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2020년 마감 글은 1월 중에 천천히 올라올 겁니다. 게을러서 제대로 준비를 못했거든요. 날잡고 준비하면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도 열심히 웹소설 읽는데 심력과 안력을 쏟습니다. 하. 이러면 안되는데.ㅠ

 

어쨌건. 그간 노트북 사진 폴더에서 자고 있던 여러 사진들을 털어봅니다. 요즘에는 또 게을러서(..) 택배 도착해도 사진 찍는 일이 많지 않다보니 쌓인 사진도 몇 안됩니다. 그래도 생각날 때 털어야지요.'ㅂ'

 

 

 

일본여행 갔을 때 무지에서 샀던 나무그릇은 은근 쓰기 편합니다. 나무그릇이라 가볍고, 과일이나 케이크나 뭐나 간단히 담아 먹기도 좋습니다. 이날은 진짜장면(아마도)에 달걀프라이네요. 달걀프라이를 먼저 만들어 놓고 짜장라면을 끓이면 시간이 딱 좋습니다. 그사이에 달걀프라이가 조금 식지만, 그정도는 감수합니다.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이지만 저거 혼자서 다 먹지는 못했을 겁니다. 순대도 내장류만 조금 꺼내놓았으니까요. 아마 김밥은 반 정도 덜어뒀다가 그 다음날 먹었을 거예요.

올해도 여름에 애용한 풀무원 냉면사리와 육수. 팩으로 사면 상당히 쌉니다. 냉면국물 자체는 CJ 물냉면이 훨씬 더 입에 맞지만, CJ랑 풀무원이 있으면 풀무원을 사줍니다. CJ를 싫어한지 어언 .. (하략) 지난 번에 KBS의 시사기획 창 재벌 승계편 보고는 정이 더 떨어졌어요. 원래도 정은 없었지만 지금은 없던 정도 바닥까지 긁어낼 정도입니다.

 

 

 

 

마켓컬리에서 창화당 쫄면 양념장을 사다둔지 좀 오래되었지요. 그 양념장은 올 여름에 쏠쏠히 잘 먹었습니다. 냉면사리 삶아다가 비벼먹어도 맛있어요. 채소가 필요하다면 음... .. .. 다른 신선한 채소류는 가격과 소비의 문제가 있다보니 많이 쓰는 편법은 무쌈입니다. 볼 때마다 어릴 적의 만두피가 떠오르지만, 고추냉이-와사비 무쌈은 하나 사다두면 냉면 먹을 때 장식으로 올리기 참 좋아요. 단무지보다는 새콤한 맛이 강한 이쪽, 무쌈이 좋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만두와 순대들은 색감이 좀 묘하죠. 에어프라이어에 같이 돌려 그렇습니다. 만두는 특히 기름지다보니, 아래쪽에 순대를 깔고 위에 만두를 올렸다가,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면 좋습니다. 순대는 진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그 대신 온 방안에 순대 냄새가 퍼집니다.

 

 

 

 

이날의 커피는 뭐였을까-가 아니라. 아마도 이날은 찻잔 사진을 찍은 걸겁니다. 스웨디시 그레이스 윈터. 제 취향보다는 용량이 조금 작긴 하지만, 다른 큰 컵도 있으니 괜찮습니다. 일상적으로 쓰기에 알맞은, 좋은 머그입니다.

 

 

 

 

이날은 진라면 순한맛에 김밥.

특정 음식을 먹고, 그 음식에 꽂혀서 며칠동안 그것만 먹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이 때는 김밥이었어요. 읍내에 잘하는 김밥집이 있어서, 거기서 몇 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돌아가며 먹었습니다.

...

짐작하시겠지만, 마지막 한 줄은 상해서 분리수거했습니다. 핫핫핫.; 냉장고에 쟁이는 일은 적당히 합시다. 아, 냉동고에도 쟁인 빵이 여럿 있었지.

 

 

 

 

 

이때는 이미 노트북이 바뀌어 있군요. 왼쪽의 만두는 본가에서 들고 왔습니다. 김치통 비우는 일을 숙원사업으로 여기는 어머니께오서 그 한 통을 비우기 위해 만두를 한 통 빚으셨더군요. 그 중 모양 괜찮은 건 골라서 냉동시켰고, 바람 들어가 냉동시키기 문제있는 만두들은 김치냉장고에 타파로 하나 가득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그 타파통 하나를 통째로 털어왔지요. 음훗훗. 소중히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들어온 부식거리는 식생활의 단조로움을 구성하지만, 대신 식비는 확 줄여주니까요.

그 옆의 칼국수는 컬리에서 주문한 냉동칼국수입니다. 맛이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맵다는 점 빼면 매우 괜찮습니다. 청고추와 홍고추가 들어가 색은 예쁘지만 상당히 칼칼합니다. 꼬마 L은 입도 못댈 그런 맛. 그래도 그 칼칼함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쓰읍.

 

 

 

이날은 프렌치토스트. 비닐봉지에 달걀과 우유를 듬뿍 넣은 달걀물을 담고 거기에, 냉장고에서 놀고 있던 식빵을 넣어뒀습니다. 비닐봉지와 지퍼백의 이중 포장이라, 몇 시간마다 한 번씩 뒤집어 가며 속까지 달걀물이 잘 배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운데의 식빵들은 덜 촉촉하더군요. 대신 맨 위와 맨 아래에 있던 식빵 두 장은 빵푸딩에 가까울 정도로 말랑말랑 촉촉합니다.

거기에 밀크티랑 잼이 있으면 딱이지요. 쓰읍.

 

 

 

 

 

이날은 고래사어묵의 떡어묵이랑 밤이랑 만두. 밤은 삶아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만두랑 어묵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릴 때 같이 넣었습니다. 에어프라이어에 삶은 밤을 돌리면 잘 익은 군밤이 됩니다.

 

 

 

 

만두와 김밥은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그 전날 준비한 어묵탕을 꺼내 데웁니다.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국물 내서 어묵탕 끓이고 싶은데, 과연 언제쯤? 1월에는 한 번 시도할만 하겠지요. 맛있는 겨울무를 찾아둬야겠습니다.

젓가락과 숟가락과 숟가락에 깔려 있는 스너프킨. .. 아냐, 스너프킨 맞나?;;; (확인하고 옴) 맞습니다, 스너프킨. 무민 친구죠.

그리고 어묵탕을 담은 그릇은 스웨디시 그레이스 윈터의 300ml 사발입니다. 저정도면 카페오레볼로 써도 괜찮겠네요.

 

 

 

 

 

이날은 레이지 선데이 어피치 머그에 커피를 하나 가득, 거기에 생초콜릿. 이 사진은 필터 적용해서 저장해둔 사진이라 색감이 많이 다릅니다.

 

 

 

 

이날은 냉장고를 털어서 점심을 차렸습니다. 보통 주말에 혼자 먹을 때는 아침을 아주 간단히 먹고 점심을 거하게 차리기 때문에 저런 모습이 됩니다. 닭갈비떡볶이 만들어 뒀던 마지막 분량을 탈탈 털어, 칼국수 사리와 함께 담았습니다. 옆은 어묵탕. 넙적한 어묵과 고오급 어묵을 섞어 끓이니, 그것도 괜찮더라고요. 옆에는 겨자를 준비했습니다.

