, 모리스는 그보다는 좀더 중후하게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애인형과 남편형으로 나누어 부를 수도 있겠네요.(...)

메모에 유페미아 그레이가 대단해라고 썼길래 누군가 했더니, 존 러스킨의 부인이었던 Euphemia(Effie) Gray입니다. 유페미 그레이라는 것 같군요. 러스킨과 결혼해서 잘 살다가 러스킨이 후원한 화가 밀레이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이혼 후 밀레이와 결혼하여 40년 동안 해로하고, 그 사이에 4남 4녀를 두었답니다. 대단한 여인네로군요.-ㅁ-/




메모에는 조지아나 맥도널드도 취향의 여인네라고 적었는데, 나와 있던 초상화, 위의 그림은 조지아나의 제부인 에드워드 포인터가 그린 거랍니다 남편인 번 존스가 바람을 피워서 문제가 되었으니, 번 존스도 이제 제게 찍혔군요. 하하하하하. 그렇게 소심하게 행동할 거면 왜 바람을 피워! -_-;
이건 테이트 미술관에 없는 거라 슬쩍 위키피디아의 사진을 빌렸습니다.



6번째 공간에 들어갑니다. 체력이 확 떨어지네요. 그림이 많으니 참 힘듭니다.;




Dante Gabriel Rossetti. Sancta Lilias. 1874 (링크)
로세티의 작품 중 성스러운 백합이란게 있는데, 보니까 꽃창포 같습니다. 릴리는 아닌 것 같은데..? 이것도 릴리였나? 금판에 목을 붙인 것 같은 느낌도 드는 묘한 그림이네요. 로세티의 미인은 대체적으로 드세 보이는데다가 붉은 머리인게 특징입니다. .... Anne..?



7번째 공간은 상징주의.
번 존스가 그린 사랑의 신전(링크)은 미완성 작 같아보입니다. 옷자락이랑 인체 뒷모습은 상세한데 대강 그려 놓고 만 부분이 많네요.

나머지 부분은 다 건너뛰고, 이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으로 꼽는 것이 맨 마지막에 걸린 에드워드 번 존스의 사랑과 순례자입니다.



Sir Edward Coley Burne-Jones, Bt. Love and the Pilgrim 1896-7. (링크)

1896년부터 1897년에 걸쳐 그렸다고 나오지만 설명에는 20년 가까이 구상했다고 나오네요. 그래서인지 테이트 미술관에도 이 그림과 관련한 study, 즉 밑그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림의 내용 자체는 제프리 초서의 장미 이야기에서 연유했고, 번 존스가 옥스퍼드 다닐 때 읽었다는군요. 그리고 죽기 직전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대작이라는군요. 실제 보면 그림도 굉장히 큽니다. 링크의 그림 설명을 보면 1575-3048이라는군요. 하하하; 3미터짜리...;
인상에 아주 깊게 남았습니다.'ㅂ'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코스. 상품이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도 실망했습니다.
도록은 그림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라파엘전파의 성립과 전개, 그리고 각 화가의 일생을 아주 세밀하게 다룬 것 같더랍니다. 문제는 글이 주라 그런지 그림은 상대적으로 작게 실렸고, 도록에 실린 그림의 크기와 실제 그림의 크기는 전혀 비율이 다릅니다. 어떤 건 작은 그림임에도 크게 실려서 그림이 뭉개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제가 마음에 든 그림 중에는 작게 실린 것도 있는데다가, 색감도 상당히 차이납니다.

그러고 보니 모리 미술관은 전시공간이 상당히 밝더군요. 그걸 보고는 이게 복제화가 아닌가 잠시 의심을..(응?) 대개 그림 전시를 할 때는 조도를 낮추니까요. 아마 그림의 특성상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수채화 종이 같은 경우엔 장시간 높은 조도의 빛에 노출되면 종이가 열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여기는 상당히 밝았거든요.

아, 링크의 테이트 미술관 갤러리에 보면 이번 전시회로 출장 나온 그림은 아래 On loan to Mori Arts Centre (Tokyo,..)라고 회색 줄이 한 줄 들어 있습니다. 테이트 미술관에 전시중인 그림은 노란 줄이 들어갔네요.


도록도 그랬고, 다른 상품도 손이 가는 것이 없었습니다. 잔은 많이 기대했는데, 라파엘전파 분위기의 잔은 아니었고 이보다는 차라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V&A 전시회 때의 웨지우드 잔이 더 취향이더랍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잔이었지만 취향이 아니었지요.
그리하여 엽서만 11장(장당 150엔) 구입하고 나왔습니다.

이걸로 전시회 감상은 끝!






(글 작성하는데 4시간 가까이 걸리고, 검토하는데도 한참 걸렸다는 슬픈 이야기가..ㅠ_ㅠ)


(G의 카메라를 빌려 찍은 사진. S630에 맞춰 액션설정한 걸 돌렸더니, 여기서는 폰트가 지나치게 작게 보이네요. 왼쪽 하단에 무진장 작게. 지금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번 여행은 참 우여 곡절이 많았습니다. 이번이 20번째인데(-ㅁ-) 쓰면서도 참 민망하네요.
이 중 가장 긴 여행이 아마 일주일 정도였나. 두 번째 여행이 그랬을 겁니다. 그 다음은 부모님이랑 같이 갔던 가족여행이 아마도 6일. 그 외에는 길어야 5일, 대개는 4일 내외의 짧은 여행이 많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여러 번 여행을 다녀보니 5일쯤 되면 아슬아슬하게 향수병이 옵니다. 하하하하.


