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단어일 겁니다. 확신은 안서는게 요즘에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잘 안 찾아 읽거든요. 거의 일본의 책만 찾아 보니까요. 『어우야담』처럼 기담보다는 야담을 더 많이 사용할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은 집을 소재로 하여 나온 책이라 더 끌려서 찾아 보았습니다. 책 제목만 보고 찍었는데 알고 보니 오노 후유미더군요. 거기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예상외로 무난합니다. 결말이 따뜻하고 잔잔한 쪽으로 나오고 있으니 『잔예』 같은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총 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거기에는 거의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영선(營繕) 가루카야의 오바나. 영선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아서 사전 검색을 해보니, 한국어 사전에도 등장합니다. 건축물을 짓거나 수리하는 것을 영선이라고 한다는군요. 유의어로 수영(修營)도 있는데 이쪽은 확실하지는 않고..? 하여간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수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인물인가봅니다. 뭔가 집에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그런 기운들을 잘 풀어주고 해결하는 것이 오바나의 주 업무로 보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처음부터 오바나가 등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뭔가 이상한 일을 겪고, 그리고서 집을 수리하거나 수선하기 위해 사람을 부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오바나를 부르는 겁니다. 아마 수리할 일이 없을 때는 알음알음 다른 사람들의 집짓는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보이고요.


아마도 오바나는 일반 건축관련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목일을 배운 사람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첫 번째 편에도 대목수가 와서 집을 살피고, 그 사람이 오바나를 소개하거든요. 몇 번 같이 일을 했다고 하며 소개하는데 그 대목 외에 다른 사람들도 오바나와 같이 일을 하거나 하여 집에 이상이 생겼을 때 소개합니다.

오바나의 특징은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퇴마 쪽은 전혀 아닙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하듯, 쫓아내질 않고 가능하면 공존하되 해를 끼치거나 신경쓰이지 않도록 작은 장치를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비용이 적다는 것도 매 편마다 등장하더군요.


오노 후유미의 이야기 치고 굉장히 잔잔한 편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표지 그림을 우루시바라 유키가 그렸습니다. 『충사』의 작가 말이지요. 소설을 다 읽고 표지를 보니 책에 들어 있던 이야기가 표지 한 장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들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오노 후유미.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6, 120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시타마치를 성 아래 마을로 적은 것이 조금 걸리네요. 틀린 번역은 아닌데 시타마치를 딱 맞게 번역할 무슨 단어가 없던가요. 끄응..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공무소가 더 걸리더랍니다. 소설 내에서 공무소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한국에서는 공무라고 하면 公務를 먼저 떠올립니다. 工務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소라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낯섭니다. 거기에 소설의 문맥에서 공무소는 주로 목조건축이나 일본 전통 건축-즉 한국의 한옥에 가까운 집을 다루는 건축일이므로 건축사사무실이나 기타 유사 단어, 아니면 대목수, 대목수사무실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나았다 봅니다.

공포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에 있을 때 가장 무섭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미국 배경인 공포영화들은 저것이 다른 나라의 상황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반쯤은 강건너 불처럼 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받아 들이는 반응은 다릅니다. TV나 핸드폰과 같은 것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소설, 아니면 학교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등이 무서운 건 그래서입니다. 감정이입의 농도가 짙거든요.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겁니다.


잔예는 사실 공포소설로서의 완성도도 꽤 높지만 사람을 공포로 끌고 들어가는 완성도가 더 높습니다. 솔직히 공포를 조성하는 그 자체보다 아주 자연스레 공포로 끌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참 대단합니다. 게다가 그 조사와 그 연구는 단순히 괴담을 수집한다는 수준을 넘어서거든요. 그래서 읽다보면 오노 후유미의 다른 소설과는 궤를 달리하는 그런 공포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괴담을 넘어선 공포를 창조합니다. 어헉;ㅂ;

그렇다고 읽고 나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드니 안심하세요. 다만 귀가 얇거나 잘 속는 분들은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자칫하면 동티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괴담을 수집하고 있다는 아주 예전의 글을 보고 어느 독자가 보내준 편지입니다. 편지에는 자신의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쿠보라는 사람의 경험담이 있습니다. 지금은 괴담을 수집하지 않지만 그래도 흥미가 생겨서 연락을 주고 받고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작가인 나와 쿠보라는 사람의 두 사람의 시점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내가 정보를 찾고, 쿠보에게 조언하고, 쿠보는 그 조언에 따라 이리저리 조사하고 하는 상황으로 넘어갑니다.


