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은 옛날 옛적에 했지만 서가에 뉘어 놓고 지금까지 한 번도 펼쳐 보지 않았습니다. 봉인은 아닌데 지금은 손이 안갑니다. 역시 도서관에서 대출 연장을 반복하며 지금껏 끌어 안고 있는 피플오브더북도 방치중이고..

어스시의 구입은 8월 초에 했습니다. 완결권인 6권 발매 기념으로 달력을 준다길래 눈이 멀어서 주문했습니다. 어스시의 표지 그림이 달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 그림이 탐이 나서 그랬던 겁니다. 어스시는 1-5권 모두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핫핫핫.



5권 표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권도 멋집니다. 판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검은 선, 그리고 화려한 색. 실제본이기에 이 책을 뜯어서 가죽제본을 할까 싶어도 표지가 아까워 차마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휙 뜯어 버릴지도 모르지요.
달력에는 2009년 8월의 달력부터 작게 실려 있습니다.



달력 자체는 2010년 달력. 2009년 분은 달력이 나온 8월부터 12월까지를 담은 것이겠지요.



펴보면 이렇습니다. 달력 뒷면(아니 앞면?)은 일러스트와 함께 어스시 이야기가 짤막하게 들어 있고 표지에서는 책 제목과 저자가 들어가 있던 공간에 작은 전체 달력이 있습니다. 일정을 적는 곳은 나무 그림 외에는 특별한 장식이 없습니다.
내년 2월. 꿈도 희망도 없는 구정이 있지요. 발렌타인데이를 포함한 3일연휴. 이번 추석이 금토일인데 내년 구정은 토일월입니다. 후훗. 근데 지금 보니 연휴에 빨간 날 표시가 안되어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14일에는 구정 1.1이라고 써놓은 것 같은데.


내년에도 티스토리 달력이 나오면 양쪽을 두고 한참을 고민할 것 같습니다. 쓰기 아까워요.>ㅆ<
(설마하니 내년 달력을 쓰기 전까지는 6권 읽겠지요.;;)
아침부터 신나게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아하하. 늦게 잔 것도 아니고 어제 거의 파김치가 되어서 늘어져 있다가 일찍 들어가 잤는데 왜 그런걸까요. 지금 커피를 마구 들이키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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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 글 하나 쓰는데 세 번이나 저장하며 쓰게되었고 지금은 졸리진 않지만 그래도 기본 감상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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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제, 어슐러 K. 르귄의 서부 해안 시리즈 마지막 권 <파워>를 다 읽었습니다. <기프트>, <보이스>, <파워> 중에서 도중에 읽다가 건너 뛴 것은 기프트뿐이고 보이스나 파워는 다 읽었네요. 그것도 다른 두 권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보통은 좋아하는 부분만 다시 읽는데 보이스는 다시 읽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발췌독은 여러 번 했으니 꽤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세 권의 이야기를 꿰뚫고 있는 것은 '나'의 성장기, 그리고 책입니다. 기프트와 보이스, 파워의 도시 국가들은 해당 시점에서 책을 탄압하기도 하고 장려하기도 합니다. 기프트의 세계인 고원지대에는 아예 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기프트의 주인공 오렉에게는 책이 있긴 있습니다. 오렉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린넨천으로 된 책. 그것이 고원 지대의 유일한 책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렉 자신도 어머니가 만든 또 다른 책이라 생각합니다.

보이스에서는 책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메메르가 살고 있는 곳은 주변의 다른 도시국가에 점령당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다, 지배민족이 책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책을 보는 일은 목숨을 거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욱더 책은 힘을 가지고 또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거기에 걸어다니는 시집(웃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류를 탑니다.

