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기는 작년에 빌렸으나(아마도;) 다 읽은 것은 어제였습니다. 지금까지 아깝다고 못 읽다가 엊그제 읽기 시작하여 토요일에 한 권, 일요일에 한 권을 읽었습니다. 상-하로 나뉘어 있지만 분량은 딱 적절합니다. 책도 작고 읽기 편하더군요. 하기야 『헤스키츠』가 이 책보다 훨씬 분량이 많습니다. 외전도 두 권으로 나뉘어 나왔을 정도니까요.


『차아제국』은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의 앞 이야기입니다. 『헤스키츠』는 제국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맨 마지막 학년인 아란 지와 카이츠 아일 히렌의 연애담을 다룹니다. 이민 3세인 아란은 서민이고, 카이츠는 제국 내의 손꼽히는 권력가인 공작가 후계자입니다. 연애담이라고 하지만 연애 쪽으로는 많이 둔한 아란을 두고 카이츠가 철벽 방어를 하며 조금씩 키웠다가 잡아 먹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전체 구조는, 그렇죠. 양효진씨의 전작과 유사합니다.


양효진씨의 책은 여러 권 읽었는데, 현대 로맨스보다는 판타지를 선호하는지라 많이는 아닙니다. 최근에 전자책으로 개정판이 나온 『엘샤 꽃나무 아래서』, 『계약의 목걸이』,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에다 『차아제국 열애담』, 현재 연재중인 『아이고, 폐하!』정도네요. 작품이 대체적으로 여주인공은 작고 여리여리하지만 당차며, 남자주인공은 키크고 잘생기고 미남이고 듬직하거나 기댈 수 있는 인물입니다. 여주인공이 평소에 기대거나 하진 않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여주인공을 보듬어 주는 인물이지요. 외모도 『엘샤』는 하늘하늘한 외모의 소유자이고, 『계약』은 다람쥐 같으며, 『차아』는 토끼 같습니다. 하지만 『엘샤』의 주인공은 오우거의 괴력을 소유했고, 『계약』은 다람쥐의 탈을 쓴 드래곤이며, 『차아』는 토끼가 아니라 호랑이입니다. 『폐하』는 연재 초반이지만 작고 동안이지만 상당히 훌륭한 경영자이며 마녀입니다. 공통적으로 생활력이 강하고 금전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도 있네요.


하여간 『차아』는 『헤스키츠』의 앞 이야기에 해당합니다. 『헤스키츠』의 주인공인 아란은 이민 3세입니다. 조부모님이 헤스키츠로 이민을 오셨고, 그 뒤에 차아와 헤스키츠의 문물교류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이민자가 아주 많은 건 아닙니다. 뒷부분에 아란의 집안과 관련한 내력이 짤막하게 에피소드로 다뤄지는데, 그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이 『차아』입니다. 왜 아란의 조부모가 헤스키츠로 이민을 오게 되었는가의 이야기지요. 집안 내부적으로는 할아버지는 큰 가문의 가주였지만 할머니는 집안이 평범해서 둘이 손잡고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형제들과 일부 고위급만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더군요. 그 자세한 내용이 『차아』 하권에 등장합니다.


제목에 열애사가 붙어 있는 것처럼 이것도 처녀 총각이 일을 돕다가 서로 눈맞는 이야기입니다. 한데 여주인공인 민주려의 음식솜씨가 출중한지라, 지야곤에게 지어 먹이는 음식 솜씨가 상당합니다. 기왕이면 겨울에 보시는 걸 추천하는데 제가 제일 땡겼던 것이 떡국이었거든요. 육수는 따로 내고 거기에 떡국을 말아 주는데... 역시 떡국 국물은 조류계 국물이 좋습니다. 집에서는 멸치국물이나 사골을 쓰는데 닭국물이나 기타 등등이 더 취향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민주려가 차려주는 밥상에 독자들이 홀랑 넘어갈 지경입니다. 절대로 식이조절 중에는 보지 마세요. 식이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기에 보면 왜 이렇게 세밀한 음식 묘사가 나오는지 나옵니다. 작가 본인(정연주씨)이 다이어트 중이라 온갖 공력을 쏟아 묘사한 모양이더군요..)


『헤스키츠』가 먼저 나오긴 했지만 어느 쪽을 보아도 상관 없습니다. 다만, 어제 다 보고 나서 오늘 아침에 『헤스키츠』 결혼 외전편을 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란의 고모 할머니 되시는 그 분이 어느 집으로 시집갔는지를 대강 짐작했거든요. 만약 『차아』에서 이름이 나온 그 분에게 시집갔다고 하면 이 도둑놈 소리를 들을 것이고.. 아니라고는 해도 가능성이 낮은 건 아닙니다.; 후기를 보면 동일 세계관으로 설정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는데 그게 혹시 고모 할머니의 연애담인가 싶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ㅁ= 하지만 뭐, 작가들의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나온다 해도 올해 후반기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연주, 양효진. 『차아제국 열애사 상-하』. 가하, 2014, 각 1만원.


표지는 종이책이 취향인데 구입 여부를 두고 조금 고민중입니다. 꽤 좋은데 역시 공간이 문제죠.(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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