 

 

 

 

 

이날의 커피는 아마도 파푸아 뉴기니. 빈스서울 커피콩입니다. 찻잔은 노리다케의 에반게리온 초호기.

 

 

 

 

시간순으로는 가장 오래된 사진이 가장 아래에 놓였네요. 노트북을 보니 그러합니다. 하지만 앞서 다른 식단들과 크게 차이가 없으니 참.; 박복한 식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식생활에 들일 여력이 없으니, 체력부터 키워야지요. 아. 그래서. 냉장고에 있는 카레는 만든지 오래되었으니 조용히 폐기해야겠습니다. 상했을 것 같아요.=ㅁ=

만화를 크게 소년만화와 소녀만화를 나누었을 때 소녀만화를 더 많이 봅니다. 그 양쪽으로 나누기 어중간한 작품도 여럿 있지만 대체적으로 소년만화를 덜 봅니다. 『나루토』나 『은혼』, 『원피스』 등은 손댔다가 말았거나 손을 안댔습니다. 그 외에도 안 보는 작품이 여럿 있긴 한데, 소년만화를 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묘사입니다. 여자주인공이 지나치게 특정 부위가 강조되었다든지, 일부러 노출도를 높인다든지, 남자주인공이 안 그런척 하면서 훔쳐본다든지 하는 장면들이 질색이거든요. 아니, 특정 부위가 강조된 것까지는 이해하는데 등장인물들이 그것에 대해 상당히 신경쓰는 것이 보는 제가 민망해서 말입니다. 크면 큰거고 작으면 작은 거지 왜? 오히려 그게 남성을 잠재적인 늑대나 발정기의 동물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이쯤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사에바 료 같은 인물은 최악의 인간으로 찍혀 있습니다. ... 아, 물론 이보다 더 최악인-인간이라고 취급하기 어려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뺍니다. 소년만화의 주인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일단 그렇다는 거죠.


『오센』이 음식이나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에서 상당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손을 늦게 댄 것은 그 때문입니다. 몇 장 넘겨보면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폴폴 풍깁니다. 그 장벽을 못넘고 미루고 있다가 뒤늦게야 보게 되었지요. 이미 책은 절판되었고 집에 구비하려면 원서를 사거나 킨들판으로 구해야할 겁니다. 킨들판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는데 있지 않을까 추측할 따름입니다. 괜히 검색했다가 덥석 구입하면 골치 아프니 지금 찾아보진 않으렵니다.



지금까지 챙겨봤던 음식 소재 만화는 여러가지 있지만 오센과 비교하자면...


『아빠는 요리사』는 일미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가정요리나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특이한 지역 요리를 다룹니다. 가끔 다른 지역에 놀러가거나 하여 음식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데, 대평 과장님의 아들이 삿포로 발령 받은 것은 홋카이도 음식을 소개하려는 작가의 음모(...)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성이가 오키나와 대학으로 진학한 것과도 같은 맥락일 거고요.

하여간 이 작품은 집에서 해먹는 요리를 주로 다룹니다. 본격적인 음식 조리라든지보다는 집밥의 느낌에 가깜더군요.



『맛의 달인』은 음식과 식재료, 그리고 그걸 꽃 피운 일본의 식문화와 문화 전반을 다룹니다. 일본의 고유문화가 사라지고 식문화가 붕괴하는 모습들을 종종 다루면서 자아 성찰하는 모습을 보면 .... 아직 한국은 멀었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진지한 내용으로 다룬 음식 만화는 『식객』 정도잖아요? 그리고 깊이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분량은 한참 부족합니다. 꾸준하게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럽다는 겁니다. 거기에 지속적인 성찰이 가능하다는 것도요. 각 지역을 다니면서 음식을 비교하고 음식을 만드는 주재료가 어떻고 그곳의 자연환경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까지 다루는 것은 영상물로는 있을지 몰라도 만화로는 없습니다. 영상은 그걸 상영하는 매체가 있어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종이로 출간하면 바로 책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제외한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은 만화를 선호합니다만 한국에서는 드물죠.



『오센』은 앞의 두 요리만화와는 다른 궤적을 달립니다. 읽는 내내 소년만화 부분만 뺀다면 하쓰 아키코의 작품들과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센이 렌과 같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본 전통문화를 강조하고 그걸 소화하는 모습이 말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나 만들어온 음식 자체가 일본의 식문화와 문화 자체를 녹여낸 것과 같습니다. 소년만화다보니 식객이나 맛의 달인 같은 장광설은 없고 꽤 간략화된 이야기만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묘사된 음식을 실제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걸요. 저 몇 팀 안되는 손님들을 받아서 저 직원들을 유지하려면 기본 단가가 높을 테니 말입니다.

거기에 가끔은 사회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 전통 문화가 사라지는 세태를 한탄하기도 합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만들어 내 오래 쓰고 물려 주는 그런 문화와는 달리 현대의 문화는 옛맛을 잊고 거기에 길들여졌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된장만드는 편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주인공의 선배가 된장국(미소시루) 한 그릇으로 부서질뻔한 가족을 일으키는 그 장면이 눈물 날 것 같아서...;ㅠ; 정말로 맛있어 보였거든요.



요약하자면 이 책을 보고 나서 방에서 밥 해먹을 결심을 했더랍니다. 몸 상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것도 있었지만 『오센』을 보고 나니 힘들더라도 해먹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오더군요. 물론 실천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는지 읽어보니 알겠더랍니다.-ㅠ-




기구치 쇼타. 『오센 1-7』. 세주문화, 2001-2004, 각 권 3500원.



덧붙여.

그렇다고는 해도 불편한 장면이 꽤 많았기 때문에 집에 종이책으로 구입하게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공간을 감수하고까지 구입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오센의 노출도가 심한 것이.. 하하하하하;

온당치 못한 식생활입니다.(도망)




무게에 져서 쌀은 못들고 왔습니다. 이번에 짐이 조금 많아서 말이죠. 다음주에 들고 오거나, 부칠 생각입니다. 부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요. 들고 다니기 쉽지 않으니까요. 평소 짐 무게가 3kg을 가뿐히 넘습니다. 노트북과 그 부속, 거기에 아이패드만 해도 3kg 넘게 나오죠. 게다가 기타 등등의 무게도 상당합니다.


슈퍼 두 곳을 둘러 가격 비교를 하는데, 한 곳은 어묵이 2890원에 두 개를 묶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도로 나와서 다른 곳에 가니, 거기서는 하나만 놓고 팔더군요. 그쪽을 집었습니다. 물론 지방2로 돌오는 길이라 다시 돌아가기 번거로웠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 주에 두 번 어묵을 먹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위장 용량의 한계라는 거죠. 5백원 더 주고 한 봉지 더 받느니, 한 봉지로 끝내는 쪽이 좋습니다.




