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에서 나온 에스프레소 노벨라 1권, 『위대한 탐정소설』을 이제야 다 읽었습니다. 정확히는 한 5장 정도는 그냥 넘어갔네요. 마지막 챕터였는데, 그 전 장의 맨 아랫단에 '추리소설 스포일러가 있다'는 경고문이 있어서 건너뛰고 보았습니다. 그 부분은 아마 각 추리소설들의 트릭을 언급하면서 좋고 나쁨을 이야기 하지 않았나 싶군요.

이 책을 소개받은 것은 초록불님의 이글루에서였습니다. 거기서 보고서는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있다가, 12월에서야 주문하고는 이제야 다 보았습니다. 원서랑 번역서가 동시에 있으면 번역서는 금방 보니 원서를 먼저 보게 되더군요. 그래서 밀리고 밀려 어제 다 읽었습니다. 『바티칸 기적조사관』2권 다 보고 나서 이어 읽었지요.


이 책의 저자는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입니다. 그냥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잘 모르시겠지만, S. S. 밴다인이라고 하시면 아실 분들이 많겠지요. 파일로(필로?) 밴스를 만들어 낸 작가입니다. 추리소설에 대한 글인데도 S. S. 밴다인이 아니라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인 것은 책을 읽다보면 그 배경이 대강 나오는군요.
원래 라이트는 예술 관련 글을 쓰던 작가였습니다. 전업 평론가로 활동하던 도중, 건강이 나빠져 의사의 지시아래 책도 읽지 못하고 2년 동안 요양을 해야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읽을 수 있었던 책은 오직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는군요. 그 동안 소설을 읽으면서 불만 있었던 부분을 생각하여 습작 소설을 썼고, 이걸 유명 편집자였던 친구에게 가져갑니다. 이게 첫 소설인 『벤슨살인사건』이었다는군요. 하지만 추리소설을 쓰는 것을 알면 자신의 이름에 누가될까 싶어 따로 필명을만듭니다. 이 책은 밴다인으로 활동한 이후에, 라이트의 이름으로 낸 글입니다. 그 때문에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있지요.

이 책은 책 뒷면의 소개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추리 소설 약사(略史)입니다.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탐정 소설을 간략하게 정의하고 추리(탐정)소설의 태동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작가들의 이름을 다 언급합니다. 그래도 추리소설 꽤 많이 보았고,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소개된 여러 탐정들 이름도 많이 안다 생각했는데 새발의 피였군요. 우와. 제가 못 읽어본 소설들이 마구 쏟아집니다. 하지만 한국에 번역된 소설은 수가 상당히 적지요. 영미권 추리소설이라 해도 번역되지 않은 것이 많으니 독일이나 기타지역의 책은 더 안 보입니다. 일본추리소설은 아예 언급이 안 되어 있고요.
1927년에 같은 이름의 앤솔로지에 실린 글이라는데, 시기가 시기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작가 중에서도 언급이 안된 작가가 많습니다. 랜달 개릿도 등장하지 않고 엘러리 퀸도 안 나옵니다. 영국의 추리소설이 최고라고 추켜세우고 있는데 엘러리 퀸은 더 뒤에 등장하지요. 말타의 매도 이 글이 나온 것보다 더 뒤랍니다.'ㅂ'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러 작가의 탐정들이 비웃음(?) 당하는 걸 보면 그리 기분이 좋지 않긴 한데, 그래도 읽고 있노라면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 잔뜩 나옵니다. 하지만 갈증만 나고 그걸 풀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그래서 갈증나게 만드는 책이라고 언급한 겁니다.

20세기 초반까지의 추리소설 개략을 보고 싶으실 때 추천합니다. 게다가 책가격이 싸요! 3800원이니까요. 부담없이 사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데 또, 취향에 따라보는 것만 챙겨보니 어떻게 독촉(?)은 하기 어렵네요.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위대한 탐정 소설』. 북스피어, 2011,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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