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나가 후미 조리법의 우유푸딩(혹은 우유우무)를 지난 주말에 또 만들어 보았습니다. 재료는 지난번과 동일하지만 이번엔 흑밀(黑蜜=쿠로미츠=흑설탕 시럽)도 있습니다. 첫비행님이 만드신 것을 보고는 마음이 동하여 저도 한 번 만들어 보았지요. 집에 브라질 산 흑설탕이 있었으니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만드는 팬이 더 작았다면 쉬웠을거란 생각도 들지만 만들었다면 된거죠.'ㅂ'
하여간 만들어둔 흑밀은 냉장고에서 일주일간 잠들어 있다 빛을 보았습니다.

우유는 300g, 가루한천은 2g을 계량했습니다. 한천은 물 한 큰술 가량에 담가서 살짝 적셔두었고요. 그리고 우유에 넣고 잘 녹여줍니다. ... 하지만 여기서 실패. 우유 막이 생기는 것이 싫다고 불을 일찍 껐는데 끄고 나서 보니까 투명한 한천입자가 둥둥 떠다닙니다?; 제대로 안 녹은 거죠. 잘 저어주며 끓였어야 했는데 적당히 하다가 또 실패한 셈입니다. 투명한 한천 입자가 보이니 어쩔 수 없이 체에 걸러 틀에 담습니다.

 

이번에도 실리콘 틀에 넣어보았습니다. 물로 살짝 헹궈서 담았지요.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하룻밤 놔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꺼내보았습니다.

 

.............................OTL
곤죽도 아니고 쌀푸딩도 아니고 하여간 저것의 정체는 위의 실리콘 틀에서 꺼낸 우유푸딩입니다. 제대로 녹이지 않아서 한천이 원래 들어가야하는 양보다 적게 들어갔는지, 굉장히 흐물흐물하게 나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형태도 안잡히고, 틀에서도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글을 위해서는 일단 갖춰놓아야겠지요? 이런 것을 블로거 정신이라 부릅니다.(...)


위의 나무뚜껑은 잼통입니다. 이쪽은 따로 글을 올리겠지만 실패한 복분자잼입니다. 실패한 부분은 식감이었지, 맛은 아니었기 때문에 곁들여 먹기에는 좋았습니다. 아주 단순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


준비 끝. 자, 그럼 이제 먹는 겁니다.
G는 준비된 간식상을 보고는 미심쩍어 했지만 일단 먹어보라며 숟가락과 오른쪽의 물새잔을 건내주었습니다. 저쪽은 틀에 넣어 굳힌 상태로 떠먹으니 모양이 흐트러질리는 없지요. 같은 용액을 굳혔지만 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과학적 실험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훗.

당황스러운 것은 이게 지난번에 만들었던 조금 단단한 우유푸딩보다 맛있었다는 겁니다. 식감 문제더군요. 이전 것은 약간 단단하다보니 약간 부드러운 젤리를 떠먹는 느낌이었는데 이쪽은 그것보다 더 부드럽습니다. 떠먹는 요구르트보다 굳어진 느낌일까요. 커스터드 크림보다는 몽글몽글한 느낌입니다. 크림이야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이쪽은 그보다는 단단하니 살짝 입안을 자극하고 넘어갑니다. 하아~ 그리고 우유맛 그대로인 것은 당연하지요.
거기에 검은 꿀=흑밀을 뿌리니 맛이 확 달라집니다. 달콤하지만 또 진한 맛의 흑밀이 우유푸딩과 섞이니까 그저 아무말 않고 먹기만 하게 되더군요. 한 번에 섞지 않고 조금씩 뿌리면서 취향대로 섞어 먹었는데, 흑밀만 먹으면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맛있다는 생각이 안들지만 이걸 우유푸딩에 뿌리면 전혀 달라집니다. 우오~~~
그렇지 않아도 집에 한천은 잔뜩 있으니까 올 여름에 신나게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흑밀도 종종 만들어 쟁여놔야 겠네요. 왼쪽의 그릇 하나에 뿌려 먹은 흑밀양이 한 큰술 정도? 생각보다 많이 안 뿌려 먹게 됩니다. 향과 색도 진한데다 바탕이 흰색이니까 조금만 뿌려도 티가 확 나거든요.


그러므로 괴식은 아니었습니다.'ㅂ' G가 잘 먹었다는 점에서도 일단은.........;

브레드 푸딩을 만들어서 흑밀을 뿌려도 맛있겠군요. 후훗.-ㅠ-

 

 

 

첫비행님도 만드셨다는 요시나가 후미 레시피의 우유젤리를 저도 만들어보았습니다.-ㅂ- 정확한 명칭은 우유 젤리가 아니었을건데 이름이 뭐였는지는 홀랑 잊었습니다. 보통 우유젤리(푸딩?)을 만들 때는 젤라틴을 넣지만 이건 한천을 넣어 굳힌겁니다. 일본에서 여름에 많이 먹는 간식이라 들었는데 만들기도 간단합니다.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젤라틴의 주재료는 동물성 단백질이고 한천은 해초류-그 중 주로 우뭇가사리를 사용합니다.

