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엊그제 교보문고 갔다가 충동구매한 잡지 두 권. MOE는 와치필드 30주년 기념으로 무슨 전시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길래 덥석 집었고, 앞의 HANAKO는 두말하면 잔소리. 키치죠지의 가게 안내가 궁금해서 샀습니다. 하지만 둘다 여행촉발에는 실패했습니다. 와치필드 30주년 기념 전시회는 3월 말 경에 도쿄에서, 8월 중순 경에 나고야에서 있는데 둘다 맞춰 가기 어렵겠더군요. 그 시간에 맞춰 가느니,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와치필드 원화를 사겠습니다.
(원화라기보다는 판화지만..)
HANAKO도 취향의 가게는 없어서 불발이네요. 딱히 가고 싶은 가게가 없다는 것도 문제.


나아가고 있던 여행병을 다시 불러 일으킨 것은 『골목길 연가』입니다. 북새통의 신간 목록을 뒤지다가 4권이 나온 것을 알았고, 구입하러 가기 전에 1-3권부터 다시 보자며 집어 들었다가 여행가고 싶다며 울부짖었지요. 하지만 항공권 가격을 검색하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40-70만원의 돈을 주고 여름에 여행 가는 것은 지금 경제사정에서는 그리 적절하지 않습니다.

1권부터 3권까지 읽어 놓고는 다음 권은 어떨라나 기대 많이 했는데 이번 권이 마지막이더라고요. 후기를 보니 어떻게 하다가 『골목길 연가』를 냈는지부터 시작해, 짧은 뒷 이야기도 나옵니다.
결말을 한 줄로 줄이면 '그래서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됩니다. 물론 행복하지 않았을 사람도 몇 있지만 그정도는 넘어가도 됩니다. 왜냐하면 아소 미코토니까요. 『천연소재로 가자』의 마지막 권에서도 그랬고, 『Go 히로미 Go』에서도 마지막에 어정쩡한 이야기를 남기더니만 이번 권은 평타는 쳤습니다. 커플을 저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모 애니메이션 감독보다는 커플을 많이 이어줬으니까요. 그래도 꽃집 청년의 슬픈 이야기는 .... 이야기가 그리 흘러갈 줄은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특히 '왜 꽃이 싱싱한가'에 대한 대답이 더욱 그렇네요. 그건 본편이 아니라 한 컷짜리 후일담에 나옵니다. 만약 꽃집 청년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건너 뛰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취향에 안 맞는 결말일 수 있으니까요.
(전 상관없이 봅니다.)

『골목길 연가』의 이야기, 특히 유젠의 이야기는 지난번에 올렸던 전통 공예의 보존과 융성에 대한 글과도 이어집니다. 그곳에 자리잡은 사람들 중에는 전통 공예를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공예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 중에는 두 가지 직업을 가지며 공방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게 가능한 것은 그 나가야가 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공방 세가 덜 들잖아요.-_-;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는 셈인데, 恒産이 있어야 恒心이 있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이 나가야의 공예가들은 恒産은 적더라도 유지가 가능하니 恒心을 가지고 자신의 기술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거라고요. 그것마저 안된다고 하면 아마 뿔뿔히 흩어질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은공방 청년의 이야기는 쌉쌀하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분량이 더 있었다면 더 깊게 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모두가 그렇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곳에는 희망이 보입니다.




아소 미코토. 『골목길 연가 4』(완?), 최윤정 옮김. 시리얼, 2013, 7천원.


그나저나 인형사 아저씨는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그림록하고 닮았더군요. 허허허허허;;
인형 한 체당 10만엔이면 그래도 저렴한 편인건데.ㄱ-;
아소 미코토의 『골목길 연가』는 1권을 보고 홀딱 반해 다음권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현재 3권까지 나와 있지요) 배경은 교토. 교토의 오래되고 낡은 건물 중 소방법의 문제로 재건축이 안되는 곳을, 여러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싼값으로 제공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만화입니다. 젊은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공방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어 좋고, 건물주 입장에서는 오래된 교토의 건축물을 세입자들이 스스로 고쳐가며 쓸 수 있게 하니 보존에도 도움이 되고요.
이 책에 홀라당 반했던 것은 1화 때문입니다. 1화에서 등장하는 예술제본 작가. 저도 예술제본을 배우고 있으니 눈이 더 갈 수 밖에 없지요. 제가 하는 것과 만화 속에 등장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전통제본 형식에 가까운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만화 속에서는 책에 맞춰 제본 방식과 디자인도 다양하게 합니다. 저는 그럴 능력이 안되거든요.ㄱ-;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 교토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골목길 연가』의 배경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까날님이 교토여행 때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이야기를 듣고 벌꿀집 도라토(홈페이지 링크)가 있는 골목이 그 배경이 아닌가 하셨다고 글을 올리셨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3권을 읽고 다시 찾을 때 쯤에는 그 글을 읽고 코멘트까지 달았던 것을 홀라당 잊었습니다. 아니, 이 경우에는 그게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제가 주목했던 것은 작가 후기의 Thanks to였으니까요. 그 맨 아래에 '아지키 골목길'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구글 지도 교토에서 아지키 골목길을 검색해 찾았습니다. 핫핫핫; 물론 한글이 아니라 일본어로 あじき를 찾은거예요.