파워에서는 가르친다는 것, 그리고 책이라는 것이 상당히 대접을 받습니다. 파워의 지리적 배경은 앞서의 두 이야기와는 달리 많이 바뀝니다. 주인공이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 흘러가기 때문이지만 어느 지역에 머무르느냐에 따라 책과 이야기, 배움의 존재가치는 많이 변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가비르가 사는 곳은 배움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노예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배움의 기회는 많이 바뀌기도 하지요. 가비르는 그 속에서 다른 노예를 가르치기 위한 노예로 길러지며 이차 저차한 상황에 휩쓸려 본인이 강하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새로 또 존재가치를 인정 받아 이야기꾼으로 남지만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있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돌아간 곳은 자신의 원래 고향입니다. 거기서 환시를 보고, 잠시 딴 짓을 하다가 츤데레 이모의 도움을 받아 길을 떠납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이번 여행은 가비르에게 상당히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꼬마를 만났을 때와, 꼬마와의 교감을 느꼈을 때는 읽는 저도 상당한 희열을 느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에서의 희열이 Common People의 공감대 형성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문학적인 이야기를 설파해도 문제가 없는 세상을 사는 모 문학소녀의 이야기와도 겹쳐 보인다면 과장일까요. 하지만 서부 해안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제 읽기를 마친 황야제의 느낌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잘 짜인 태피스트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제 취향에 부합하진 않는 이야기입니다. 추천은 하지만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으니, 밝은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이야기꾼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화학약품이 잔뜩 들어 있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공전을 하는 세 단계의 섬이 있습니다. 왕도와 그 주변, 그리고 그 밖의 세계인데 언뜻 보면 중세시대의 질서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왕과 봉건귀족, 그리고 그 아래의 농노 말입니다. 농노들은 위계 질서 속에서 가장 대접을 못 받는 존재이지만 이들이 없다면 귀족이나 왕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생산을 하는 존재가 이들이니까요. 하지만 귀족들은 그러한 사실은 망각한채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데만 급급합니다. 이 세계 속에는 또 다른 존재가 있으니 암적인 존재로 취급받는 마물입니다. 사람을 잡아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이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이 마물들은 이야기꾼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야기꾼은 음유시인과도 비슷하게 가면을 쓰고 다니며 여러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역마살이 낀 존재지요. 물론 타고날 때부터 역마살이 끼어 있던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역마살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황야제의 시작은 두 명의 이야기꾼이 황폐한 건물 앞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부터 입니다. 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 기나긴 동짓밤을 보냅니다. 그리고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던 이야기는 점차 씨실과 날실로 엮어지며 마지막으로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 그림을 보고 나서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면 중간 중간 등장한 복선들이 이해가 갑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두 번 읽어야 완전하게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번 읽고 나서는 도저히 손이 안가서 그대로 G에게 넘겼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에 약합니다.(먼산)

서부 해안 이야기에 대해서 주인공 아이들이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이며 상황에 끌려 다닌다라는 지적이 종종 있던 걸로 압니다. 하지만 그건 어른의 시각이라 생각합니다. 10대 아이들이 능동적이고 자기 스스로 움직이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주관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입니다. 오렉은 그 나이에 가장 걸맞은 선택을 합니다. 메메르의 선택, 혹은 시선은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아이같습니다. 본인도 중간 중간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가비르는 성년이 되어 조금은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적고 있고, 그 속에서 가비가 선택하는 것은 상황이 닥쳤을 때 차악의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이고 충동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들다운 선택이 아닌가 합니다.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아이들, 머리가 휙휙 돌아가는 아이들은 겉모습만 아니고 실제로는 어른이지 아이가 아니죠.



서부 해안 이야기 중에서 궁금한 것 하나. 가비르가 이야기를 전하는 존재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별도의 사람인지가 조금 궁금합니다. 뭐, 그런 부분은 일부러 상상의 여지를 남겼을테고 작가도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말입니다. 안에서 소화한다면 그것은 또 지나치게 작위적일 수도 있겠지요.-ㅁ-



그리하여 구입 여부를 두고 고심중입니다. 다음 서가 방출 때 나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데, 참...;

어슐러 K. 르귄, <어스시의 이야기들>, 황금가지, 2008, 15500원

어스시 이야기를 맨 처음 접한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주 옛날 옛적이었을거라 생각할 따름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매는 하늘에서 빛난다'라는 이상한 제목의 책을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해적판인 에이스88시리즈였습니다. ...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먼저 본 것이 에이스88인지, 아니면 웅진에서 나온 파란 표지의 '어스시의 마법사'인지 기억이 안납니다. 어느 쪽이건 간에 고등학교 때 읽었을 것이란 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웅진에서 어스시 다음권을 내주었을 때는 기적과도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는 이미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 본 것은 나우누리 환동에 올라온 번역본이었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스시 시리즈 다섯 번째 권인 '어스시의 이야기들'은 한국에서의 첫 번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스시는 제 입맛에 100% 맞지는 않지만 이번의 단편은 표지에 홀랑 반해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가 상당히 멋지지요. 드래곤라자의 양장본도 같은 타입인걸 보면 같은 디자이너가 표지를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테인드 글라스 같은 분위기로, 밝지만 선명한 색을 쓴데다 각 단편들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박혀 있습니다.

