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안 읽은지 오래되었는데, 서가에서 신간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집어 들었습니다. 책이 얇기 때문에 읽는데 얼마 걸리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나니 참 복잡한 심정이 들더랍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꼽습니다. 하지만 이걸 언제 다시 읽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원서였다고 기억하는데, 원서의 분위기는 번역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번역자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지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거의가 다 김난주의 번역인데 어제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40분. 그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얇은 책이고 가벼운 내용입니다.


배경은 하와이이고 읽다보니 어디서 많이 읽은 이야기가 나왔다 했더니 이전의 다른 소설과 이어집니다. 조금만 검색하면 어떤 소설과 이어지는지는 아실 수 있으니 그건 넘어갑니다.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하와이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고, 『왕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치료술 혹은 치유 같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인공은 퀼트를 하며 이것이 밥벌이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보니 또 제 취향을 직격했다고 투덜댔는데 읽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바느질이 하고 싶더랍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평소 습관대로 책을 한 번 다 읽고 두 번째 읽고, 세 번째 읽었을 때 책에 질려서 책장이 그냥 넘어갑니다. 훑어 보는 수준이고 자세히 파고 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랍니다.

물론 앞선 소설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암리타』도 생각나고, 전작에 등장한 기이한 가족 구조도 여기서 이어지고, 「도마뱀」이나 『왕국』에서 나온 것 같은 기 치료도 등장합니다. 연애물이니 기본적으로 연애도 등장하지만 또 주인공의 직업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읽다보니 요즘 조아라 소설 리뷰하면서 투덜댔던 자기 복제가 떠오르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쓰다보면 결국 자기 복제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 취향이 확고한 작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가볍게 읽기는 좋지만 그 이상은 아닌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 그러면서 왜 보면 또 찾아 읽게 되는 건지.;



요시모토 바나나.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3, 12000원.

원제가 『ごはんのことばかり100話とちょっと』입니다. '밥이야기만 100 이야기와 조금 더'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번역제목보다는 이쪽이 더 맛깔납니다. 진짜 먹는 이야기만 가득하거든요. 짤막짤막한 기록을 여러 개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은 거랍니다.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 작가 후기에 나와 있으니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보시는게...-ㅂ-; 내용 폭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뒷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최근에 『키친』을 원서로 보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미카게나 유이치나, 번역서에서는 꽤 어른스럽습니다. 하지만 원서에서는 딱 그나이 또래의 어린 아이들처럼 보입니다. 아니, 지금 이 나이 먹어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애들 맞아요. 20대 초반인걸요. 유이치는 아직 대학생이고 미카게는 자퇴(?)하고 요식업계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연상연하커플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투를 보고 있노라면 애 맞아요.; 혀 짧은 소리가 절로 연상되는 그런 말투였습니다. 원서로 보고 나서, 한국에 출간된 『키친』은 역시 번역자의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키친』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불만은 없습니다. 그 뒤에 들었던 번역자의 몇몇 사건들이 떠올라서 이 번역자의 책은 가능한 피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랬는데, 이번 책을 보면서도 조금 불안불안했습니다. 음식이 소재다보니 오역이 나올 것 같더군요. 아니나 달라. 중간에 등장한 와카모레 때문에 기겁하다 못해, 다른 모든 기억이 날아가고 머릿 속에는 와카모레만 남았습니다.


<188쪽. 93번째 이야기>

아보카도가 있어서 와카모레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만들고 싶은 생각에 죽어라 으깼다.

.....
....
...

아놔. 와카모레의 저주에 걸렸어요!;ㅂ;
아보카도를 으깨서 만든 거라면 절대 guacamole죠. 구아카몰레든, 과카몰레든 과카몰리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와카모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라고 적었다는 것은 찾아보았다는 이야기일텐데 왜 와카모레?

그 앞에는 미묘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145쪽, 66번째 이야기>

신선한 고추와 민트와 누크맘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태국의 전통 장을 나름대로 적당히 섞었을 뿐인데 이렇게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다니.

