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뒤(56열)에 앉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날개 뒤쪽을 일부러 골랐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사진도 나오네요.>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한 것은 대략 4월. 항공 예약이 들어간 것도 4월 말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성수기라 항공권 잡기가 쉽지 않았지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 있어 제일 황당했던 부분은 여행의 계기입니다. 도쿄 3박 4일 여행 계획을 짠 이유는 단 하나. 지난 1월에 가보고 마음에 들었던 호텔, 아키하바라 remm에서 일,월,화 3일 동안 24000엔(하루 8천엔)에 머무를 수 있는 상품을 자란에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 3박 4일 동안에는 편하게 쉬면서 놀기로 마음 먹고는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


제 성격에 그리 될리가 없지요. 훗.



첫 날 12시 비행기로 출발하면서, 체크인 시간을 오후 4시로 잡았습니다. 아키하바라까지 가는데는 그리 시간이 안 걸리지요. 게다가 역에서 내려 바로 있으니 걸어가는 시간도 거의 없고 말입니다. 그러니 체크인 마치고 나서 가방 던져 놓고 바로 야네센에 가기로 했습니다.
목표는 다음의 세가지.
1. 가클이 부탁한 야나카 센베. 한 박스를 사다달라고 하더군요.
2. 종이집 이세타쓰의 종이. 책 만들 때 쓰려고 구입했습니다.
3. 마네키네코를 비롯한 도자기로 만든 고양이 인형을 파는 가게인 야나카도에 가서 마네키네코를 삽니다.

그러나 이 목표는 가기 전부터 복잡하게 꼬입니다.

8월 1일. JL92편은 예정보다 40분 가량 늦게 출발했습니다. 일본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아마도 JL91)가 도착이 늦어지는 바람에 덩달아 11시 55분 항공편도 12시 30분으로 출발이 미뤄집니다. 출발지연. 윽. 체크인 시간으로 한 16시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되더군요.

결론만 말하면 16시 넘어서 체크인했습니다. 오후 4시에 야네센에 들어간다라. 둘러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또 대부분의 상점은 18시-오후 6시에 문을 닫습니다. 그 안에 쇼핑만 마친다면 아마, 열심히 돌아다녀야겠지요.
일단 첫날 야네센을 가지 않으면 그 다음날 가마쿠라를 가는 것도 일이 꼬입니다. 그러니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움직입니다.


결론만 말하면2.
야네센은 무진장 작습니다. 동네만 두고 본다면, 안국역 1번출구에서 출발해, 그 옆 돌담길을 따라 정독도서관 앞까지 가서 현대 계동사옥까지 끼고 창덕궁 옆으로 나와 출발지로 돌아오는 것과 비슷할 겁니다.-ㅁ-; 구글 맵을 두고 양쪽 지역을 비교하면 알겠지만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관광안내 책자에 소개된 가게들은 거의가 그 한 바퀴 길 안에 놓여 있습니다.;



자아. 아키하바라에서 출발합니다.
닛포리까지는 10분 남짓 걸립니다. 닛포리 역에서 내려 북쪽출구인가, 야나카 지역쪽으로 나갑니다. 그러면 벽에 대형 지도가 있습니다. 봐도 모르니 넘겨두고, 일단 나가서 걷습니다. 출구를 나가 왼쪽으로 걸으니 약간 오르막이네요. 일단 걷고 봅니다. 걷기 시작한지 채 5분이 되지 않아서 왼편에 야나카 센베가 나옵니다. 앗싸.-ㅁ-;


1번 퀘스트 클리어. 센베만 6300엔 어치 삽니다.(...)


(이것이 센베 6300엔 어치의 위용.)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 여기저기 여행안내 책자에서 봤던 가게들이 길을 따라 늘어섭니다. 그리고 걷다보니 갑자기 계단이 나오는데 그 계단 내려가자마자 야나카 상점가가 있습니다. 우오. 이거보고 있자니 왠지 사카키 쓰카사의 「끊어지지 않는 실」이 떠올라! 도쿄이지만 하라주쿠 같은 곳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는, 아오야마 같은 세계와는 거리가 먼,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거리의 느낌이네요.
아톰이라는 빵집이나 기타 유명한 간식 거리들도 이 상점가에 있습니다. 열심히 걸으면서 눈을 좌우로 돌리며 구경합니다. 그리고 상점가 끝에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집니다.

그쪽으로 조금 걷다보니 이번엔 10엔 만쥬가 있어.-ㅁ- 우왕! 여긴 돌아다니기 참 쉽군요.


이쯤에서 꺾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2차선로가 나왔을 때 왼쪽으로 꺾어 걸어갑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아마 센다기 역이 나올겁니다. 저는 JR을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니까 닛포리로 돌아가는 코스를 잡아야 하지요. 일단 걷고 봅니다. 이제 목표는 이세타쓰.

