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 먼저.

어쩌다 보니 두 권 모두 먹는 것이 소재입니다. 앞 권은 쓰가루 지역에 4대 째 내려오는 어느 작은 식당이 주 소재이고, 후자는 홋카이도의 어느 호숫가에 있는 작은 빵집이 소재입니다.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둘다 다른 매체로 바뀌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영화로 만들어졌거든요.

쓰가루 백년 식당은 아오모리, 쓰가루 지역이라 불리는 곳에 있는 어느 메밀국수 집이 배경입니다. 도쿄에서 많이 먹는 니하치소바 같은 것과는 굉장히 다른 메밀국수더군요. 면은 콩가루를 섞어 만들고 국물은 구워말린 정어리를 쓴다고 합니다. 가쓰오부시 이야기 같은데 내내 삶아 말린 정어리의 대비되는 것으로 구워 말린 정어리를 강조하는군요. 일단 면에 콩가루가 들어가 살짝 단맛이 돌고, 전날 삶아둔 면을 사리로 만들었다가 먹을 때는 가볍게 끓는 물에 데쳐 토렴하듯이 만들어내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일반 메밀국수보다 부드러울 수 밖에 없죠. 좋게 말하면 부드러운 거고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다 불어 있는 면일 수도 있겠네요. 먹어 본 적이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여간 3대째 운영하는 아버지는 여전히 작은 메밀국수 가게 주인장이고, 아들은 도쿄에 나와 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 아들 이야기에 식당을 맨 처음 세운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섞입니다. 증조할아버지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맨몸으로 식당을 건사합니다. 그래도 3대째에 와서는 아들 대학 공부도 시켰으니 그럭저럭 성공한 셈이지만, 정작 3대인 본인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두는 건지도 모릅니다. 대체적으로 잔잔하고 무난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굵은 가지는 아들의 연애담이지만 거기에 식당을 잇는 문제와 여자친구의 직업 문제가 얽히면 상황은 복잡합니다. 그래도 상상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니까 안심하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를 충분히 알겠더군요. 이 자체로 영화 시나리오 한 편이 나올만 합니다.;



해피해피 브레드는 영화를 먼저 먼저 보아서 그런지 저절로 장면들이 머릿 속에서 재생이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책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더군요. 막판에 일기로 접어 들어서는 오히려 담담하게 그 상황이 그려지고, 이게 또 영화하고는 다른 내용을 담아서 여기서는 그래도 영화랑 겹쳐지진 않더군요. 그래서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영화를 빼고 소설만 두고 보면 그 자체로 꽤 괜찮은 책인데 내용이 짧습니다. 진짜 영화가 더 풍부한 것 같기도 한..=ㅁ= ... 또 어떤 부분은 소설에서 그 앞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요. 어쨌건  보고 나면 빵과 수프가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소설 구입을 조~금 고려하긴 했는데 역시 둘 곳이 없네요. 아으..;ㅂ;



모리사와 아키오. 『쓰가루 백년 식당』, 이수미 옮김. 샘터, 2014, 1만 4천원.
미시마 유키코. 『해피 해피 브레드』, 서혜영 옮김. 블루엘리펀트, 2012, 1만 2천원.

... 빵....;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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