흐름은 이렇습니다.

1.쿠보가 괴이를 경험했다.

2.이웃에 그런 현상을 경험한 사람이 없나 확인한다.

3.그러다가 내가 수집한 괴담 중에 예전에 같은 아파트(빌라)에 살던 사람이 보내준 내용이 있었다.

4.이웃에게서 괴담을 수집하면서 그 괴담 혹은 괴이가 발생한 시점을 추적한다.

5.추적 (그리고 다시 4-5 반복)


이야기를 듣고, 괴이를 겪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고, 다시 다른 괴이를 겪은 사람을 찾고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의 역사를 쫓아갑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쿠보와 비슷한 사건을 겪은 사람을 쫓는 것이었는데 판이 점점 커집니다. 같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같은 단지에서도 괴이를 겪은 사람이 있고, 그 시점이 처음에는 몇 년 단위로, 그 다음에는 그 이전 세대로, 그 다음에는 전쟁 직후로, 그 다음에는 전쟁 전으로. 이렇게 시기가 왔다갔다 합니다. 30%쯤 지났을 때, 나는 교토에서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집을 짓느라 바빠 움직이지 못하고(00년대 중반) 그 사이 쿠보는 신사나 절, 그리고 지역에서 오래 살았던 토박이들을 통해 아파트가 있었던 지역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쿠보도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추적하는 것이 꽤 익숙하더군요.'ㅂ'



그리고 저도 그 즈음부터 눈치챘습니다. 같은 직업을 가진 남편. 하지만 스타일이 달라서 서로 따로 집을 가지고 살고 있다가 교토에 땅을 사고 집을 짓습니다. 그리고 같이 살기 시작하지요. 여러 조사를 할 때는 대학 동아리 후배에게 부탁합니다. 그 중에는 작가도 있고 괴담수집가나 연구가로 유명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요. 아니, 애초에 서술자는 작가입니다. 시작할 때부터 괴담을 수집한다고 밝혔잖아요? 하하하하하......

그렇습니다.-_-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처음에 후보에 올랐을 때 '왜 소설이 아닌데 후보에 올랐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하하하하하하......;



중반이 넘어가고 70%쯤 되면 왜 이 책의 제목이 잔예인지 이해할 수 있고, 이전의 미쓰다 신조 책처럼 뒷맛이 씁쓸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사람 마음 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같은 괴이를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은 괜찮고 어떤 사람은 그 속에 빠집니다. 쿠보는 이걸 보균자라고 하더군요. 같은 상황에 놓여도 특별히 어떤 사람이 괴이를 만나고 빠지는 것은 그 사람이 괴이나 공포에 빠질 어떤 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요. 궁지에 몰렸거나, 같은 상황을 겪어서 공포에 몰릴 사람인거라고요.

그러니까...

아기 울음소리와 발정기 고양이 우는 소리가 비슷하다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압니다. 보통은 잘 모르더군요. 같은 소리를 들어도 어떤 사람은 아기 울음소리로 들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고양이 우는 소리로 들을 겁니다. 만약 이게 괴이였다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상황일 수도 있고요. 그와 유사한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합니다.(먼산)



따라서... 영향을 잘 받는 분께는 그리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꽤 재미있게 보았고, 괴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연구자들이 연구 주제를 탐구하는 것-특히 민속학의 필드 연구방법으로 보였기 때문에 흥미로웠거든요. 연구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 의미에서 B님은 상당히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이미 『시귀』도 읽으셨고 하니.. 음훗훗훗훗.



