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안 적었다 했는데 그래도 그간 읽은 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간단히 적을 수 있는 책부터 리뷰를 하고 애거서 크리스티나 니시오 이신은 뒤로 미루지요.

카페 책은 <모든 카페의 요일>입니다. 커피에 카페에 대한 책이라 두근두근하며 읽었는데 기대한 만큼 괜찮았다 싶습니다. 카페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커피나 다른 음료, 인테리어, 분위기, 위치 등등-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말입니다, 제가 재미를 느낀 부분은 그런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쓴이의 거주지와 활동 영역이 저와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한 대부분의 카페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혜화에서 성북동쪽으로 달려 어디를 들어갔다가 어디를 잠깐 거쳐 산울림 소극장 앞의 카페에 들어갔다고 하면 그 코스가 제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겁니다. 그리고 홍대 앞도 자주 다니다보니 언급된 카페들이 어떤 분위기인지, 어디 있는지, 평이 어땠는지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요. 가장 큰 수확이라 하면 강릉의 테라로사인데 민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홀랑 혼자서 여행가는 것을 꿈꿨더랍니다. 어머니의 반응이 별로 안 좋아서 눈물을 머금고 미뤘습니다.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한 책입니다. 서울 여행책으로 삼아도 재미있겠더군요.
덧붙이자면, <나의 핫 드링크 노트>, <오늘의 행복 레시피>를 낸 나비장책이 효형출판이더군요. 나비장책에서 나온 음식 관련 책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래서 망하면 안되는데 싶었더니 그래도 중견 출판사였습니다. 다행입니다.ㅠ_ㅠ

슬로라이프 책이라 언급한 것은 출간된지 시간이 지난 책인데, <여기에 사는 즐거움>입니다. 도서관의 일본 소설 서가를 들여다보다가 엉뚱하게 꽂혀 있는 책이 한 권 있어 빼들었더니 이 책이었습니다. 잘못 꽂힌 책이니까 일단 서가 옆에 놔두려고 했는데 대강 훑어보니 재미있어 보여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일본 '아웃도어'지에 96년 즈음해서 연재된 글이랍니다. 그걸 모아서 책을 만들었고 저자는 2001년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글이지만 그 몇 년 뒤에 유행한 슬로라이프와 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방향은 조금 다르군요. 풀뿌리 문화운동이랄까, 주변에서 신(가미)를 찾아 그에 감동하고 모든 것에 만족하는 작은 삶을 사는 것이니까요. 저는 아웃도어 라이프, 산에서 작고 소박하게 사는 생활로 보았습니다. 오키나와보다는 규슈가 가깝긴 하지만 기후는 아열대니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것보다 새해맞이 떡치기는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보았던 절구통이 떠오르더군요. 절구통에 떡을 치면 밥알도 살짝 살짝 씹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지금이야 그런 분위기도 맛보기 힘들죠.'ㅅ'
그러고 보니 이 책 번역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마구노리아. 목련이야기를 하면서 마구노리아가 등장하면 그걸 적당히 매그놀리아로 바꿔주면 안됩니까.OTL 일본어 발음 그대로 적으시면 안되죠.

애거서 크리스티는 지난번에 리뷰 올린 책과 뒤죽박죽이 되어 저도 헷갈립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아마 여기까지가 그간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같네요. 근데 지금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 하도 많이 봐서 저도 헷갈립니다.
예고 살인은 미스마플이 등장하는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재미 없었던 것이 골프장 살인사건. 오늘 아침에 막 다 읽은 책인데 로맨스 분위기가 너무 나는데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습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열세가지 수수께끼의 어느 트릭을 떠올렸고 테이블 위의 카드도 그런 점에서는 닮아 있습니다. 뮤스가의 살인은 단편집.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엷게 남아 있네요. 어쨌건 저는 헤이스팅스의 비중이 적은 것을 선호하나봅니다. 이 순박한 아저씨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야기가 산으로 갑니다.; 더 꼬이더라고요.

