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도서 밸리에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독서론 릴레이가 있습니다. 단, 이것은 본 사람 중 내키는 사람은 다 하는 릴레이가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이 정말로 릴레이를 받아줄 두 사람을 지정해 하는 겁니다. 그래도 벌써 단계가 7-8단계 넘어가다보니 원래의 취지와도 꽤 많이 달라지고 형식도 지켜지지 않습니다. 뭐,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최소 기준은 지켜야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독서론 릴레이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독서는 [   ]다'라는 꺽쇠괄호 안에 자기가 적당한 단어를 채우고 그에 대한 짧은 설명을 달면 됩니다. 사전 항목처럼 기술하는 거죠. 맨 처음에는 한 문장으로 설명했는데 가면 갈 수록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그것도 맛이라고 봅니다. 맨 처음 시작은 Inuit님의 독서론이었고 그게 가지를 뻗은 겁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bikbloger님의 독서론을 참조하셔도 되고 슈타인호프님이나 sonnet님의 글을 보시면 됩니다. buckshot님의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윗 글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sonnet님이라...; 독서론 글에 링크된 다른 글을 보러 갔다가 최근에 올라온 장서가의 조건을 보고는 또 손가락이 간질거리더라고요. 모종의 이유로 뇌가 마비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홀랑 홀랑 써봅니다.



서재에 대해서는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글루스에서 쓴 글도 있어 지금 모두 다 찾을 수는 없지만


---- (까지 쓰다가 넋이 나가 초혼제를 한 번 지낸 다음 다시 수습;)

그런데 이전에 썼던 글을 찾으려니까 난감하군요. 이글루스에서 넘어온 초기에는 태그를 달지 않고 글을 썼는데 그걸 다시 찾으려니 눈 앞이 캄캄합니다. 그냥 적당히 기억을 더듬어 써보죠.


인용된 책인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는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보면서 가장 열광했던 부분은 그 즈음 홀딱 반해있던 19세기 영국 요정 그림 작가(화가) 중 한 명인 리처드 도일입니다. 코난 도일의 백부이지요. 아마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또 그 이야긴가 싶으시겠지만, 한 때 일본 여행 가서 사올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에서는 진보쵸의 고서점에서 이 책 가격이 20만엔이라고 했고, 열심히 모으면 못 모을리는 없는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구하진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다른 이유로 그 책이 갖고 싶지만 환율을 생각하면 아직은 무리입니다. 더 내리거나,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거나 하면 다시 도전할까요.

대체적으로 제가 읽는 책- 書 분류에 들어가는 책들은 70% 가량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입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구입해서 보는 책은 주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문고판 판타지 소설(라이트 노벨)입니다. 왠지 구입해야하는 책을 구입하지 않고 엉뚱한 책만 사보는 느낌도 조금 듭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절판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전공서적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서적은 도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책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제 독서론도 여기에 살짝 끼어듭니다.

독서는 [갱신]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우울해 질 때, 흑점이 점점이 자리잡고 있을 때는 사포로 깨끗하게 한 겹 밀어내어 잘 마무리 하듯 적당한 책을 골라 마음을 가다듬는다.

원래는 갱신이 아니라 '붉은 여왕(red queen)'이라 쓸까 했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가치관이라 뺐습니다. 독서는 붉은 여왕 안에 포함되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 안에 포함시킬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하는 작업들도 다 붉은 여왕에 들어가니 말입니다.

그런 고로 구입한 책 중에서 한 번 이상 읽지 않을 것 같다거나, 마음을 오히려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는 책들은 서가에서 퇴출됩니다. 퇴출된 책은 주로 친구나 아는 분 집에 자리를 잡습니다. 지금까지는 온다 리쿠의 책들과 몇몇 만화책들이 그런 운명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버릴 수 없는 책은 존재하니, 이전에 올린 서재 글처럼 바닥도 점점 책으로 차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판타스틱을 퇴출시켜야 할까요. 아니, 마일즈 때문에 퇴출하면 안되는데. 으흑.;


여기서 잠깐 아는 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다녔던 어느 공적기관의 자료실에 근무하신 분입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같이 근무하는 동안 그 분의 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형제 중 맏딸이지만 미혼이고, 아래의 동생들은 다 결혼했다고 들었습니다. 혼자 작은 크기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는데 아파트를 거의 서재로 만드신 모양입니다.
대부분 집에 서재를 만든다 하면 가운데 공간은 비워두고 사방의 벽을 서가로 둘러치는 것을 생각하시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쓰자면 그게 아니죠. 서재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가장 좋은 것은 도서관 서가입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하중을 견딜 수 있을 것.(...) 일반 주거시설과 공공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설계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 본 자료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거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기준은 배 이상이었을 겁니다. 아마 그 분은 그런 기준은 상큼하게 무시하지 않았을까 추정하는데요, 중간 단이 나무로 된 것보다는 최근 나오는 것처럼 금속으로 된 쪽이 덜 무겁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집에 도서관 서가를 들여 놓고 거기에 책을 수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집에 수납된 책이 듣기로는 몇 천 권 수준이었지요. 하도 오래전 이야기라(2002) 지금은 그보다 훨씬 늘었거나 아예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가장 효율적으로 책을 수납한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쓰는 서가는 대출율이 도서관보다 훨씬 낮으니 책을 90% 가까이 채워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대신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서가 이동을 해주는 근력을 발휘하면 좋습니다.

[요약]
1. 이상적인 모습을 제외하고 본다면 중앙 공간을 비워두는 스타일보다는 도서관 서가쪽이 도서 집적률이 높습니다.
2. 단, 위의 경우에는 서가와 책의 무게에 따른 하중을 계산해야합니다. 무시해도 되지만 뒷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가장 집적률이 높은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가에서 보듯 폐가식. 하지만 이쪽은 하중이 상상 초월입니다. 도서보다는 서류 보관용입니다.)
3. 책을 90% 이상으로 빡빡하게 꽂을 경우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근력과 공간지각력(서가 재배치용)을 발휘해야합니다.


가끔 장서가의 요건에 대해 언급할 때 고서 이야기가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저는 고서를 수집할 돈도, 공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탈산처리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고로 저는 직접 고서를 만듭니다.(음?) 이와 관련된 글은 기억나면 주말에 쓰겠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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