역자 후기를 읽고 알았지만 괴담을 수집하고 있다는 내용은 실제 오노 후유미가 적었던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 고스트 헌트랍니다. 음..; 이것도 다시 읽긴 해야하는데 무서워서 손 못대고 있습니다. 공포영화도 못보는 주제에, 어렸을 적에는 추리소설 표지가 무섭다며 가위눌렸던 주제에 지금은 어떻게 이런 소설 보나 싶습니다만. 하하하.


하여간 보실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ㅂ';



오노 후유미. 『잔예』, 추지나 옮김. 북홀릭(학산문화사). 2014, 12000원.



번역은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매끄럽게 번역하긴 했지만 현재 표기법으로는 쿠보가 아니라 구보죠. 최근에 나온 책이지만 현재의 일본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つ를 쓰가 아니라 츠로 표기한 것도 그렇고요. 그리고 198쪽에는 핫코다 산의 이야기에 옮긴이 주석을 달면서 주석에는 핫코'타'로 적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토요토미로 적은 곳도 있군요. 그런 부분이 걸리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매끄럽게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중간의 특정 사건은 서래마을 쪽에서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데..(먼산)




읽으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포소설이지만 충분히 추리소설 요소도 있어서 올해의 소설로 올려도 될법하다 싶은 정도였지요.:)

오노 후유미의 소설임에도 그리 무섭지 않습니다. 호러나 공포, 스릴러에 가까운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다른 일본 추리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무난한 살인사건과 해결이 있습니다. 읽고 나면 이거 오노 후유미 책 맞나 싶은 정도로요. 참고로 오노 후유미, 종종 오노 주상이라 불리는 그 분은 『십이국기』와 『고스트 헌트』와 『시귀』의 작가입니다. 대체적인 작품 분위기는 나중의 둘에 치우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십이국기』가 비정규예요.=ㅁ= 책 감상을 검색하시면 아시겠지만 『17세의 봄』이나 『녹색의 집』 같은 등 뒤에 오한이 드는 작품을 주로 쓰죠.


『흑사의 섬』은 그런 소설에 비하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밀실 살인 사건은 아니지만, 닫혀 있고 폐쇄적인 공간인 어느 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그걸 해결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물론 그건 속 내용이고, 겉을 보면 조금 다릅니다. 몇 번 일을 같이 했던 사람이 잠시 집을 비울 거라면서 열쇠를 맡기고 사라집니다. 사흘 뒤에도 안 오면 정리를 해달라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차저차 추적을 해서 그 사람이 고향섬에 내려갔을 것이라 추측하고 그 뒤를 쫓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안 왔대요. 분명 선착장에서는 그런 사람이 탔다는데 섬에서는 그런 사람이 안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있었답니다. 데면데면한 사이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였다는군요.
그리고 진상을 쫓아 추적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미 한참 전에도 그 사람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적이 있답니다. 그 당시 살해당한 사람은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적당히 끝난 그 사건은 미제 사건이 되어 도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결론은. 하하하하.;ㅂ;


도서관에서 오노 후유미 책들을 보다가 신간이 나온 것을 보고 덥석 집어 들었는데 신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게다가 북홀릭과 추지나의 조합입니다. 『시귀』도 그랬지요. 지금 다른 책도 나온다는 말에 빌려보겠다 하고는 ... 체크하고 잊었군요. 하하하하. 그것도 조만간 빌릴겁니다.:)



오노 후유미. 『흑사의 섬』, 추지나 옮김. 북홀릭(학산문화사), 2013, 13800원.

처음 본 곳은 이글루스. http://chunggwang.egloos.com/1386099
그리고 교보문고에 들어가보니... http://www.kyobobook.co.kr/prom/2014/pube/10/141006_twelve.jsp




허허허허.

문학동네 임프린트인 엘릭시르로 나옵니다. 게다가 번역가가 추지나씨입니다.+ㅅ+
일단 번역 걱정은 덜해도 되겠네요. 시귀도 번역했던 걸로 기억하고, 추리소설 번역 많이하시는 분이라.

자아. 일단 구입하는 걸로 생각하고 자금 마련을 ..(훌쩍) 아니, 자금보다 공간마련이 문제로군요.