니시오 이신은 다 읽고 나서 그 간의 평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책이 사이코 로지컬과 모든 것의 래디컬인데, 사이코 로지컬은 다 보고 나서도 트릭이 헷갈려서 다시 봤더랍니다. 그리고 트릭을 다 안 상태에서 주요 장면을 다시 보았더니 이렇게 골 때릴 수가. 어허허. 맨 첫 번째 권인 잘린 머리 사이클, 사이코 로지컬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요. 그 다음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목매다는 하이스쿨. 맨 마지막의 두 시리즈는 별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특히 모든 것의 래디컬은 사족에 가깝지 않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제가 경사났네 경사났어~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이런 엔딩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만으로도 족한데 그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맨 마지막 두 이야기는 특이능력이 중심이 되어 있지, 트릭이나 추리 요소는 굉장히 약합니다. 그 간의 평이 다 맞습니다. 아하하......
그래도 앞 권이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토모는 언제나 좋아요.>ㅆ<

그 간 읽었던 책 중에는 문학소녀 앞권도 있습니다. 한 권 두 권 읽고 있는 참인데 일러스트에 실수가 보입니다. 연어와 하얀 머플러와 곰이야긴데, 컬러 삽화에는 건장한 남자가 흰 머플러를 두르고 손에 창(작살)을 든 채 옆구리에 연어 한 마리를 끼고 있습니다. 곰은 그 뒤를 따르고요. 하지만 소설 상에서는 곰이 연어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합니다. 엔딩에서도 그리 나오지요.-ㅁ- 내용 전달과정에서의 실수라고 봅니다. 그런 일이 종종 있는지라 모 BL 소설은 삽화에  Love & Heart를 Love & Hate로 적었습니다. 발음을 생각하면 헷갈릴만하죠.
하여간 화집은 조만간 구입할 예정입니다. 8월 넘어가야 지르죠. 그 전까지 부지런히 구매 목록을 작성해야겠네요.


이명석, <모든 요일의 카페>, 효형출판>, 2009, 13000원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이반 옮김, 도솔, 2002, 8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사이코 로지컬 상-하>, <모든 것의 래디컬 상중하>, 현정수 옮김, 학산문화사, 2008-2009, 각 9500원, 11000원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제격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도 나름이지요. 입맛에 맞는 것만 좋아하지, 괴기나 호러가 들어가 있다거나 잔혹 엽기코드가 들어 있으면 못봅니다. 특히 엽기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것처럼 의외성이나 유쾌한 반전 등을 주제로 했다면 괜찮지만 엽기 잔혹 호러라면 절대 안 봅니다. 테스 게리첸의 외과의사 시리즈,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그외 노블마인에서 나온 링컨 라임 시리즈나 퍼트리샤 콘웰 책은 몇 권 보다가 최근에는 손을 안대고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제 영혼을 갉아 먹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풍스러운 표현이니 조금 바꿔 쓴다면 제 마음을 좀 먹는 책이란 겁니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더군요. CSI 라스베가스 편의 엽기 살인마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바꿔쓰고 150% 정도 잔혹도를 올리면 저런 책이 나옵니다. 물론 책에 따라 잔혹도의 뻥튀기 여부는 다릅니다. 가장 심한 것이 막심 샤탕이고 나머지는 테스 게리첸>퍼트리샤 콘웰=링컨 라임 시리즈정도 되겠네요. 이런 책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먼산)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은 거의 가 다 가볍습니다. 저런 책을 떠올리다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돌아보면 참으로 밝고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어렸을 적-초등학교 때-기암성의 표지가 무섭다고 책을 박스에 담아 놓고도 무서워서 가위 눌렸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에야 뭐, 피 뚝뚝 흘리며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는 살인마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요약하면 미친놈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괜찮다니까요.