그러고 보니 이세타쓰는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도 보입니다. 그걸로 찾아 보셔도..-ㅁ-;

가게는 상당히 작습니다. 종이는 치리멘이라고도 하는 오글쪼글한 종이인데 촉감이 독특합니다. 그것말고도 고양이를 주연으로 하여 여름의 시타마치 풍경을 그린 목판화도 있고요. 이런 것도 선물용으로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하여간 뭘 살까 고민하다가 고른 것은 종이들. 종이만 몇 장 구입합니다.'ㅂ' 그래도 그것만해서 4천엔 가까이 샀지요.





이세타쓰를 나와 다시 길을 따라 죽 올라갑니다. 얼마 되지 않아 발견한 독특한 건물. 무슨 도장 같은 건가 싶었는데 초등학교여서 놀랐습니다. 초등학교가 단층건물인건 처음 봤거든요. 제일 낮은 건물이 2층 건물이었는데. 호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영감이 강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이쪽 지역은 돌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무덤이 많아요. 그리고 무덤에 놓는 비석을 파는 곳도 상당히 많습니다. .. 왠지 적고 보니 지금 양쪽 어깨에 무거운 것이 얹혀 있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인가 싶....(탕!)
아니, 진짜로 절이 많습니다. 길 가다가 집이 좀 크고 웅장하다 싶으면 거의가 절입니다. 그냥 주택가인데 상당히 절이 많고 그에 딸린 묘지도 많으니, 조금 찜찜합니다. 하기야 다치바나 타카시의 고양이 빌딩 근처에도 묘지가 있었지요. 아니, 하마마쓰쵸 치산 옆에도 묘지가 있었고요. 일본은 교외에 무덤을 두지 않고 바로 옆에 두는 것을 선호하나봅니다. 불단을 집 안에 만들기도 하니...'ㅂ'




길 가다가 이런 걸 발견해서 냅다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가정집 같은데 돌출창에다가 이런걸 걸어놓았더군요. 색이 바랜 흔적이 없는 걸 보니 주기적으로 바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와 이런 퀼트 작품을 걸어 놓다니, 대단해요!
보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야나카도의 사진은 지난번에 올렸지요.'ㅂ'  첫날에 올렸던 사진. 길을 가다가 왼편으로 마네키네코 등 도자기로 만든 고양이 인형이 놓인 저런 돌출창이 보입니다. 거기가 야나카도.

한데 조금 미묘한 것이...; 막상 마네키네코를 보니 집에 놓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한참 고민을 하다가 작은 핸드폰 줄을 사왔습니다. 제 핸드폰에는 줄을 달 수 없으니 모셔두었다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지 않을까요.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 했으므로 희희낙락하며 닛포리 역으로 돌아오려 했는데, 여기서 조금 헤맵니다. 지도하고 길을 맞춰보는데 안 맞더라고요.-ㅁ-; 고민하다가, 맨 처음에 직진, 그 다음에 왼쪽으로 꺾고, 또 왼쪽으로 꺾었으니 모 CF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 번 더 왼쪽으로 꺾으면 제 자리로 돌아갈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골목을 따라 가다가 '여기로 가면 야나카 센베 근처의 골목으로 나오겠다' 싶은 골목을 찾아 걸었습니다. 골목 돌아다니는 것도 걷기만 하는 것이니 재미있는데 가다가 이런 것을 보았습니다. ㄱ-

이번에는 와치필드에 안갈거라 생각했는데! 다얀을 피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태양을 피하는 것보다 다얀을 피하는 것이 어려운 것인가라는 헛생각을 하며 안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보니 와치필드 샵이 아니라 와치필드 제품을 취급하는 가게입니다. 안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여러 상품들이 다 모여있더군요. 캣칩스였나요?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는 고양이 상품도 여기 상당히 많았습니다. 마침 손수건을 안 챙겨와서 여기서 다얀 손수건을 하나 샀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유용하게 썼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 반쯤의 제 모습. 숙소에서 저렇게 뻗고 싶었습니다.;


닛포리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 50분쯤? 그리고 와치필드를 나왔을 때가 오후 5시 50분쯤. 중간에 네 군데에 들어가서 쇼핑한 것을 생각하면, 그냥 걸어서 돌기만 한다면 제 걸음으로는 20분 남짓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하하. 생각보다 야네센은 작아요. 물론 구경은 하지 않고 한 바퀴 돈다는 전제하에.;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만났으니 뭐...'ㅂ'; 기대는 살짝 접고 가시는 쪽이 더 재미있게 구경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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