원래대로라면 이번 여행은 12월 말, 크리스마스 즈음에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6월에 계획 단계에서 엎어지고, 1월 말로 다시 일정을 조정해 항공권이랑 숙소 예약을 했더니 11월 말에 뜬금없이 일이 생기는 바람에 다시 엎어집니다.

문제는 1월 말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굉장히 중요했다는 겁니다. 뭐냐면, The Beautiful(탐미주의)이랑 Pre-Raphael(라파엘전파) 전시회를 보려고 했거든요.(링크) 10월에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는 바로 도쿄 일정을 추가했으니 말입니다. 둘다 영국이 아니면 보기 힘든 작품이고, 한국에는 들어올 가능성이 한 없이 낮고. 제 영국 여행은 아마 은퇴 후-30년 뒤에나 가능할 일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봐두자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1월 말 일정이 날아가면서 전시 관람도 함께 날아갑니다. 전시회 시작은 1월 25일(라파엘전파), 1월 30일(탐미주의). 가려면 주말 밖에 없고, 평일은 시간을 거의 못냅니다. 연휴 기간에는 항공권이 비싸고 3월이 넘어가면 제가 또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라파엘전파는 4월 6일에 전시가 끝납니다.
이 모든 조건을 조합하니 2월 둘째 주쯤 금요일껴서 2박 3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11월 말에 1월 말 여행 엎어지고 바로 확인했더니 설 연휴 항공권은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랬는데 12월 말, 여행박사에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설 연휴 항공권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하루 쯤 고민하고 바로 예매 들어갑니다. 인천-나리타 왕복이었지요.

그리고 1월 둘째 주쯤인가. 업무 스트레스를 받던 G가 같이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같은 항공권을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해서 같이 다녀왔지요.
하지만 이번 여행도 따로 또 같이 여행이었습니다. G는 도쿄역에서 내리고 저는 신주쿠에서 내려 첫날 전시회 관람을 끝냈습니다. 둘째 날은 북스피어의 에도 걷기 이벤트를 먼저 해결하고 그 다음에는 자유 일정이었지만....(먼산)


이번에는 체력의 한계까지 걷는다는 것을 시험했습니다. 여행 가기 직전, 그리고 항공기 안에서도 쑤시던 다리는 엄청난 운동량을 견디지 못해 결국 통증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을 보이더랍니다. 이야아아. 멋져요.-_-;
그리고 전시회를 하루 두 개 본다는 무지막지한 일정도 소화했습니다. 저는 진득하게 보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보통 전시회 하나는 1시간 내외로 봅니다. 조금 길면 1시간 20분 남짓. 어떤 의미에서는 영화 관람보다 전시회 관람이 더 피곤합니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태공이 깔고 앉은 것이 관람 메모입니다. 시험보는 것도 아닌데 감상 메모는 항상 빽빽이를 하게 되더군요.


하여간 이번 여행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였는데, 하나는 달성하지 못하고 나머지 셋은 다 이루었습니다.

1.탐미주의와 라파엘전파 전시회 관람
2.북스피어 에도 이벤트를 위해 황거 한 바퀴 걷기
3.아마존에서의 물품 수령
4.다이칸야마의 커피점 방문


4번만 빼고 다 했습니다. 4번은 커피점이 문을 안 열었더라고요.


자아. 사진이 없으니 어떤 의미로는 편하네요. 가장 먼저 올리는 것은 여행 정리,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전시회 관람기를 올리겠습니다. 전시회 관람기는 그림도 같이 올려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리미술관의 라파엘전파 전시(테이트 미술관)보다 미쓰비시이치고칸미술관의 탐미주의 전시(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쪽이 훨씬 더 취향이었습니다. 훨씬의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해두지요. 탐미주의 전시는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무리죠.....; (정말로?)
한 줄 요약: 2014년 1월 말부터 4월까지 라파엘전파(preraphaelite)의 그림 등의 작품 전시가 도쿄에서 있습니다.


발단은 이글루스 r모님 댁에서 라파엘전파 전시회를 한다는 정보를 들은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오필리어가 온다는 이야기도 같이 들었습니다. 라파엘전파의 오필리어가 어떤 그림이냐면...


이런 거입니다.
아마 Z님은 이 한 장의 포스터만으로도 낚이시지 않을까 하는데...

라파엘전파의 그림을 전시한 테이트 미술관이랑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museum)은 이미 예전부터 런던 가면 꼭 가보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런던 여행이 은퇴 뒤로 미뤄진 고로 30년 뒤에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도쿄에 옵니다. 게다가 날짜가, 원래 여행 일정으로 잡았던 구정 연휴 기간과 맞아 떨어집니다.

일단 전시회부터 자세히 소개를 해보지요

-. 라파엘전파의 전시회 홈페이지는 http://prb2014.jp/입니다. 홈페이지의 제목을 보면 이번 전시의 주제를 알 수 있습니다. "테이트 미술관의 지보, 라파엘전파전. 영국 빅토리아조 회화의 꿈(テート美術館の至宝 ラファエル前派展 英國ビクトリア朝絵画の夢)"이라는군요. 이것만 해도 알만 합니다.