슈가와 미나토의 <도시전설 세피아>를 다 보고 나서 감상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붙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간 책을 또 많이 읽었더랍니다. 어제 반납한 책도 꽤 되었으니까요. 그 중 한 권은 리뷰를 따로 쓰기로 하고 나머지만 몰아 올립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는 모두 애거서 크리스티입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그저 마플 여사님이 보고 싶어 빌렸는데 뒤적거리다보니 서재의 시체도 마플여사 책이더랍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서재의 시체는 보면서 얼추 트릭이 보였습니다. 엘러리 퀸의 모 소설과 분위기가 닮았더군요. 아니, 분위기가 아니라 구조라 해야 맞겠네요. 하여간 넷 다 모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마플 여사가 본격적으로 추리실력을 발휘하는 이야기고, 침니스의 비밀과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는 서로 연관된 이야기입니다. 앞쪽은 연애소설이고(..) 뒤쪽은 하드보일드가 되려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첩보물입니다. 읽다보면 역시 애거서란 생각과 함께 짝짓기의 화살표를 들고 흉악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할머님이 떠오르게 될겁니다. 이번에도 또 왕창 애거서를 빌려왔는데 이러다가 올 여름에는 애거서 크리스티만 읽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목매다는 하이스쿨>과 <카니발 매지컬>은 헛소리꾼 시리즈의 중간쯤 됩니다. 목매다는~은 앞서 본 목조르는 이야기와 바로 이어지는데 카니발 매지컬은 그 다음 다음 이야기였습니다. 사이에 <사이코 로지컬>이 있더군요. 두 권 짜리인데 책이 일부만 있어서 안 빌렸더니 사이가 떴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것이 4권이고 앞으로 다섯 권이 남았으니 절반쯤 왔나봅니다. 하지만 책 권 수는 그렇다 해도 시리즈는 두 개만 남았으니까요. 사이코 로지컬은 평이 나쁘지 않은데 마지막인 모든 것의 래디컬은 평이 안 좋습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읽어야겠군요.
목매다는 하이스쿨은 니시오 이신의 마구 죽이기 필살기가 발휘되었다 하여 원성을 샀는데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저는 주인공과 그 커플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그 둘만 살아남으면 됩니다.(...) 그런 고로 그 외의 등장인물은 웬만해선 사라져도 관계 없다는 겁니다. 아하하.

그런 의미에서 문학소녀 8권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걱정됩니다. 6권 맨 뒤의 에필로그만 다시 보았는데 묘한 분위기던걸요. 거참. 지금 검색하니 8권 나왔던데 오늘이라도 당장 책 사러 달려가고 싶은 걸 참고 있습니다. 내일 가서 사야지요. 오늘은 무조건 집에서 쉬는 날입니다. 삐~랑 이어지면 화낼겁니다.;ㅂ; 그렇게 되면 7-8권 합해 마스터님께 넘기겠습니다.(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상 적는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입니다. 제목이 참 뭣하죠. 슈가와 미나토는 이전에 꽃밥이란 책이 나오키 상을 탔다 해서 도서관에서 관심깊게 보았지만 정작 빌려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수은충이란 책이 나와서 빌려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옆에 있는 책과 함께 집어 오게 되었으니, 그 옆에 있던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였습니다. 단편집인데 대강 넘겨 보는 사이에 그럭저럭 괜찮다 싶어서 빌렸습니다.
하지만 취향을 꽤 탈만한 이야기네요. 분위기는 도쿄기담집(무라카미 하루키)이나 환상루기담(아사다 지로), 아시야 가의 전설(쓰하라 야스미)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도시 괴담이라는 점에서는 코끼리와 귀울음(온다 리쿠)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맥은 같이 하지만 완성도에서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작 단편인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쪽은 단편들이 다 떨어져 있거든요. 앞의 두 편은 해설(이시다 이라;)에 의하면 문학지 발표작이랍니다. 분위기가 조금 가볍다 싶었는데 그렇더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제의 공원은 꽤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괴담이지만 그 풀어내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처럼 약간의 장광설을 포함해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조금은 혐오스런 분위기로 가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이쪽은 아예 단편 하나 하나가 완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완전한 끝맺음에 여운은 조금 남지만 완결된 공간 안에서 만족스러운 여운을 맛보는 겁니다.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맛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혀 끝에 남는 향기로움을 만끽하는 것 같은 거죠. 단편에 따라서는 마지막에 혀끝에 와닿는 맛이 의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괴담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기 망설여지네요. 하지만 글 자체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월석이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감상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맨 마지막 문장가지고 한 마디 더.'ㅅ'
란포상 수상 작가의 단편 모음인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단편 단편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단편도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집 서가에서 방출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을 읽었을 때의 뒷맛이 썼습니다. 대개 맨 앞에 놓인 것은 시대물이고 중간에는 제 취향에 잘 맞는 단편이 들어가 있었지만 맨 뒤에는 꺼림칙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마무리가 나빴습니다. 그런 고로 방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을 보면서도 '다나에'는 조금 아쉽지만 나머지는 아쉬울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편 한 편 때문에 들고 있기에는 집안 서가가 포화상태입니다.



