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보았는데, 오후에 BC님 뵙고 신나게 수다 떨고 났더니 기억이 홀랑 날아가서 보았다는 사실도 사노님 리뷰 보고서 떠올렸습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제 취향에는 안 맞습니다.

영상 멋지고, 오프닝의 열고 열고 여는 이야기도 마음에 들지만 두 구스타프에 대하여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선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제로와, 맹목적으로 키우는 구스타프와. 전 무슈 구스타프가 제가 혐오하는 인간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영화 내용에는 공감이 안되더군요.

-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쇠락하는 벨 에포크. 거기에 대한 찬사와 추억. 그것도 3증 장치로 말입니다.
- 영상은 참 멋집니다. 파스텔 톤의 설탕공예 케이크를 보는 느낌이지요.
- 상관, 윗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는 제로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귀엽긴 한데, 그 제로가 나중에 그 인물이 된다는 것이 안 믿길 정도더군요. 애송이가 자라서 집사가 된다라. 모든 집사는 역시 도제식으로 키워야 하는 겁니까? -ㅁ-;
제로가 벨보이에게 지적하는 장면은 이 꼬마도 이제 컸구나 싶긴 한데, 교육을 못받았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 모습이 무슈 G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 같아서 살짝 불쾌한 감정도 있었고요.
- 아가사 참 예뼈요.///
- 그리고 백작부인의 시녀도 참 멋집니다. 딱 떨어지는 단정한 자세, 행동. 하지만 고용인으로써 하면 안되는 일을 몇몇 하고 있는 느낌이..?;;

- 그 아드님의 충실한 시종님™은 터미네이터 같습니다. 아마도 오마쥬이지 않을까요.
- 아드님... 뒤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까악하고 뒤 따라간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 무슈 G는 정말로 싫어하는 인간상입니다. 정말로 이 인간이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한다면 백작부인을 보내고 나서 던지는 말은 나와서는 안되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무슈 G는 자기에게 끊임없는 암시를 걸어서 자신이 정말로 모든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그리고 그 암시가 풀리면 마구 말을 던지는 인물로 생각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게 비춰지고 싶어서 칭찬을 하고, 찬사를 날리고, 선의를 베풀고. 그 자체가 호텔 지배인으로서 필요한 덕목이겠지만, 그 속물적인 모습이 질색입니다.
...
동족혐오일지도 몰라요.OTL

다만, 자기 자신을 속이고 혐오감을 감춘 채 그렇게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한 결과 본인은 나름 잘 살았습니다. 탈출할 때도 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 그 도움들이 모두 자신의 베풂에서 연유한 것이니까요. 그건 제로의 도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천둥벌거숭이 로비보이를 내치지 않고 옆에 끼고 다니면서 이것 저것 가르치며 자신의 아들처럼 대했더니 그건 정말로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돌아왔지요. 그 사랑의 결과 또 다른 것을 내어주었습니다만. 그래도 행복했을 거예요.-ㅅ-


-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가 생각했는데 특유의 유머를 살리는 여러 장치들이 잔혹하거나 선정적이거나 합니다. 절대 15금으로도 낼 수 없는 것이 많았습니다.


-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지배인 네트워크...?;
-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한다면 그건 동계 올림픽 때문입니다.(...)



- 그리고 주드로.
하도 왓슨 이미지가 강해서 내내 "왓슨이 왜 여기 있지?"라고 생각했더랍니다. 하하;


