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다음이 『안녕, 드뷔시』입니다. 이건 조금 전 출근하며 끝낸 책이니 조금 감상을 묵혀야합니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직전에 딱 그 반전을 봐서 어안이 벙벙했더란..; 출근하고는 마지막 몇 장을 마저 읽었는데, 참...(먼산)


『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망설이다가 집었습니다.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는 마음에 들어 집에 남겨 놓은 것이 한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에 이것도 고민했거든요. 들여놓지 않았지만 마음에 든 책은 『네크로폴리스』랑 『밤의 피크닉』입니다. 『1001초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요한의 이야기, 『빛의 제국』에 나오는 마지막 단편도 마음에 들었지요. 하지만 그 외에는 구입해서 읽고 나서도 방출했습니다.
이 책은 그 방출한 책들보다 한 수 위입니다. 그러니까 공포 소설이예요. 분위기 자체만 따지자면 『초콜릿 코스모스』에 잠시 등장하는 어느 연극신이 떠오릅니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분위기 타입이 꽤 넓은데 이건 미스터리보다는 심리, 공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만합니다. 저는 불호에 가깝습니다.
사실 꽃샘추위 중의 이 봄날에 이런 책을 읽으면, 게다가 그것도 평일 저녁에 읽고 있노라면 등줄기가 오소소소소소 한 것이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읽고 나서 역자 후기를 보니 공감이 절로 됩니다.;
자주 오시는 분 중 이런 쪽 취향은 어느 분이더라. 유라님? 아니면 아이쭈님?


『어나더』는 사전에 작가를 모르고 보았다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겁니다. 한줄로 이 감상평을 요약하면...

'오노 후유미가 쓴 줄 알았다.'
-ㅁ-;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은 『십각관』부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뒤에도 『**관』시리즈는 거의 골라서 다 봤습니다. 다만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에서는 그 결말(살인 동기)에 당황해서 한동안 손을 안댔습니다. 그 뒤에 다시 본 것이 『어나더』지요. 이건 유라님의 애니메이션 감상을 보고는 마음이 동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도서관에서 눈에 띄길래 집어왔습니다. 번역자는 현정수씨. 역자 때문에 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G도 이 책을 알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애니플러스에서 방영하는 애니를 먼저 본 모양입니다. 저도 일요일 밤에 자러 들어가기 전 잠시 보았는데 소설과는 이야기 전개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기본은 공포소설입니다. 부조리한 공포? 여튼 옛날 옛적에 있었던 어느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는 아버지의 직장 관계로 외가인 요미야마시에 전학을 옵니다. 잠시간의 전학이지만 새학기를 맞이해야하는 딱 그 시기에 기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집니다. 이미 그 전에도 기흉으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재발했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보니 세심한 학생인가보네요.-ㅁ-;
하여간 퇴원하고 나니 새학기 첫 달은 이미 가고, 5월 초는 골든위크고. 그래서 5월 골든위크가 끝나고 등교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쳤던 신경쓰이는™ 여학생을 만나 말을 건네게 됩니다. 그 이후는 아래는 접어놓고 보지요.


1인칭 시점이라 앞부분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마다 방해가 들어가는 걸 보니 좀 답답하긴 합니다. 이 이야기를 꼭 들어야하는데 야는 여기서 왜 피하는 건가 싶거든요.-_-; 소설이었으니 그나마 빨리 넘어갔지 애니메이션에서는 2-3회 정도는 계속 그 '하면 안되는 짓'이 계속 등장했겠지요. 보는 사람은 속이 탔겠지만..

막판에 모든 일들이 풀릴 때, 그 중심에 '그게' 있다는 점은 마음에 안듭니다. 이미 상황 설정부터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지만 해결도 그렇다니 맥이 빠지네요. 하지만 반전부분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부분이라 꽤 놀랐습니다. 제가 의심하고 있던 건 다른 사람이었거든요. 게다가 코이치의 반응이 예상 외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타격을 입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었거든요. 허허허;


분위기가 닮은 소설을 찾으라면 오노 후유미의 『17세의 봄』. 그런 분위기라 더 오노 후유미 책 같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십각관』이나 『키리고에』 같은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소설보다는 느슨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책 두께가 그리 두껍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습니다. 시간적 배경을 생각하면 조금 더 늦게 보아도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여름 휴가용 책으로도 괜찮습니다.>ㅅ<

하지만 성이 사카키바라라고 하니 어느 집안이 생각나지 말입니다?