오늘 대강 거실에 있는 책을 뽑았습니다. 오래된 책들이 많아서 뽑아 내면서도 대부분은 폐지 처분되겠다 싶었습니다. 전체 목록 올리고 나서 안 나가는 것은 대학로의 구세군 카페에 기증해야지요.



애거서 크리스티,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 황금가지,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목매다는 하이스쿨>, <카니발 매지컬>,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7-2008, 9500원, 13000원
슈가와 미나토, <도시전설 세피아>, 이규원, 노블마인, 2007, 1만원

나루미 쇼 외, <흑색의 수수께끼>, 황금가지, 2008, 9500원
하지은, <얼음나무 숲>, 로크미디어, 2008, 1만원
가노 도모코, <무지개 집의 앨리스>, <나선 계단의 앨리스>, 손안의책, 2008, 각 8500원
쇼지 유키야, <하트비트>, 현정수, 한스미디어, 2008, 1만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강혜연, 시공사, 2008, 각 1만원
문상현,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시공사, 2009, 13000원
오카다 데쓰, <국수와 빵의 문화사>, 이윤정, 뿌리와이파리, 2006, 14000원
오쿠보 히로코, <에도의 패스트푸드>, 이언숙, 청어람미디어, 2004, 12000원
조앤 플루크, <Cream puff murder>(원서)
시구사와 케이이치, <키노의 여행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천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황금가지 2008, 9천원


회색으로 체크한 것은 이전에 리뷰를 올린 책입니다. 얼음나무 숲은 짧게 올렸지만 그래도 나중에 2009년도 결산 시에 중복될까봐 회색으로 넣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대강 아시겠지만 얼음나무의 숲을 제외하면 저 세 권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리뷰는 간단하게 적고 넘어갑니다.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는 글맛이 지독하게 떨어집니다.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가 슬쩍 떠오르는데 양쪽의 방향이 다르기도 하지만 제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영국 농장에서 일하면서 여행하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분이라면 정보를 얻기에 좋을 수도 있습니다. 앞 부분 조금 읽다가 말았씁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읽은지 벌써 몇 주 되어서-도서관 대출 목록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다른 색 시리즈보다 책이 얇지만 꽤 강렬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뒷맛이 안 좋은 이야기도 있어서 아마 뇌리에서 빨리 지웠을겁니다? 아.-ㅅ- 뇌리에서 왜 지웠나 했더니 그 단편이 지독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군요. 흠흠.

Cream puff murder는 조앤 플루크의 쿠키단지 시리즈 최근 책입니다.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페이퍼북도 책 한 권에 3만원이 넘어가는군요. 어머나...; 번역본의 레시피 번역을 확인하려고 찾아보았는데 보고 있자니 레시피가 별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직역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더군요.

무지개 집, 나선계단~은 예전에도 읽었지요. 생활 속의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요. 꽤 잔잔한 추리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아리사가 마음에 들어서 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간만에 보니 이전의 추리 내용을 거의 잊어버려서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하하;