-. 장소는 모리 아트 미술관입니다. 모리 미술관이라고, 유명은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개관 이후에는 도쿄 갈 일이 없었거든요. 계속 교토만 다녔더니 롯폰기힐스도 마루비루도 갈 일이 없었습니다. 하하하.

-. 시기는 2013년 1월 25일부터 4월 6일까지입니다.


자아. 이것만 하면 별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라파엘전파 전시회랑 같이 엮어서 빅토리아시대의 회화를 다루는 전시회가 다른 곳에서 같이 열립니다. 이쪽은 주제가 조금 다릅니다.

-. 홈페이지는 http://mimt.jp/beautiful/입니다. 전시회 제목은 The Beautifel이고 홈페이지의 제목은 The beauiful: 영국 탐미(유미)주의 1860-1900(ザ·ビューティフ 英國 唯美主義 1860-1900)이네요. 이거면 설명은 충분하겠지요?

-. 이쪽은 三菱一号館美術館에서 열립니다. 도쿄역과 유라쿠쵸에서 멀지 않은 미술관인데 위치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 시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쪽은 2013년 1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조금 더 넉넉하군요.


이 때문에 원래 세워 놓았던, 그래서 지난 주말에 결제 직전까지 갔던 항공 일정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합니다. 관심 있는 것은 라파엘전파이니 그쪽만 보아도 되는데, 이걸 둘다 보도록 유도하고 있더군요. 10월 4일부터 한 달 동안 두 전시회를 한 번에 묶어 볼 수 있는 선행 티켓을 발매합니다. 이게 2천엔인데, 라파엘전파가 1500엔, 탐미주의가 1600엔이니 둘을 합하면 3100엔입니다. 2천엔이면 충분히 구입할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니 지금으로서는 그림의 떡입니다. 간다면 둘다 각각 구입해서 가는 수 밖에 없지요.

둘다 본다면 일정이 완전히 뒤틀리기 때문에 머리를 짜야 합니다. 크흑.;ㅂ;
일단 도쿄에 들어가서 하는 전시회이니 그림이 좋은 것으로 올 것이라 봅니다. 뭐, 지난번 국중박의 V&A M 기획전 때도 그랬지만 그림 한 장 보고 가서 넋 놓고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티켓값 충분해!라고 외칠 것이니 관계 없습니다. 3100엔이라도 지불하고 가겠지요.


그리하여;
거의 다 짜 놓았던 일정을 다시 뒤집습니다. 이거 어떻게 가야할지 진짜 머리 아프네요. 빨리 해야 빨리 항공 예약하고 신경 안 쓰고 지낼 텐데. 흑흑흑.



덧붙임.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은 B님, C님, Z님 지름 저격용입니다. 음하하하하하하! 나만 당할 수는 없다!
지난 수요일. 아침에는 「언어의 정원」을 보고 오후에는 「무하전」에 다녀왔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는데 말이죠. 시간을 두고 차근 차근 봐야 둘다 감상을 제대로 남길 수 있을 텐데, 시간문제 상 한 번에 해치우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 분이 조만간 휴가에서 돌아오시기 때문에..(먼산)

그리고 적는 감상 요약.

1. 상품보다는 도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도록보다는 원작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원작과 도록의 색이 다른거죠? 왜 1만 2천원짜리 작은 도록이랑 3만원짜리 큰 도록의 색도 다른거죠? -_- 색 자체는 작은 도록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는데, 눈에 밟힌 두 개의 그림이 빠져 있어 조금 좌절했습니다.
솔직히 평하자면 상품 수준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들고 오는 기획전(특별전) 상품들이 훨씬 낫습니다. 전에 들으니 무하전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만든 것도 있는 모양이군요. 기획전은 보통 작품을 제공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제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2. 그림을 보다보니 윌리엄 모리스도 오버랩 됩니다. 모리스가 아마 조금 더 뒤였을거예요. ... 라고 생각하다 검색해보니 모리스가 앞입니다. 이런.; 윌리엄 모리스는 1834-1896, 알퐁스 무하는 1860-1939. 모리스를 무하보다 좋아하니 모리스-무하 순서라 다행입니다.

3. 잘하는 사람은 도구 탓을 안한다는 생각을 잠시. 어떤 도구이든 멋지게 그립니다. 목탄 스케치를 보고 그 앞에서 좌절했습니다. 목탄 스케치만으로도 멋져! 멋있어!

4. 하지만 그림 자체는 제 취향인 것과 아닌 것, 호불호가 갈립니다.

5.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에 반했기 때문에 프라하는 필수 방문. 근데 언제 갈 수 있을까요. 물론 To do 목록에 적어 놓으면 언제든 가긴 갑니다.


이하는 사진을 포함한 긴 감상입니다. 모든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했으며, 출처는 해당 글에 명기했습니다. 그림 설명은 하단에 적어 놓았습니다.


- 카페에서의 무하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분위기 취향이라고 적어놓고는 검색해보니 안나옵니다. 이런.;




- (사진 출처: (링크)) 무하의 딸. 머리카락이 붉게 보이는게 라파엘전파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몇몇 작품은 흔히 떠올리는 무하 그림과는 달리, 라파엘전파의 느낌이 풍겨나오더군요. 어쩌면 라파엘전파 느낌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그림 분위기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 (사진 출처: (링크)) 무하의 아들.
실제 색감은 이쪽과는 좀 많이 다릅니다. 머리카락이 금발로 보였거든요. 순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한 어떤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하하하.



