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쓰다보면 가끔 헷갈립니다. 이게 순수 일본어 단어인지, 아니면 그에 맞는 한국어가 있는지 가물가물하거든요. 그 때마다 사전을 펼쳐(열어) 놓고 뒤적거리는데 총본산도 한국어에 있는 단어인지 아닌지 까먹었습니다. 아... 일본어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어 공부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이나리, 혹은 오이나리라고 읽는 稻荷(도하)는 여우신입니다. 곡식의 신으로 시작해 상업번창의 신까지 영역을 넓혔지요. 시작은 데메테르이지만 헤르메스의 영역까지 넓혔다고 해도 다르진 않지요. 여우신이라고 하면 왠지 괴기스럽지만 이나리신이라고 하면 묘하게 친근감이 드는 건 유부 때문입니다. 여우신은 여우가면이 먼저 떠올라 무섭다는 감정이 먼저 오고, 이나리신은 유부와 곡식이 떠오르니 정감이 생기는 걸까요. 하하.; 한국의 여우들도 그리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요. 「여우누이」라는 전래동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까.-ㅁ-; 전설의 고향이 트라우마가 된 사람 중 절반은 '내다리내놔', 나머지 절반은 간 빼먹는 구미호 때문이 아닐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지난번 여행 때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가운데 다녀왔지만 이번엔 구름은 많지만 대체적으로 다니기 좋았습니다. 기온도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정도로 서울보다 훨씬 따뜻하고요. 바람은 좀 불지만 이정도 산 바람은 집 근처에서 맞는 산바람에 비할바가 아니죠.

JR 교토역에서 가장 저렴한 표를 끊고 다음 다음 역인가, 이나리 역에서 내리면 바로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JR 간사이 레일패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지 않았습니다. 나라까지도 아마 이용 가능할거예요.
이나리역에서 내려 왼쪽으로 몇 십미터만 걸어가면 입구가 보입니다.




빨간색 커다란 도리이. 여기부터는 신의 영역이라 하던가요.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의 입구는 이렇습니다. 적다보니 타이샤가 맞는지, 다이샤가 맞는지 헷갈리는데, 일본어 위키를 찾아보니 타이샤라고 표기했군요. 그러니 타이샤로 적습니다.'ㅂ'

한자로는 伏見稻荷大社. 가운데의 稻는 稲가 맞지만, 같은 '벼 도'이고 이게 일본식 약자 같은 고로 稻로 적습니다.
후시미는 지명이고 이나리는 여우신을 말하는 것. 타이샤는 대사, 총본산을 말하나봅니다. 여기가 일본 내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이라고 하더군요. 로마 교황청 비슷하다고 보셔도 됩니다.




아까의 대문 도리를 지나 죽 걸어 올라가면 앞에 본당이 보입니다. 왼쪽에도 또 작은 사당 같은 것이 있더군요. 설렁 설렁 걸어갑니다.




이것이 본당으로 가는 계단. 앞에 보이는 주칠, 금칠의 건물은 문입니다. 그냥 문은 아닌 것같은게...




여우가 지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들어가는 곳 왼쪽에는 우대신이, (본당에서 보면 이쪽이 왼쪽이겠지요)




오른쪽에는 좌대신이 있습니다.

사실 좌대신과 우대신이 헷갈리긴 하지만, 나리타 미나코의 『내추럴』을 보고 좌대신과 우대신을 확인했습니다. 나이가 많은 쪽-지위기 높은 쪽이 좌대신이라는군요. 검은 옷이 좌대신-『내추럴』의 사이몬쪽입니다.
양쪽의 복식 차이도 있는데, 우대신(붉은옷)이 깔고 앉은 것이 호랑이 무늬천, 좌대신(검은옷)이 깔고 앉은 것은 표범무늬천이었습니다. 원래는 천이 아니라 가죽일지도 모르겠군요. 여기서야 가죽이 아니라 천을 썼겠지만..
여튼 『내추럴』을 참고한다면 진짜 대신은 아니고 시대신,이라는 것 같습니다.-ㅁ-;
(상징적인 의미?)

