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도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것도 소나기 예보를 못 들었던 지라, 우산 없이 나가 있었지요. 비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는 합정역 근처 카페 거리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팥빙수를 한다고 써붙인 어느 카페에 들어갔지요. 가격은 8500원이던가.



그릇은 롯데리아랑 비슷하지만 양은 훨씬 많습니다. 롯데리아 팥빙수에 분노한 이야기는 이 다음에 하고, 빙수 위에 아이스크림, 굵게 갈린 얼음에는 우유를 부었고, 그 위에 통조림 팥이지만 팥을 듬뿍 얹었습니다. 거기에 견과류랑 말린 과일, 빙수떡을 올렸네요.
가격을 생각하면 재료는 충실합니다. 하지만 팥빙수에 말린 과일이 들어가니 좀 미묘합니다.T-T; 말린 과일이 얼음이랑 만나 딱딱해진데다, 달콤 새콤한 맛이 팥빙수와는 따로 노는 것 같더군요. 역시 저는 팥빙수에는 견과류나 콘플레이크가 들어간게 좋습니다.-ㅠ- 아니면 아예 팥이랑 우유만 들어가거나?

빙수 다 먹고도 뒹굴거리다가 다른 카페를 찾아갈까 싶어 홍대 돌담길 근처에서 봐둔 카페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홍대부속여고였나, 거기 후문 바로 앞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작은 카페가 있다는 알림판을 보아둔 터였지요. 무엇보다 샤케라토와 아포가토가 있다는데 홀리지 않을 수가..-ㅠ- 아포가토가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아포가토(5천원)를 주문하니 사발같은 커다란 컵에 시리얼과 견과류(혹은 무슬리)를 뿌린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한 샷. 호쾌하게 에스프레소를 붓고는 잽싸게 먹습니다. 아이스크림이 다 녹기 전에 먹는 쪽이 맛있더라고요.>ㅅ<

같이 시킨 치즈케이크(아마도 3500원)는 무난한데, 검은아저씨 치즈케이크나 시노스 치즈케이크에 슈거파우더를 뿌린 것 같은 맛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시킨다면 아포가토만 더 시켜 먹겠습니다. 훗훗훗.

지름 목록은 항상 움직이는 겁니다. 그런 고로 현재의 지름 목록 상위 랭크는 어느 책. 이에 대해서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리뷰 나갑니다. 조만간 구입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빠르면 오늘....? (주말 쿠폰 마감이 오늘이기 때문)

저 책 때문에 같이 충동구매 목록에 오른 것이 컵들입니다. 도로 커피컵에 대한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예쁜 것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쪽으로 말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에스프레소) 용량으로 마실 수 있고, 그렇게 담았을 때 모양이 예쁜 컵에 끌리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쪽은 하얀색이 아직 눈에 딱 차는 것이 없어 고민하고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엉뚱하게 보덤 이중벽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깨지는 것이 가장 걱정인게, 엊그제 마탐정 로키 라그나로크 티포원의 포트를 씻다가 떨어뜨려서 주둥이 부분이 살짝 나갔습니다. 이전의 포트들이 어떻게 제 손을 떠나갔는지 생각하면 공포죠. 그런 고로 고이 집으로 보낸다 치면 조금은 안심이 되지만, 집에 있으면 자주 쓸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집에서 쓰는 포트는 따로 있으니까요.

일단 눈독 들이고 있는 컵들은 이렇습니다.
(사진은 카페 뮤제오에서 직링크;)





Bodum Assam SS입니다. 특소(가장 작은 컵)인데 카페 뮤제오에 나온 사진과 텐바이텐에 실린 사진이 약간 다릅니다. 보덤 USA를 보니 이쪽 사진이 맞군요. 90ml용량에 2개 한 세트로 16000원입니다. 개당 8천원. 달러가격과 비교해볼 때, 세일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Bodum Pavina SS. 역시 특소 입니다. 이쪽은 80ml이고 역시 2개 한 세트에 15000원. 조금 더 쌉니다.


아라비아 핀란드의 커피컵입니다. 260ml인데 저 반짝반짝한 광택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로고가 좀 걸립니다. 로고뿐만 아니라 가격도 문제입니다. 45000원. 색이 총 4종(커피색, 캬라멜색, 흰색, 파랑색) 있는데 전체 세트에 18만원입니다. 풀 세트를 한 번에 구할 일은 없을 겁니다. 각각은 예쁜데 한 번에 구입하기에는 버겁기도 하고, 가까운 시일내에는 한 번에 꺼내 쓸 일도 없을테니까요. 독립한다면 대접용으로 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안캅의 여러 시리즈 중에서는 Verona가 가장 취향입니다. 시리즈가 다섯있는데 가장 작은 것이 에스프레소(12000원, 80ml), 그다음이 더블 에소(16000원, 130ml: 오른쪽 하단의 길쭉한 컵), 그 다음으로 큰 것이 카푸치노(16000원, 190ml), 그 다음이 카페라떼(27000원, 360ml), 붉은색 선으로 둘러싸인 것이 점보컵(39000원, 450ml)입니다. 전체를 다 모으면 딱 10만원이네요. 요즘 유로가 엄청나게 뛰면서 수입가격도 오르고 있던데 이것도 오르면 좌절합니다.
덧붙이자면 며칠 이내로 비알레띠쪽은 10-20% 가격 상승 예정이랍니다. 구입할 마음 있으셨던 분은 서두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보덤 더블월은 볼 때마다 살지 고민하고는 어떤 이유 때문에 구입을 포기하곤 했는데 지금 다시 보고는 이유가 기억났습니다. 마데지나입니다.-ㅁ-;