누크맘....OTL
이거 베트남어로는 nước mắm라고 쓰는데 한국 위키백과 쪽에서 찾으면 nước chấm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건 느억짬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어장(fish source)는 느억맘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군요. 누크맘이라 부르는 건 못봤습니다. 포털에서 누크맘이라고 검색하면 '누크 맘에 들어요'라는 글이 나오는군요. 아기용품인 누크가 마음에 든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그래서?
원서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ㅁ-;

하지만 삽화라고 불러야할지 사진이라고 불러야할지, 하여간 그게 마음에 들어서 번역서도 나름 추천은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니까요. 일본에서 출간된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리 시간의 간격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몇몇 소설에 대한 실마리(?) 같은 것도 들여다보입니다.+ㅅ+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12000원

어제 적었으면 두 권이었을텐데, 오늘 적으면서 한 권이 늘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한 권을 마저 끝냈거든요. 독서 속도가 빠른 것은 읽은 책 세 권 모두 일본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는 꼼꼼히 읽지 않고 마구 속도를 내서 봅니다. 취향에 맞지 않을 때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번이 정말 그랬습니다. 한 권은 그나마 재미있어서 읽는 속도가 빨랐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우울모드로 빠지는 함정이 나타나서 실패작이 되었고 나머지 두 권은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책들이었습니다.

읽고 나서 이게 뭐냐 싶었던 책, 『우울한 해즈빈』. 해즈빈은 이름이 아니라 has been을 말하는 겁니다. 소설 중간에 언급되더군요.
읽고 난 느낌은 심히 안 좋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공감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결혼하면서 퇴사해 집에 있는 주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데 그 사람의 심리가 이해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한국이고 일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히 공감이 갔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네요. 엘리트 코스를 밟아 탄탄대로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으면서 점점 밀립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밀리고 밀리다 못해 결혼이라는 차를 잡아 타지요. 그래도 몇 년이고 옆에서 결혼하자고 했던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집에 들어 앉아서 '왜 그러고 사나' 싶은 생활로 들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겁니다. 나름의 문제가 있긴 한데 그건 주인공의 주변 환경에서 온다기 보다는 본인의 문제였으니까요. 그게 회사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보고요.
여튼 비슷한 분위기를 그린 소설이라면 차라리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이 더 읽기 편했습니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틀을 깨부수고 나와 다시 서는 걸로 끝맺음을 하니까요. 『우울한 해즈빈』은 깨닫고 다시 서려는 데서 딱 끝을 맺습니다. 제게는 미적지근한, 그리고 안 좋은 부분만 슥슥 긁어대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한줄 요약. 이 책이랑은 파장이 안 맞았어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그래도 꽤 많이 보았는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립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중에서 好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키친』, 『도마뱀』(지금 다시 읽으면 달라질지도..), 『왕국 3』,『데이지의 일생』 정도입니다. 이 중 집에 있는 책은 『키친』과 『왕국 3』이군요. 『왕국』은 다 가지고 있지만 1-2권은 다시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방출할까 합니다 G가 좋다고 해서 사긴 했는데 정작 본인도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하니까요.
여튼 기억나는 중에서는 대강 그런데, 이번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고는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막판의 몇 십장은 그냥 훌훌 넘기면서 훑어봤습니다. 제대로 읽고 싶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도 자기복제(자기표절)이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린 나와 가족 혹은 가까운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극복하면서 소설이 마무리 됩니다. 그 과정은 불륜이나 근친상간이나 그와 유사한 관계로 이어지고요. 막판 전개를 보고는 정말 .... (먼산)
원래는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G가 이 소설을 보고 시모키타자와에 가고 싶다길래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겠지만, 그리고 다시 가고 싶다 생각하겠지만 전 가본적이 없어서 그냥 맨숭맨숭하게 읽었습니다. 그보다는 소설 속에서 잠깐 등장하는 야나카쪽이 끌리더군요. 이건 제가 야나카를 가봐서 더 그럴겁니다.-ㅁ-/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적이 있고 거길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실만합니다. 배경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졌으니까요. 단, 주인공의 연애행보를 보고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고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연애라인에 불만이 많으시다면 안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 한 권은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입니다. 이전에 나온 『퍼펙트 블루』와 이어지는 이야기지요. 『퍼펙트 블루』에는 은퇴한 경찰견 마사가 등장합니다. 사실 이름이 마사라서 마사 스튜어트를 연상했고, 그래서 암컷이라 생각했는데 수컷이더군요.ㄱ- 왜 암컷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건지..;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지만 막판에 휙 돌았습니다. 그 전까지 재미있게 잘 보았는데 막판에 사람을 우울의 함정으로 몰아가더군요. 제목보고 홀랑 반하셨을 빙고님, 조심하세요. 막판 함정은 저보다 빙고님께 더 강력하게 작용할겁니다.-_-a 특히 마지막 사건이 어제 G가 언급한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어서 말입니다. G에게 그 이야기까지 들었더니 찜짐함이 배가 되는군요.(먼산)


그리하여 요 며칠 사이에 읽은 세 권에서 연속 지뢰를 밟는 바람에 기분이 우울합니다. 흑. 게다가 그 직전에 본 게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사라진 소녀들』 뒷부분(전편을 안 보고 결말만 확인)이라, 기분이 더 안 좋네요. 아무래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마플 이모님께 위로를 받아야겠어요.