- 합정 롯데 시네마에서 보았는데 CGV보다 훨씬 좌석 간격이 넓군요.+ㅅ+
...
어쩌다보니 올해의 마지막 영화가 어바웃 타임이 되었습니다. 이게 마지막 영화인 것은 내일과 모레는 출근할 거라 영화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현재 걸려 있는 영화 중 관람 예정이 있는 것이 없어서 입니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쓴 가족+인생 영화가 마지막 영화입니다. 근데 또 은근, 이 영화로 2013년의 문화생활 문을 닫는다 생각하니 흡족한 마음이 됩니다. 책 읽는 건 일상이니 문화생활하고는 또 달라요.-ㅁ-; 여기서 말하는 문화생활은 공연관람을 포함한 문화적 활동을 말합니다. 사실 저 영화 내용은 이것저것 많이 주워듣고 알고 있지만 영화 보러 가는 일은 아주 드뭅니다. 영상물 보는 것은 시간 참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하여간 어바웃 타임은 잘생긴 남자 배우가 아님에도 이상하게 남자주인공 뒤에서 후광이 절로 보이는 특이한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저 아들래미 언제 철들래, 하지만 점점 뒤로 가면 갈수록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지켜보게 됩니다.
영화보고 우는 사람도 많다던데, 저는 눈물 나지는 않았어요. 다만 저런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싶긔.ㄱ-; 영화니까 저런 남자가 있고 저런 만남이 가능한 것이지 실제 생활에서는 가능할까 싶습니다.

절세마녀님의 감상을 지금 다시 보고 공감한게, 후반부가 중심입니다. 그러니까 특정 스킬(기술)을 익히고 나니 그걸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사용법을 제대로 깨닫고, 그게 또 은근히 쓰기 불편하다보니 스킬 쓸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스킬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음을 자각하고 현 상황에서 스킬을 쓰지 않고 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습니다.

...

그런데 그게 참 어렵죠. 치트키가 있음을 아는데, 물론 그게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고 부작용 비슷한 것이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치트키를 쓰지 않고 살기 위해 24시간 자신을 돌아보며 사는 것 말입니다. 옆에 가족이란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날 그날을 더 즐겁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 결국 솔로는 안돼를 외치는 것인가.ㄱ-; 이 영화 속 유일한 솔로인 D삼촌은 내내 이상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지. 그 외에는 대부분이 커플이지. 심지어는 짝을 잘못 찾아서 좌절했던 누군가도 주인공의 도움으로 새로운 짝을 찾아 새로운 삶을 찾잖아요?
난 이런 형제도 없지? 그러니 난 아마 안될거야..?;


시간을 과거로만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원래의 시간 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네요. 미래로는 갈 수 없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마지막의 몇몇 장면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그 "가족 좋아요, 커플 좋아요, 애인 좋아요."를 내내 외치는 영화를 다시 한 번 볼 자신은 없습니다. 으윽.;


영화 속 런던과 콘월의 풍광은 참 멋집니다. 하지만 언제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ㅂ-;
「언어의 정원」.
원제목도 아주 쉽습니다. 「言の葉の庭」입니다. 코토노하노 니야? 아마 그렇게 읽겠지요?
(정확하진 않습니다.-ㅂ-)

하여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런게 지난번에 지브리와 같이 손잡고 만든 애니메이션은 건너 뛰었거든요. 바로 직전에 본 건 뭐더라.-ㅁ-; 기억이 가물가물...;
(적어 놓고 찾아보니 「초속 5cm」 외에는 감상이 없습니다. 어..?)


원래 볼 예정이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올해 이상하게도 영화를 몰아 보게 된 덕에 평년보다 몇 배로 영화 감상을 했거든요. 에바가 개봉하는 해에는 이렇게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몰아보는 일이 생긴단 말입니다.
일단 「에바 Q」를 보았고요,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보았고요, 「퍼시픽 림」을 보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평년의 3배(...)는 되는데 여기에 「언어의 정원」이 더해지고 「배를 엮다」도 보러 갈 예정입니다. 「배를 엮다」의 원작에 대해서는 조만간 리뷰 올리지요.

볼 예정이 없었는데, 그리고 개봉하는 것도 어제야 알았는데 어떻게 보았는가.

어제 저녁.
갑자기 G가 말을 건넵니다.

"내일 언어의 정원이 개봉하는데 보러 가."
"응?"
"CGV 티켓 중에 8월 31일에 끝나는 평일 쿠폰이 있거든. 보러 가."


