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질 때 종종 마시는 밀크티. 요즘 밀가루 섭취를 하면 묘하게 피곤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끊어야 하는건가...;)


여행에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것은?에서 트랙백합니다.

이글루스 여행밸리에 들어갔다가 재미있는 글이 있어서 저도 받아써봅니다. 글 맨 마지막에 있는 질문, 여행에 반드시 가져가고 싶은 책에 대해 쓰고 싶었거든요.


일단 제가 짐 챙길 때 반드시 가져가는 것은 이렇습니다. 기준은 일본(도쿄)여행. 국내 여행은 당일치기이기 때문에 내용물이 조금 달라집니다.

옷가지. 세면도구는 숙박업소(호텔)에 갖춰져 있으니 패스.
일기장, 필기도구, 수첩. 연필보다는 볼펜을 챙깁니다. 요즘이라면 아마도 스테들러. 볼펜심이 굵어서 좋아요.
디지털카메라. 이전에는 885. 다음에 간다면 S640(습삐).
(아마도) 노트북과 충전기. 실시간 포스팅의 로망을 위해 그런거죠. 보는 사람마다 넷북이냐고 물어보는 LG X100.

여권이나 숙박예약권이나 티켓은 제외하지요.


책은 의외로 안들고 갑니다. 가져간다면 아마도 여행 안내 책자, 가능하면 얇은 것?
책을 들고 가지 않는 것은 너무 빨리 읽어서 그렇습니다. 한나절이면 후딱 해치우게 되니까 2박 3일이라면 최소 두 권은 있어야하는데 짐이 너무 많지요. 게다가 돌아올 때는 책을 사들고 오니 가능하면 출발할 때 가방은 비워가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들고 가고 싶은 책을 꼽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여행이 주제인 책이라 그런가봅니다. 소설 중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 좋지만 이 책을 가져간다면 아마 원서로 들고갈 겁니다. 그래야 읽는 속도가 느려지니까요.;
그외에 가져가고 싶은 책은 추리소설. 나중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나 랜달 개릿의 「나폴리 특급 살인」을 가져갈겁니다. 랜달 개릿의 다른 책도 좋고 브라운 신부 시리즈도 좋고 존 딕슨 카도 좋아요. 추리소설을 가져간다면 조금씩 아껴가며 보든가 좋아하는 부분만 몇 번이고 외울 정도로 읽겠지요.



이렇게 여행관련 글을 쓰고 있으니 떠나고 싶어집니다. 정 못참겠으면 오늘밤 집에 가서 트렁크만이라도 꺼내 놓아야겠네요.^^;

옛날 옛적에,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언젠가에 만월님과 마음을 합쳐 종이를 구입했더랍니다. 크래프트지의 느낌이 좋아 구입을 했는데 첫 작품으로 나온 것은 조각잇기 다이어리였고 그 다음에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 수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현재 다른 노트 제작중이고 다음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완성은 올 여름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사진 찍은 걸 찾으면 어딘가에 제작 초기의 사진도 있을법 한데 못찾았습니다. 사진 백업 폴더에 파일이 너무 많아서 정보 불러오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에 찾기 어렵더군요. 그런 고로 최근에 찍은 사진들만 모아 제작 중반 이후의 사진만 거의 올라갑니다.


표지 제작이 완료되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절반쯤 왔다고 해야하나요. 두 권을 한 번에 제작했고, 이 때는 또 아주 작은 수첩도 같이 준비하고 있어서 표지가 좀 많습니다. 어, 하지만 그 중 제일 작은 수첩은 답보상태랍니다. 크기와 제작 방식이 동일한 두 권이 먼저 완성되었지요. 한 권은 작년 다이어리와 같은 제책 방식이고 완성되면 추가로 사진 올리겠습니다. 이것도 가능하면 여름 안에 완성해야지요. 필요한 것은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뿐입니다.
사진에서 얇게 바느질한 것들은 책등에 들어가는 띠입니다.
그리고 표지. 사진도 살짝 도톰하게 보일겁니다. 퀼팅솜을 크기에 맞춰 잘라 천으로 싼 다음 윗부분을 살짝 솜과 떠가면서 홈질했습니다. 퀼팅솜을 넣으면 표지가 흐물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두꺼운 종이로 만들었을 때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우니 들고 다니기에도 이쪽이 좋습니다.