하지만 오늘 장본 사진을 생각하면 식생활이.. 으으으으음....;




이중 맨 오른쪽이 어묵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먼산)

어떻게 보면 조금 묘한 책입니다. 이전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책인데, 그거랑은 또 다른 느낌이 있거든요. 대놓고 말하자면 효재의 살림책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달라요. 이 할머니느 입담이 더 걸죽합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께 하는 말로는 적당치 않지만, 어떻게 보면 촐싹대는 면도 있어요.-ㅁ-; 넉넉치 않은 어린 시절 때문인지 그 때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지만 그게 지금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원래 블로그에 올리던 이야기를 책으로 낸 모양인데 책의 구성이나 전체 분위기는 위화감이 없습니다. 괜찮네요. 게다가 이 할머니 취향이 저랑 같으면서도 달라서 그 점에서는 또 묘한 감성을 불러 일으킵니다. 일단 전 수는 안 놓으니까요. 하하하; 만드는 건 좋아하지만 코바늘 뜨기나 대바늘 뜨기는 안합니다. 케이스 만드는 것도 자주 하지만 전 스티치 안 보이는 쪽을 선호합니다. 바느질 솜씨가 좋지 않다는 걸 자각해서 그런 거예요.=ㅁ= 그 점에서 약간 비뚤지만 그런 바느질 선을 그대로 보이는 할머니는 음.. 대단합니다. 하하;

앞에는 밭 가꾸기, 그 다음에 부엌 살림, 집안 살림과 장식, 그 다음에 몇 가지 음식 만드는 법, 소품만들기랑 뜨개질이 나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티코지는 올해 G를 들들 볶아서 하나 만들어 내라고 할 참입니다. 기왕이면 스웨터처럼 꽈배기 무늬도 넣어달라고 할까요.


음식 만들기 중 빵 만들기는 따라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발효빵이 나오는데, 발효 시간이 얼마인지, 어느 정도 부풀 때까지 두어야 하는지 등은 감에 맡길 수밖에 없더군요. 그래도 포카치아나 술빵은 맛있어 보여 다음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과연 언제쯤..ㄱ-;


그러고 보니 은색의 동그란 갑옷 티코지는 C님도 가지고 계시지요. 몇몇은 일본 여행 때 집어온 거라 하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익숙한 것도 종종 보이네요. 하지만 그게 통일감이 있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기분 내키는 대로 집어 모았다는 것이 보여 재미있습니다.:) 한 번 남의 살림집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볼만 합니다.



김옥란. 『꿈꾸는 할멈: 어떤 할머니의 부엌살림 책』. for book, 2014, 18000원.

어디서 보았더라. 아마 교보문고에서 보았을 겁니다.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도서관에서 예약 걸어 놓고 빌려왔는데, 빌려온 뒤 책을 훑어보고는 이건 널리널리 알려 지름을 부추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주 전의 모임에 들고 나가서 두 분을 낚았고, 오늘 또 모임에 들고 나가 두 분을 낚았습니다. 도합 넷. 그리고 저. 그리하여 다섯 명이 구입목록에 책을 올렸습니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책이라는 거죠.

이 책이 좋은 건 판형이 일반 판형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책이 나오면 판형이 크게 마련인데, 이건 보통 책 크기랑 비슷하네요. 당연히 책 전체가 다 컬러이고요. 얼핏 보면 이효재의 책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잡담이 많은 비슷한 타입의 책들과는 달리, 이건 레시피가 상당히 많습니다. 앞부분은 왜 자신이 음식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짧은 이야기 뒤에는 내내 다양한 저장식 만드는 법이 나옵니다. 일본 전통 먹거리부터 시작해 서양의 저장식도 함께 나옵니다. 코울슬로라든지 슈크르트 만드는 법도 있다니까요. 렌즈콩 절임, 베니쇼가(붉은 초생강) 만드는 법도 있습니다. 안쵸비도 있어요.

재미있는 건 B님이 지적한 대로, 저장식 만드는 법 뒤에 그 저장식을 활용한 일반 조리법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산초 소금조림 만드는 법 뒤에는 절인 산초를 써서 만드는 멸치볶음이 있습니다. 정어리 오일 절임 뒤에는 이걸 써서 만드는 파스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활용법이 나와 있으니, 저장식품을 만드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할 수도 있겠더군요. 게다가 레시피도 이정도면 행간은 적은 편입니다.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음식은 손맛이라 그 행간까지 적기는 쉽지 않겠지요.


최근에 보았던 요리책 중에서는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주문하면 당장 코울슬로부터 만들 것 같군요. 후후후후..-ㅠ-

고테라 미야. 『마법의 병조림』, 박문희 옮김. Style조선, 2013, 14000원.


저자가 간사이 출신이라, 그쪽 이야기가 조금 언급됩니다. 그 때문에 읽고 나면 교토 여행 가고 싶다는 충동이 생길 수 있으니 읽을 때 주의하세요.-ㅂ-;
이번에도 두 책입니다. 이건 앞에 올린 두 책보다 먼저 보았는데 리뷰 쓰는 것이 늦어 더 늦게 올리네요. 게다가 가볍고 무난하게 본 책이라 리뷰를 더 늦게 올리게 되는군요.

가볍고 무난하다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괜찮습니다. 여타 다른 음식, 부엌 관련 책들보다 낫습니다. 최근 보았던 여러 음식 관련 책들 중에서도 괜찮다고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하지만 두 책의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아무래도 편집이라든지 기술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집과 부엌』은 본제가 아니라 수식어가 따로 붙습니다. '타니아의 독일 키친 여행'이 앞에 들어가고 부제는 '작은 집에 딱 맞는 독일식 주방 라이프'입니다. 이 책은 일서가 원본이고 제가 본 것은 번역본입니다. 일본의 음식 관련 서적을 찾다보면 한 두 번은 만나게 되는 것이 이 타니아란 사람입니다. 앞서 다른 책도 읽었는데 그 때는 그냥 무난하게 넘어갔거든요. 이 책은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이 하나 있더군요. 딱 집어 말씀드리자면 F님 취향이실 겁니다.
책의 저자인 타니아는 성이 가도쿠라로,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렇다 보니 독일과 일본의 양쪽 모습을 다 보여주고 있지요. 본문을 읽다보면 남편은 일본인이랍니다.'ㅂ' 시댁이 일본 시골이라는 언급이 있거든요.

책은 독일의 식사, 베를린의 부엌, 독일과 관련된 음식 이야기 등으로 나뉩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독일의 식사인데 발효빵 만드는 법이 나옵니다. 여기서는 호밀을 써서 효모를 만들고, 그걸로 빵반죽을 1차로 만들고 그걸 써서 빵반죽을 합니다.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실버 호숫가』를 보면 비스킷을 만들 때 전날 반죽을 남겼다가 섞어 쓰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여기 나옵니다. 발효종을 써서 만드는 반죽인데, 나중에 뭐라 부르는지 찾아 올리겠습니다.OTL
하여간 그 반죽 만드는 법이 아주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F님이 관심을 가지시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 1차 빵반죽은 냉장고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답니다.