아사히나 아스카. 『우울한 해즈빈』, 오유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9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안녕 시모기타자와』,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1, 12000원
미야베 미유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오근영 옮김. 살림, 2011, 12000원

요시모토 바나나의 새 책이 나온줄도 모르고 있다가 신간 추려보는 와중에 목록을 봤습니다.
서점에서 소개글을 보내 읽어볼만 하겠다 싶어서 홀랑 도서관에서 빌렸지요. 나라 요시토모가 삽화를 그렸는데 분위기가 꽤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번역 문제 때문에 걸리는 것이 있으니, 이번에'도' 주인공의 이름 문제입니다.
번역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짐작할 그 분입니다. 키친도 그 분의 번역으로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은데다가, 어떤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을 바꿨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떤 소설이었는지는 잊었지만, 번역자가 이름을 잘못 읽고는 그대로 번역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야 그 남자주인공의 이름을 그렇게 읽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요.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이 이렇다고 생각하고 번역했고 내 속에서의 이미지도 그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그대로 하기로 했다'라고 결정했더군요. 해당 글을 읽은지 좀 오래되었지만 검색하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번역은 거의 이 분이 했고 분위기도 잘 어울린다 생각하니 집어 들어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처음 넘겨, 저작권 표시에 나온 원제의 영어명을 보고는 뜨악했습니다. HINAGIKU NO JINSEI랍니다. 제목 위에도 ひな菊の人生이라 나와 있군요. 히나기쿠의 인생. 원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번역 제목은 데이지고요. 이게 어찌 된건가 싶었는데 일러두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일러두기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데이지'를 뜻하는 일본 꽃 이름 '히나기쿠(ひな菊)'이다. 소설 속에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두 친구의 이름을 꽃 이름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하기에 '히나기쿠'보다 '데이지'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데이지'로 표기하였다.

끄응......................;
원작 우선주의랄까, 하여간 번역할 때 번역자가 손대는 것은 가능하면 적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미묘합니다. 다른 한 친구의 이름은 달리아. 원작에도 이름은 달리아(ダリア)로 나와 있습니다. 뭐,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냥 히나기쿠로 하는 쪽이 분위기는 더 잘맞지 않았을까 합니다.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친구 이름은 달리아, 일본에 남아 있는 친구 이름은 히나기쿠.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처음에 이름 나올 때 역주로 살짝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 싶고요.


그러고 보니 그 비슷한 이유로 번역이 걸렸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다카페 일기. 그 집 아이들 이름이 우미, 소라입니다. 딸이 우미, 아들이 소라. 하지만 번역서에는 바다, 하늘로 나와 있습니다. 끄으으응.................;



그 문제를 빼놓고 보면 책은 상당히 취향이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책 답게 얇지만 재미있더군요. 예전에 읽었던 「허니문」과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취향에 잘 안 맞았던 최근 책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봐야 「아르헨티나 할머니」, 「불륜과 남미」정도가 입맛에 안 맞았지요.-ㅂ-; 나머지는 그냥 저냥이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키친」입니다. 이 책은 일본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꼽으라면 항상 튀어나오지요. 완성도고 뭐고 제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책이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 답게 엔딩도 열린 엔딩에 가깝습니다. 밝고 온화한 느낌으로 마무리를 지으니 부담없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뒤에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허니문」을 빌려왔는데 기억보다는 무거운 이야기였습니다. 그 쪽도 간만에 다시 보니 꽤 재미있던데, 그 때문인지 「키친」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후후후.

제 돈 주고는 사지 않을 책이지만 선물을 받은 거니 괜찮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도마뱀>이랑 <키친>까지만 취향입니다. <암리타>는 모 소설에서 잠시 소품으로 등장해 마음 속 평가가 높지만 실제 읽어보면 참 미묘합니다. 그래도 초기작에 가까우니 다른 책보다는 취향에 가깝습니다. <슬픈 예감>도 취향은 아니지만 뭐...;

거두절미하고 선물로 받은 <해피해피 스마일>은 책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그래서 G가 들고 온 다음날 날잡아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ㅂ-


민음사에서 나왔군요. 번역자는 조금 걸리지만 이 작가 책은 거의 같은 번역자일겁니다.