원래 보려고 했던 애니인데다가 공짜로 볼 수 있다니 봐야죠. 그래서 영화를 찾아보니 수요일-오늘 개봉 맞습니다. 그런데 상영 회차가 상당히 적네요. 대학로 CGV에서는 2관에서 하는데, 관도 작은데다가 상영시간도 짧은 게 하루 몇 번 안합니다. 그래도 마침 조조가 아침 7시 40분 시작이라, 옳다쿠나하고 잽싸게 결제합니다. G는 조조라서 티켓이 아깝다고 조금 투덜댔지만, 저는 조금이라도 시간 손실 줄이는 것이 좋았으니까요.
덕분에 평소보다 1시간 20분 늦게 출근하는 것으로 시간 손실을 메웠습니다. 다른 영화라면 이렇게 안되지요. 「퍼시픽림」만 해도 조조로 보았는데 이미 영화 끝난게 10시였던가. 약속 장소로 이동하니 11시가 다 되었더랍니다. 상영시간이 짧은게 이럴 때는 좋군요.
실 상영시간은 50분 정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한 편 본다고 생각하거나, 다큐멘터리 한 편이라 생각하면 얼추 맞네요.



일단 간단하게 영화에 대해 전체적인 평을 하면 이렇습니다.

- 도쿄에 가고 싶어집니다. 일본 여행을 가고 싶어 몸이 달아 있는 분은 피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다음 겨울 여행에 도쿄를 어떻게든 끼워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게다가 가고 싶은 장소가 사실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그곳이라는게 문제..ㄱ-;

- 사람에 따라서는 전체적인 플롯 중 가장 중심축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습니다. 썩을....

- 기본적으로는 성장물입니다.

- 이번에도 주인공의 풀 네임은 안 나온다? 본 기억이 없네요. 심지어는 스탭롤에서도. 대신 누구는 나옵니다.

- 누구 방에 놓여 있던 HANAKO. 그거 저도 산 것 같지 말입니다. 교토편이었을겁니다.ㄱ-;

- 스탭롤 올라갈 때 일어서지 마세요.

- 제일 웃겼던 장면은 아마, 영화 매애애애애애애앤 마지막 장면인듯. 영화 보고 난 다음에 다들 그 부분에서는 마음 놓고 (풋) 웃었습니다.

- 영화를 보면서도 그랬지만 보고 나서도 그랬습니다.
"블루레이 내놔!"



자아. 아래는 상당한 내용 폭로가 들어가 있으니 주의하여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하여간 보고 나면 도쿄 여행이 땡기고 맥주가 땡깁니다. 파란캔 麥주가 많이 나오니 다음 여행 가면 그것부터 한 캔....-ㅂ-;
물론 로고가 제일 멋졌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 박력은 아이맥스 3D가 제일 좋습니다. 제가 본 곳은 용산 CGV, K열이었습니다. 그 앞줄까지도 괜찮겠더군요. 참고로 전 아이맥스 3D는 이번이 처음이고, 3D는 예전에 라푼젤 보고 나서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개인적으로 라푼젤은 3D효과가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절정이 그 등 띄우는 것이라는데, 등 띄우는 부분이 그리 와닿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번 퍼시픽 림은 다릅니다. 이건 정말로 잘 어울리더군요..


그렇지만 솔직히 두 번 보고 싶은 생각은 그닥 안 드는 건 마음에 안 드는 등장인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안 좋아서 그런지 어떤지.;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마음에 들지 않는 등장인물이 있으면 그 때문에 보지 않습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는 주인공 커크에게 반감을 가진 덕에 영화 전체에 대한 평이 훅 떨어졌으며, 어떤 소설은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며 평이 확 깎였습니다. 『순백의 소리』는 어느 여학생의 성격이 정말로 취향이 아니라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하하하. 그것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리뷰 올렸을텐데, 그 아해가 싫어서 머릿 속에서 지우고 있었지요.

이번에는 여주인공이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본 여자인데, 처음에는 중국계인줄 알았습니다. 키쿠치 린코, 일본인 맞답니다. 영화내에서도 일본인으로 나오거든요. 근데 참으로 영어 못하고 참으로 연기 못하고 참으로 분위기 깹니다. 뒷부분에 가면 조금 나아지는데, 앞부분에서는 이 사람 나올 때마다 눈을 돌렸습니다. 게다가 뭔가 개연성이 없는 캐릭터더라고요.