어쩌면 『아빠는 요리사』에서 나오는 효모만들기도 이와 비슷하게 시작하는지도 모르지요. 물론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다릅니다. 거기서는 다양한 재료를 다져 섞어서 효모를 만들거든요. 어떤 빵집에서는 특정 과일이나 특정 말린 과일을 발효시켜 효모를 키웁니다. 어느 것이 맛있는지는 잘모르지만 저는 아마 도전하지 않을 겁니다. 독일빵 특유의 신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ㅁ-;
(커피 신맛도 그렇지..;...)



알렉스의 스푼은 클래지콰이의 멤버이며 몇번 음식 관련 프로그램도 찍었던 그 알렉스가 쓴 책입니다. 음식에 대한 옛 기억들과 회상, 거기에 해당 음식들을 만드는 법까지 달아 놓았는데, 글이 꽤 마음에 듭니다.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글이거든요. 게다가 가수 데뷔를 하기 전에는 요리사로 경력을 쌓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요리사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데는 놀랐습니다. 사실 몇 번 TV 프로그램에서 보았을 때 굉장히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요리사였다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하하하;

신기한 먹거리보다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음식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향수어린 음식, 소울푸드 말입니다. 집밥 이야기도 많아요. 제일 마음에 드는 먹거리가 앞부분에 나오는 고추장 불고기 주먹밥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한식과 일식, 양식을 넘나듭니다. 따라하기도 꽤 쉬워보이고요. 가볍게 읽을만 하지만 또 몇몇 부분은 참고할만 합니다. 특히 홍콩음식에 대해 언급한 몇 이야기는 같은 작업실을 쓰는 분이 조만간 홍콩여행 가신다고 하기에 슬쩍 가르쳐 드렸습니다. 훗훗훗. 홍콩 딤섬 참 맛있지요-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은 다이어트 관련이었지만..(먼산)

하여간 연예인이 썼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가도쿠라 타니아. 『(타니아의 독일 키친 여행)집과 부엌: 작은 집에 딱 맞는 독일식 주방 라이프』, 조우리 옮김. 홍시, 2012, 13000원
알렉스. 『알렉스의 스푼』. 중앙북스, 2009, 15000원.


하지만 저 책가격은...ㅠ_ㅠ
책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릅니다. 물론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받을 테지만 그래도.....;;
밥먹으면서 읽는 책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영혼의 음식-머릿 속 깊이 각인된 음식의 기억을 불러 오는 내용의 책입니다.-ㅁ-

이 책은 옛 동화와 고전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리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리뷰의 중심에는 음식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e가 붙은 앤양이 처음으로 레이어 케이크를 만들었다가 대박 실패한 사건 등을 다루는 거지요. 그게 아니라면 세라 크루의 미트 파이나 로러가 가지고 놀았던 돼지방광 축구공(!)을 떠올리며, 각각의 소설이 담고 있는 그 당시의 문화와 그 음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언급합니다. 가장 감명을 받았던 것은 소금에절인라임의 정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탐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정말, 저도 그 소금에 절인 라임이 궁금했다니까요. 물론 지금 이라면 제이미 올리버가 사랑해마지 않는 소금절임레몬 비슷한 절임이겠거니 하겠지요.-ㅂ-; 실제 만드는 법도 소개가 되어 있던데 여기서는 키라임을 이용합니다. 한국에서 가끔 구할 수 있는 라임보다는 더 작은 종이라네요. 하지만 저는 키라임이라고 하면 가장 최근에 접한 걸로는 『키라임파이 살인사건』이 떠오르지 뭡니까. 슬레이더라는 멋진 별명을 가진 한나가, 키라임을 써서 레몬파이 계통의 파이를 만든 거였지요. 한국에서는 아예 구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나봅니다. 플로리다였나, 그 쪽에서는 구하기 쉽다고 했던 것 같지요.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확인은 못합니다.

하여간;
앞부분은 제가 알고 있는 책이 많았지만 뒤로 갈 수록 모르는 책이 많이 나옵니다. 여행자의 식탁, 모험자의 식탁, 탐식가의 식탁, 치유자의 식탁, 생존자의 식탁 중에서 치유자나 생존자의 식탁은 안 본 책이 많습니다. 권정생 씨의 책은 내용의 무게 때문에 차마 건드리지 못했지요. 『몽실 언니』의 암죽과 치킨은 지금도 생각납니다만. 그러고 보니 이 책도 두 번까지는 읽었지만 그 이상은 읽을 수 없었습니다. 『토지』도 그렇지만 시대의 막막함을 제가 견뎌낼 수 없더라고요. 분명 친구 B양도 『토지』는 신분차이를 극복하는 로맨스다라고 했지만 시대가...가...;ㅂ;
위다의 『뉘른베르크 스토브』는 제목은 기억 못했지만 그 대강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본 건지는 전혀 모르겠네요. 아마 금성이나 계몽사 등에서 나온 옛 세계문학전집 중 섞여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그 스토브를 아버지가 팔았다는 건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아래는 각 편을 읽다가 떠오른 것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입니다.

- 앤과 길버트. 번역본을 읽으면서 제일 불만이었던 것은 어투였습니다. 분명 결혼 약속 하기 전까지는 서로 말을 놓았던 두 사람이 약혼하자마자 당장 존대 + 반 하대로 바뀝니다. 앤은 길버트에게 해요체를 쓰고, 길버트는 앤에게 하오체를 씁니다. 이거 상당히 차이 나지요.-_-; 아, 미묘해.
앤의 아이들 중에서 가장 앤을 닮은 것이 막내인 마릴라라는 것이 제일 웃깁니다. 이건 앤의 사소한 복수?

- 『작은 아씨들』...이 아니로군요. 그 후편인 『착한 아내들』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의외로 포도젤리입니다. 메그가 시집가서 만드는 걸 실패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지요. 조가 결혼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도 저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로리가 왜 에이미랑 결혼해야 했냐는 점도. 하지만 조는 그 성격 때문에 기회를 놓쳤고, 그 기회를 잡은 것은 에이미였으니까요. 그리고 대고모님과 함께 있으면서 사교공부도 많이 했을 걸요.
베스가 죽은 것은 참..ㅠ_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베스가 살아 있었다고 하면 현숙하고 차분한 가정주부나 수녀(...)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왠지 테레사 수녀 같은 이미지라...

- 청량음료 사이다 말고 사과주스 사이다를 처음으로 안 것은 『초원의 집』 시리즈인 『소년 농부』입니다. 거기서 사이다 만드는 법도 함께 소개하더군요. 겨울날 난로가에 모여 팝콘을 튀기며 시원한 사이다와 함께 ......;ㅠ; 그 때는 영화가 없었으니 신문을 낭독했지만 요즘이라면 영화나 TV겠지요. 아, 부럽다.
『초원의 집』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참, 그래요. 일단 로라는 대책없이 낙천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요. 남편이 서부를 동경했기에, 동부 상류층(혹은 중산층 이상) 출신이었던 엄마는 고생을 엄청나게 했지요. 딸들도 그랬습니다만. 덕분에 로라는 생활력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떠올려보면 부모님 사이에서는 네 명의 딸이 나왔지만 손자(녀)는 한 명만 있었으며, 증손자는 단 한 명도 없답니다. 맏이 메리는 시각장애가 있어 결혼을 하지 않았고, 캐리나 그레이스도 결혼을 안했던가, 했는데 아이가 없었던가 그랬다네요. 로라한테만 딸 하나가 있었는데 로즈라는 그 딸은 미혼.OTL
그러고 보면 그 작은 마을에는 알만조의 형제 넷 중 셋이 있었습니다. 로라와 사이가 나빴던 이지, 알만조의 형 로열. 앨리스만 부모님 곁에 남아 있었던 걸까요. 그 건 알 수 없습니다.(먼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큰 숲 작은 집』, 『소년 농부』입니다. 그 기준은 가장 맛있는 것이 많이 나오는 책...(...)