- (사진출처: (링크)) 동백꽃 여인, 즉 카멜리아입니다. 맨 위에 제목이 있지요. LA DAME AUX CAMELIAS.
가장 느낌이 닮은 것을 골라 왔습니다. 어떤 것은 노란 빛을 띄더군요. 실제 그림을 보면 저 별들이 다 은색으로 반짝입니다. 근데 제가 구입한 화집에서는 이게 진한 회색으로 나왔어요.




- (사진 출처: (링크)) 햄릿.
이쯤되면 슬슬 어떤 것이 내가 본 색인지 헷갈립니다. 하하하.;ㅂ;
햄릿은 굉장히 스타일이 멋지더군요. 근데 이렇게 보니 조금 아줌마 같아........




- (사진 출처: (링크). 앵초와 깃털(primrose, feather).
근데 들어가보면 이 그림이 없습니다? 구글 링크가 엉뚱한 곳으로 들어간건가.)
양쪽이 세트인 모양인데, 저는 오른쪽의 깃털보다는 왼쪽의 앵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 황도 12궁은 워낙 유명하니 패스.
담쟁이나 월계수는 취향이 아니고, 장식은 윌리엄 모리스와 닮았다고 적어 놓았네요.




- (사진 출처: (링크)) 하루의 시간. The Times of the day.
출처가 Mucha 재단입니다. 거기서 파는 포스터이니 색이 정확하다 보아야겠지요.
이건 보면서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영국의 요정 그림들 삽화와도 닮았다고 떠올렸습니다.




- 보시면 아시겠지만 색감이 상당히 다릅니다. 출처는 Timber라는 사진 사이트인듯? 실제 색은 Mucha 재단의 포스터 쪽 색이 실제와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링크)

- 사계(Season)도 영국 요정 그림하고 느낌이 닮았습니다.



(사진출처: (링크)). 꽃들(Flowers).
출처는 Mucha 재단입니다.
이건 실제로 보는 쪽이 훨씬 박력있고 예쁩니다. 뭐든 안 그렇겠습니까만... 이 그림으로는 맨 왼쪽, 장미의 박력이 느껴지지 않네요. 진짜 누님 멋집니다.-_-b
백합도 실물은 굉장히 고아합니다. 아이리스나 카네이션은 취향 아님. 백합은 백합공주엘레인™을 떠올릴 정도로. 근데 백합공주 엘레인이 뭔지 아실 분 있을라나요. 일단 제 블로그에 오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실 것 같긴 합니다.


- 꽃의 언어(링크)나 비잔틴(링크. 페이지 맨 위에 게시된 그림입니다.)은 실물이 훨씬 더 예쁩니다. 크기는 약 A4? 이것도 윌리엄 모리스랑 닮았지요.'ㅂ'


- 셰익스피어 극 디자인도 한 모양인데 정말.... 뒤에 가면 성 비투스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디자인화도 나옵니다. 아놔. 디자인화만 봐도 장난 아니예요.-_-; (링크) 다만 옆의 링크에 걸린, 그러니까 Final design 그림으로 나온 7장은 이번에 안 왔습니다. 전혀 다른 그림이 왔더군요. 근데 그 섬세함이...  딱 제 취항입니다. 이건 정말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재미있는 건 스케치 중에 얀 지슈카 있습니다. 으하하하....;ㅂ; 이것도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이야기. 하여간 스테인드 글라스의 자세한 사진은 이쪽을 참고하세요.(링크)



- (출처: (링크)) 보헤미아의 노래(song of Bohemia).
실제 보았을 때는 굉장히 나른한 느낌이었는데, 색감이 굉장히 특이함에도 그와 같은 사진이 없네요. 이것도 그나마 비슷하다고 들고 왔는데 이쪽은 파스텔 톤에 가깝지만 실제 그림은 조금 더 노란색이었습니다. 원래가 이런 색인데 그림 색이 바랜 것인지는 모릅니다.


- 슬라브 서사시 시리즈는 두말할 나위 없고. 목탄 스케치인데도 굉장히 강렬합니다. 이 후반기의 그림들은 제가 아는 슬라브(러시아) 민화 삽화하고도 느낌이 닮았습니다. 아니, 거꾸로겠지요. 무하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집에도 있는 그림책으로 먼저 떠오른 것이 이것.(링크) 『마녀 바바야가가 살고 있는 나라』의 그림과 닮았습니다. 이쪽 삽화가는 이반 야코블레비치 빌리빈느(Ivan Bilibin). 그 섬세한 선들이 참 멋집니다.
아마존에 있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영어 제목이 『Vasilisa the Beautiful and Baba Yaga』입니다.(링크) 아마존에서 삽화가 이름으로 검색하니 바로 나오네요.


이런 느낌. 꽤 닮았지요. 이게 슬라브 민화 느낌의 그림이라 생각한다면 슬라브여 일어나라! 를 외친 무하의 그림과 닮은 것도 이해가 됩니다.'ㅂ'


전시회를 보고 나니 뭐라도 사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나와서 보니 딱 손이 가는 것이 없더군요. 무엇보다 진품을 보고 왔는데 앞에 보이는 것은 색 조절이 안된 것들뿐.OTL 고민고민하다가 포기하고 화집만 하나 사고 말았지요. 하지만 화집도 그리 마음엔 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프라하의 무하 박물관에 가면 뭔가 구입해오겠지요.'ㅂ';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회가 7월 2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하나씩은 꼬박꼬박 챙겨보나봅니다. V&A 박물관 전시회도 그렇고, 터키문명전도 그렇고. 이번의 이슬람 보물 전시회도 그렇고 말입니다.



