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는 별개로 화사한 꽃이 보이는 건, 위의 주제로 대화를 나눈 장소가 저기였기 때문입니다. 두세르에서 D님과 노닥거리다가 나온 이야기였거든요. 그날 두세르에는 꽃이 만개했습니다. 정말 멋지더군요.(아련)



D님의 이야기입니다만, 남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책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걸 포기하고 폐기하거나 방출하기로 한 건 몇 년 되었습니다. 지금 베란다쪽에 책장을 둘러치고 책을 가득 꽂아 놓았는데, 그래도 공간이 부족해 바닥에 쌓아 놓다가 이제는 처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장 앞쪽에는 이미 책이 쌓여 있고, 그 앞에 쌓인 책을 부지런히 폐기하는 수준입니다. 최근에 조아라 등지에서 개인지를 구입하면서 다시 책이 증식하고 있지만요.


그래서 이사 때문에 책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D님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닌 겁니다. 지금 아예 작은 컨테이너 같은 보관처를 알아보고 그쪽에 책박스를 보낼 생각하시더라고요. 전 아직 그정도로 책이 많지도 않고, G와 제 책이 마구 뒤섞여 있는 상태라 정리하는 게 무리입니다. 그리고 책을 자주 돌려 보거든요. ... 그보다는 제 손을 떠난 책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사태를 바라지 않는 거죠.; 그리고 요즘에는 방출하는 책 덕분에 증가 속도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더 줄이고 싶으면 집에 있는 잡지를 버리면 되는데, 5년 동안 한 번도 안 열어본 모 잡지도 못 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흑흑흑.



R은 D님에게, 상자에 담아 넣을 거면 책을 한 권 한 권 비닐봉지에 싸서 넣으라고 했답니다. 동인지 보관할 때는 보통 그렇게 밀봉해서 보관하는 모양입니다. 한데, 제가 보기에는 조금 많이 찜찜합니다. 일반적으로 동인지 포장할 때 쓰는 비닐봉지는 포장용 봉투 형태라 접착제가 발려 있습니다. 봉투에 책을 담고 밀봉하여 상자에 담은 뒤, 다시 상자를 밀봉할 경우 오히려 안 좋은 효과가 날 것 같거든요. 완전히 진공 상태로 만들지 않는 이상 이런 밀봉은 오히려 화학 제품(접착제)의 기화를 유발하고, 통기성을 낮춰 안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든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책은 진공포장하는 경우도 드물고 대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지요. 습기나 온도에 민감하고, 기왕이면 바람이 통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습기는 제습제로 잡으면 되고 더 중요한 건 벌레의 발생입니다. 밀봉할 경우 안에서 벌레가 발생하면 대처 방법이 없어요. 물론 안에 좀약을 넣어 두면 되겠지만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곳에 좀약을 넣어둔다는 것이 걸립니다.



그래서 D님께는 신문지를 추천했지요. 책은 밀봉하지 않고 넣되, 제습제와 좀약(나프탈렌)을 넣어두고, 거기에 사이의 빈 공간에는 신문지를 구겨 넣으시라고 말입니다. 사실 책 배송할 때나 그릇 배송할 때도 신문지를 자주 이용합니다. 뽁뽁이로 물건을 둘러싸고, 빈틈은 신문지로 채우면 의외로 잘 안 움직입니다. 신문지를 구겨 넣으면 무게도 그리 나가지 않고, 무엇보다 자체로 습기조절이 가능합니다. 그 왜, 장마철에 신발 젖으면 휴지가 아니라 신문지를 구겨 넣지요. 그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고 이걸 실험해 보진 않았으니 어떨지 모릅니다. 그래도 완전 밀봉보다는 이게 나을 거라고 보고, 밀봉하고 싶은 경우에는 김장 비닐 같은 대형 비닐 봉투를 구입한 뒤, 그걸로 상자 자체를 밀봉해서 습기가 안 들어가고 상자가 안 젖게 하는 쪽이 더 안전할 거라고 봅니다. 아니면 상자 안쪽에 비닐을 넣고 비닐 안쪽에 책을 봉한다거나.


어느 쪽이건 접착제가 들어가지 않는 쪽이 낫다고 보고, 좀약도 꼭 넣어주세요. .. 저도 생각난 김에 이번 주말에 책정리좀 하고 싶은데, 버릴 수 있는 잡지가 몇 권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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