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부제는 "나는 왜 다른 사람과 다른 유일한 나인가"입니다.
심리학 책에 가까운지라, 평소 같았으면 찾아볼 생각도 안했을 책인데, 어부님 이글루에서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릴거라 생각합니다.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이 상대적으로 비주류학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지요.

저자인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한국에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양육 가설』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 석사를 했지만 박사는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하지 못했는데, 그 뒤에도 꾸준히 활동은 했답니다. 주로 대학교재를 집필하면서, 그 와중에 낸 책이 저 『양육 가설』이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뒤에 이 책, 『개성의 탄생』이 나왔습니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책은 온건한 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지요.

전작인 『양육 가설』이 왜 그렇게 파장을 몰고 왔냐 하면 그 책의 내용을 주류학자들은 '그럼 부모는 필요 없단 말이냣!'이라고 요약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등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준다고 하지요. 크게는 두 가지 요인을 드는데, 이 두 가지를 책 제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본성과 양육』. 즉, 선천적인 기질과 후천적인 환경이 사람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본성과 양육』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는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100%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디 해리스는 반기를 듭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합쳐서 살펴보더라도 100% 설명할 수 없다고요.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성격이 왜 달라?"

...
그렇죠. 본성과 양육, 즉 유전과 환경이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하면 둘다 거의 동일해야할 일란성 쌍둥이는 왜 다릅니까? 물론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서 동일한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을 거란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물을 수 있습니다.

"샴쌍둥이는 성격이 왜 달라?"

책의 서두부터가 샴쌍둥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샴쌍둥이는 수정란이 분할되어 일란성쌍생아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불완전한 분리가 일어나 장기 혹은 신체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붙어 있는 쌍둥이를 말합니다. 첫 보고 사례가 태국의 쌍둥이 사례라서 샴쌍둥이라 부른다던가요. 하여간 이들은 몸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환경도 동일합니다. 그럼에도 이들 둘은 분명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다릅니다. 동일한 사람으로 볼 수 없어요.
그렇다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동일한 샴쌍둥이도 성격이 다르다면, 성격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이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이자 답입니다.-ㅅ- 답이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쉽지 않으니 읽어보시어요.


참고로 저는 이 책을 아주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보았습니다. 데헷~★ 오랜만에 이런 책을 읽으니 좋군요. 그러니 다음엔 『빈 서판』이나 『총 균 쇠』를 봐야겠습니다. 이 둘도 유명한데 아직 손을 대지 못했어요.;
(그 전에 일단 빌려 놓은 다른 책부터 보고.;;)


주디스 리치 해리스. 『개성의 탄생: 나는 왜 다른 사람과 다른 유일한 나인가』, 곽미경 옮김. 동녘사이언스, 2007, 18000원.


책을 보는 중에 이건 아닌데 싶은 부분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피눈물을 흘렸던 장면 하나.

Fewell의 논문에서 인용한 부분인데, 남의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T-T;

p.355
대부분의 분산 모델은 행위의 수행으로 개체가 그 행위를 다시 수행할 개연성이 강화되는 양의 피드백도 포함한다. 이러한 자기강화는 처음에는 사소한 임의적 행동 차이로도 분산 효과를 일으켜 더 빠르고 안정적인 분산 체계를 만들어 낸다. …노동 분업은 또한 인간을 비롯해 (다른) 사회적 종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일례로, 아파트에 사는 동거인들이 일을 분담하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사용한 접시가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자극은 더욱 가중된다. 그 접시는 무시된 채 그대로 있다가 개중 가장 민감한 어느 한 쪽이 한계에 달해 나서서 접시를 씻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자극물로서의 접시는 사라지고, 나아가 집단의 다른 성원들이 그것을 씻게 될 공산도 줄어든다. 그 결과 정작 본인이야 당황스럽겠지만, 접시닦이 전문가 한 명과 손이 물 한 방울 묻힐 일 없는 비전문가들이 탄생한다.

결론은 하는 사람만 하게 된다는 거죠. 호구의 탄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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