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님의 Honey Pot Bakery(네이버 블로그)에서 헤매다가 발로나 과나하에 대해 언급이 된 레시피를 보았습니다. 초콜릿 디저트를 만들 때 쓰면 맛이 굉장히 달라지지만 가격은 아리땁지 못하다라고 되어 있었지요. 발로나에 대해서는 이름을 많이 들어 알고 있고 그렇지 않아도 제빵용으로 구입해둔 무가당 코코아가루도 발로나 것이어서  당근 초콜릿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발로나 초콜릿도 제과용으로 들어오나 싶어서 검색을 했더니 있더군요. 하지만 과연 아리땁지 못한 가격이라. 발로나 과나하는 3kg의 대형 포장으로만 판매하며 3kg에 75000원입니다. 보통 커버춰 초콜릿들은 100-200g에 2500원 가량입니다. 대략적인 가격이지만 초콜릿 만들 때 쓰는 빨래비누 같은 덩어리 하나에 3-4천원 정도 하지요. 그게 400g 가량입니다. 100g에 1천원이라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건데, 발로나 과나하는 1kg에 2만 5천원, 100g에는 2500원인 셈입니다. 그나마 소포장은 아예 없으니 무지막지한 가격이지요.
3kg 팩이 어느 정도냐고 물으신다면 100개입 맥심 모카 커피믹스보다 큽니다. 초콜릿을 미친듯이 쓴다 해도 소비하기 어려운 양입니다. 정말로...;

다행히 과나하는 초콜릿 중에서도 신맛이 많이 도는 타입이라 제 입맛에는 안 맞을 듯했습니다. 먹지 않은 포도는 시다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래요. 커피와 마찬가지로 카카오콩도 지역에 따른 맛차가 상당한데 과나하는 신맛이 감도는 고급 초콜릿이라 합니다. 커피든 뭐든 쓴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것은 없나 뒤져보다 보니 프랑스 회사인 깔리바우트에서 나온 탄자니아 초콜릿이 보입니다.

(배경은 무시하시고...)
방산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1kg에 18000원짜리입니다. 이정도면 그래도 도전할만 하죠. 가격도 조금 저렴하고 B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선뜻 절반을 나눠가겠다고 했고요. 500g에 9천원인 셈입니다.
꺼내보니 초콜릿이 단추형입니다. 동글납작한 단추. 지름은 m&m보다 조금 큰정도? 1cm 정도 됩니다. 친구랑 나눠야 해서 맛있는 *타우유 병에 담아보았습니다. 병 두 개에 담으니 넉넉합니다. 500g이면 1리터 용량의 플라스틱 우유병에 보관가능하다는 거죠. 한 병은 B에게 넘기고 다른 한 병은 저 난장판 베란다 창고에 있는 서랍에 보관해두었습니다.

여담으로.. 베란다가 엉망인 것은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책, 만화책만 있다면 문제가 없는데 재봉틀과 소녀혁명 우테나 LD박스(...)와 재단용 커팅매트와 와플기와 오븐토스터와 커피, 홍차, 그리고 기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모두 들어 있지요. 베란다가 희생된 덕분에 제 방은 뒹굴거릴 틈이 있는 겁니다.(흠흠)



처음 계획은 강배전의 케냐 AA를 진하게 내려서 역시 쓴 맛인 75%의 다크 초콜릿과 함께 먹는 것이었는데, 케냐 AA의 맛이 생각보다 별로여서 방향전환을 했습니다. 계획은 언제나 변경 가능하지요. 그런 고로 가장 입맛에 당기는 방법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최고입니다.

야호메이 컵에 우유를 조금 붓고 초콜릿을 적당량 넣습니다. 취향에 따라 진하게도, 연하게도 할 수 있겠지요.

전자레인지에 20초간 돌리면 우유가 데워지면서 초콜릿도 자연스레 녹습니다. 로베르씨의 레시피로 하자면 냄비에 우유를 데워서, 초콜릿을 컵에 넣은 상태로 데운 우유를 조금씩 부어가며 녹이는 것인데 냄비 설거지를 하기가 번거로워서 전자레인지를 선택했습니다. 사진은 대강 섞은 상태.

빛이 많이 들어간 사진입니다. 아직 초콜릿 알갱이들이 보이지요.

저어주다보면 이렇게 매끈해집니다.
이 상태로 환기가 잘 되는 창가에 두어 잠시 식힙니다. 핫초콜릿을 만들어 마시는 거라면 초콜릿이 매끈하게 녹은 상태에서 데운 우유를 더 넣어주면 되지만 날씨가 더우니 핫초콜릿이 아니라 시원한 초코우유 타입으로 만드는 겁니다. 냉장고에 넣기는 좀 찜찜하고 혹시 덩어리가 생길까봐 그냥 실온에서 식혔습니다.

어느 정도 식었다 싶으면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찬우유를 붓고 잘 섞어줍니다. 생각보다 잘 섞이더군요. 휘휘 젓고는 한모금 맛 봅니다.

+ㅁ+!!!

<SKILL> 요리 스킬 +1.00

달지도 않고 진하면서 신 맛도 적습니다. 시판하는 그 어떤 초콜릿 우유보다 맛있는 초코우유가 나왔습니다. 어흑, 이제 저는 초코 우유도 함부로 못 사먹게 된겁니다.lllOTL

만든 김에 세팅.
발로나 코코아 가루와 터키산 건포도와 터키산 마카다미아를 다져 듬뿍 넣은 와플(그 외의 재료는 통밀가루와 유기농 설탕과 베이킹파우더가 전부;)을 챙겨놓고 깔리바우트의 탄자니아 75% 초콜릿을 넣어 만든 시원한 초콜릿 우유입니다.



...

써놓고 보니 거참, 거창하군요.;;;;; 물론 매일 아침 이렇게 먹는 것은 아니랍니다. 휴가니까 가능한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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