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도너츠? 미스터 도넛? 항상 미스도라고만 줄여 불렀더니 가물가물합니다.

지난 일요일이군요.
휴일 아침, 저는 집에서 뒹굴고 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영화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그리하여 동생과 부모님은 아침 조조로 즐거운 인생(인가? 하여간 남자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을 보러 가시고 저만 집에 남았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있으면 계속 간식을 찾은 것 같은 생각에 준비해서 운동 다녀왔지요.-ㅂ- 연휴 기간 동안에도 시간이 되면 운동은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그 노력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지요. 하하;

점심은 부모님과 함께 명동교자에서 칼국수를 먹고 저랑 G는 홍대로 빠졌습니다. 최근 에반겔리온 극장판이 개봉하면서 에바핑키가 풀렸는데 혹시 하비샵에 있으면 사볼까 해서였지요. 결론만 말하면 없었고, 거기에 환율 11배 고정 적용이라 가격이 인터넷보다 비쌉니다.( ") 살까 말까라는 것은 아직도 고민입니다. G는 사쿠라대전 핑키에도 홀딱 반해 있고 저는 에바 핑키에 에바핑키 두 번째 버전에도 관심이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언제나왔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달리는 소녀 핑키버전도 예약 받았습니다.
하비샵을 다녀와서 에바 핑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스도에 갔습니다. 아는 분께 GS25에서 나온 쿠폰을 두 장 받았거든요. 한 장은 도넛 무료, 한 장은 오리지널 커피 무료입니다. 제가 커피를 마시고 도넛 쿠폰은 G가 썼습니다.

왼쪽 상단에 보이는 케이크 박스는 어제 올린 에구치의 모코나입니다. 홍대에서 같이 돌아다녔더니 다 녹았던 거죠.

커피는 진한데다 맛이 십니다. 일본 커피 맛이군요. 한국 커피는 대체적으로 쓴 맛이 강하지만 일본은 신맛이 강합니다. 저는 쓴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취향은 아니었지만 꽤 괜찮았습니다. 컵 모양도 마음에 들더군요.

점심을 먹고 나서 온 것임에도 구입한 도넛은 네 개. 앞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엔젤 크림, 더블 쇼콜라, 폰데링, 초코올드패션입니다. 결국 다 못 먹고 올드패션과 쇼콜라는 싸가지고 왔습니다.

엔젤크림. 드디어 먹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것 구입하는데 사정이 있었지요.
저랑 G가 들어왔을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도넛으로 할까 하며 열심히 고르는 와중에 손님들이 들어오더군요. 주문을 하기 전 엔젤크림이 딱 하나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주문을 하긴 했는데, 주문이 끝나고 계산까지 마쳤을 때 점원이 다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안에 들어갔더니 아직 도넛은 안 나왔고 껍데기만 있더라는 겁니다. 그럼 이것만 취소해달라라고 해서 처리하는 와중에, 플로어 매니저로 추측되는 사람이 상황을 보고는 웨이팅이 얼마인지 물어보지 그랬냐며 다시 주방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알려주는군요. 점원은 다시 재결재를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먼산)

엔젤크림은 그나마 미스도 도넛들 중에서 가장 취향입니다. 폰데링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올드 패션은 가끔 먹지만 이것도 옛날 도넛 맛이라는 생각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요. 크롤러는 보기만 해도 느끼한 것이 좀...;
근데 이쪽은 좀 낫습니다. 아쉽다면 역시 크림 맛. 일본에서 먹는다면 크림맛 때문에 엄청난 맛의 차이를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에 일본 가게 되면 하나만 사서 먹어보렵니다. 커피와 잘 어울릴겁니다.-ㅠ-
지난 월요일에도 미스도에 다녀왔습니다.
맛없다고, 취향아니라고 투덜대면서도 다녀온건 G가 "폰데라이온 핸드폰 줄이 갖고 싶어!"라고 절규했기 때문이지요. 저야 핸드폰줄에는 관심 없었지만 같이 가는 대신 사준다는 도넛에는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로 마법 첫날, 몸 상태 비리비리한데도 40분 남짓 걸어서 명동에 갔습니다.

저는 이번에는 커피롤이 먹어 보고 싶어서 그것만 챙기고 G는 옆에서 올드패션, 초코패션, 허니패션,에 폰데링, 더블초코폰데링을 집었습니다. 더 주문할 것 없냐는 점원의 말에 쇼케이스를 휘휘 둘러보던 G가, 엔젤 크림을 보더니 그것도 같이 시키더군요. 시킨 이유를 나온 다음에 가르쳐 주겠다더니 꽤 긴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미스터 도넛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블로그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된 포스팅이 있었다는군요. 동인(최근 의미로의 동인)이 쓴 글이었답니다.

G: 거기에 도쿄바빌론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K: 응?
G: 세이시로가 스바루 대신해서 눈 다쳤을 때 스바루가 면회와서 뭐 시킬 것 없냐 했을 때, 세이시로가 미스타 도나츠의 엔젤크림을 사다달라는 말을 했대.
K :
G: 그래서 그 사람(글쓴이)은 엔젤크림이 무슨 크림도 아니고 이게 뭐다냐했는데 나중에 도넛이란걸 알았다네. 그래서 궁금했지.

堂狗三年吠風月이라더니. 본인은 아니라고 박박 주장하고 있지만 제게 물들었군요. 이런....



물론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면 재미없지요. 그래서 그 장면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도넛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엔젤크림입니다. 맛은 G가 봤기 때문에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생크림이나 휘핑크림일 것으로 추측되니 상상하고 있는 딱 그맛이 아닐까요.


간만에 도쿄바빌론을 꺼내보니 감개무량합니다. CLAMP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이 집단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아마 도쿄바빌론을 꺼낼거란 생각이 듭니다. 90년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당시 어디선가(아마 PC 통신중 어디선가) 최고의 커플 순위를 매길 때 1위가 카인 리브, 2위가 세이시로 스바루 였다는 이야기도 들었지요.(아, 순위가 바뀐건지도 모릅니다. 워낙 옛날 이야기니.) 지금도 제겐 단연 1위 커플입니다. 물론 양쪽 커플 모두 후속작을 빼놓고 생각하는 쪽이 좋다는 것도 공통점이군요. 갓챠일드나 X에서의 모습은 다 지워버리고 있는지라. 아, 세이시로 스바루의 경우 츠바사도 빼렵니다.
あなたは東京がきらいですか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군요. 지금의 제게 묻는다면? 서울이나 도쿄나 도토리 키재기죠.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도시의 비정함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도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역시 도시를 구성하는 일원 중 하나이니 도쿄를 싫어한다는 것은 제 자신에 대한 부정과도 연계될 수 있을겁니다.
다만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맛있는 케이크들은 사랑스럽습니다.-ㅠ- ~♡


덧붙임. 1300K에서 수요일 한정으로 필라델피아 치즈케이크 20% 할인하는 것을 보고 혹해 넘어갈뻔 했습니다. 아침부터 휘둘리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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