로봇이나 전투 장면은 굉장히 좋습니다. 온갖 클리셰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저도 몇은 그런가 싶었지만 대부분은 모릅니다.; 그냥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제목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그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더군요. 그 뒷부분은 조금 미묘. 전투는 좋지만 스토리는 제 취향이 아니어서 그랬나봅니다. 결론을 한 줄 요약하자면 커플 save earth.-_-; 그 사람들은 솔로였기 때문에 쓸쓸하게 사라졌..(....) 물론 망상이니 망상으로 넘어가자고요.;



전체적인 내용은 1쿨, 즉 13화짜리 애니메이션을 극장판 한 편에 압축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맨 앞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압축해서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뒤의 여러 이야기들도 나누어 떼어내면 애니메이션 한 편은 족히 나올 이야기입니다. 그걸 그렇게 깔끔하게 압축하여 보여주다니, 대단하지요.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이야기는 계속 달려가니까요. 그래서 재미있기는 했지만 기억에 남을 영화냐 싶으면 ... 글세요. 오락영화로, 완성도도 높지만 의외로 기억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괴수(카이주)의 리얼리티가..ㅠ_ㅠ 저 괴수 영화 못봅니다. 에일리언도 질색하고 고질라도 싫습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괴수들은 에바의 사도에다가 에일리언을 합한 것 같은 리얼함이 있습니다. 으아아아;ㅂ; 점액질 싫어! 게다가 저 이빨들은 더 싫어! 게다가 끈질겨! 두들겨 패어도 맺집이 좋아! 게다가 진화해! ;ㅁ; 정말로 질색 팔색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 보니 막판에는 괴수랑 싸울 때마다 고개를 절로 돌리더란...;;;;; 그 부분이 백미인데 말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이 그, 홍콩 지부 들여다 보는 것이었지만서도...;


감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1쿨의 애니메이션을 극장판 한 편에 요약한 느낌.
-. 3D의 진화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음. 절대 극장에서 보아야 함.
-. 온갖 클리셰의 뒤범벅. 그렇지만 클리셰를 몰라도 이게 클리셰겠거니 이해할 수는 있음.
-. 여주인공이 싫어서 영화 평가가 떨어짐.
-. 많이 본 이야기들이 펼쳐지니 앞으로 벌어질 일도 예상하기 쉬움.
-. 어떻게 보면 아주 평이한 이야기. 이것이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음.


그래도 로봇 애니메이션이나 괴수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ㅂ' 저야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으로 보았지요. 괴수영화는 질색입니다...


한 줄 요약.
아이맥스 3D 영화 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덧붙임.
일본판 성우는 아무로 레이, 샤아 아즈나블, 아야나미 레이랍니다. 성우 더빙을 하는 일본쪽에서의 평이 더 높을 것 같군요. 왜냐하면 여주인공의 목소리가 아야나미 레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연기 못하는 것도 다 묻힙니다.;

보기 전에는 감이 안왔는데 보고 나니 누구 포지션이 샤아고 누가 아무로일지 짐작이 갑니다. 으흐흐흐흐.-_- 일본어 더빙판으로도 보고 싶어지네요. 이러다가 일본판 블루레이 사고 말지.;;;
참조.
아래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실 분은 제 블로그 방문객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밖에 없습니다. 음, G는 긴가민가하고, Ki님은 아실 것이며, M님도 아실 겁니다. C님은 아실려나? 하지만 다른 분들은 아마 이해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이 모든 것은 시신덴 때문입니다.(먼산)

그리고 아래에서는 격하게 스타트렉 다크니스 속의 짐 커크를 비난하고 있으니 .... 커크를 좋아하시는 분은 고이 뒤로를 눌러주시어요.