예전에 『미로관의 살인사건』 감상을 올리면서 적을까 말까 하다가 접은 내용이 있습니다. 『미로관의 살인사건』 번역자는 권영인데, 이후에 한스미디어에서 재출간한 것은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습니다. 혹시나 같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서 주저리주저리 적었다가 도로 지웠는데, 『암흑관의 살인』 역자 후기에 자세히 나옵니다. 권일영씨가 그 당시 번역해서 필명으로 냈다고요. 이 책 말미에는 『미로관의 살인사건』도 다시 번역해서 내고 싶다 적었는데 과연, 2011년에 나온 『미로관의 살인』도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네요.'ㅂ'
추리소설을 집어들었을 때 번역자를 확인하고 권일영씨인 걸 확인하면 높은 확률로 그대로 집어 들어 봅니다. 취향이 대체적으로 맞는 편입니다. 대체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하드보일드 계열은 안 맞기 때문입니다. 하라 료의 몇몇 소설도 번역하셨는데 그쪽은 제 취향에는 너무 단단합니다.(웃음)

『암흑관의 살인』말고 다른 책들도 거의가 재독인데, 몇몇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를 잊어 새로 읽는 기분이었고 어떤 책은 또 트릭을 잊어서 범인이 하는 짓을 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쪽은 차라리 범인을 기억했다면 나았을 것을, 트릭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트릭이 아니라 반전이었지요. 가장 큰 반전. 이 책이 어떻게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덕분에 다시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네요.

어떻게 보면 『암흑관의 살인』은 관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저에 있는 소설일 겁니다. 어떻게 관시리즈가 시작되는지에 대해 밝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나오기는 비교적 최근에 나왔지만,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나왔을 법한 의문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는 겁니다. 사건의 트릭이나 문제는 별 것 아닌데 또 몇 군데서 사람의 속을 자극하는 것들이 몇 있네요.
책이 상당히 두껍고 3권이나 되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막상 손을 대면 책이 훌훌 넘어갑니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관시리즈보다 조금 더 걸리던가요. 생각보다 많이 안 걸립니다. 그야 한 번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를 못하니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코난군이 엽니다. 시시야에게 코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가와미나미는 어머니의 49제를 지내기 위해 규슈에 내려갔다가 친척 할아버지에게서 어느 신기한 저택에 대한 이야기를 얻어 듣습니다. 규슈 산골짝 어드메에 호수가 하나 있고, 그 호수 안쪽에는 기괴한 건물이 하나 있답니다. 무서운 소문이 서려있는 그 건물은 나카무라 뭐라는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와미나미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이라는 걸 확신하고 직접 찾아 들어갑니다. 시시야에게도 연락을 취하지만 또 어디 놀러갔는지 연락이 안됩니다. 혼자 차를 빌려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안개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다른 관들을 찾아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특히 흑묘관. 거기를 찾아갔을 때는 안개로 굉장히 고생했는데, 여기는 한층 더합니다.

그리고 관에 들어가서 당연히 사건에 휘말립니다. 당연합니다. 시시야와 코난은 관에만 갔다 하면 사건이 벌어지니까요. 이번에도 당연히 사건에 휘말리는데, 워낙 건물이나 그곳에 살고 있는 집안이 희한한 곳이라 사건은 더 오리무중으로 빠져듭니다.

자아. 그럼 어디가 함정이고 어디에서 발목을 잡히는지는 두고 보시면 알겁니다. 음하하하하.;ㅂ;



아야츠지 유키토. 『암흑관의 살인1-3』, 권일영 옮김. 한스미디어. 2007, 각 11800원.


