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것은 만렙 기념 선물입니다. 만렙 기념 선물로 헤드폰을 사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게으름이 도져서 청음하러 나갈 기회가 없었지요. 그러다가 G에게 대학로 내에 청음이 가능한 곳이 있다고 들어서 퇴근길에 홀랑 다녀왔습니다.
미리 마스터님께 조언을 얻어 몇몇 모델을 골라두었는데 그 중 SHL9600이 가장 마음에 들더랍니다. 헤드폰에 가격도 그정도면 괜찮다 싶었고 음도 괜찮다고 하니까요. 그래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갔습니다.
원래는 코엑스의 애플샵으로 가려고 했는데 거길 추천했던 G가 또, '거긴 고가의 헤드폰 위주로 있어'라고 말을 바꾸는 바람에 거리도 멀다고 해서 근처로 간 거였거든요. 그래도 저는 여기가 좋습니다. 걸려 있는 헤드폰에 제 RQ를 직접 맞춰가며 들어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결정한 것은 9600이 아닌 9500. 사진의 모델도 필립스 SHL9500입니다.
왜 애초에 생각한 9600이 아니라 9500을 샀냐 하면, RQ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RQ에 들어 있는 여러 음원들 때문이지요.; 제가 G처럼 CD 추출의 음악을 MP3-킨키라던가 페파톤즈라던가 디파페페라던가-로 만들어 듣고 있다면 아마 9600을 샀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요즘 주로 듣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들을 음악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나 니코니코동의 자가 녹음 노래들입니다.
RQ에 담겨 있던 노래는 니코동 노래였고요. 여기에 9600을 끼웠다가 대박 좌절했습니다. 마스터님이 최근에 헤드폰 사면서 살짝 언급하신대로, 헤드폰이 좋으면 녹음환경이 금방 들통납니다.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녹음한 CD와는 달리, 니코동의 MP3는 좋은 헤드폰으로 들었더니 좋지 않더군요. 어허허.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는 이어폰-아이팟 나노 번들 이어혼-으로 듣고 있다가 좋은 것으로 들었더니 그게 가장 티가 나더랍니다.
결국 9600말고 그 아래 있던 9500을 맞춰 들었는데 음 느낌도 제 취향입니다. 9600은 더 맑고 쨍한 느낌인데 9500은 그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랄까요. 이쪽이 취향이었습니다. 거기에 9600은 완전 밀폐형이고 9500은 약간은 오픈형에 가깝습니다. 더불어 9600은 볼륨 조절 버튼이 있는데 청음매장에서 그걸 작동시킬 때 지직거리는 것도 마음에 걸렸으니. 9500이 더 가볍기도 하고 써봤을 때 귀에 크게 무리가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G의 줌레드는 오래 끼고 있으면 귀가 아픕니다.)



꺼내보면 저렇게 생겼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딸려온 다른 이어폰입니다. 이건 나중에 다시 리뷰를 해보지요.
다만; 꺼내고는 당황했더랍니다. 매장에서는 RQ에 충분히 들어갔는데 저 커다란 단자는 대형 앰프용이 아닌가라고 말이지요. 당황해서 만지작 거렸더니 그냥 잡아당기면 쑥 빠지더군요. 헤드폰을 사본 것이 처음이라 몰랐습니다. 지금까지는 죽 이어폰만 써봤기에...-ㅁ-;
그러고 보니 헤드폰 사겠다고 생각한 것도 벌써 몇 년이나 되었군요. 핫핫핫.

단점이라 하면 저 선입니다. 선이 이전에 쓰던 번들 이어폰보다 긴데다 뭔가 잘 망가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선에 대한 불만이 종종 보이던데 이해가 갑니다. 부드러운 재질이라 잡아당기면 뚝 끊어질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가격은 45000원이었는데 이리저리 쿠폰 써서 그보다는 싸게 샀습니다. 그러니 고이 잘 써야겠지요.


그나저나 오늘 나가는 길에 한 번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과연 제가 자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찍어두었던 모 상품은 품절인걸까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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