온다 리쿠. 『우리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수지 옮김. 노블마인, 2011, 11000원.
아야츠지 유키토. 『어나더(Another)』,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2011, 15800원.




쓰고 나서 덧붙임.
오노 후유미를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요. 이 경우는 婦唱夫隨.;


온다 리쿠, <민들레 공책>, 국일미디어, 2007
온다 리쿠, <라이온 하트>, 북스토리, 2007

최근에 구입한 온다 리쿠 시리즈. 민들레 공책을 먼저 읽고 그 다음날 바로 라이온 하트를 읽었습니다.
어제 출장 다녀온 여파에 오늘 병원 다녀올 일이 있어 길게 쓸 여력은 안되지만, 길게 쓸만한 책들도 아닙니다.
예,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먼산)


간단히 감상을 이야기 하면, 민들레 공책은 읽는 내내 불쾌했으며, 라이온 하트는 읽는 내내 입에서 불을 뿜었습니다.

민들레 공책의 원제는 탄포포소시랍니다. 마쿠라노소시처럼 일기로 쓴 이야기랄까요. 주인공이 어렸을 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탄포포소시는 주인공이 그 당시 있었던 일을 적은 일기장의 제목입니다. 마쿠라노소시 같은 옛 고전문학에서 이름을 따와 지었다는군요. 도입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탄포포는 민들레입니다.
이 책은 빛의 제국에 이어지는 도코노 이야기 시리즈입니다. 빛의 제국을 꽤 마음에 들어해서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을 알고는 기대했지만 읽는 내내 불쾌했습니다. 배경이 문제입니다. 역자도 뒤에 언급했지만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태평양 전쟁 직전입니다. 노서아의 첩자, 전쟁과 일본의 위치 등에 대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급기야 맨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더욱더 불편해집니다. 이런 부분은 반딧불의 묘와도 닮았다 하면 이해하시려나요.
1인칭 관찰자 시점이기 때문에 도코노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비춰지는지 잘 보이지만 ... 그런 재미있는 부분을 뛰어 넘어 제가 민감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걸리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엔드게임은 현대물이니 그쪽을 기대해보렵니다.-_-


라이온 하트.
듣는 순간 폭소를 터뜨린 제목입니다. 작가 후기에는 이 노래가 영국의 유명 락그룹 노래라고 되어 있는데 저나 동년배에게는 라이온 하트가 S모 그룹(푸르딩딩한 그들;)의 노래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 노래가 귓가에 울리니 웃지 않을 수 없는데, 내용은 딴판입니다. 좀더 중세적 분위기-들여다보면 중세에서 몇 백년 후의 일이지만-에 가깝고 마르크 레비의 모 소설을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지요. 마르크 레비의 그 소설은 읽어보지는 않았고 대강 훑어 보았지만 타입이 비슷해서 말입니다. 하기야 이런 주제는 자주 등장했지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을 뿜는 이유는 단 하나. 커플지옥 솔로천국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주제입니다.
작가 본인도 밝혔지만 이거 로맨스 소설입니다.OTL
주인공들의 외모가 굉장히 출중한데다 남자쪽 외모에 대한 묘사가 제 취향이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읽었지만,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과 끝점을 알게 되면 허무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 E²를 그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니까요.



사보시는 것보다는 빌려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올 여름은 온다리쿠의 풍년이군요. 저 두 권을 구입하고 잠시 검색을 안했더니 그 사이 신간 두 권이 더 나왔습니다. 고로 구입하지 않은 온다 리쿠 책은 다시 4권으로 늘었습니다.(굽이치는 강가에서는 구입리스트에서 아예 빠져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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