- Anne's 시리즈로 나온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다른 책에서는 버터가 굉장히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꼬꼬마 아가씨가 별 생각 없이 만들었던 버터는 최상질의 버터였습니다. 허허.

- 자우어 크라프트, 혹은 슈크르트는 맛있습니다.-ㅠ- 예전에 어떤 모임에서 호텔 뷔페를 먹으러 갔다가 굴라시(구야쉬) 비슷한 음식에 자우어 크라프트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시큼시큼한 양배추를 섞어먹으니 정말 한도 끝도 없이 먹겠다 싶더군요. 이 맛이 어떤가에 대해서는 신이현의 『알자스』를 보시면 리얼하게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을 보면 오밤중에 지갑을 들고 간식 사러 나가게 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 『장미의 이름』은 소설가인 움베르트 에코보다 번역자인 이윤기 씨가 먼저 떠오릅니다. ;ㅅ; 대한민국 번역대상이었나, 1회 수상자가 이윤기 씨였지요. 2회는 이세욱 씨.

- 그 외에 몇 가지 음식과 관련된 책이 더 있습니다. 그러니까 『용감한 선장』. 이거 계몽사에서 나온 『世界의 文學』 전집 중 한 권입니다. 저자가 누구인지 찾으려면 소파 뒤를 들여다 봐야하는지라 패스. 하여간 이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한창 미국에 철도가 놓여 동부와 서부가 철도로 연결될 때의 이야기지요. 그 당시 백만장자를 아버지로 둔 하비라는 꼬마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여객선에서 온갖 추한 꼴을 다 보이며 거들먹 거리다가 바다에 홀랑 빠집니다. 정신차려보니 대구잡이 어선에 타고 있었고요.ㄱ-; 새우잡이 어선이 아니라 다행인가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배는 만선이 되어야 항구로 돌아가거든요. 그리하여 하비는 밥을 얻어먹기 위해 대구잡이를 거듭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하비는 훌륭한 어부가 됩니다.(...)
성장소설에 모험소설인데, 아이가 정신적으로 커 나가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게다가 대구예요! 대구! 하비가 탄 배는 아주 운 좋게도 훌륭한 요리사가 타고 있어서 식사도 아주 훌륭합니다. 그렇다 보니 절로 군침이 돌아요.-ㅠ-

- 『구리와 구라』에 등장하는 팬케이크 혹은 달걀 케이크는 참 좋습니다.-ㅠ-

- 질 버클렘의 찔레꽃 덤불은 들장미잼이라든지, 빵이라든지, 기타 등등의 음식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백미는 역시 그림이지요.

- 다얀이 등장하는 『와치필드』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등어 태비) 다얀의 친구인 (턱시도 고양이) 지탄은 다얀의 생일에 맞춰 친히 돌화덕을 만듭니다. 그리고 거기서 구운 빵은...(이하 생략)
고양이인 다얀이 친구인 윌(쥐)을 볼 때마다 사냥 충동을 느끼다못해 생쥐빵을 만들지요. 그 맛은...(이하 생략)

- 『반지의 제왕』에서 갈라드리엘 마님께서 호빗에게 선물하신 과자는 어린 마음에 참 맛있어 보였습니다.;ㅠ;

- 미하일 엔데의 책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모모』의 코코아, 『마법의 수프』에서 만들어내는 수프, 『짐 크노프』 시리즈에 등장하는 커다랗고 아름다운 케이크. 지금 생각하면 구겔호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루 사탕(설탕)을 듬뿍 뿌렸다고 했거든요.

- 『폭풍우 섬 오누이』는 마치 캠핑하는 것 같아서, 거기서 등장하는 딸기 사탕도 인상 깊습니다.

- 『바렌랜드 탈출작전』, 『로빈슨 크루소』, 『15소년 표류기』. 모험기지만 왜 먹는 장면만 떠오르는 거지요.ㄱ-; 심지어 『15소년 표류기』에서는 단풍나무 설탕도 만들었어요.



...
이 이상 쓰다가는 글 쓰다 말고 지갑 챙겨 뛰쳐나갈 것 같습니다. 하하; 여기서 멈춰야겠네요.;ㅠ;

정은지. 『내 식탁 위의 책들』. 앨리스(아트북스), 2012, 13000원.

곤충말고 도시 이야기입니다.-ㅂ-;
원제는 『The sweet life in Paris』. 이대로 번역해서 『파리에서의 달콤한 생활』이라 해도 무난했을텐데 말입니다. 하기야 번역제목이 분위기를 더 잘 살리긴 하지요.

부제가 아메리칸 제빵왕의 고군분투 파리 정착기라는데, 읽고 나면 딱 그만큼 남습니다.; 파리 생활기로도 읽을 수도 있고, 파리 사람들은 왜 이래라는 불평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파리는 무례하고 배려심 없고 맛없는 것도 많은 그런 삭막한 도시 같습니다. 한데 이 불평이 새침떠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상합니다. 읽다보면 파리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점점 줄어들지만 '그렇게까지 불평하면서도 왜 파리에 사는 거야?'라고 돌려 생각해보면 저자인 리보비츠는 확실히 츤데레입니다. 파리는 참 싫, 싫, 시...싫.... .시.....ㄹ...지 않아. 이게 한 줄 요약이라고 해도 다르진 않습니다.

각 챕터는 파리에서의 생활기를 다룹니다. 그리고 그 챕터 뒤에는 생활기에서 스쳐 지나갔던 여러 음식들을 만드는 법이 나옵니다. 하지만 만드는 법은 기대하지 마시길. 행간이 상당히 있고 읽다보면 이게 뭔가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젓개라는 기구가 등장하는데 거품기나 고무주걱과는 다른 것으로 보아 스패출러가 아닌가 추측할 따름입니다. 아마 제과제빵을 자주 해보신 분이라면 어떤 방식인지 알겠지만 초심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이 재미나니까 가볍게 파리 사람들에 대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나마 미국 사람이니 이정도지, 영국 사람이 썼다면 아마 훨씬 더 불평하는 글이 나왔을 겁니다.(...)

