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에 깼습니다. 푹 잠이 들어 있는데 뚜둑 뚜둑하면서 소나기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방 옆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었는데 그쪽이 서재방이라, 닫지 않으면 난리가 납니다.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듯이 뛰어 내려와 서둘러 의자를 가져가 베란다 창문을 닫았지요. 그러고는 거실로 나와 거실 베란다 창문도 닫았습니다. 몇 시인지 확인하니 새벽 2시 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침대에 들어갔는데 창문을 닫으니 답답해서 또 잠이 안오더군요. 한참만에 잠들어서 평상시와 똑같이 깼습니다.
비가 오니 아침 운동을 나가야할지 말지 고민이 되는데, 창 밖을 내다보니 다니는 사람들이 우산을 안 쓰고 있네요. 이 때다 싶어 잽싸게 나갔습니다. 그리고 나간지 20분만에 또 비.; 하늘이 어둡지 않아서 몇 방울 떨어지고 말겠거니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떨어지기 시작한 비는 계속 내리더군요. 덕분에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창경궁 주차장과 과학관 사이에는 창경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 문 이름은 잊었지만 쓰는 문은 아닙니다. 그런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아침 운동을 나가다보면 여기에 사람들이 바글 바글 모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나이도 제각각, 성별은 남자가 많지만 여자도 있습니다. 막노동 분위기도 아니고 참 희한하더라고요. 보통 7시 쯤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 같은데 그 이후에는 지날 일이 없으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그 사람들의 정체에 대해 조금 추측할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운동을 나가는데 그 주차장 앞에 SBS 차량이 있군요. 그리고 문 앞에는 옥색 저고리를 입은 궁녀들이 보입니다.(...) SBS 차량 앞에는 의상 차량이 있네요. 사극 촬영인가봅니다. 돌아올 때 한 번 더 지나면서 보니 그 때는 옷을 갈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내시도 있고 대신들도 있고, 궁녀도, 청나라 사신으로 추측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비가 꽤 내리니까 다들 창경궁 담벼락 아래 처마에서 비를 긋는데 녹색의 내시옷을 입은 사람들이 조로록 처마 아래 서 있는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 처마 아래서 내시들이 한 줄로 비긋는 장면이라. 아마 평생가도 보기 힘들겠지요.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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