그나저나. 『기면관의 살인』에서 시시야는 중년이 되어가며 살집이 붙은 모양인데, 앞서 『흑묘관』을 포함해 다른 관시리즈를 보면 메피스토텔레스 같은 이미지라 한단 말이죠. 키도 크지만 마른데다가 구부정하다 하니 말입니다. 허허허. 나잇살은 누구도 못 이기는 군요.
...
혹시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가요?;


덧붙여, 암흑관은 굉장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아예 책 앞에 평면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평면도를 그린 사람은 오노 후유미. 으하하.;ㅂ; 그야말로 부창부수입니다. 이 경우에는 夫든 婦든 어느 쪽을 앞에 놓아도 말이 다 맞아요.;
오노 후우미의 십이국기가 이번에 신초문고로 새로 나왔습니다. 작년에 은하영웅전설이 나오면서 십이국기의 재발매 이야기도 있었는데 소식이 없다했더니,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 신초사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빙고님과 이 이야기를 하다 들었는데, 책 출판사가 멀쩡하게 있고 책도 절판상태가 아님에도 작가가 출판사를 바꿔 다른 곳에서 책을 다시 내는 것은 드문 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작가만 데려온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 작가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야마다 아키히로(山田章博)도 같이 옮겼습니다. 그림체가 살짝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그 분위기는 많이 바뀌진 않았습니다.

아래의 사진 출처는 모두 아마존입니다.



고단샤에서는 화이트 X문고로 책을 냈습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도 화이트 X문고 여럿이 나왔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안 팔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지금 다시 판매한다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오른쪽의 『달 그림자 그림자 바다』 하권입니다. 저는 이쪽 표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이번에 신초사에서 책을 다시 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마성의 아이』가 아예 십이국기 시리즈 0번째 책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제가 듣기로 오노 후유미는 『마성의 아이』와 십이국기는 별개의 이야기로 생각해달라 했다고 하던데, 마음이 바뀐건가요.;
속은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편집이 어떤 식으로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신초사도 문고로 유명한 회사니까 편집은 잘되었을거라 생각하지만요. 저야 처음으로 접한 문고판이 고단샤 문고라 이쪽이 익숙하기도 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달 그림자 그림자 바다』 하권의 표지가 제 취향이 아니라 손을 놨습니다. 저 뒤의 허여멀건한 얼굴을 가진 이상한 남자는 누굽니까. 전혀 파악이 안되는걸요.ㄱ-; 설마하니 저걸 두고 라크쥰이라 하면…….(이하생략)


빙고님이랑 십이국기 이야기 하다가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현재 신초문고로는 저렇게 세 권만 나와 있습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다른 책도 나올테고, 그 뒤의 이야기들도 나올 수 있는지 기대도 해봅니다. 과연 대국의 미래는 어디로..?

※ 대대적인 수정 들어갑니다. 제대로 한자를 찾아보지 않고 제가 아는 대로만 읽었다가 크게 낭패를 보았습니다. 비공개님,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ㅠ_ㅠ
수정하는 부분은 奏를 진으로 잘못 읽은 것, 功과 巧를 헷갈린 것, 라크슌을 라크준이라 한 것, 공국 여왕 슈쇼우를 슈코우라고 잘못 적은 것입니다. 잘못 적은 부분은 줄을 그어두었습니다. 그부분은 빼고 읽으시면 됩니다.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두는 간단 정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글자로 줄이면 비망록. 뭔가 단어의 뜻이 미묘하다 생각하셔도..-ㅁ-;

십이국기가 연재에 들어갔다는 정보(링크)를 입수하고 나니 이전 내용이 어땠는지 홀랑 까먹었습니다.
무엇보다 십이국의 명칭과 한국 번역본의 명칭 차이가 미묘하잖아요. 원서에서는 일부러 한자 독음이 같은 서로 다른 한자를 골라 써서 국가 이름과 왕 명칭으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안. 두 번째로 긴 국가인 연왕은 안국의 국왕입니다. 한국 한자 독음으로는 연 / 안이지만 일어로는 둘다 엔이었다고 기억합니다.-ㅂ-; 이런 문제가 있다보니 사실 십이국의 한자 명칭은 한국어로 중복되는 것이 있어요. 功과 恭. 둘다 공이지만 한국에서는 앞쪽을 교라고 번역했습니다. 실제 일어 발음이 그럴거예요.