에스프레소 캐러멜 아이스크림이랑 초콜릿칩 크림 슈, 초콜릿 스파이스 브레드, 모카 크렘 프레슈 케이크, 치즈케이크, 오렌지 글레이즈 마들렌, 초콜릿 코코넛 마시멜로, 소카, 둘세데체레 브라우니. 물론 저는 거의 다 디저트에만 관심을 두었지만(소카는 예외) 음식도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집에서 만들기 편하게, 프랑스식 음식을 다시 재구성(?)한 메뉴가 많군요.

빙고님은 재미있게 보실테고, 첫비행님은 몇몇 레시피에 반응하실겁니다. 저기 적은 소카는 직접 만드시려 하실거라는데 커피 한 잔을 걸지요.(응?)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일종의 빈대떡(크레이프) 같은 거랍니다. 흐흐흐흐.


데이비드 리보비츠. 『까칠한 도시, 황홀한 디저트』, 권수연 옮김. 톨(문학동네), 2011, 13000원.


...적고 보니 문학동네였구나..OTL
번역은 무난합니다. 프랑스 식재료가 난무하는데 몇 군데 살짝 걸리긴 하지만 무난하게 읽을 수 있어요.


0. 김진환제과점에서 홍대로 넘어가는 길목, 어느 카페 안쪽에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카페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의자에 앉아 밖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사진 기술이 부족한 것이 이런데서 들통나는군요. 하하하하하.


1. 음식 가리기

결벽증이라고 생각은 않는데-제가 일하는 사무실 꼴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가끔 엉뚱한 부분에서 결벽증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의 일이라고 기억하지요.

입이 굉장히 짧아서 '남의 집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치는 집 김치가 아니면 절대 안 먹었지요. 친구들과 도시락을 같이 먹을 때도 다른 친구들의 도시락 김치는 손도 안댔습니다. 밖에 나가서 밥을 먹을 일이 드물었는데 그런 때도 외식 김치는 손도 안댔고요. 그 당시만 해도 공장김치는 거의 없었을테고 대부분 담근 김치가 아니었을까 하는데 그런 김치도 안 먹었습니다. 그나마 나이 들면서 집 김치 외에도 가끔 먹긴 했는데 칼국수 집 등지에서 먹는 김치 정도네요. 겉절이 말입니다. 그런 류가 아닌 발효김치는 지금도 거의 손을 안 댑니다.
김치뿐만 아니라 밥도 그렇습니다.;
친구들과 나가서 먹을 때는 절대 한식 제외를 주장합니다. 저는 집밥보다 나가서 사먹는 한식이 절대 맛있지 않으니 차라리 집밥을 먹지, 나가서도 한식은 안 먹는다는 파거든요. 뭐, 한정식 집에서 정갈하게 차려주는 것이야 가끔 먹기도 하는데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런 코스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감질맛 나요.(...) 프랑스 음식도 이탈리아 음식도, 일식도 코스로 나오는 것은 내키지 않습니다. 차라리 왕창, 단품으로 나온는 쪽이 저는 더 푸짐하다고 느끼거든요.-ㅠ- 단품은 먹을 때는 모르지만 먹고 나면 배가 부른 것이 오히려 기분 나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시어요.OTL

그렇게 음식 가리는 것 말고 안 먹는 음식도 몇 있습니다. 안 먹는 음식보다는 잘 안 먹는 음식이 훨씬 더 많은데, 안 먹는 음식에는 당연히 보신탕, 뱀탕 등이 들어갑니다. 남이 먹는 것은 뭐라 하지 않지만 저는 안 먹습니다.;
잘 안 먹는 음식에는 부대찌개도 들어갑니다. 이건 언젠가 1주일 내내 외식으로 부대찌개를 먹고는 질려서 더 이상 안 먹는 것이고.. 추어탕은 먹어본 적 있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는데 딱히 일부러 먹으러 갈 생각은 없습니다. 도가니탕은 그 미끄덩 거리는 연골의 느낌이 취향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몸에 좋다고 하지만 그냥 안 먹을래요.
뭐, 조금 범위를 넓히면 외국 음식 중에도 가리는 것 많습니다. 곤충류는 입에 절대 안댑니다. 메뚜기도 마찬가지고요. 개구리도 안 먹습니다. 달팽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골뱅이 무침은 먹지만 이건 맛있다기 보다는 양념맛에 가깝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번데기도 안 먹습니다. 누에를 알기 때문에 번데기를 안 먹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번데기를 보면 누에가 연상된단 말입니다.T-T
밖에서 팥죽이나 콩국 사먹는 일도 드뭅니다. 어머니가 맛있게 해주시기 때문에 밖에 나가 먹지 않는 음식이지요. 단팥죽은 간식으로 보기 때문에 가끔 먹지만 팥죽을 나가서 먹은 일은 손에 꼽을 정도지요.

하지만 G와는 달리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2. 1백만 클린 힛은 놓쳤으니 그냥 넘어갑니다.(먼산)


3.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은 조만간 닥칠 업무의 파도..... 아.-_- 다음주 주말이 사람 잡는 주말이니 그 전에 보고서 미리 써야합니다.(버럭!) 오늘 중으로 관련 자료들 모아야지요.
원제가 『ごはんのことばかり100話とちょっと』입니다. '밥이야기만 100 이야기와 조금 더'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번역제목보다는 이쪽이 더 맛깔납니다. 진짜 먹는 이야기만 가득하거든요. 짤막짤막한 기록을 여러 개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은 거랍니다.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 작가 후기에 나와 있으니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보시는게...-ㅂ-; 내용 폭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뒷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최근에 『키친』을 원서로 보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미카게나 유이치나, 번역서에서는 꽤 어른스럽습니다. 하지만 원서에서는 딱 그나이 또래의 어린 아이들처럼 보입니다. 아니, 지금 이 나이 먹어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애들 맞아요. 20대 초반인걸요. 유이치는 아직 대학생이고 미카게는 자퇴(?)하고 요식업계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연상연하커플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투를 보고 있노라면 애 맞아요.; 혀 짧은 소리가 절로 연상되는 그런 말투였습니다. 원서로 보고 나서, 한국에 출간된 『키친』은 역시 번역자의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키친』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불만은 없습니다. 그 뒤에 들었던 번역자의 몇몇 사건들이 떠올라서 이 번역자의 책은 가능한 피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랬는데, 이번 책을 보면서도 조금 불안불안했습니다. 음식이 소재다보니 오역이 나올 것 같더군요. 아니나 달라. 중간에 등장한 와카모레 때문에 기겁하다 못해, 다른 모든 기억이 날아가고 머릿 속에는 와카모레만 남았습니다.


<188쪽. 93번째 이야기>

아보카도가 있어서 와카모레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만들고 싶은 생각에 죽어라 으깼다.

.....
....
...

아놔. 와카모레의 저주에 걸렸어요!;ㅂ;
아보카도를 으깨서 만든 거라면 절대 guacamole죠. 구아카몰레든, 과카몰레든 과카몰리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와카모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라고 적었다는 것은 찾아보았다는 이야기일텐데 왜 와카모레?

그 앞에는 미묘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145쪽, 66번째 이야기>

신선한 고추와 민트와 누크맘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태국의 전통 장을 나름대로 적당히 섞었을 뿐인데 이렇게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다니.