여기에 좀더 자세한 사진이 있군요. 왼쪽 두 개의 수첩은 크기가 아마 A7이었나요? A5를 반으로 잘라 그걸 다시 반으로 접어 적당히 다듬은 것이니 맞을겁니다. 오른쪽은 왼쪽 수첩의 딱 절반 크기입니다.
그리고 하단에 있는 것이 표지들. 하단 오른쪽에 있는 것은 리본(띠 혹은 밴드)입니다. 띠의 용도는 완성된 책을 보시면 바로 아실겁니다. 아래 사진과 이 사진 사이에는 저 띠를 다 꿰매고 뒤집는 과정이 빠져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뒤집었는데, 이전에 K가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울 때, 여러 띠들을 꿰매고 뒤집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신다는 선생님 이야기를 해서 도전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몇 번 해보다보니 익숙해지더군요. 만든 띠는 큰 책용 띠가 한 권당 4개, 작은 책을 위한 띠가 3개-추가로 4개가 더 필요하지만 그것은 70%의 공정단계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도합 11개입니다.

종이를 받은 것이 작년 말, 다이어리 제작은 그럭저럭 쓸 때까지 완성했지만 이 책은 종이를 자른 것이 지난 겨울이었고 표지를 완성한 것이 아마 올 2월쯤. 3월에서 4월 사이에 띠를 완성했으며, 그 후에 꿰맸습니다. 거기서 또 한참을 멈춰있다가 지난 주말에야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전시회 지킴이를 하면서 들고 갔는데 오랜만에 바느질신이 오셨습니다. 뒷표지만 연결했던 붉은 수첩, 그리고 아예 표지 연결이 안되어 있던 파란 수첩 모두 일요일에 완성했지요.
책만 꿰매고 표지가 분리된 사진을 따로 찍었다면 좋았을텐데, 그 사진이 있나 없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책등은 노출되어 있습니다. 본을 그린 다음 리본의 배치를 적당히 생각하고는 꿰맸습니다. 이런 구조는 등열린 제본이라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책등 종이가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보통은 그냥 일자로 띠를 넣는데 그러면 심심하다 싶어서 사선으로 배치했습니다.



사선으로 넣었으니 반대쪽 표지는 이렇게 띠가 교차합니다. 긴 띠는 장식용, 짧은 띠는 고정용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긴 띠도 장식이긴 하지만 책등을 고정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요.



리본의 고정은 보면 아시겠지만 홈질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표지 윗부분 천만 살짝 떠서 홈질했는데 띠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띠의 두께 때문에 홈질하기가 만만치 않아 그냥 아래까지 한 번에 박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표지 뒷면의 바느질 자국이 비뚤배뚤하네요. 신경써서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러면 속도가 느려져 바느질하다가 질릴 것 같아 그냥 감을 믿었습니다. 감을 믿은 결과가 저렇군요. 하하하.



이쪽도 비뚤배뚤. 그래도 겉만 보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듯 이 수첩의 용도는 여행 준비 및 여행 기록입니다. 작년 여행 때도 교차된 구조로 작은 수첩을 하나 만들어 기록을 남겼는데 다음 여행 준비를 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의미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수첩이 완성될 때까지는 여행 준비는 일시 정지시킨다라는 생각이었지요. 이제 수첩이 완성되었으니 여행과 관련된 뇌내망상도 폭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은행잔고가 실행을 막을터이니 괜찮습니다. 준비만 하며 신나게 노는거죠.-ㅁ-

등열린 제본의 특징은 책을 확 펼쳐도 책등이 망가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360도로 펼쳐지는 제본 방식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것 중엔 선제본-올해 다이어리-와 교차된 구조-작년 다이어리, 재작년 다이어리-가 있고요.




그런 고로 B, 책등이 확 펼쳐져도 무리 없는 제본을 고른다면 이 세 가지를 추천하겠네. 원하시는대로 고르시게.
세 달 전만해도 가리라 생각못했던 홍콩을 가게 된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 덕분입니다.

① 작년 추석 때 큰집 큰오빠(장손)가, 아들래미의 아토피 문제로 온천여행을 갔습니다. 원래는 추석 다음날 올라온다 했지만 마음에 걸려서였는지 추석 전날 올라왔습니다. 사촌오빠의 가족여행을 본 아버지가 이야기 하십니다. "우리도 다음 구정 때 가족여행갈까?" 역마살이 있다고 어머니께 종종 구박받으시는 아버지, 이 때도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셨습니다. 기왕이면 따뜻한 곳이 좋다고 추석 연휴 기간 합의를 본 곳은 호주였습니다.