옛날 옛적에 시신덴(紫宸殿)이라는 동인이 있었습니다. 한쪽(다치바나 미즈키橘水樹)이 스토리를 짜고 한쪽(사쿠라 린코櫻林子)이 그림을 그립니다. 그 옛적 동인 시절에는 가장 유명했던 것이 마동왕 그란조토의 패러디입니다. C님 언급에 의하면, 마동왕 그란조토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미싱링크들을 동인지로 모두 채워 넣은 대단한 동인이라더군요.
하지만 저는 마동왕 그란조토보다 JANE을 먼저 알았습니다.
『JANE』.
정확히는 항우함, 스타플라이트 JANET 5th를 의미하는 겁니다. 최첨단 기기를 갖춰 놓은 상어 모양의 항우함. 아, 참, 예뻐요....////

.. 근데 검색하다보니 저만 이 작가들을 떠올린 것은 아니로군요.(웃음)

90년대 후반에 해적판으로 『JANE』이라는 만화가 나왔습니다. 해적판으로 구입하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출판사(서울기획)에서 라이센스가 나왔습니다. 해적판은 치우고 라이센스 전 권을 다 구입했지요.

자아. 스타트랙을 먼저 알았는가, 『JANE』을 먼저 알았는가 그러면 당연히 스타트랙입니다. 이건 TV 시리즈로 나온 것을 몇 번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때의 기억은 어렴풋합니다. 대신 집에 두었는 줄 알았는데 처분한 것 같은 스타트렉 물리학 관련 책 한 권(링크)은 그 이후에 보았지만, JANE하고 본 시기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별 감정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말입니다.
오늘 아침 코엑스에서 조조로 스타트랙을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그리고 위화감과 깊은 빡침을 느꼈습니다. 아, 나도 관료제에 물들었구나 싶었지요. 아무리 감이 좋고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JANE의 어느 높으신 분이 말한 것처럼 "언제나 시말서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짐 커크. 스타트랙 본편을 홀랑 잊어버린 입장에서는 히로인 엔터프라이즈호의 젊은 함장으로 능력을 그렇게 인정 받았다고 할지라도 지독한 애송이입니다. 그게 매력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독히도 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내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저거 조금만 잘못하면 시말서, 아니면 승무원들을 통째로 무덤에 끌고 들어가는 짓일 수 있습니다. 중간에 지적받지요. 엔터프라이즈호는 탐험이 목적입니다. 이름 그대로 개척이나 탐험이 목적인 함을, 명령이고 자신이 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분쟁지역에 끌고 들어가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렇게 명령 싫어하고 지시받는 것 질색하는 놈이 왜..? 그렇게 중요한 과학 주임(이었나;)을 해고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왠지 커크의 행동이 앞 뒤 안 맞는 것 같군요.

아니 실은.-_-
커크가 제게 미움 받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앞에서 JANE 이야기를 꺼냈지요. 거기 주인공들은 당연히 초 미형입니다. 스팍은 미형이니 뭐니를 논할 시점을 벗어나서 관계가 없습니다. 한데, 아무리 봐도 커크는 미형이 아니예요. 그렇다고 매력이 있는 인물도 아니고 사고뭉치, 천둥 벌거숭이입니다. 왜 그렇게 승무원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모든 위험을 무릎쓰고 방사능실에 들어가 승무원들을 살리는 인물이라? 애초에 그런 사고 안 쳤으면 그런 일도 없었어, 임마! -_-+


아니 뭐, JANE의 함장인 마히루 란에 비하자면 턱도 없는 외모잖아요. 만약 크리스토퍼 파이크 함장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비교는 안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파이크 함장은 JANE의 데이빗 제독하고 오버랩 됩니다. 란의 외숙이자 대단한 인물인 데이빗 제독. 란도 어떤 면에서는 데이빗 제독의 후광(그늘) 아래 있지요. 그걸 질색하는 것이 또 귀엽지만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이크 함장이 사망한 시점에서 이미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고, 결말은 손에 잡힐 듯 뻔히 알지만 그러면서 손발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게 어떤 면에서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미드"로 밖에 안 보이더라고요,=ㅅ=;

게다가 영상 보는 내내, 쟤는 JANE에선 누구, 쟤는 JANE의 누구 등등으로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어서 몰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건 일단 접어 놓지요. 아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짝 짓기를 하고 있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은 파이크 함장, 칸, 스팍, 우훌라, 술루.
...
어, 커크는 어디갔지?