맥긴티 부인은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없어 손을 댔는데 간만에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도 좋군요. 하지만 전 포와로보다 마플이 좋습니다. 마플 여사가 등장하는 시리즈만 뽑아서 다시 찾아볼까요.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입니다. 그래서 낚였습니다. 낚였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만큼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책에는 해당 지역-미국, 이탈리아, 파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글은 잘썼다 싶지만 주인공인 카티가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하하. 이 책은 카티의 연애담으로 세 권을 묶어서 한 책으로 만들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로맨스라고 광고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 로맨스 분위기는 두 번째인 베네치아의 연인만 나지만 각 권 모두 커플이 있으니까요. 아주 가볍게 훌훌 넘어가는 책이고, 짧지만 지역색을 잘 살리고 있으니 한 번쯤 보셔도 무난합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와 국수와 빵의 문화사는 일본 음식 자료가 필요해 빌렸습니다. 원래는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빌리러 갔는데 도서관 서가에 국수와 빵도 꽂혀 있어서 덥석 집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자료는 국수와 빵의 문화사가 훨씬 내용이 풍부합니다. 밀가루를 사용한 일본 음식의 유래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적어둔데다 세계 각지의 국수, 빵, 과자에 대해서도 표로 만들어 간단히 설명을 적었습니다. 특히 세계의 과자나 빵을 적은 표를 보고는 감탄했습니다. 보통 이런 번역본을 보면 가타카나 때문에 엉뚱한 명칭을 적기 일쑤인데 이 책은 눈에 걸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매끄럽습니다. 일본 문화와 빵, 밀가루, 국수 등 음식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키노의 여행 12권.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역시 키노의 여행 답습니다.
만..........
평화주의자 관련 글은 묘하게 걸립니다. 어,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라 더 걸린 걸까요. 키노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라 보지만 시선을 올려 일본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고 보면 미묘합니다. 이 때문에 평이 갈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하트비트. 이전부터 도서관에 있는 것은 보았지만 손이 안가다가 읽을 책이 없길래 빌렸습니다. 쇼지 유키야는 이전에 극찬에 가까운 평을 올렸던 도쿄밴드왜건과 쉬러브즈미의 작가입니다. 이 뒷 권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아직 나올 기미는 안 보이네요. 재미있는데 왜그럴까. 하여간 같은 작가라 책 뒷면의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빌렸습니다.
책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가 겹치는 것은 중반 이후. 그리고 당연히 중반 이후부터 전개가 빨라집니다. 마지막에 나온 결론은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데,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 앞부터 다시 보면 몇몇 대사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와. 노리고 있었구나 싶던걸요. 그리고 애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말도 마지막 대사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쿄밴드왜건과도 같은 선 위에 서 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지요. 하드 커버였다면 당장에 뜯었을지도 모릅니다.



맨 마지막 문장을 썼더니 또 예고 하나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ㅂ-; 전시회 안내 나갑니다.

이글루스 우사미님의 동서미스터리북스 출간 목록 (1~306)에서 트랙백.


보고 있자니 저도 얼마나 읽었나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죽 목록을 읽어보았습니다. 길이가 워낙 기니 한 번 접습니다.


육영사 전집을 집에 두고 있는지 아닌지가 기억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아마 있을 것 같긴 한데 확신을 못합니다. 거기 있는 단편 중 몇 가지는 다른 판에서도 구할 수 없는 희귀한 것이 있어서 놔뒀습니다. 그 제목들만 나중에 따로 적어보지요.(이번 주말에 해볼까..;)

하여간 체크하고 있자니 취향이 확확 드러납니다. 그런데 왜 흑거미 클럽 2권은 안나오는걸까요.=_+



애거서 크리스티, <빅 포>, 황금가지, 2007
마쓰다 미치코, <천국의 수프>, 노블마인, 2007


빅포에 대한 짤막한 감상. 이건 되다만 국제 스릴러물...; 타성적이라고 해야할까요. 맨 마지막의 탈출신은 특히 억지스러움이 강했습니다. 포와로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국의 수프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집은 책이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일단 수프라는 소재에 끌린(낚인) 것이었지만 글 흐름도 괜찮고 분위기도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집어 들고 나서 보니 그 직전에 읽었던 잠들지 않는 진주와 같은 출판사(노블마인: 웅진의 임프린트), 같은 번역자입니다. 확실히 분위기도 닮았군요. 역자가 같아서 그런가봅니다.
G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더니,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고 기겁하더군요. 완전한 사육 작가인줄 몰랐다면서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혹은 책)가 낯설었는데 말입니다. 은근히 유명한 이야기인가보군요.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패턴 또한 전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천국의 수프를 찾고 있는 한 여자와, 수프를 만드는 어느 요리사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그럼에도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상세한 조리 묘사 때문입니다. 수프라든지 다른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설 속에 그런 장면이 녹아 있어요. 이대로 따라하면 수프 한 냄비가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일까요. 게다가 후반부에는 수프 만드는 법을 지도하기 때문에 재료 손질법도 간단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 고로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패턴화 된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도 추천하고요.



