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전리품이라고 쓰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전리품은 전쟁에서 이겨 얻은 물품 아닙니까. 저는 스타벅스와 전투를 벌인 적이 없으니 전리품이라기보다는 획득물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립니다. 실상은 지름기(記)이지만 하나는 분명 돈 주고 산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지난 주말 G가 말했습니다.

"도장 다 찍었어. 근데 여기 카드가 없다는데?"

도장이란 지난 11월 초부터 스타벅스에서 시작한 다이어리받기용스탬프찍기프로젝트의 스탬프를 말하는 겁니다. 크리스마스 한정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사 마시면 스탬프 카드에 도장을 찍어 줍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으니, 병음료는 도장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이다. 레모네이드라든지, 사과 주스 같은 것은 안된다는 이야기지요.
저야 G랑 둘이 찍는 것도 있고 모임에서 받은 것도 있어서 제가 혼자서 17잔을 다 채울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채우는 것이 절대 만만한 일은 아니더군요. 하여간 G가 중심이 되어 모으는 것으로 해서 제가 스탬프 찍은 것은 모두 G에게 몰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을 얻은 것이나,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은 다이어리가 아닙니다. 스타벅스의 한정 카드인거죠. 올해 다이어리는 이미 제작에 들어갔고, 시간만 된다면 12월 마지막주까지는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으니 내년도 다이어리는 받아봐야 쓸모가 없습니다.
(G는 그 다이어리를 사내 바자회에 내겠다고 합니다. 본인도 쓸 생각은 없나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G가 마지막 도장을 찍은 스타벅스에도 카드가 품절이라 하더니 집 주변의 스타벅스도 품절입니다. 제가 확인한 곳은 혜화로터리, 대명거리 입구쪽이고 그 뒤에도 일요일에 종로 나간김에 종로1-2가와 청계천사이의 거리에 있는 세 군데의 스타벅스도 모두 확인했습니다. 이 다섯 군데 모두가 카드 품절입니다.
하기야 다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니 그럴 가능성은 있었지요. 그래서 월요일에는 이대 쪽을, 화요일에는 홍대 쪽을 찾아볼 생각이었습니다.




생각으로 끝난 것은 일요일 귀가길에 들렀던 스타벅스에 카드 재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ㅁ-
집에 올 때 안국쪽의 스타벅스에 들러보겠다고 생각해서 인사동을 통과하며 한 번 들러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에는 카드 위에 품절 메모를 붙이는데 여기는 그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소량이지만 있답니다. 감격의 눈물을 속으로 흩뿌리며 스타벅스 카드와 카드집과 다이어리를 받아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받아 들고 나서는 내가 이 무슨 짓이냐 싶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지요.



그리고 지난 주말에 구입한 것은  하나 더 있습니다. 나올 때부터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던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한정 에스프레소잔입니다.
이것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처음에 나올 때 살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가, 구입을 결정한게 아마 두 주 전이었을 겁니다. 사겠다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들렀는데 저 빨간 컵이 없습니다. 이대쪽 스타벅스 두 군데, 홍대쪽 스타벅스도 두 군데 이상 들렀는데 없습니다. 대학로 스타벅스는 세 군데 다 없습니다. 처음에는 있으면 사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쯤되니 오기가 붙습니다. 저렇게 스타벅스를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없더군요. 안국역 스타벅스에도 없고요.
그래서 올해는 못 구하나보다 싶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종로 스타벅스에 들렀다가 발견했습니다. 마지막 하나, 딱 하나 남아 있더군요. 그리하여 잽싸게 집어 들고 계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그날 카드 교환을 위해 들렀던 다른 스타벅스들 세 군데(종로 둘, 인사동)에도 저 컵은 재고가 없었습니다.;



왜 컵이 두 개냐면, 하나는 작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구에 빨간 띠가 둘러진 것이 올해 것, 없는 것이 작년입니다.
작년 컵이 올해보다 색이 밝고 발랄한 빨강입니다. 올해는 그보다는 조금 더 차분해보입니다.
그리고 올해 컵은 입구에 붉은 띠가 둘러져 있고 거기에 은색의 눈송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작년 컵은 빨강 눈송이가 있고요. 그리고 올해 컵은 앞 뒤 모두 스타벅스라고 썼지만 작년에는 앞에만 있습니다. 앞이라고 해봐야, 마시는 사람 기준으로 오른손에 들었을 때 그런 것이고 왼손으로 잡으면 뒤편에 있는 셈이지요.




이렇게 두 해째 모으다보니 슬슬 해마다 나오는 에스프레소 잔을 모으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이런 것이 수집벽일까요?

지난 주였는지 그 몇 주 전인지, 가끔 아침 밥상에 삶은 달걀이 나왔습니다. 간식 겸 단백질 보충 겸 해서 먹는 것인데 보글보글 끓고 나서 8분이면 노른자가 살짝 덜 익은 반숙 달걀이 나옵니다. 몇 번 그리해서 먹다보니 문득 우아한 아침 밥상을 차리고 싶어지더군요.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이렇게 아침 식사를 차려보았습니다.


코스트코제 모닝롤은 냉동실에 들어 있던 것을 꺼내 전자렌지에 살짝 돌렸습니다. 그리고 삶은 달걀도 때 맞춰 준비했고요.


달걀은 윗부분만 살짝 껍질을 벗깁니다.



우후후후.
끓고 나서 정확히 5분을 삶으면 저렇게 됩니다. 노른자는 살짝 데워지기만 했을뿐 거의 익지 않았습니다. 물론 흰자도 많이 익지 않은 상태라지요.



모닝롤을 찢어 노른자를 찍어 먹습니다. 이렇게 먹다가 먹기 불편하다 싶으면 다시 달걀 껍질을 조금 더 벗기고 주변 흰자는 찻숟가락으로 떠 먹습니다.



그럼 또 이렇게 넓어집니다. 먹기 훨씬 편하지요. 따끈하게 데워진 노른자는 짭짤한 맛도 돌아서 빵 찍어먹기에 딱 좋습니다. 그러다 먹기 불편하면 찻숟가락으로 퍼먹기도 하고요.



거기에 식후 간식으로는 듀시스님이 주신 파인애플 케이크. 아예 커피까지 따로 내려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맨 윗 사진을 보고 눈치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달걀을 담은 컵은 에스프레소 잔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지난 겨울에 낸 크리스마스 버전 에스프레소 잔이지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구입했는데(5천원)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실 일이 없다보니 그대로 서랍장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달걀을 삶아 먹을 생각을 하니 이게 제일 먼저 떠오르더군요. 달걀이 작은편이라 컵에 쏙 들어갔지만 큰 달걀이라면 위에 얹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 에스프레소 잔이 있으면 달걀컵 대용으로 쓰시라 하고 싶지만 달걀 비린내가 밸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럴 때는 베이킹 소다를 써서 씻거나 레몬즙으로 씻으면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시험해보질 않아서 확신은 못합니다.
저렇게 쓰고 있자니 안캅 호박꽃이나 엉겅퀴잔에 담으면 더 예쁘겠다는 망상도..-ㅁ-;


하하하.
아침 맛있게 잘 먹은 뒤인데도 왜 쓰는 제가 허기가 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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