덧붙임.
덕분에 어제 JANE을 정주행하고 있었습니다. 허허허허; 오랜만에 보니 참 좋은데, 이거 원서로 안 샀더군요. 다음 여행 때 북오프를 뒤져 원서를 찾아야겠습니다. 왜 안 샀지..ㄱ-;
0. 킹스 스피치를 예약한 것은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영화를 보러 간다, 안간다를 두고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약한 것이 잘한 일이었습니다. 왜냐면.................
모종의 이유로 아침 식사로 만들었던 모리나가 핫케이크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말차 우유 한 잔 마시고 그대로 뛰쳐나갔거든요. 그리고 그에 대한 부작용은 오늘 점심 식사로 그대로 겪었습니다. -_-; 자세한 것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말을 물가로 끌고 간다 한들 물을 먹일 순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그 이상은 노코멘트.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아서 영화 시작 30분 전에 영화관에 왔는데, 문제는 이 시간이 일요일 아침이라는 겁니다. 근처의 커피체인점의 개점시간은 9시입니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aTSP의 맛없는 커피를 마실 생각은 없었고요. 어쩔까 하다가 포기하고는 그냥 들고 나온 노트북을 붙잡고 놀았습니다.'ㅅ'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영화를 볼 당시 감정선 기복이 심했다는 걸 사전에 말해두려고요. -ㅁ-; 그래야 이 영화보다가 울었다고 해도................(...)


1. 넵.; 울었습니다. 어디서 울었는지는 저도 잊었지만 아마도 왕이 되고 나서의 부분이었을 겁니다. 그 때 혼자 업무 처리하면서 고뇌하다가 펑펑 울고, 거기에 아내(엘리자베스 왕비 = 헬레나 본햄 카터)가 살며시 껴안아 주는 장면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았지요. 글 쓰는 지금에 와서는 저것도 커플염장이라고 투덜거리고 있지만 말입니다.

좀 두서 없는 감상기이긴 한데, 어차피 많은 분들이 내용 설명을 하셨고 저도 기억에 남는 몇몇 부분을 겹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 영화를 보기 전에 조지 6세의 실제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봤습니다. 아마 처음에 느꼈던 괴리감은 그래서였을 겁니다. 조지 6세는 대체적으로 길죽길죽한, 그러니까 호리호리하고 얼굴도 계란형이었는데 콜린 퍼스는 풍채가 있으면서 사각턱입니다. 그리고 형인 에드워드 8세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지요. 원래 이 시나리오가 조지 6세역으로 폴 베타니를 염두에 두었다고 했는데 누군가 하고 찾아봤더니 실제 조지 6세와는 이쪽이 더 이미지가 잘 맞습니다.
그러나 이미지가 잘 맞는다 아니다는 영화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사라집니다. 그 때쯤 되면 이미 콜린 퍼스가 버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헬레나 본햄 카터가 그렇게 우아하고 귀족적이고 멋진 여왕님인줄 몰랐습니다. 영화 감상 경력이 미천한 제게 헬레나님은 이름의 포스 + 팀 버튼(망나니?;;..)의 아내 + 마녀 같은 분위기로 기억되고 있었거든요. 한데 그 이전에 참여한 영화들을 보니 정통 귀족아가씨 분위기입니다. 으허허;

라이오넬 역의 제프리 러쉬도 제게는 호감형 얼굴이 아니었고 다른 두 사람-왕족 + 귀족 커플에게 외모 파워로 밀리고 있었으니 처음엔 그저 그렇게 봤는데, 밀고 당기는 것도 상당히 능숙한데다가 포스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참 빛을 발했습니다. 무엇보다 라이오넬과 버티가 공원에서 대판 싸우고 나서, 라이오넬이 아내와 대화하는 장면이 멋있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아내가 느긋하게 앉아 질문을 하고 거기에 비밀을 누설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며 대답하는 라이오넬. 근데 그 대화 하나하나가 정곡을 찌르고 있더란 말입니다.