애거서 크리스티,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황금가지, 2006
<비둘기 속의 고양이>, 황금가지, 2006
<창백한 말>, 황금가지, 2006

도서관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보이길래 열심히 집어들었는데, 지금 검색하고 보니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50권 넘게 나왔군요. 다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은 건너뛰고 읽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20여 권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패턴화라는 것이 덜 보이니 아직도 애거서 할머니의 머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을 보고 범인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군요.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건너 뛰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배경은 취향에 안 맞아서 건너 뛰곤 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백한 말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포와로도, 마플 여사도 없어요! 하지만 역시 애거서 할머니 답습니다. 요즘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짧지만 괜찮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둘기 속의 고양이입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인물 설정이나, 안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좋았습니다. 아니, 보다가 모 만화를 떠올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가 떠오르는지 적으려다 보니 이거, 내용 폭로가 되겠군요. 그 부분은 맨 아래에 흰색 폰트로 써 둘테니 보실 분만 보세요.
제목의 유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증인 중 한 사람이 한 말에서 따왔습니다. 가끔 저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비둘기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주변의 비둘기는 그 기척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겠지요. 살기는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양 속의 늑대보다 이쪽이 확실하게 감이 오네요.

떠오르는 만화는 <블루 마하라쟈>, <카시카(원제가 뭐였죠;)>. 끝까지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책 리뷰를 쓰지 않았던 사이 읽었거나 읽다가 만 책들입니다.
읽다가 포기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동경 산책>.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는 졸렸습니다.OTL 자다가 열심히 조는 바람에 결국 대강 대강 읽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칼럼을 모아 엮은 형식의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어렵군요. 주제는 그리 가벼운 것들이 아니라 말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리라 결심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는 한국에서 한국차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일본 유학생이 쓴 책입니다. 앞부분만 훑어 보았는데 교토를 중심으로 한 유명 찻집, 차 관련 상점, 다기 제작과 판매를 하는 곳, 그리고 중간중간 일본의 차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 읽지 않는 것은 읽고 있다가 다음 여행 계획을 교토쪽으로 짜고 있는 저를 발견해서 였습니다. 조금만 더 진도 나가면 숫제 항공권 끊을 태세입니다. 그런 고로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동경 산책은 이전에 리뷰 올렸던 오! 수다와 비슷한 타입입니다.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여행기라고 할까요. 동경 산책은 그보다 좀더 범위가 좁아서, "표연한 여행"을 하고자 이리 저리 좌충우돌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쓰면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는 삽질 하나하나가 왜이리 눈에 거슬리는 겁니까.; 여행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조용히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책은 다시 읽으면서도 왠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나중에 직접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에르큘 포와로의 뚜쟁이짓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쪽은 부부 클리닉도 겸하고 있다니까요. 가볍게 기분 전환하면서 보기 딱 좋았습니다. 기왕이면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실제본이기를 바랬는데, 셜록홈즈도 그렇고 애거서 크리스티도 그렇고, 하여간 추리소설 쪽은 실제본 책이 거의 없습니다. 흑흑흑..



이전에 한 번 올렸던 작은 탐닉 시리즈. 지금 여덟 권 나와 있는 책들 중 한 권은 소장하고 있고 다른 일곱권을 이번에 몰아서 봤습니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가벼워서 출 퇴근 시간에 한 권씩 보기 좋습니다. 분량이 하루에 한 권~한 권 반 정도 읽게 되더군요. 두 권을 가방에 넣어도 그리 부담되는 무게는 아니라 더 좋습니다. 특히 요즘 읽고 있는 나무 공작소는 책이 무거워서 잡고 있노라면 손목이 뻐근합니다.(훌쩍)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많이 기대를하지 않아서 일까요.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장난감>, <아이디어>, <바닥>이 좋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짧은 단상이 이어지는 <소소한 일상>도 좋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부엌>과 <아프리카>입니다. <부엌>은 다른 것보다 웰빙(이라고 쓰고 아토피 방지용이라 읽습니다;) 빵들과 쿠키에 대한 언급이 많아 신선했지요. 블로그 쪽에서는 그런 글들을 몇 번 보았지만 책으로 출판된 것 중에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주문한 책 중 한 권이 유기농, 아토피 방지 계통이라 궁금하기도 했고요. 바게트 만드는 방법 3종 세트랄지, 그릇에 대한 이야기, 커피에 대한 이야기 등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들고 다니기 좋아 자주 읽은 것도 있지요. <아프리카>는 보고 있노라면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적금을 하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취하게 됩니다. 아프리카 여행기가 많지 않은데다 아프리카의 자연 풍광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가고 싶어집니다. 아마 아프리카 투어를 따로 예약해 다녀오신 듯한데 저도 언젠가는 꼭 가볼겁니다.ㅠ_ㅠ


