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건축이나 정원과 관련된 서가를 둘러보면 쏠쏠하게 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쪽 서가를 본 것도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을 잔뜩 빌려본 뒤로는 한동안 안갔으니까요. 정원 책은 그보다 더 오래전입니다. 독일 정원과 관련된 몇 권을 책을 본 뒤에는 다른 책에 밀려 서가를 찾는 걸 잊었으니까요.
이날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 중에서 에시에릭 하우스를 다룬 책이 갑자기 보고 싶어져 찾으러 갔다가, 옆에 정원 책이 있길래 문득 집어 든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감상 한 줄 요약.

"영국에 가고 싶어!"

그렇습니다. 이 책은 영국 여행을 굉장히 자극하는 책이므로 여행을 가고 싶은 분들은 부작용이 심각하오니 주의하시길 당부드립니다.-ㅁ-/


이 책은 영국의 유명한 정원사들, 정확히는 정원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해서 정원과 개개인의 필모그래피를 다루었습니다. 그와 함께 살짝 영국 정원의 역사도 다루고 있고요.
사진 자료가 굉장히 풍부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도 있고, 글도 괜찮습니다. 몇몇 문장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사진과 함께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그리 지루하지 않고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정원 입문서나 영국 정원의 역사를 보기에 좋습니다. 아마 티이타님이나 빙고님이 좋아하실 것 같네요. 첫비행님은 ... 음, 이거 보시면 차 렌트해서 영국 전역을 누빌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먼산)


1권에서는 영국 정원 디자이너 중 현재를 중심으로 인상깊게 활동하고 있고, 현대의 영국 정원에 많은 영향을 준 최근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2권은 옛 정원사들을 중심으로 다룬 모양인데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을 다루다보니 정원 디자인에도 굉장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일단 타샤 할망의 정원이 영국식 정원이라는 것도 여기서 처음 깨달았고요. 처음 등장한 로즈메리 비어리의 정원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국의 정원이 이런 모습이구나 싶습니다. 아니, 책의 배치 자체가 그렇군요. 처음에는 전통적인 영국 정원을, 뒤에는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거나 독특하고 신기한 정원을 만든 디자이너가 나오네요. 전 후자보다는 전자가 취향이기 때문에 앞에 등장한 로즈메리 비어리의 정원이나 그 다음의 베스 샤토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비어리의 정원은 딱, 영국 장원의 정원이란 느낌입니다. 물론 공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비밀의 화원』에서 메어리가 뛰어 놀던 정원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기야 거긴 황야지대니까 이보다는 훨씬 스산하겠지만요. 적어도 저택 주변은 이런 정원이 있을 거라 상상합니다.
베스 샤토의 정원은 그보다는 특징적입니다. 이 정원이 있는 지역은 기후가 영국 내에서도 독특하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불모지, 혹은 황야에 조성한 정원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안 해밀턴 핀레이, 아이반 힉스의 정원은 키워드를 뽑자면 요정, 정령, 아일랜드,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호빗』이 떠오릅니다.-_-; 영국의 이런 판타지 전통은 정원에도 살아 숨쉬는 군요.;
데릭 저먼의 정원은 영국보다는 미국의 바닷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황량하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바닷가에 집 한 채가 서 있고 그 옆에 쓸쓸하지만 화사한, 외롭지만 쾌활한 정원이 있습니다. 베스 샤토의 정원과도 조금 닮았습니다.
찰스 젱스의 정원은.... (먼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답군요. 하하하. 물론 정원의 구조물은 수학이나 과학에 가깝지만 『앨리스』 자체가 수학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걸요. 블랙홀이니 웜홀이니 하는 개념을 정원에 구축하다니 영국 + 미국 + 과학자 + 건축가 답습니다. 멋지네요.
제프 해밀턴이나 존 브룩스의 정원은 NHK 일요일 아침에 하는 정원 관련 프로그램에서 많이 본 정원 같습니다.(...) 정확히는 이런 영국적인 정원을 일본에서도 참고하고 따라가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러니 닮아 보이지요. 이쪽은 소규모로 구획을 나눠 작고 작은 정원들을 나눠 꾸미는 것 같거든요. 실제 제프 해밀턴은 BBC에서 정원 프로그램을 맡아 오랫동안 활동했답니다. 그러니 닮았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이 책 속의 사진을 보시는 쪽이 훨씬 마음에 와 닿을 겁니다.