근데 의외로 간단하게 나왔습니다. 정식 이름은 아니고 별명인가봅니다. 그 검색으로 잡힌 곳은 照明器具と喫茶室 「月あかり」입니다. 츠키아카리. 달빛인가요. 조명기구집 이름으로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ㅅ/
뭐, 아지키 골목길의 홈페이지도 아예 따로 있습니다.(http://ajikiroji.com/) 여기로 들어가면 아지키 골목길에 있는 가게들의 소개와 영업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지키 골목길을 찾아가는 방법은 홈페이지의 지도(링크)에도 나와 있지만 검색이 번거로운 분을 위해 담아 놓습니다. 그리고 츠키아카리의 약도도 보기 괜찮네요.(링크)


저는 기온 키나나를 들렀다 오느라고 시조에서 걸어갔지만, 가기에는 고조쪽이 가깝습니다. 기요미즈데라하고도 그리 멀지 않고요.





북쪽에서 걸어 내려왔는데, 골목 모퉁이에는 저렇게 大黑湯이라는 이름의 공중목욕탕, 사우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 바로 옆에 골목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이 입구가 확실한지 아닌지는 2화 맨 마지막 신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그걸 보면 사진으로 찍어 베꼈(...)구나 싶습니다.; 책을 가지고 계신분들은 펼쳐서 확인하세요.(...)




골목길이 생각보다 깁니다. 안쪽으로 길게 들어가면 양편으로 작은 공방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는 심리적 압박이 조금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이 주말에만 영업합니다.; 문턱이 높다는 느낌이 강하지요.




각각의 공방이 이런 느낌입니다. 여기가 아마 츠키아카리였던가.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신기하게 생긴 조명이 있습니다.




안쪽에서, 이번에는 입구를 향해 찰칵.




교토도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니 이런 신기한 모양의 자전거도 있습니다. 3륜 자전거인데 『안경』에서 여사님이 타셨던 것과는 또 다른 타입입니다.+ㅅ+ 집에 보관할 곳만 있다면 교토 여행 갔을 때 자전거 한 대 짊어지고 오고 싶다니까요.;




더 안 쪽에 들어가 입구를 향해 찰칵.

그렇게 사진을 찍다가 어디 한 곳 들어가볼까 싶어 기웃거리는데, 마침 과자집이 있습니다. G가 궁금하다면서 냉큼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안은 굉장히 작습니다. 대략 3평? 다다미 3조인가요? 그 정도 넓이입니다. 그리고 봉당처럼 한단짜리 작은 계단을 밟고 마루에 올라야 합니다.
과자 종류는 많지 않지만 고급과자라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좋은 재료를 써서 집에서 만든 과자 같아요. 하지만 모양은 세련되었네요. 사진을 찍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G가 계산할 때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쪽이 마루. 단을 밟고 올라서면,




이런 작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이날 햇살이 너무 좋아서 빛이 들어오지 않게 찍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은 2층(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사진 오른편으로 보이는 밤색의 가구는 카운터입니다. 그리고 안쪽 문을 열면 아마 부엌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오면서, 골목입구를 향해 다시 사진 한 장.



자아. 여기까지 다 들여다봤으니 이제는 비교를 위해 벌꿀집 도라토에 갑니다. G를 꼬셔서 거기 갔다가 바로 시조 가와라마치로 가면 된다고 했지요. 카라스마 고조에서 데마치 야나기 근처까지 가서 버스를 내려, 한 번 갈아타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그 김에 가모가와 상류의 삼각주를 G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쉽게라고는 해도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꽤 오래 갔다가 거기서 갈아타고 다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음 교토 여행에서는 북쪽은 올라가지 않고 그냥 아래쪽에서만 놀다 돌아갈 것 같습니다.(먼산)




이쪽이 벌꿀집 도라토. 도라토의 골목길은 아지키 골목길보다는 길이가 짧습니다. 양쪽에 공방이 자리잡고는 있지만 앞에 문패(?) 같은 대문 지붕은 없네요.'ㅂ'

이쪽 공방도 진입장벽(..)이 높아서 들어갈 생각은 못하고, 이렇게 기웃거리다가 도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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