요즘 포스팅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니까요.; 좀 길게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있었더니 춥습니다.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시러갑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구름 속의 죽음>, 해문출판사, 2007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마스 살인>, 해문출판사, 2007

크리스마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가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해문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두 권 들고와 읽고 있게 되더군요. 둘다 이번에 나온 추리문학 베스트 시리즈입니다. 해문출판사, 기왕 하는 것 반 다인 것도 마저 내주지 말입니다. 반 다인의 파일로(필로) 밴스 시리즈는 12권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서문화사의 날림판과 합치면 총 7권-해문에서 3권, 동서문화사에서 4권-인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시리즈에서는 벤슨을 내줘서 동서문화사와 겹칩니다. 흑흑.

분명 G가 아직 졸업하지 않았을 때 모 대학 도서관에서 해문판 미니 사이즈를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들은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이리 되면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아니면 읽고 나서 홀랑 다 잊었다거나. 하지만 후자는 조금 신빙성이 없는게, 홀랑 다 잊는다 해도 이정도 되면 누가 범인인지 감이 와야하는데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구름 속의 죽음은 하도 궁금해서 맨 뒤로 넘어가 범인을 확인했고 크리스마스는 나중에 범인이 밝혀진 다음에 입만 떡 벌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페어플레이라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이정도 맛은 있어야지요.
셜록 홈즈보다는 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이럴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긴 책은 읽기 싫고 잠깐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읽으려 할 때 말입니다. 물론 한 번에 두 권을 다 읽으려면 벅차긴 하지요.

나이를 먹을 수록 추리소설도 취향이 변해가나봅니다. 아직 어렸을 때는 셜록 홈즈를 최 상위에 두었지만 지금은 셜록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이 좋습니다. 그래도 완숙 달걀은 주인공들이 취향이 아니라 넘어가고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도 읽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CSI라인도 재미있게는 읽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묘한 취향차이. 피가 튀기고 잔인한 살인 수법이 난무하는 것은 신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도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까지는 수비범위 안입니다.
갑자기 떠오른 김에 퀸의 로마 모자를 읽으러 가야겠네요.


책 장정이 엉뚱하게 시리즈물로 취미가 붙어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중에 취향에 맞고 실제본인 것을 찾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적당한 시리즈가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스시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직 완결이 안났지 않습니까. 그냥 일본판을 확 사다가 확 제본할까 싶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정 안되면 올해는 편집에 매달려 제가 책을 제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제 편집 실력이 너무 안 좋아요. 몇 번 망쳐보면 좀 나아지려나..
The Moving Finger 해문판 움직이는 손가락(16권) 맨 마지막 부분입니다.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꼭 한 가지 있어요. 뭐냐 하면, 그 개한테 목걸이와 줄이 있는데도 조안나는 따로 목걸이와 줄을 하나씩 더 보냈거든. 그것이 어디에 필요한 건지 아세요?"
"그건 말이지........."
내가 고소를 금치 못하며 말했다.
"조안나의 조그만 장난에 불과한 거야."


애거서 크리스티는 역시 최고예요! 저런 유머라니!


아,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모 블로거의 페이지에도 있었던 것처럼 애거서 크리스티는 커플링을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최근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꼈지요. 이번 편도 마찬가지로 커플이 등장합니다. 남매가 각각 짝을 찾아서 이루게 되는데요, 이중 여동생(글 속의 조안나)이 자기 올케되는 사람에게 개를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개와는 별도로 목걸이와 줄을 보낸 것이지요.

저는 미혼이지만 분명 이 상징을 이해합니다. 충~분히 말이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모처에 이번에 책이 한 가득 들어왔습니다.
북트럭을 하나 꽉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분량이예요. 대강 추려서 200권?
이번에 들어온 책의 상당수가 추리 소설이라 즐겁게 여름을 보낼 자원을 얻은 셈입니다.

지난 수-목요일 동안 읽은 추리소설은 세 권.
들어온 추리소설만 꼽아보면 시간과공간사판 셜록홈즈 전집,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전집, 그리고 해문판 애거서 크리스티 개장판 전집(이라고 해봤자 18권)입니다. 뭐, 다빈치 코드나 내 이름은 빨강도 들어왔지만 그건 일단 뺍시다.

