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이 책은 프로젝트 보고서입니다. 결과 보고서가 아니라 진행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옛날 옛날, 센다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섬이 하나 있었습니다. 인구 100명 남짓의 작은 어촌이었지요. 그 섬은 주로 굴양식을 하고 있지만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섬에는 고양이들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는 날이면 여러 잡어들을 고양이들에게 던져주었고, 고양이들은 그 물고기들을 얻어먹으며 포동포동 살이 쪘습니다. 다른 섬들과 다를 바 없던 그 섬은 그 때문인지 고양이 섬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어부들에게 물고기 받아 먹는 것에 익숙한 섬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갔고, 낯선 사람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와 몸을 비볐습니다. 붙임성이 늘어난 거죠.
몇몇 고양이 블로거들이 이 섬을 고양이섬이라 소개한 뒤에, 여러 관광객들이 고양이들을 보러 섬에 다녀갔습니다. 그리고 이 섬은 고양이 섬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섬의 이름은 다시로지마입니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 앞바다에 있다는 군요.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선로가 미처 복구되지 않아 가는 방법이 조금 더 복잡했던 모양입니다. 하여간 도쿄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도쿄에서 센다이까지는 신칸센으로 2시간 안 걸리니 그리 멀지 않지만, 센다이에서 보통 열차로 갈아타고 이동한 다음 페리로 섬에 들어가야 합니다. 근데 그 페리가 하루에 세 대 밖에 없다는군요. 그리고 이 당시에는 보통열차를 이용할 수가 없어서 다른 곳에서 내려 버스로 이동해 페리를 탔다고 합니다. 복잡하지요.

고양이 섬이 쓰나미 이후의 재건 프로젝트 모델이 된 건 꽤 특이한 사항 때문입니다.
쓰나미에 대한 복구보다 후쿠시마의 원전(-_-++)이 더 주목을 받자 재건 지원비도 그랬습니다. 쓰나미에 굴 양식장의 기반 시설이 모두 망가져서, 그 때문에 이 작은 섬이 입은 피해는 9800만엔이었답니다. 10억원이 넘는 돈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해 상황이지 복구에는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요.
하지만 고령자가 대부분이고, 쓰나미 이후에 이미 사람들도 떠나가서 60명으로 인구가 줄어든 작은 섬에 지원이 오려면 한참 멀었잖아요?
그래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1인 1구좌, 고양이섬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것을 기획합니다. 자세한 것은 책에 나오니 찾아보시면 될테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모금을 완료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고양이섬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한 '보상'이 굴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4년 뒤에 보내주겠다고 했다고요. 비용모금할 때도 아예 굴 양식 기반 사업들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네요. 즉, 고양이들에게 뭔가를 해주겠다는 모금이 아니라 고양이섬을 살리겠다는 것이 목표였다는 겁니다. 물론 지원한 사람들도 그에 동의했고요. 고양이섬이 살아나야 고양이들도 살 수 있을테니까요. 물고기를 얻어먹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고기잡으러 나가지 않으면 먹이를 더이상 얻을 수 없을 겁니다. 그건 산에 있는 여러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쪽에 사는 고양이들은 주로 사료를 먹는다지만, 섬이 되살아나지 않으면 그 사료도 댈 수 없을테니까요.


대체적으로 이야기는 그런 프로젝트 이전의 이야기,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프로젝트 모금 성공 후에 벌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갈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말 보고서 수준이긴 하지만 고양이들의 흑백 사진이 많습니다. 고양이들의 분위기만 본다면 딱, 미코노스섬의 고양이들 같아요. 그리스의 고양이는 사람의 손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지요. 그런 분위기가 이 책의 사진에서도 묻어 납니다. 이 고양이섬의 고양이들이 더 살갑지만 말입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보고 싶네요. 가기가 쉽지 않지만 나중에 재건이 된다면 멀더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이시마루 가즈미. 『고양이 섬의 기적: 쓰나미가 휩쓸고 간 외딴 섬마을 고양이 이야기』, 오지은 옮김, 고경원 해설. 문학동네, 2013, 1만원.


이 책을 삼으로써 고양이섬에 도움이 된다면 저도 덥석 물고 싶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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