慶(경) 奏(진) 範(범) 柳(류) 雁(안) 恭(공) 才(재) 巧(교(실제 발음은 공)) 戴(대) 舜(순) 芳(방) 漣(연)

이게 12국입니다. 대, 순, 방, 연은 사각형 지도 바깥 쪽에 있는 섬나라이고, 나머지는 봉산을 둘러싼 꽃 모양입니다. 자세한 것은 링크의 지도를 참고하세요.

비망록이니 간단하게 잊지 않을-기억을 되살릴만한 내용으로 적어보겠습니다.

경: 1-2권의 주인공인 요코(요우시)의 나라입니다. 3대 연속 여왕(女王)으로, 이전의 두 여왕이 나라를 홀랑 말아먹었기에 여왕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아직 신왕등극 10년도 안된 시점이지만 주변에서는 괜찮게 갈거라고 보는 듯합니다.

주: 여기가 아마 종 같네요. 한자 발음 가지고 찾다가 헷갈렸습니다.; 치세 600년을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600년을 무너지지 않고 잘 지탱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참 신기하지요. 여관식 운영을 국가 운영에 도입하고 있고요. 이 집 둘째아들은 역마살이 끼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게 역으로 다른 나라의 사정을 확인한다거나, 소식을 전한다거나 하는 일에 쓰기도 합니다. 둘째 아들과 연왕과는 서로를 염탐하는 사이고, 공왕이 봉산에 오를 때는 도와주기도 했지요.

범: 9-10권인가에 등장한 타이키 구출작전 때 힘을 빌려준 국가입니다. 한왕이라 읽는 것 같더군요. 麟에 남왕이지만 굉장히 화려한 외모였다고..-ㅁ-;

류: 11권의 외전에 등장합니다. 맨 마지막 이야기에서 리코우와 풍한이 만나는 나라입니다. 100년은 넘겼지만 슬슬 실도의 조짐이 보인다던가요.

안: 두말하면 잔소리. 태과의 기린(麒)과 태과의 왕이 만나 신나게 놀고 있는 나라입니다. 2권부터 등장하더니 5권은 아예 외전까지..-ㅁ-; 십이국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나라입니다.

공: 도남의 날개. 이미 요코가 등장했을 시점에는 90년을 넘긴 오래된 나라입니다. 열 두 살의 당찬 아가씨가 올라가 있지만 90년이 지난 지금은 몇 살?; 나이로 따지자면 종왕 쪽이 무섭지만 뭐... 하여간 슈쇼우는 당차기도 하거니와 현재 재위 중인 왕 중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이라 생각합니다.;

재: 11권에 등장합니다. 기묘한 미스터리가 등장했던 이야기. 결국 왕은 일종의 자살을 하고 기린(麟)만은 남깁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 이야기라고 할 수 밖에 없네요.

교: 왕이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나라. 라크슌의 고국입니다. 태과가 잘되는 꼴을 못본다며 요코를 공격하더니 결국 왕과 기린 모두 죽습니다. 가장 황폐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대국과 비교해서 어디가 더 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 두말하면 잔소리. 타이키의 나라입니다. 북방에 위치한 나라로 현재 왕은 행방불명, 타이키는 뿔이 잘려 기린의 역할을 해내지 못합니다. 아마 오노 도노가 뒷 권을 쓰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ㄱ-

순: 여기는 정보가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방: 6-7권인가, 요코의 반란진압 때 잠깐 등장합니다. 11권의 다른 외전에서도 잠시 등장하지만 왕이 60만의 백성을 죽이는 바람에 결국 아래에서 반란을 일으켜 왕과 기린을 죽입니다. 그리고 그 딸(쇼우케이)은 추방하나, 추방된 곳에서 사고치고 도망쳤다가 요코와 만나는 바람에 같이 있게 되었지요.

연: 11권의 외전에서 타이키가 잠깐 방문했던 나라입니다. 농부가 왕이라니 신기하다 싶었습니다. 여기도 麟이었지요.



대강 이 정도만 적습니다. 다시 읽기에는 분량이 많기도 하고 제책이나 편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끝까지 다 읽을 생각은 없습니다. 뭐, 다시 읽는다면 도남의 날개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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