앞의 두 종은 집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런 고로 역시 중심이 되는 것은 애거서 아주머니예요. 애거서 아주머니의 탐정 중에서는 미스 마플이 제일 취향이라 일곱명의 탐정 중에서 고를 때도 미스 마플을 뽑았는데요 만약 거기에 엘러리가 있었다면 당연히 엘러리를 골랐을 겁니다. 파일로 밴스 쪽은 좀 위험 부담이 크죠.

읽은 책 세 권은 커튼, 13인의 만찬, 죽음과의 약속입니다.
커튼은 에르큘 포와로의 마지막 권입니다.
예전에 슬쩍 언급되었던 이야기가 있군요. 여기서는 포와로보다 헤이스팅스가 중심이 되어서 사건이 벌어진다고요.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안 하겠습니다. 원래 추리소설은 내용 공개를 하면 안되죠. 그러니 동생에게 추리 소설을 건네줄 때도 절대 이야기 언급은 안합니다. 소설의 맛이 떨어지니까요.

죽음과의 약속도 꽤 취향이었습니다.
이건 예전에 문고처럼 작게 나온 해문판으로 읽었어요. 동생네 학교 도서관에서 한참 애거서 크리스티를 빌려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다 봤지요.

음. 잠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동생네 학교 도서관은 동생이 복학하는 다음학기부터 이용 가능합니다.
사실 도서 신청하는 것도 거의 제가 했었지요. 동생 아이디를 빌려서 스리슬쩍 들어가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하곤 했는데 역시 대학도서관은 좋아요. 이런 저런 어려운 책을 신청해도 전혀 부담이 없거든요. 그리고 책도 빨리 들어오는 편이고요.
그 D대 도서관의 좋은 점이라 하면 역시 햇빛이 잘 안 들어온다는 겁니다. 도서관 책들의 천적은 습기, 직사광선, 벌레 정도이려나? 하여간 반지하 비슷한데 들어가 있어서 좋습니다. 거기에 아직 크기가 작아서 도서관 한 층으로 전체 책이 커버가 된다는 점이 좋지요. 뭐, 제가 다닌 모 대학의 경우 소설과 인문 서적이 완전히 분리 되어 있고 거기에다 과학도서관은 분관이 되어 따로 나가 있어서 사람 열 받게 만들었으니 ...
D대 도서관의 좋은점이 또 하나 있다면 신기한 책들이 많다는 겁니다. 책을 수서할 때 아마도 단체로 들여 놓나봐요. 뱀파이어 시리즈야 이번에 재판(이라기 보다는 2쇄가 맞겠지만)이 되어 나왔지만 그 전에는 구할 곳이 전혀 없었지요. 한데 이 대학도서관에는 전집이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앤 라이스 전집이 들어와 있는 도서관은 희귀한 편이예요. 거기에다 해문판 애거서도 전집으로 들어와 있지,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로 캐드펠 시리즈와 엘러리 전집이 있다는 것도 꼽을 수 있어요. 그정도로 특이한 도서관입니다.

자아. 본론으로 돌아가서........

죽음과의 약속은 동생을 통해서 빌려봤습니다.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세부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였는지 엔딩 부분은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 탐정 골라 사건 맞기기 이야기에서 나오는 대로 포와로에게 맡기면 결혼 성공률은 100%입니다. 헤이스팅스조차 사건 와중에 만난 여자랑 결혼하지 않았던가요? 죽음과의 약속도 다를게 없어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끼리 자연스레 커플링이 이루어집니다. 허허.

13인의 만찬은 처음 읽어보는 책이었지요. 이것도 잘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의외로 좋았습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인건가요. 캐드펠 시리즈 중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귀신들린 아이(악마의 견습생)의 경우에도 잘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즐겁게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역시 미인을 좋아하는 것은 ... 제 취향인가봅니다. 금발 팻치인건가요?


오늘도 주말 동안에 읽을 추리 소설을 골라야겠습니다. 반 다인 시리즈는 결국 못참고 샀으니 문제가 안되고, 애거서 크리스티 중에서 몇 권 골라야겠습니다. 이러다가 에도의 패스트푸드나 장안의 봄은 뒤로 미뤄지는게 아닌가 몰라요.

핫. 내일은 시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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