② 그러나 호주는 가격을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가격이 비쌉니다. 4인 가족이 간다면 800은 있어야할 듯합니다. 경제권을 쥐고 계신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십니다. "호주 말고 싼 곳은 없나?" 그러나 여기에도 복잡 다단한 전제가 붙습니다. 저나 G는 당근 일본을 선호했지만 어머니는 단호하게 거부하십니다. "가족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로 가자." 이렇게 되면 여행지 선택의 폭은 굉장히 줄어듭니다. 가족들 중 누구 하나도 가 본 적이 없는 지역, 가격이 싼 곳. 그렇게 되면 선택지는 홍콩과 싱가포르 밖에 남지 않았으며, 양쪽 모두 가본 분의 충고에 따라 홍콩을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구정에 갈 필요가 없이 그냥 G가 이틀 휴가를 내서 주말 껴서 가면 되겠다고 하였고 일정이 확 당겨져 1월 초로 잡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약시점이 상당히 촉박합니다.
(이리되면 차라리 앙코르 와트를 가는 쪽이 쌌지만 어머니는 이미 가보셨다고 딱 잘라 목록에서 뺐습니다. 앙코르 와트를 가본 것은 저와 어머니뿐이고 G와 아버지는 아직입니다.)

③ 패키지를 주장하시는 어머니와 달리, 가격상의 이점으로 저는 항공과 호텔의 별도 예약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예약을 들어간 시점이 12월 초라, 1월 초의 호텔들은 상당수 만실입니다. 순위에 올려두었던 호텔들이 이미 다 마감되고 결국 들어간 곳은 Empire Kowloon입니다. 부모님은 꽤 좋다 하셨지만 속 사정-좀더 싸거나 비슷한 가격에 좋은 위치, 좋은 시설의 호텔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저나 G는 굉장히 불만이 많았습니다.

④ 예약 완료되고 한시름 놓았는데, 출발하기 열흘 전에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투어에서 나온 홍콩여행상품 중에 한 명 가면 동행 1인은 공짜로 보내주는게 있네. 예약한 것 취소하고 이걸로 해라." ... 항공권은 4인 이상 예약가능한 대한항공 것으로, 취소 불가입니다. 이미 발권까지 다 마친 상태. 취소가 안된다고 말씀 드리니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취소하라 하십니다. 이모저모-G가 쓸 수 있는 휴가일정이 맞지 않아-문제가 발생해 일단 납득했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불만 많으십니다.

⑤ 호텔과 항공권은 부모님이 부담하시는 걸로 했지만 공짜로 따라가기가 찔려서 체류 비용은 저와 G가 공동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말이 공동부담이지 저와 G가 3:1로 나눠 부담했습니다. 그나마 G는 홍콩여행 동안 자기 몫으로 산 물건이 없다는 이유로 남은 경비를 모두 모아 가졌습니다. 그것이 약 1800 홍콩 달러. 환전하면 20만원을 챙긴겁니다. 본인이 낸 돈보다 더 돌려받았습니다.
(그 상황을 인식한 G. "뭐 맛있는 것 먹고 싶어?"라고 묻습니다. 그냥 카드비용에 조금만 보태달라 했습니다.)

⑥ 출발하기 직전 감기 기운은 아니고 목이 뻑뻑하고 가래가 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기관지를 비롯한 호흡기 계통이 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기관지는 홍콩에 가서 엄청나게 혹사를 당합니다. 가이드북에서 슬쩍 읽고 지나간 홍콩의 공기오염문제는 제 기관지가 확실하게 체험했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의 홍콩 공기는 그래도 아주 심각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여름에는 숨도 못쉴 지경이라 들었습니다-한국, 서울 기준으로 따지면 3-4월의 황사정도는 됩니다. 최고 황사가 아니라 중간 정도의 황사일까요?

⑦ 가기 전에도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홍콩은 쇼핑에는 좋지만 무엇인가 구경하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심포니 오브 라이츠(Symphony of Lights)와 빅토리아 피크에서의 구경 정도가 괜찮았습니다. 이것을 뺀다면 쇼핑몰 구경하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으니, 나이 드신 분들이랑 갈 경우엔 명품을 사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영국 조차지(맞나요?)였기에 기대했던 홍차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본과 계속 비교가 되더군요. 같은 가격이라면 차라리 일본을 간다 싶었습니다. 전 (옷 등을 사기 위해 발품파는) 쇼핑이 싫어요!

⑧ 그런 이유로 출국전부터 귀국후 지금까지 이번 여행을 바라보는 제 시선은 한결같습니다.
"이번 홍콩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 홍콩여행이 될것입니다."
물론 타의로 가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끌려가겠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혹은 누군가 공짜로 보내준다고 해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여행은 4일을 통째로 날려버린 고행길이었습니다.



자아. 불평 불만은 이정도로. 오늘 중으로 리뷰 다 올리겠습니다~.
(이거 다 하고 상냥용 읽으러 갈거예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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