뒷면은 이렇습니다.
하늘색은 띠지인데 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책이 독특하게 생겨서 그런거죠. 책 크기가 상당히 작은데 가격은 15000원. 내용을 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지만 그래도 저 돈 주고 저 책 살 생각은 안듭니다. <키친>을 좋아한 제일 큰 이유중 하나가 도서 정가제 도입 전에 구입한 책이라 한 권 당 5600원 주고 샀기 때문일겁니다. 책 가격은 책의 호불호를 결정하는 큰 이유지요. 책값을 하냐 아니냐는 책 내용에도 달려 있지만 책의 가격에도 달려있지 않습니까.



케이스를 벗깁니다.
상당히 뻑뻑해서 케이스를 벗기는데 애를 먹었는데 띠지 안 쪽에는 저렇게 광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케이스 안에는 반복되는 그림이 있군요.



띠지를 펼치면 저렇게 그림이 나옵니다. 어머나...;



이것은 책표지. 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요. 아메바의 인어공주형?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아직까지도 손이 안가서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



이쪽은 책의 뒤표지입니다. 사자 ... 인건가요.



책의 옆면을 보면 이렇게 그림이 있는데...



그림은 이렇게 봐야 잘 보입니다. 녹색의 괴 생물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네요.



다른 두 생물은 책을 뒤집어 봐야 잘 보입니다. 이쪽도 정체를 알 수 없어요.



아마 이 그림들은 작가 본인이 그린 것이 아닌가 싶은데 꽤 재미있긴 합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그림들. 그래도 그 일관성이 보이니 재미있는 것이겠지요.

지금 다른 책들이 밀려서 아직 손은 못댔는데 나중에 느긋한 기분으로 읽어봐야겠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민음사, 2001
제프리 머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시공사, 2008


암리타는 도서관 서가에서 발굴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서가를 둘러보다가 출간당시에 한 번 읽고는 기억 저편으로 밀어둔 암리타가 보이길래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져서 집어 들었습니다. 시간~은 표지와 제목과 소개에 낚여서 구입한 책이고요. 낚였다라는 표현에 잘 드러나있지만 구입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암리타는 대체적인 구조만 기억하고 있고 나머지는 다 잊고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 정도. 그것도 간단히만 기억하고 있었고 세부적인 것은 모두 잊었나봅니다.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기야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은 한 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엊그제 키친을 탐독하면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져서 골랐는데 일단 시간 때우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작가 책 중에서는 가장 두꺼운 책이라 남는 시간 동안 모두 다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지하철 안에서 보낸 시간이 길기도 했고 대기 시간이 길기도 했고..)

며칠 전 일본 소설 중에서 가장 취향이라는 키친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읽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의 일입니다. 대강 훑듯이 줄거리만 따라간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이번에 다시 읽고서는 내용이 낯설게 느껴져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번역체가 문제였을까요. 문단 문단이 끊어지는 느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은데다 비문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집에 원서 사다 놓기를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원서 두께를 보면 민음사판은 옥수수 강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허;) 요즘은 요시모토 바나나 책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달려가 찾아보지 않게 되는 이유가 그래서인가봅니다. 현실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이야기에 자주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그리고 담담함. 하기야 일본 소설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그렇기도 하죠. 에쿠니 가오리보다는 조금 취향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암리타는 날려가며 읽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작가 답게 쉽게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작품 설정이란 것은 변함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 그것으로 끝. 예전에는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정확하게 제 느낌을 표현하자면, "그래서?"정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바라보는 겁니다. 흠흠;
결국 암리타에 대한 한 줄 요약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심심풀이 땅콩".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평이 상당히 박합니다.
제목에 낚이고, 표지에 낚이고, 출판사에 낚였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다가, 중간 부분 왕창 건너뛰고 맨 뒤로 넘어가 조금 더 읽고 끝냈습니다. 더 이상 읽을 필요도 없군요.
일반적인 장기여행객의 서점 숙박기라든지 서점 돕기 정도로 생각하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완전 배신당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내용이라니. 그러니까 캐나다의 어느 기자가 책 하나 썼다가 관련된 사람의 협박을 듣고는 지레 겁먹고 파리에 날랐는데 하도 방종한 생활을 해서 돈이 없어서 어쩔까 싶다가 우연한 기회에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고서점에서 숙소를 제공받아 거기서 지내게 된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중간은 서점내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생활을 그렸지요. 제가 생각했던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허허. 어떤 분위기인지는 말로 표현이 안되니 직접 읽어보세요. 조금만 읽어보시면 아실겁니다.

실은 이 서점에 대해 조금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파리의 스노우캣에서 소개가 되기도 했고 고서점이라는 말에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어이쿠..;
그런 고로, 이 책 가져가서 보실 분은 손들어주세요. 그냥 드리겠습니다.-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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