여기를 지나면 바로 본당인데, 시주를 하고 밧줄을 흔들어 소리를 내며 기원합니다. 하지만 전 여우신에게 빌고 싶은 건 딱히 없으니 패스. 거기서 왼쪽으로 돌아가서였나, 하여간 뒷편에서 부적을 사긴 했습니다. 학업부적. 공부라면 사실 이나리보다는 기타노텐만구(北野天滿宮)에 가야하지만 미치자네공은 좀 무서워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무서워하는 건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 탓....;

본당 왼쪽 계단을 올라가서 더 가면 또 도리이가 나옵니다. 그 양편에는 여우 신상이 있네요.




여우님의 얼굴표정이나 동작도 조금씩 다르더군요. 이런 신상의 모습에 대해서는  다나카 메카의『세일러복에게 부탁해』에서도 조금 나왔던 것 같은데. 쥐라든지 멧돼지가 서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이 신사는 여우 신사이니 모두 여우입니다. 단, 생긴 모습은 여우라기보다는 개에 가까운 것도 꽤 보이더군요.
이 여우는 입에 동그란 통을 물고 있습니다. 통이 아니라 문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앞의 사진은 빛이 들어가서 밝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이런 색입니다. 여기는 입에 구슬을 물고 있고요. 아마도 여의주? 용이 물고 있지 않지만 여우가 물고 있으니 여의주라고 해도 된다고 우겨봅니다.

그리고 그 뒤쪽에 있는 길을 따라 가면 그 유명한 도리이 통로가 있습니다. 통로라고는 하지만 연속으로 도리이만 세워 놓은 것이라 비가 들이치면 다 젖을거예요.'ㅂ' 길이 양쪽으로 있는데,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갑니다. 돌아 내려올 때는 반대 길로 내려오면 되니까요.



G의 뒤를 쫓는 태공. 나는 네가 가는 길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게 그 유명한 여우 에마. 전 그림 솜씨가 없어서 에마만 보고 넘어갔습니다.

산을 따라 도리이 통로가 계속 되기 때문에 한 바퀴를 다 돌면 산 능선을 따라 걷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중간에 도로 내려왔고요. 앞은 주칠이 되어 있어 깔끔하니 예쁘지만 돌아 내려올 때 보면 왼쪽에는 기업 혹은 개인 이름이, 오른쪽에는 도리이를 세운 날짜가 박혀 있습니다. 뒤에서 보면 조금 지저분해요.'ㅅ'

돌아 내려와서 본당 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걸어갑니다. 이쪽이 쇼핑거리라 이런 저런 구경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점심을 간단히 먹었으니 간식이 땡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G가 『교토 데쿠데쿠 산보』에서 보았던 여우 가면 센베를 발견합니다.




이 가게.
센베를 파는 가게는 많지만, 여기는 특이하게도 여우 가면 모양의 센베를 팝니다. 3개 들이 한 박스가 350엔, 10개 들이는 1050엔. 여우 얼굴 모양의 닌교야키도 있습니다. 여우 센베는 단맛이지만 짭짤한-다시 말해 맥주 안주로도 괜찮은 다른 센베도 많습니다. 그래서 선물용으로 잔뜩 사왔지요.>ㅅ<
여기서 여행 선물을 왕창 산 덕분에 그 뒤에는 여행 선물에 대한 걱정을 덜었습니다. 핫핫핫;

사실 여행 선물 사기에 가장 좋은 곳은 간사이공항입니다. 출국장 안쪽 면세점에서 500엔짜리 이런 저런 간식을 꽤 많이 팔거든요.-ㅁ- 독특하기로는 로이스의 포테이토칩 초콜릿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날(1월 20일, 목)의 일정은 이렇습니다.

0910 인천공항 출발
1050 간사이공항 도착(하차시간)
1109 입국수속 완료
1130 점심거리 구입
1140 JR 패스 구입
1146 교토행 하루카 탑승, 출발
1302 교토 도착, 코인로커에 캐리어 밀어 넣기
1334 JR 나라선 탑승, 출발. 5분 후 이나리역 도착.
1437 JR 나라선 탑승, 5분 후 JR 교토역 도착.

이후의 일정은 돌아다닌 이야기이고, 위의 시간표는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대강 감이라도 잡으시라고 적어본 겁니다. 간사이공항과 교토역을 종점으로 하는 특급열차 하루카는 한 시간에 두 대 있고 정확하게 30분 간격입니다. 물론 새벽과 늦은 밤에는 배차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