특이한 정원이라 언급한 찰스 젱스의 정원입니다. 이름은 우주적 사색의 정원. 관련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찾아 들고 왔습니다. 해당 정원의 이미지는 링크를 눌러보시면 더 많습니다.-ㅁ-(링크)
여기서 찾으면 앞서 언급한 다른 정원 디자이너들의 정원도 다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러면 영국 여행에 대한 충동은 드높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고..


책 맨 뒤에는 부록으로 이 책에서 다룬 정원 디자이너들의 유명 정원과 그 정원을 가는 법을 실어 놓았습니다. 영국 지도에는 친절하게 이 정원들이 어디쯤 있는지, 관람 가능 여부와 관람 시간, 히드로 공항을 기준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짤막하게 다루었습니다. 뭐, 핸드폰 로밍해서 구글신을 통해 안내를 받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겠지요. 그러니 어떤 정원을 갈지만 결정하면 됩니다.(...) 그런 겁니다.;


윤상준. 『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 1: 12인의 정원 디자이너를 만나다』. 나무도시, 2011, 22000원.

지난달, 아니 그 전달이군요. 첫비행님과 데이트하면서 영국 여행 관련 이야기를 할 때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시루즈베리를 들었습니다. 캐드펠의 배경이기도 하고 찰스 다윈이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기도 하군요. 다른 곳은 몰라도 시루즈베리와 레드하우스가 있다는 곳만큼은 꼭 가보고 싶습니다. 스코틀랜드든 하이랜드든 베아트릭스 포터의 호수지방(레이크 디스트릭트)든 다 버리더라도 여기 두 곳은 예전부터의 로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대화도중 혹시 시루즈베리가 솔즈베리가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루즈베리라는 지명이 낯설기도 하고요. 그냥 그런가하고 나중에 찾아볼 생각만 한채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생각난김에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먼저 엘리스 피터스(본명 에디스 파지터)가 살았다고 하는 시프로셔부터 검색을 합니다. 응? 다음에서 해도 네이버에서 해도 둘다 시프로셔로 검색하면 캐드펠 관련 정보만 뜹니다. 지방 관련 정보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보통 지명 검색을 하면 백과사전쪽으로 해서 지명관련 정보가 나옵니다. 하지만 시프로셔는 그런 정보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ㄱ-
어떻게 검색할까 고민하다가, 캐드펠 시리즈는 책 맨 앞부분에 시루즈베리 수도원 지도가 실리면서 영문으로 시루즈베리라고 써 있다는 것을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바로 서가를 뒤져 시루즈베리의 철자를 찾았습니다. 영문 철자를 치니 자동완성으로 단어가 나옵니다. 아하. 제대로 찾았나보군요. 시루즈베리는 Shrewsbury입니다. 지명정보도 확실하게 나옵니다. 그러나...... 검색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슈루즈버리(Shrewbury) : 영국 슈롭셔 주의 주도이자... (중략)

슈롭셔? ㄱ-
아래 마침 영어 사전 검색결과도 있습니다.
shrewsbury n. 영국 Shropshire주의 주도

슈롭셔...ㄱ-
슈롭셔를 어떻게 읽으면 시프로셔가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북하우스가 모 대형 출판사의 자회사라고 알고 있는데 이런 엉망진창 번역이라니! (하기야 모 등장 이름 인물이 번역자에 따라 3번 다 다르게 나왔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구글맵으로 슈루즈버리를 검색하면 정확하게 나옵니다. 런던 북서부에 위치한 의외로 큰 도시입니다. 하기야 주도라는 걸요. 슈루즈버리 수도원이 아직도 있는지는 확인 못했지만 Shrewsbury abbey로 검색하니 커다란 길이 보입니다. 수도원 길인지 아니면 수도원을 둘러싼 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쪽은 더 정확한 지도로 확인을 해야겠지요. (위성지도 검색을..?)


하여간 인명 뿐만아니라 지명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센스에 감탄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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