컵 이야기는 여기까지.
지금 유혹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엉뚱하게도 넨도로이드입니다. 이전에 생협에 올렸던 그 하츠네 미쿠의 동영상 말인데요, 그 피규어가 넨도로이드랍니다. 이글루스 여기저기를 찌르다가 보게 되었습니다. 크기가 10cm 남짓이니 작지는 않지요. 그리고 그 동영상에 등장하는 피규어가 다 나온 것은 아닌듯합니다. 확실하게 본 것은 미쿠 정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엔터하비에서 가져왔습니다. 가격은 33000원.
이게 참 골때리는게 파츠 교환이 가능합니다. 이 세트 안에 얼굴과 손 발 파츠가 있습니다. 미쿠의 경우 파도 있다는군요. 크기를 보면 아마도 대파. 재미있는 것은 같은 넨드로이드끼리도 파츠가 맞기 때문에 미쿠의 몸에다가 하루히 얼굴을 끼운다든지 맛이 간 페이트 얼굴을 끼운다든지도 가능합니다. 페이트 넨드로이드 버전에는 아래 사자도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미스도 폰데라이온 gif가 떠오릅니다.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페이트에게 폰데링을 빼앗기는 폰데라이온의 그림이죠. 하하;

통장 잔고를 보면 실제 지를 가능성은 높진 않지만 스트레스 지수가 어떻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피규어는 한 번 지르면 금기를 넘는 것이고 가격을 생각하면 피규어보다는 컵이.....



지름지수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다음에 지름방에 어떤 글이 올라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츠바메 그릴에서 배불리 먹고 나온 다음은 폴 바셋. 여기도 윙버스를 통해 알게 된 가게입니다.
그러니까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78년생입니다-_--을 한 폴 바셋과, 일본의 유명한 파티셰인 츠지구치씨가 합작으로 만든 카페입니다. 케이크는 파티셰가, 에스프레소는 바리스타가라는 공식이겠지요.
커피가 맛있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가겠다고 했고, 이날 카페인 섭취가 제대로 안되었던 일행들도 이쪽에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츠바메그릴과는 긴자 역을 중심으로 해서 정 반대편 쪽에 있습니다. 자세한 위치는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저는 듀시스님께 묻어서 갔습니다.;;;)

하여간 가기로 결심한 건 꽤 오래되었는데 그 사이에 여기 이름이 알려지는 몇몇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먼저 쿠켄. 2007 세계 바리스타 대회는 도쿄에서 열렸습니다. 그 때 종로 2가에 있는 카페 뎀셀브즈의 바리스타들이 여기를 구경하러 다녀온 모양입니다. 쿠켄이 같이 취재를 했더군요. 그러고 나서 도쿄내의 맛있다는 커피집들을 돌아다니며 별점을 매겼는데 폴 바셋의 점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다 하더군요.
그러더니 쿠켄이 나온지 2주 쯤 지나서 조선일보의 주말 2++섹션에 이 별점 실린 기사가 그대로 떴습니다. 기사 날로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출발 일주일 쯤 전. 이번에는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블로그 메인에 슬픈하품님의 일본여행기가 올라온 것을 보고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폴 바셋 관련 글을 보게 되었지요. 거기서야 알았습니다. 폴 바셋도 유명하지만 저 츠지구치씨가 도 못지 않게 유명하다는 것을요. 몽생클레르 파티셰랍니다.(먼산) 몽생클레르 외에 지유가오카의 롤야도 츠지구치씨의 프로젝트랍니다.

앞 이야기가 길었군요. 긴자의 폴 바셋-긴자, 지유가오카, 신주쿠 점이 있습니다-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뉴욕 분위기랄까, 비오는 바깥을 전면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고 있으니 뭔가 느긋한 기분이 들더군요.
에스프레소는 500엔, 바리에이션은 600엔, 그리고 케이크 하나를 같이 시킬 수 있는 세트메뉴는 900엔입니다.

저는 카페라떼를 시켰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아직 용자의 음료이고 마실만한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으니 무난하게 시키는 것이 이럴 때는 최고입니다.

우유거품층과 밑의 음료부분이 확실히 나뉘어 있습니다. 유리컵에 담아 주는 것도 신선했지요. 보통은 두꺼운 흰 커피잔에 나오는데 말입니다.

화이트 밸런스를 받침접시에 맞춰 한 번 더 찍었습니다. 실제 색은 이쪽에 가깝습니다.

뒤에 보이는 돈은 신경쓰지 마시고...;

케이크도 다 종류를 달리해서 시켰습니다. 저는 뉴욕치즈케이크. 뒤에 보이는 것은 초콜릿 케이크.