누크맘....OTL
이거 베트남어로는 nước mắm라고 쓰는데 한국 위키백과 쪽에서 찾으면 nước chấm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건 느억짬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어장(fish source)는 느억맘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군요. 누크맘이라 부르는 건 못봤습니다. 포털에서 누크맘이라고 검색하면 '누크 맘에 들어요'라는 글이 나오는군요. 아기용품인 누크가 마음에 든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그래서?
원서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ㅁ-;

하지만 삽화라고 불러야할지 사진이라고 불러야할지, 하여간 그게 마음에 들어서 번역서도 나름 추천은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니까요. 일본에서 출간된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리 시간의 간격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몇몇 소설에 대한 실마리(?) 같은 것도 들여다보입니다.+ㅅ+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12000원

마하마야가 어디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OTL
110A번인지 110B인지, 한강진에서 이태원 방면으로 버스 타고 가다가 이태원 소방서 앞에서 내린 다음 버스정류장에서 한강진역으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 언덕길 넘어가기 전, 왼편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여길 다녀오신 다른 분들이 위치 설명 잘 해주셨을 거예요. 아하하;


이태원 라면집은 하이스트릿 건물 1층에 있는 라멘81번옥을 알고 있었는데, G가 데리고 간 곳은 이곳이더군요. 여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나요. 지금은 임시로 비닐을 쳐서 바람을 막고 있는 실외 테라스가 있지만 날이 썰렁하니 안에 들어갑니다. 안데 들어가 벽을 보는 자리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테이블은 그리 많지 않아보입니다. 점심시간 맞춰 왔는데 자리는 넉넉했다고 기억합니다. 먹는데 바빠서 주변을 둘러보진 않았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없었고요.

레이디스버전이라 해서 양이 2/3인 메뉴도 있는데 가격은 1천원 쌉니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은데다 교자를 시키려고 저는 레이디스버전으로 차슈라멘을 주문했습니다. G는 마하마야 라멘이었던듯.'ㅂ'




만두가 먼저 나옵니다. 오오오, 만두! 내가 왜 배고픈 시간에 글을 쓰면서 자폭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진..ㅠ_ㅠ
아주 맛있다거나 감동할 정도의 맛은 아니고 무난한 만두입니다. 윗부분은 물만두비슷하게 쪄졌고 프라이팬에 닿은 바닥(사진에서 보이는 쪽)은 바삭하게 구워졌고요. 만두라면 물만두를 제외하고는 다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물만두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크기가 작아서입니다.-ㅁ- 전 큰만두가 좋아요.




먼저 나온 차슈라멘. 국물이 뽀얀 것이 돼지뼈국물인가봅니다. 위에 보이는 검은 것은 김이고요. 살짝 데친 숙주와 청경채도 있습니다. 국물은 제입엔 간간한 편인데 지금까지 먹어본 라멘들과 비교하면 중간 정도? 아주 짜다 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 식생활에 비춰보면 짠맛이 차고 넘치니 결국 국물은 남겼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밥 말아먹고 싶었어요.-ㅠ-




이쪽은 G가 시킨 마하마야 라멘. 좀 단촐한 구성이지요.
사진상으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반 라면과 여성용라면은 그릇 크기가 차이납니다. 여성용 그릇이 조금 작아요. 같은 그릇에 담았다면 양이 적은 쪽은 티가 확 날텐데, 그릇자체가 작으니 먹을 때도 허전한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 직전에 먹었던 라멘이 홍대 아지센라멘이었는데, 그쪽보다는 간이 덜하고 면은 조금 굵었다는 기억이 듭니다.

나쁘진 않았는데, 일부러 라멘을 찾아가며 먹는 건 아니라 다음에도 갈거냐 묻는다면 다른 라멘집을 찾아가겠다 대답하겠습니다. 또, 라멘은 미묘하게 가격이 비쌉니다. 가끔 저 국물과 면발이 조화가 생각날 때가 있어 찾긴 하는데, 그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요. 그러니 간다면 새로운 집을 개척하는-제 입에 딱 들어맞는 라멘집을 찾는 쪽이 좋지요.


하여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ㅅ<




덧붙임.
이름이 마하마야길래 왠지 남아시아계 음식점 같다 생각했는데 한자는 마/하마/야였습니다.-ㅁ-;

1. C가 시켜서 일을 해놓고 보니, A가 '이거 이렇게 하는 것 아니지 않나'랍니다. 생각해보니 A말이 맞습니다. ㄱ- 이런 걸 두고 혹자는 삽질이라고 할테고, 순화어로는 헛짓, 쓸모 없는 일, 시간 낭비라고도 하죠. 근데 왜 A는 나한테 말한거지? C에게 이야기 해야하는 것 아닌가?


2. 주중에 강력한 식이조절을 하고 있었던 데다 주변 분들의 음식포스팅에 팍팍 염장 당하고 있었더니 반작용으로 주말의 식생활에 대한 꿈이 마구마구 부풀어 오릅니다.

2-1. 고기가 비싸. 그러니 샤브샤브는 무리고 전골이 좋아. 그럼 또 어묵전골 끓일까? 국물 넉넉하게 잡아서 거기에 어묵이랑 가래떡이랑 당면이랑 곤약이랑 넣고 끓일까.-ㅠ-

2-2. 아니, 그럼 평소 해먹던 것과 다를바 없잖아. 카레 전골은 어때? 아니면 카레를 적당히 묽게 끓여서 거기에 칼국수를 넣고 삶는 거지. 카레우동이 아니라 카레 칼국수!

2-3. 근데 핫케이크도 해먹는다 하지 않았어? 메이플 시럽도 있으니 곰팡이 피기전에 핫케이크를 두툼하게 구워 폭신한 그 몸에 시럽을 듬뿍 끼얹어 먹는거야.>ㅠ< (게다가 딸기잼도 있지)

2-4. 핫케이크에 투게더 호두 아이스크림을 얹는 것도 좋아. 하지만 이건 식이조절에 극심한 영향을 미치므로 넘어가자.

2-5. 아, 채소수프도 만들어야지. 양파 듬뿍, 양배추 듬뿍, 거기에 병아리콩.

2-6. 그러고 보니 닭가슴살 사다가 고기랑 양파가 잔뜩 들어간 덮밥도 해먹겠다 하지 않았어? 어, 내가 먹을 수 있는 끼니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언제 그랬냐는 듯 쨍쨍한 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주만해도 비가 오락가락했지요. 기상이 어떠니, 올해 바다가 어떠니 해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그저 지금 날씨가 요상하고, 일기예보도 요상하다는 것만 기억하는 거죠.

여튼 점심 시간에 만나 들어간 곳이 사보텐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사보텐도 들어가 있는 푸드코트였지만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뜨끈한 국물이 땡기기에 가츠나베-돈가스 냄비를 시킵니다. 뜨겁게 달군 팬에다 돈가스를 올리고, 달달하게 양파를 볶다가 국물을 넣고 달걀을 풀어 살짝 익힌 걸 그 위에 부었습니다. 집에서도 해먹자면 먹을 수 있는데 손이 많이 간다며 피하고 있는거죠.-ㅠ- 포스팅 거리 부족의 원인은 게으름일지어다!