다만, 보시러 가시는 분들께 살짝 말씀드리자면 기대는 많이 하지 마세요.; 터키문명전에 비해 이쪽이 아래인가 싶었습니다. 지난번에 아주 강렬하게 남았던 자개박힌 코란함 같은 건 없습니다. 보석이 조금 나와 있긴 하지만 보석은 제 취향의 것들은 아니라 시큰둥하게 보고 말았네요.




작업실 들러서 책 내려놓고 책 들고 가느라 시간이 아슬아슬했습니다. 9시 정각에 맞춰 가려고 서둘렀는데, 버스 연결이 놓아서 다행히 2분전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입장권 구입하고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제가 첫 입장객이었나봅니다. 제가 나올 때 쯤에는 애들이 늘어서 시끌시끌했으니까요.
아, V&A나 터키문명전은 15000원이었는데 이번에는 12000원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촬영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과연. 물어보니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찍을 수 있답니다. 마음에 드는 것만 몇 가지 찍었습니다.




유물들은 연대순, 지역별로 모아 전시했습니다. 사진은 지역별 이슬람 왕조 연표입니다.



초기 이슬람 유적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 몇 가지.


숟가락 포크. 굉장히 실용적입니다. 모양도 예쁘고요. 중기 쯤에 전시된 숟가락은 상당히 크기도 큰데, 손잡이에 온갖 장식을 해놓아서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공예 수준은 숟가락포크가 훨씬 뛰어납니다. 금속을 두드려 만든데다, 그 금속이 아마도 금이거든요.-ㅂ-;


아라비아 문자는 그림에 가까운 필기체 문자라 그런지 옷자락 등에 수놓기도 하더군요.

이전에 웅진에서 나온 세계전래동화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잠행을 하던 어느 왕이 도둑떼에 잡힙니다. 그러자 돈 벌게 해주겠다며 숨겨둔 비기(...)를 발휘해서 양탄자를 짜는데, 그 가장자리에다가 요약하자면 help me!가 되는 문구를 구구절절하게 짜넣습니다. 까막눈인 도둑들에게 주고는 이걸 왕비님께 바쳐서 팔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하지요. 워낙 섬세하게 만들어진 양탄자라, 도둑들은 그대로 들고 갑니다. 그리고 왕비님은 남편이 써놓은 글을 보고는 도둑들을 치하하고 돈을 건네줍니다. 돌아가는 도둑들 뒤에 군사들이 따라붙은 건 당연하고, 그리하여 폐하는 슬기롭게 목숨을 구했습니다.

아니, 그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더라고요. 옷깃이나 소매에 신의 축복을 기리는 문구를 수놓거나 이름을 수놓는다는데 그게 흐르는 문자이다보니 정말로 장식 같아 보입니다.+ㅆ+ 전시물 중에 숄에다가 시를 수놓은 것도 있는데, 손수건에 사랑의 문구를 놓아 건네는 것과 비슷해 보이네요.





어떤 것은 문양같아 보이는데 글씨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야아... 이렇다보니 러시아어보다 아라비아어가 더 배우기 힘들겠구나란 생각도....

위의 총암(맞나;)을 보면 좌우에 나란히 ωι 비슷하게 생긴 문자가 있을 겁니다. 그게 알라를 뜻하는 문자라네요. 문자인지 문양인지 헷갈리는 글자들 중에서 그나마 문자로 보이는 것들입니다.-ㅂ-



이슬람 문구 중에 마음에 들었던 것.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신성하다.

코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랍니다. 멋지군요.



정원 카펫 같은 것도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그도 그런게, 비 안와서 정원이 말라 죽어가는 시기에는 정원을 짜 놓은 카펫을 펼쳐 놓고 그 위에서 놀았답니다. 소꿉놀이가 떠오르는군요.;


코란 필사본은 필사본 성경보다 화려합니다. 금칠을 했으니까요. 아니, 성경이라고 해봐야 필사본 몇 가지 본 정도지만 코란 필사본은 정말 돈을 들이 부었습니다. 정성도 정성이지만 돈이 장난 아니게 들었을 겁니다. 서구의 문화재와 비교해볼때, 이슬람의 유물들은 장인과 기술과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갈아 넣었다니까요. 물론 해인사 팔만대장경도 장인과 기술과 시간은 넣었지만, 거기에 돈도 들어갔을테지만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기술과 실력은 넘치는데 눈을 화사하게 하는 그런 금전적인 부분은 약하더군요. 한국에서 비슷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을 들라 하면 백제 금동대향로나 신라 보관정도?