어쨌건 밑준비를 해야겠지요. 재료는 우유, 한천에 위에 뿌려 먹는 검은 꿀(쿠로미츠=黑蜜)이지만 그런 건 무시합니다. 흑밀 만들기가 번거로우니 집에 있는 재료를 적절히 활용해봅니다.



▲ 그런 이유로 동원된 것이 저 팥. 물새컵에 팥을 넣고 냉동실에 잠시 넣어둡니다. 그럼 팥이 굳겠지요. 그래야 한천을 녹인 우유를 부었을 때 팥물과 섞이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조심조심 부어서였는지 아니면 한천이 금방 굳어서였는지, 완성된 푸딩을 보니 윗부분은 뽀얀 흰색인 것이 거의 섞이지 않았습니다.




▲ 저건 남는 우윳물을 부어둘 생각이었고 이번 우유곤약 제작은 이 틀이 중심입니다. 실리콘틀인데 예전에 여기에다 초콜릿을 만들어 붓겠다고 사왔지요. 하지만 집에서 초콜릿 만들 일은 1년에 한 번도 안되는지라 재작년에는 이 틀로 양갱도 만들어봤습니다. 은근히 예쁘게 나오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만들겠다고 생각한 순간에 바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이 틀입니다.



▲ 한천은 미리 계량해둡니다. 전자저울이라 정확하게 그램을 달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흑. 비율은 우유 600ml에 4g으로 300ml만 넣었기 때문에 한천도 2g만 넣습니다.(만.... 기억에 의하면 4g을 계량한 듯? -_-a 하지만 모종의 사태로 인하여 결과적으로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하여간 사진은 4g.)


▲ 우유는 냄비에 넣고 데웁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천 투하! (이 과정에서의 실수담은 밑에 있습니다) 그냥 우유와 한천만 들어간다면 검은꿀을 곁들이지 않았을 땐 맛이 맹할 것 같아 여기에 꿀을 듬뿍 한 숟갈 넣었습니다. 300ml에 꿀 한 숟갈. 한 큰술보다는 조금 적게 들어갔을거라 생각합니다.
한천이 잘 녹았다면 틀에다 부어야지요.


▲ 붓습니다. 하지만 이거 흘리지 않고 붓기가 은근히 힘들군요. 어허허허. 그래도 어찌어찌 틀에 잘 부었습니다. 틀에도 한 가득, 물새 포트에는 남은 우윳물을 몽땅!


▲ 생각보다 팥물이 안 올라왔습니다. 색이 지저분해질까봐 노심초사했는데 괜찮더군요.



▲ 그리고 실리콘 틀에 굳힌 우유곤약들입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그 다음날 꺼냈는데 오래 두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한천이 제대로 안 녹아서 그런건지 부서졌습니다. 아쉽더군요. 하지만 옻칠한 나무사발에 담아두었더니 색 조화가 멋집니다. 조명이 안 좋아서 여기선 다 어둡게 찍혀서 말입니다.



일단 겉모습은 잘 나왔지만 치명적인 실수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아놔........; 

1. 계량의 실수. 위에도 적었지만 분량을 반으로 줄이면서 한천은 본래 분량 그대로 4g을 달았습니다. 다시 말해 한천이 본래 들어가야하는 분량의 배가 들어간겁니다.

2. 그럼에도 생각보다 식감이 괜찮았던 것은 다른 경로로 저지른 바보짓 때문입니다. 우유를 미리 데워놓고 한천을 넣었는데, 한천을 불려 넣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겁니다. 원작에서는 한천을 바로 넣었는데 예전에 양갱만들 때는 한천을 불려 넣었다고 기억하거든요. 물론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하여간 가루 한천을 넣은 시점이 우유가 끓어오르기 직전이라 위에 우유막이 생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천은 뜨거운 용액과 만나지 못하고 우유단백질에 싸여서 제대로 녹지 않았습니다. 아놔. 결국 틀에 붓기 전에 체로 걸러야 했는데요, 그 때 걸러진 한천이 상당한 양이었습니다. 정확히 계량했지만 한천이 녹지 않아 실제 우유곤약에 들어간 한천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요약: 한천을 불리지 않고 넣어서 우윳물에 제대로 녹지 않았음)

3. 그리고 바보짓의 극치. 팥을 넣은 우유곤약과 틀에 넣은 우유 곤약 모두 실온에서 잠시 두어 열을 뺀 다음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기록적으로 날이 따뜻했습니다. 그런 고로 그 며칠 뒤, 팥을 넣은 우유 곤약을 들고와 먹을 때 이상한 맛이 난다고 느꼈습니다. 우유는 괜찮았는데 팥에서 시큼한 맛이 나더군요. 그대로 폐기했습니다.
(요약: 만든지 오래된 팥을 실온에 방치해서 상함)

위의 실수 때문에 제대로 음미할 수 없었으니 이번 주말에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실리콘 틀은 꼭 이용해야지요. 다만 딸기우유나 커피우유를 써서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란 생각은 상상만으로 묻어두려고 합니다. 분명 저 혼자 먹게 될텐데 아무리 우유를 좋아한다고 한들 혼자서 저걸 다 먹느니 그냥 우유 한 팩을 마시겠습니다. 하하;


주말쯤 제대로 된 제작기를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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