단편들은 거의가 입맛에 맞았습니다. 보면서 이 책을 뜯어 다시 제본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지가 취향이라 차마 뜯지는 못하겠지만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한 어스시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이군요. 짧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고생이 상대적으로 덜 힘들고, 힘들지만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게다가 어스시 본편의 앞 뒤 이야기를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도 마음에 듭니다. 작가의 말에는 테하누가 마지막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 어스시의 다른 시리즈를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을 받았을 때는 종결된 줄 알았던 어스시의 세계가 움직이고 있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잠자리일테고요. 잠자리는 6권과도 이야기가 이어지나봅니다.

제가 어스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척박한 환경도 그렇고, 어스시의 세계나 '학교'에서의 남녀차별이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어스시뿐만은 아닙니다. 최근에 읽은-읽다가 던진;-기프트도 그렇습니다.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남자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대등하진 않습니다. 옛 생활들은 상당히 남성의존적이고 남성 중심적인건 알지만 이해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니까요.

어쨌건 어스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왜 현자가 아홉명이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대현자의 자리가 비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시대가 나오지 않은, 가벼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가를 비우려고 하니 다시 책 욕심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는 G와의 대화를 한 토막 적지요.

K: 다 채우는데 얼마나 걸릴까.
G: 응?
K: 비워 놓은 서가가 다시 채워지는데 얼마나 걸릴까.
G: 얼마 안 걸리지. 경험상 알잖수.



 

지름신이 오셨습니다. 오신 이유는 알지만 퇴치방법이 시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동거하고 있습니다.'ㅂ' 게다가 지름신이 주로 '이전에 목록에 올랐던 물건들'만 집중 공략 중이시라 추가되는 물품이 없어서 다행이지요. 아, 있긴 하지만 주로 책입니다.

지름신이 오시기 전에 지른 물건도 몇 가지 있으니, 그 중 두 가지가 포스팅 주제입니다.


포인트가 남아서 닥닥 긁어 주문한 나이젤라의 크리스마스 책. 실제 가격이 얼마인가 궁금해 아마존을 뒤졌더니 2008년 판인 이 책은 절판이고 2009년 11월 초에 나올 책을 예약받고 있더랍니다. 해마다 팔아먹는 크리스마스 요리책이라니 멋집니다.-ㅂ-; 전체 다 컬러화보에 사진도 그렇고, 칼로리도 그렇고(...) 굉장합니다. 겨울의 추위를 대비해 몸에 지방분을 축적하기에 아주 적합한 요리만 골라 넣었다 싶은 정도로요. 뭐, 원래 나이젤라의 요리가 그렇죠.;
자세히 훑어 보진 않았지만 몇 가지는 적어두었다가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교보에서 주문한 책입니다. 책 두께가 얼마나 될지,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문고판이길래 홀랑 주문했더니 이렇게 도착했습니다.


주소 용지는 미리 떼어두었고요.'ㅂ' 봉투 배송이 아닐까 했는데 박스 배송인데다 굉장히 가벼워서 왜그런가 했더니.



헉. 두께도 굉장히 얇습니다. 빳빳하고 약간 두꺼운 종이라 페이지도 그리 많지 않고요.



태그를 먼저 보신분이라면 감 잡았겠지만 어슐라 K. 르귄의 책입니다. 원제는 Catwing. 한국에서는 날개달린 고양이인가, 그 비슷한 제목으로 동화책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르귄이 쓴 동화책인거죠. 한국판이 절판되기도 했지만 딱히 이 책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일본판을 주문한 이유는 하나. 일본판 번역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ㅁ- 어떻게 번역했는지 궁금한데다 동화책이니 읽기도 편하겠다 싶어 주문했습니다.
이 정보는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 사전에서 봤는데 번역이 엉망인 책 답게 르귄의 이름을 적으면서 오타를 냈습니다. 정보 확인해보고는 홀랑 교보에 주문을 넣었는데 지금 5권까지 나왔다는 것 같군요. 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지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뒷권까지 구하진 않을겁니다.; G에게 일본어 공부하라고 건네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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