보석들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장난감으로 보입니다. 이건 잔. 유리 혹은 수정에다가 밖에 보석을 줄줄이 박아 넣었지요. 입이 닿는 부분이 두꺼워지면 쓰기 불편하지 않은가요. 하기야 저 정도 두께면 백자 밥그릇 정도의 두께인가. 요즘은 백자도 꽤 얇아지지 않았을까 생각은 합니다. 찾아보질 않아서 그렇지요.;





그 외에는 궁수용반지 정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활을 쏠 때 엄지손가락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끼우는 엄지손가락용 반지라더군요. 장식 있는 것, 없는 것 해서 총 네 개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목에 꼭 맞는 목걸이도 있었는데 너무 꼭 맞아서 살찌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_-;


물품들 중 상당수는 베네치아가 함께 언급됩니다. 오스만 제국이 커질 때 한창 베네치아랑 교역을 했잖아요. 그 때문에 『바다의 도시 이야기』가 읽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집에 있으니 언제 한 번 들여다 보아야겠네요.




튤립 직물이나 여름 카펫은 지금 써도 될 만큼 멋집니다. 솔직히 하나 짜보고 싶..-_-;;;
이쪽은 튤립 카펫입니다.




염소털 카펫은 적당히 도톰한 것이 예쁘네요. 역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타구는 ... 분명 침뱉는 그릇을 말하는 것인데 어째 보통 술잔보다 예쁜겁니까.;


식물의 역사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약물지 필사본 삽화가 전시된 것도 재미있습니다.





전체 전시물 중에서 세 번째 쯤으로 마음에 들었던 비둘기 향로, 목덜미 부분을 돌리면 분리된답니다. 세공이 상당히 섬세하더군요.





스라소니 향로도 좋습니다.-ㅂ- 모양만 따지면 이쪽이 더 취향이네요. 비둘기나 스라소니나 눈 부분은 모두 터키석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것. 스투코 타일입니다.




실제로 보면 조각이 참 예쁩니다. 왼쪽의 코끼리 보다는 오른쪽의 그리폰 비슷한 것이 마음에 들었지요.





당연히 그리폰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름을 leogryph라고 적어두었습니다. 다른 생물인가 싶더군요. 어쨌건 닭벼슬 달린 앵무새에 탱탱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가진 4족보행 동물(아마도 사자)를 달아 놓으면 비슷할까요. 참 귀엽습니다.



이번에도 여러 상품들이 함께 들어와 있더군요. 근데 출처가 British Museum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유물 자체가 영국에서 온겁니까.


이번 판매 상품 중에는 그릇도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그릇보다 비싼 2단 케이크 접시를 만났습니다. 1780000. 0이 하나 더 들어간 것이 아니라 178만원 맞습니다. 접시 테두리에 크리스탈을 나란히 박아 넣어서 가격이 확 뛰었나보네요

8천원이었던 이슬람 문양컵도 조금은 땡겼는데 결국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세 개 샀습니다. 제가 쓰거나, 집에 보관했다나 나중에 다른 분들 선물용으로 드리거나 하려고요. 그렇게 서랍장에 모셔 놓은 물건이 꽤 있지만...




컵받침입니다. 실리콘인데, 투명해 보이는 위의 두 개는 안에 은박을 넣어서 반짝거립니다. 거기에 금색과 흰색으로 문양을 넣었고요. 아래 것은 하늘색-흰색의 조합입니다. 이쪽은 색을 직접 보면 웨지우드가 떠오르는 조합이라.

개당 4500원입니다. 그래서 세 개 홀라당 집어 들고 왔지요.

지난 터키문명전 때는 은제 티스푼을 집어 왔으니, 이제 저 컵받침에 웨지우드 찻잔을 올리고, 보름달 뜬 밤에 은제 티스푼으로 홍차를 휘저으면...........



잠이 안 오겠지요.

한밤의 홍차는 숙면에 좋지 않습니다.(...)


사진은 전시회장에서 마신 커피. 베트남 커피로 핸드드립 해주셨는데 맛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ㅠ+ 신기하게도 달달한 맛이 감도네요. 다음에 가서 한 잔 더 마시고 싶습니다. 언제 날잡고 가서, 서점의 책 한 권 사들고는 노닥 거리고 싶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원래 이야기는 여기 http://bonh.egloos.com/3956732 에서 출발합니다.
이글루스의 봉현님이 23개월 간의 여행 기록을 묶어 책을 내셨습니다. 그 간 그림들을 쏠쏠히 잘 보았는데 이번에 책을 내면서 원화 전시를 하신다니 보러 가야지요.
6월 1일부터 시작해 30일에 끝나는데, 장소는 대학로 이음책방입니다. 어디에 있나 했더니 몇 번 근처를 지나다니며 보았더라고요.