날이 흐리진 않은데 구름이 있다보니 조금은 뜨끈한 국물이 땡깁니다. 그보다는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반팔 옷이 춥게 느껴진 것도 있었지요. 슬슬 코도 맹맹해지고 목도 안 좋은 것이 건조해지고 쌀쌀해지나봅니다.

아아~. 가을이군요.

날이 매우 춥습니다. 이런 날은 왠지 전골이나 뜨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나지요? 그래서인지 이번 주말의 메뉴로 계속 카레가 떠오릅니다. 카레를 해먹을지, 세노 갓파의 펜로요리를 해먹을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펜로는 인원이 많을수록 맛있기 때문에 둘 밖에 없는 이번 주말에 해먹기는 무리죠. 카레를 만들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건 이번만큼은 카레를 적당히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연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지난주에도 채소수프를 끓인다고 하다가 어느 새 냄비 하나 가득 만들었지 뭡니까. 용량으로 따지면 대략 3리터쯤 됩니다. 덕분에 이번주 점심에는 꼬박꼬박 채소수프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음주도 내내 채소수프.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으니 미네스트로네는 아닌겁니다. 게다가 파마산 치즈 껍질도 없다고요.

냄비요리를 만들 때보면 국물은 너무 많이 넣지 않더군요. 샤브샤브처럼 살짝 데쳐먹는 냄비요리는 처음부터 국물을 많이 넣고 끓이다가 나중에 퍼냅니다. 그래야 죽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사진에 보이는 건 제목대로 명지대 앞 즉석 떡볶이집 자부(어머니와 며느리;)의 순대즉석떡볶이입니다. 거기에 모듬 사리 추가버전이고요. 이걸 여자 둘이서 먹었습니다.ㄱ- 지금 보니 무시무시하네요.



끓이다보면 이렇게 아래에 깔려 있던 국물이 보글보글 올라옵니다.



문제는 이 다음 사진이 없다는 것.; 저기까지는 사진을 찍었는데 먹을 즈음엔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다른 재료는 괜찮았지만 순대가 좀 자극적인 맛을 내서 집어 먹으면서 몇 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후추 맛인지 다른 맛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더군요. 역시 기본 떡볶이에 모듬 사리를 집어 넣는 것이 가장 취향인가봅니다. 순대 떡볶이 2인분에 모듬 사리 추가해서 총 1만원. 둘이서 신나게 먹고도 남았으니 말입니다. 남자들이라면 마지막에 밥도 볶아 먹으면 든든하겠더라고요. 사실 저 양이면 여자 셋이 먹었어야 했다고 살짝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보고 나서 생각났는데 말이죠, 카레로 저렇게 냄비요리를 끓이면 어떨까요. 그렇게 도전해보겠다며 무턱대고 만들다가는 G에게 혼날 것 같은데.;

홍대에서 굉장히 유명한 어느 국수집. 이정도만 이야기해도 홍대 자주 다니시는 분들은 어딘지 아실겁니다.

지난 주말에 G랑 같이 놀러다니다가 점심을 먹으러 들렀습니다. 원래는 점심 계획이 따로 잡혀 있었는데 그쪽이 취소되면서 홍대로 넘어와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오봉뺑으로 잠정 결정해놓고는 걸어가는 도중 발목이 잡혀 들어간겁니다. 저는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지만 G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경험이 중요하니 한 번 더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들어갔습니다.


오뎅국수.




음식점 이름이 붙은 매운 국수.

들어간 시각이 12시쯤? 저는 아침을 일찍 먹긴 했지만 식후에 밀크티 한 잔 가득 마셔서 그 시각까지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고요-물론 간식은 계속 땡겼습니다;-G는 배고프다고 내내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어쨌건 본론으로 돌아가서...
한 입 먹고 났을 때 저랑 G의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그냥,

<SYSTEM> G와 K는 이 음식점을 클리어했습니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저야 두 번째지만 G는 이번이 첫 번째. 하지만 두 번 올 일은 없을거라고, 여기가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동감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맛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묘하군요. 면발은 뭔가 밋밋하고, 쫄깃하다기보다는 너무 오래 삶아서 축 늘어진 느낌에 미끄덩합니다. 국물이나 오뎅이 맛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 거의 쑥갓만 건져 먹고 몇 번 젓가락질 하다 말았습니다. 다 먹기엔 그다지 편하지도 않은 위를 고생시키는 듯해서 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음식 남기는 것도 조금은 미안했지만 위를 고생시키는 것이 더 미안하니 적당히 먹고 그냥 나왔습니다.

돈은 더 주더라도 처음 생각했던대로 오봉뺑의 수프를 먹으러 가거나, 돈부리에 가서 덮밥을 먹는 것이 나았겠다 싶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 풀어쓰면 위약 효과. 가짜약을 주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에서 알아서 반응을 내는 것이지요.


어제 점심은 간만에 중식을 먹었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서 사수인 제가 다른 두 사람에게 점심을 사준겁니다. 편하게 먹으려니 중국집 세트메뉴가 좋을 것 같아 시켜 먹었지요. 가격 대 성능비가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평소보다 많이 먹기도 했지만 묘하게 몸의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일단 몸이 붓는 것이 느껴졌고요, 물을 마시고 나서 화장실에 간 빈도가 굉장히 적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거기에 오후 동안 굉장히 졸렸고요. 피곤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졸린 것은 음식이나 소화쪽의 문제로 추정됩니다. 피곤해서 졸린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리고 소화가 굉장히 늦었습니다. 점심으로 먹은 것이 소화된 시간이 오후 9시 이후. 그제야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내려간겁니다. 오늘 아침에 얼굴이 부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제 오후 퇴근하면서 설탕이 듬뿍 들어간 과자를 먹었더니 먹은 이후, 8시를 전후해서 넋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졸음이 몰려 왔습니다. 당연히 평소와는 다른 반응입니다. 위약인지, 아니면 단순한 졸음을 설탕 때문으로 미루고 있는 건지는 저도 판별 불가입니다.
설탕 때문이라 생각한 것은, 슈거 블루스에서 나온 설탕 이야기 중에서 설탕을 안 먹던 사람이 설탕을 섭취하면 비정상적으로 졸음이 몰려오며 기절할 정도로 잔다라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지난 주말에 하겐다즈 바닐라를 먹었을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미묘...

이번주 후반의 피로는 화요일의 커피 때문입니다. 낮에 카페라떼를 한 잔 마셨더니 그날 밤에 잠드는데 꽤 고생을 했습니다. 게다가 수요일에는 레네스 플레이를 한다고 열심히 마비노기를 붙들다가 취침시간을 넘겼고요. 흥분해서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된 덕에 잠드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하하;



위약효과인지 아니면 살찌려고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설탕은 안 먹는 쪽이 낫겠지요. 어찌되었든 제 편한대로 해석하는겁니다. 게다가 나름 이런 반응을 즐기고 있기도 하고요.'ㅂ'; 자기 몸으로 실험하는 즐거움이란게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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