옆 테이블은 몽블랑과 다른 초콜릿 케이크를 시켰습니다.
인원이 많으니 이렇게 종류별로 하나씩 다 시켜보는 것도 가능하지요.(6명이었음)

Kiril님이 시키신 카푸치노. 이쪽은 나뭇잎 무늬입니다.

계절한정으로 나온 마론파이도 있습니다. 너무 어둡게 찍혔지만 실물은 아리땁습니다.

그리고 마쟈님이 시키신 폴 바셋의 아포가토.


총평 한 줄. 이날 멤버들은 에스프레소 음료의 새로운 경지를 보았습니다.

농담 같지만 진짜 그랬습니다. 한줄로 요약하면 저렇고 줄줄 써나가자면,
카페라떼는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카페라떼보다 맛있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곱게 부서지는 우유거품, 그것도, 일정한 크기로 자잘한 것이 듬성듬성한 우유거품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카페라떼 자체가 전혀 쓰지 않습니다. 시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이것이야말로 카페라떼구나라는 느낌 자체입니다.
아포가토에 쓰인 아이스크림은 자체제작인듯, 우유맛이 듬뿍나는 젤라토입니다. 약간 찐덕한 것 같으면서도 달달한 것이 에스프레소에 잘 어울릴 것 같더군요.(아이스크림만 조금 맛봤습니다;)
케이크류도 그렇습니다. 다 평균 이상! 에스프레소 음료와 합해 900엔 세트로 맛 보았는데 그 가격에 이런 음료와 이런 케이크를 맛보았다는 것이 정말로 미안할 지경입니다. 카페라떼도 맛있고 케이크도 웬만한 케이크는 저리가라 수준이고요. 치즈케이크는 찐덕하지만 별로 느끼하지 않으며 진한 치즈맛을 내고 있고, 몽블랑은 아주 달지 않지만 적당히 달달하게, 그리고 마론 페이스트가 아니라 직접 만들었을 것 같은 엷은 노란색에 가까운 크림색을 띠고 있고요. 동그란 초콜릿 무스는 모씨의 할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안에 바삭바삭한 설탕 식감(..)의 알갱이가 있어 스폰지와 초코크림을 함께 먹으면 약간 쌉쌀한 듯한 캬라멜 알갱이가 오독 씹힙니다.

그리하여 그 다음날 지유가오카에서도 한 번 더 다녀왔습니다. 여기는 몽생클레르 맞은편 꽃집 안쪽에 같이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시간대라 그런지 케이크류는 다 떨어지고 없었고, 음료 종류도 그리 다양하지는 않아서 이번엔 용자의 음료를 시켰습니다.

에스프레소.
옆에 놓인 설탕을 넣고 휘젓지 않은채 입에 털어넣기 도전!




그래도 역시 에스프레소는 용자의 음료입니다.lllOTL


제게 있어 여기는 한 번 더 가고 싶은 가게가 아닙니다. 일본에 갈 때마다 한 번 이상, 반드시 가야하는 카페입니다. 다음에 갈 때도 꼭 다시 들러보렵니다.




※ 부작용 주의. 한번 상향된 입맛은 하향조정이 어려우니 주의를 요합니다. 덧붙여 여기 음료를 마시고 난 다음 다른 곳의 카페라떼를 마시면 모든 카페라떼가 커피우유로 통일되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 그래서 한국어로 풀어 쓸 생각도 못하고 영어로 적었습니다.

처음에는 커피젤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상하게 방향이 흘러가더군요.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에스프레소. 밥공기에 들어 있는 것은 판젤라틴 불린 것, 그리고 예전에 타마고야에서 푸딩 사오면서 받은 세 개의 달걀모양 케이스였습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그대로 쓰다보니 양이 부족해서 그냥 물새포트를 써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아. 다 섞었더니 이런 괴상한 모습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괴식 분위기가 나지요?
하지만 맛은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에스프레소가 많이 들어가서 나중에 우유를 포트 턱 밑까지 부었는데도 강한 맛이 났지만 팥과 우유와 연유와 에스프레소가 섞인 맛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율 조정이 잘 되었다면 맛있었을 건데요,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딱히 젤리일 필요는 없더군요. 그냥 "미관상" 에스프레소 젤리 위에 우유가 살짝 깔리게 붓고 그 위에 팥을 올리면 그림되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만드는 도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홀랑 까먹었던 겁니다. 으하하하; 완성 사진도 처음 아이디어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으니까요.
맛을 생각하면 에스프레소 젤리가 아니라 카페라떼 젤리 위에 올리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젤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그냥 팥소 위에다 차갑게 한-혹은 얼린-우유를 붓고 에스프레소를 조금씩 넣어가며 취향에 따라 맞춰 먹는 것도 좋을겁니다. 이건 mama's cafe에 나온 에스프레소 젠자이지요. 예전에 한 번 만들었다가 실패했었습니다. 그 때는 팥에다 설탕을 넣지 않았었고 에스프레소도 왕창 부어버리는 바람에 먹을 수 없는 물건이 나왔거든요.

다음에 비율을 맞추는데 성공하면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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