야구 연습장 있는 근처인데, 이음책방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1번출구에서 아디다스 상설할인매장 쪽으로 걸어올라가면 스타벅스가 있는데, 스타벅스 반대쪽-그러니까 길 건너편, 혹은 맞은편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이음책방 앞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그 스타벅스가 보입니다. 안쪽 골목에 있지만 찾기 아주 어렵지는 않네요.
책방이 지하에 있어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는데 들어가 보고 깨달았습니다.
옛날 옛적에 성대 근처에 있었던 논장이나 지금도 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풀무질. 그런 느낌의 책방입니다. 근데 주로 다루는 책이 예술서적이라, 아마 C님이 좋아하실 겁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세 권 들어와 있더군요. 『집을 순례하다』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처음 찾아가본 책방 안쪽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어 카페도 겸합니다. 한쪽에서 커피를 내려주시는데 4천원. 진짜 싸더군요. 우와..-ㅠ- 커피도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한 번 더 갈 생각입니다.
그 테이블을 둘러싼 공간의 벽에 원화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대부분 연필 혹은 펜, 혹은 볼펜을 써서 그렸습니다. 책에 사인도 하나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슥슥 그려주시는게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아.. 저도 그림 연습 해야하는데 말입니다.ㅠ_ㅠ
하여간 대부분은 단색인데, 몇몇은 일부 채색 혹은 전체 채색입니다. 저는 전체 채색인 수채화 그림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건 나중에 엽서로 만들 생각이 있으시다 하더군요. 솔직히 저는 원화가 탐났지만 가격이...;
(그림 판매도 하신다 하더군요.+ㅅ+)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상뻬를 닮았다는 말이라는데, 아마 단색에 슥슥 그린듯한 선이라 그럴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전에 나온 오기사씨의 그림도 닮아 있는데 좀 다릅니다. 오기사씨는 광각 렌즈로 찍은 듯이,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가 약간 굽어져 있다거나, 그런 느낌이 있는데, 이건 간략화에 가깝습니다. 간략하지만 세밀합니다. 보시면 아실거예요.;

저는 상뻬보다는 이케다 아키코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케다 아키코의 여행기를 보신 분은 ... 저 말고 C님뿐인가요.; 집에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어떤 때는 캐리커쳐고 어떤 때는 실사화나 크로키입니다. 봉현님의 그림도 그런 분위기가 뒤섞여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모든 그림에 본인, 즉 봉현님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옛날 윌리를 찾아서도 떠올랐지요.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훗훗훗.


사실 마음 같아서는 지난 주에 가고, 이번주에 가고, 다음주에 또 가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업무 마감이 끝나지 않아서 지난주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한 터라 더하죠.ㅠ_ㅠ
그래도 지난 금요일에 첫 책을 받아 들면서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책(봉현님께 - 엽서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었습니다)도 들고 갔습니다. 여기 나오는 엽서는 봉현님 그림이거든요. 총 다섯 장인데, 이 엽서에서는 제가 주인공입니다. 음흐흐흐흐흐~


하여간 다음에 시간이 나면 몇 번 더 보러 갈 생각입니다. 30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더 보러 가야겠네요.:)



덧붙임.
주소를 찾다보니 이음책방의 주소가 혜화동이군요. 위치상으로 여긴 미스터 피자 뒷골목인데, 여기도 혜화동...;


한국과 캐나다 수교가 벌써 50주년이랍니다. 아니, 벌써가 아닌가요. 지금 50년을 빼면 60년대에 했다는 이야기일테니 말입니다.
하여간 50주년을 기념해서 숙명여대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답니다. 전시회 종류는 표스터에 나와 있듯 세 가지입니다.

1. 캐나다 빙하사진 및 영상전
이건 6월 4일까지만 한답니다.
캐나다 자연사 박물관 기획전인가본데 캐나다 왕립 지질학회에서 발행하는 『Canadian Geographic』에 실린 사진들이라네요. 북극사진도 있다고 하니 꽤 볼만할 것 같습니다. 근데 6월 4일까지는 시간이 안난다는 것이 나름 함정..;
그러고 보니 캐나다도 영 연방이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2. 제임스 게일과 스코필드 박사
한국 근대화와 관련이 있는 캐나다 사람들을 소개하는 자리랍니다. 스코필드 박사 부부는 외국인 최초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네요. 지난 번에 신문 기사로 얼핏 보았던 듯합니다.


3. 빨강머리 앤과 캐나다 도서전
두말이 필요 없지요.^^; 캐나다하면 단풍나무 시럽과 e가 붙은 앤이 먼저 떠오릅니다. 도서전이라니까 책만 주로 전시할 것 같아 조금 아쉽긴 합니다. 하기야 한국에 소개된 『빨강머리 앤』이나 몽고메리의 책만 해도 종류가 상당하니까요.'ㅂ'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찾아가보세요!
(솔직히 메이플 시럽 같이 캐나다 특산품을 싸게 판다면 홀라당 넘어갔을텐데 다행히 그건 없군요...;...)



덧붙이자면 매번 쓸 때마다 헷갈립니다. 빨간머리 앤? 빨강머리 앤? 어느 쪽이 한국어 표기법으로 정확한가요? -_-;
가끔 주변 사람들이 국어청, 국어청이라고 하길래 저는 이게 국립국어원의 다른 이름인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국중박이나 국중도처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간단히 줄여 부르는 것이더군요. 국중박이나 국중도는 종종 들었지만 국어청이라는 단어는 최근에야 알았습니다.-ㅁ-

어제는 강남에 출장이 있어 갔다가 국어청의 그림책 전시회에 슬쩍 다녀왔습니다. 마음 먹고 가지 않으면 가기 힘든 곳인게, 지도상 위치는 강남역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실제 가보면 등산을 하게 됩니다.



사진으로는 참 가기 쉬워보이죠? 아닙니다. 언덕 경사도가 상당해서 오르다보면 정신이 혼미할 정도입니다. 가기 편한 역이 강남역이라지만 참 가기 불편한 위치입니다.(먼산)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인 것이겠지요.
(도서관의 접근성에 대해서는 서울도서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문한) 도서관에 불만이 있습니다. 특히 국중도!)