아, 폴 베타니가 아니라 콜린 퍼스로 배우가 바뀌면서 생긴 문제점. 아무리 미혼 vs 기혼이라지만 형이 동생보다 너무 어려보입니다. 실제 형-에드워드 8세는 42세였고 동생은 그보다 어렸습니다. 하지만 배우 기용의 문제 때문에 생긴 것이니 어쩔 수 없지요.-ㅁ-


3. Queen Elizabeth's'가 영화를 반대한 이유도 보고 있노라면 이해가 갑니다. 조지 6세가 영화속에서 굉장히 가련하게, 아프게 비춰지고 있거든요. 남편이 고생한 것이 아직도 생생할 모후가 반대한 것도 당연하고, 영화속에서도 그렇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도 1*년간 아버지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을 딸도 그런 것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가 영화를 보고 칭찬했다고 하면 그 이유가 몇 가지 있을텐데, ① 어렸을 때의 자기 모습을 한 아역배우들이 참 예뻤다(...), ② 에드워드 8세의 철없음도 그렇지만 심프슨 부인이 안 예쁘게 그려졌다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대로 믿으시면 안되죠.;

심프슨 부인은 실제 그 때의 모습보다 안 예쁘게 등장합니다. 아주 솔직한 감상을 적자면 퇴물 마담.(...) 실제 사진을 보면 그보다는 이마의 주름이 덜하고 전체적으로 더 젊어보입니다. 하지만 영화속에서는 나이가 상당히 들어보이더군요. 그리고 두 사람의 패션 센스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고요. 윈저공(퇴위한 에드워드 8세)의 패션센스는 작은 키를 커버하기 위함이었다는데, 실제로는 동생과 같이 서 있으면 꽤 작아보였답니다. 위키백과를 보니 동생 키가 175. 에드워드 8세는 168. 음... G랑 키가 같다면 음..... 게다가 영국인 남자잖아? 음.....;


4. BL코드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만약 엘리자베스 왕비가 없었다면 더했을 겁니다. 양쪽에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내들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특히 맨 마지막 지휘 장면은 보다가 헐....이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던데요. 이거 왠지 회지가 나오려나 싶기도 하고...-_-; (안 나왔으면 좋겠지만. 이 둘은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5.. 영국의 풍광. 그 때문에라도 DVD가 사고 싶더랍니다. 게다가 수트, 수트, 수트! 요즘이야 정식 파티 등에서도 정장을 갖춰 입을 때는 양복-위 아래 수트에 넥타이로 입고 나가도 크게 결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 때의 정장은 프록코트(모닝코트?)에 흰 타이. 으아아아;ㅂ; 취향 작렬! 게다가 영국이잖아요! 시오노 할머니 말마따나 양복의 본가 아닙니까. 갑자기 시오노 할머니의 모 수필에 등장하는 영국 vs 이탈리아의 양복 대결(결혼식) 이야기가 떠올랐을뿐이고. 크흐흐. 특히 주인공인 콜린 퍼스는 꽤 통통해 보이는데 양복을 입었을 때의 느낌이 장난 아니더군요. 수트, 코트를 입었을 때 보면 정말 ..... (이하 생략)
아, 그리고 런던의 안개는 정말 대단하군요. 카프카가 떠올랐습니다. 근데 어떤 카프카일까요?


6. 리뷰를 보니 처칠의 역할에 대해서 말이 많던데, 그런 것치고 처칠은 많이 등장하지 않던걸요.-ㅁ- 하기야 마지막의 위로(..)는 조금 큰 역할이었는지도 모르지만...


7. 하지만 2시간의 상영시간은 조금 버거웠습니다. 이젠 인내심이 짧아져서그런지,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영화보다말고 지루하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DVD를 좋아하는 건 보다 말고 내가 뚝 끊을 수 있어 그렇지요.


8. DVD에 제작기 담으면서 영화의상부분만 따로 빼주신다면 바랄게 없지요. 핫핫핫.

일요일은 좀 바빴습니다.
아침 일찍 용산 CGV에 가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間をかける小女)를 보고 압구정의 약속 장소로 이동했거든요. 그리고는 저녁 8시 넘어서까지 먹고 신나게 수다떨고 책보고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식사 사진은 아직 편집을 못했으니 뒤로 미루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야기부터 하지요.

지금부터는 상당한 내용폭로가 있을 것이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보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특성상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가능하면 내용을 모르고 보시는게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모저모로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간만의 재미있는 애니였습니다. 음훗훗~


초속 5cm는 좀더 고민되는군요. 어쩔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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