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는 이름만 들어 알고 있는 작가입니다. 소설가인 것도 알고, 노벨상 수상자인 것도 알고, 일본내의 반전주의자로 친한파에 가까운 것도 알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왜냐하면 전 노벨상 수상 작가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노벨상을 받는 작가들은 대체적으로 제가 어렵게 생각하는 글을 씁니다. 그래서 보다가 도중에 그만두는 일이 많아요. 번역 문제인가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고 나서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노벨상 수상 작가들은 글이 어렵고 내용이 어렵습니다. 굉장히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소설은 보통 가볍게 기분 전환용으로 보는 제게는 부담스럽습니다. 어려운 책은 사회과학 전문 서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걸로 족해요.

이 책은 수필이 아니라 강연집이더군요. 처음에는 수필인줄 알고 집었는데, 다양한 모임에서 몇몇 유명한 선배 작가들에 대한 감상, 평가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모아 놓았습니다. 문제는 그 선배 작가들인 누구인지 제가 제대로 모른다는 점입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황석영씨가 문학을 좋아하는 의사모임에 가서 강연을 합니다. 강연 주제는 김지하와 시대상입니다. 그러나 난 김지하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해당 강연은 참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뭐; 김지하씨가 누군지 모르진 않습니다. 제대로 글을 읽은 적은 없지만 대강 어떤 분인지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OTL 아무래도 이쪽 공부를 더 해야겠습니다. 일본문학사를 공부하기 전에 한국문학사부터 말입니다. 하지만 한국현대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부분이라 제대로 된 책이든 내용이든 찾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내용을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좀 어렵습니다. 글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상당히 쉽게 말하려 애쓴 것 같은데 내용이 상당히 깊다보니 어렵습니다. 특정 작가에 대한 회고담, 그 사람이 쓴 글의 내용, 표현 방식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거든요. 그리고 뒷부분에는 정치적인 이야기도 나옵니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일본의 헌법 9조 말입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 같이 우파가 득세하는 때에 헌법을 고친다는 것은 주변 국들에게 위협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본인들은 자위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전쟁 전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우파들이 정권을 잡고 있고 있는데 말입니다. 마치 '브레이크 제대로 밟고 있을테니까 핸드 브레이크 풀어도 돼!'라고 주장하는 것 같단 말입니다. 옛날에 사고 친 것은 옛날이고, 그건 우리가 잘못한게 아냐라고 주장하네요. 저러다가 브레이크 놓으면 어떻게 하라고.-_-; 지금 상황이라면 브레이크 안 밟으면 그냥 내달릴 것 같다고요.

하여간 여기서도 헌법 9조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고 보니 헌법 9조가 문제가 아니라 교육법 수정도 문제였군요. 좋은 국민이 어떤 국민인지에 대한 합의 없이 교육을 하다보면 '좋은'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가의 말을 잘 듣는 국민이 좋은 국민일 수도 있고, 국가가 하는 일이 옳다고 동조하는 국민이 좋은 국민일 수도 있지요. 지금 일본의 분위기를 보면 그 좋은 국민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남말할 일은 아니고...
물론 인터뷰의 편향성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사(紳士, gentleman)냐고 대답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많고요. 하지만 남의 일이 아니군요. 주변에서도..(이하생략)

여기 언급되었던 여러 작가들은 한 번 읽어보고 싶은데 다음으로 미뤄야겠습니다. 일단 지금 읽고 있는 『잘린 머리』부터 끝나야지요. 근데 이거 앞부분 읽는데 왠지 취향이 미묘...T-T; 앞부분은 딱 요코미조 세이시로군요.;
(게다가 남의 위세와 자리를 믿고 허세 부리는 놈이 하나 툭 튀어 나와서 심기 불편하게 만드니.-_-+)


오에 겐자부로. 『말하고 생각한다 쓰고 생각한다』, 채숙향 옮김. 지식여행, 2005,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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