그러고 보니 국어청의 지난번 방문도 그림책 구경하려 간 것이었군요. 그 때는 쿠엔틴(퀜틴) 블레이크의 그림 때문에 갔습니다. 벌써 그게 2007년도의 일이군요.; (영국 어린이도서 일러스트레이션전 링크)
이번에는 폴란드 도서전이니다. 폴란드에 대한 이미지는 좀 희미한데다가, 아서 슈피겔만의 『쥐』에서 그리 좋은 모습으로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여기도 참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못지 않은 대국을 건설했다가 히틀러의 독일에게 분할 점령당했고, 그랬다가 독립했더니 공산화. 그리고 개혁 개방을 맞았지요. 그런 역사적 사실만 대강 알고 있는데 위인들을 떠올리면 참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서 다룹니다.




국어청과 폴란드 대사관이 함께 했네요. 이름은 대부분 낯설고 그림도 낯설지만 보면 굉장히 유머러스합니다.




폴란드의 이미지를 한 장에 다룹니다. 쇼팽과 마리 퀴리가 함께 있네요. 그렇죠. 당당히 폴로늄이라고 주기율표에 국가이름을 박아 놓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각각의 설명을 다루었지요? 종이 오리기 그림은 비치난키.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뾰족지붕 교회가 많고, 코페르니쿠스도 여기 출신입니다. 폴란드의 전통 그릇도 상당히 예쁘지요. 그러고 보면 쯔비벨무스터, 양파꽃 그림은 체코 쪽입니다. 동유럽의 그림은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네 개의 그릇. 이보나 호미엘레프스카의 그림입니다.





그릇이 변화무쌍하지요.





하얀곰, 까만 암소. 책이 앞 뒤로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쪽을 다 보면 다른 쪽으로 뒤집어 보아야 합니다. 이게 상당히 웃겨요. 흰곰은 흰 살결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검은 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장갑을 낍니다.





그러고 나니 오른쪽 하단의 모습이 됩니다. 흐흐흐.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뿌듯하게 느끼지요.





색깔 동물. 이건 보고서 감탄했습니다. 책 자체도 마음에 들었는데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돌 전후의 아기들에게도 좋겠더라고요.





굉장히 직관적입니다. 번역본이 있는 경우 하단에 번역본과 원본이 같이 있는데 이 책은 하나만 있는 걸 보면 한국에 번역이 안되었나봅니다. 참 재미있는 책인데 말이죠.

책을 펼치면 안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속으로 색이 보입니다. 어떤 것은 검정, 어떤 것은 녹색, 어떤 것은 분홍, 어떤 것은 노랑. 구멍뚫린 장을 넘기면 그 아래에는 저 실루엣이 있습니다. 실루엣 왼편, 그러니까 구멍 뚫린 장에는 해당 동물의 이름이 폴란드어와 영어로 함께 씌어 있습니다. 어떤 동물인지 보시면 바로 아시겠지요? 실루엣만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합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개구리, 병아리, 다람쥐, 물개, 고양이, 고래)





세상에서 가장 큰 무는 다른 동화에서도 여러번 보았습니다. 일본, 러시아 버전으로 본 것 같네요.





이건 좀 규모가 큽니다. 모든 사람들이 달려 들어 무를 뽑으니까요.





팜필리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가 싶더군요. 이건 글이 많은데다 번역본이 없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래 설명에 따르면 물이 없는 숲에서 팜필리오라는 열매 덕분에 모두가 살아날 수 있었다는 내용이랍니다.





아래 보이는 동그란 열매가 팜필리오입니다.





파렌하이트의 수수께끼. 여기서 은영전을 떠올리신 분 손! -_-;

화씨의 파렌하이트입니다. 이 사람도 폴란드. 게다가 그 옆에는 쇼펜하우어도 있었습니다. 폴란드, 무서운 동네.;





이게 쇼펜하우어. 그림책이 아이들용이 아니라 어른용처럼 보입니다. 위인전인듯한데, 하기야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그림책 볼테니까요. 이건 내용상 초등학교 중간까지도 보겠지만 말입니다.





백조왕자. 그림동화든 안델센 동화든 어떤 것은 그림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그랬습니다. 굉장히 쓸쓸합니다.





쐐기풀을 꺾어다가 오빠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위에서도 거기까지는 나오니까요. 한데 그림책을 보면 맨 마지막 그림이,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사람이 서 있는 내용입니다. 그 사람의 왼팔은 백조 날개. 근데 그 뒷모습이 소름끼치게 쓸쓸합니다. 서글퍼 보여요. 아으...;ㅂ;





하지만 여기의 새 그림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섬세합니다. 깃털이 생생하더군요.





순서가 바뀌었지만, 이건 도중에 있던 그림책, 누가 누구를 먹나입니다.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이것도 어른을 위한 동화책? 생태계 먹이사슬을 잘 보여주네요.:)





저 오른쪽 하단 부엉이 뱃속에는 고슴도치가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웬만하면 못 먹는 걸로 아는데 쟈는 참 먹성도 좋군요.

한 장 한 장에 커다란 그림이 있는데, 동물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각각의 동물들은 먹고 그 다음장에서 먹히거나 죽거나 하면서 새로운 동물로 변화합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참 좋겠네요. 아니, 저 세밀화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한 권 구입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5월 26일인가, 하여간 앞으로 전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3주 정도야 금방 가니까요.

폴란드 그림책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가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번쯤 기회 되면 살짝 둘러보시어요. 전시장은 작지만 볼만 합니다.+ㅆ+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