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잡담 모음입니다.


1. 어제 쓰려고 했다가 못 쓴 건 약밥=약식 이야기입니다. 초록불님의 글(링크)을 읽고 생각났는데 약밥은 대보름 음식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어머니가 약밥을 만드신 게 이 때쯤인 것 같네요. 최근 몇 년간 안 만드신 건 집안 식구들이 모두 체중조절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그렇습니다.ㄱ- 다들 간식을 좋아하다보니 약밥을 만들면 순식간에 없어지지요. 물론 먹는 건 저랑 어머니랑 아버지. G는 약식을 즐겨 먹지 않습니다. 안에 잣이니 건포도니 들어가는 걸 질색해서 그럴거예요. 뭐, 떡을 즐겨먹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거문고 갑을 쏴라라는 설화가 약식의 기원을 설명한 이야기란 건 기억하고 있었는데, 전 약밥하면 이 설화말고 다른 전래동화가 떠오릅니다. 검색하면 어딘가에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그냥 기억나는 대로 적습니다.

전래동화에서 종종 등장하듯, 달이 휘영청 밝은 어느 날에 왕은 잠행을 나갑니다. 평복으로 갈아 입고 뒤에 신하 하나 대동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산길에 들어섰는데. 헤매다보니 저 멀리에 불빛이 보이는데 그 안에 한 선비가 홀로 앉아 책을 읽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묵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낭독하며 해석하며, 그렇게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선비가 혼잣말을 하는데, 책을 읽어도 배가 고픈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던가요, 아니면 책을 읽으니 배고픔이 가시는구나라고 했던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왕은 신하를 시켜 약밥을 들고 오게 합니다. 그리고 선비 방 앞에 그릇에다가 은덩이를 넣고 그 위를 약밥으로 덮어 밥과 은전을 함께 내립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마찬가지로 달이 둥글게 뜬 날, 뒤에 신하들을 대동하고 있던 왕이 문득 그 때의 일을 기억해내고 그런 일이 있었다, 그 선비가 잘 있나 궁금하다라고 합니다. 그러자 왕 아래 앉아 있던 신하 중 한 사람이 나와, 제가 그 때 그 사람입니다. 그 때의 은 덩어리와 그릇은 아직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대강 저런 이야기였는데 지금도 그림이 기억에 남습니다. 음, 한국 삽화가가 그렸을까요. 다른 여러 삽화에서도 본 '대강 대강 그린 크레파스 + 유화계 그림이었는데 그림 느낌이 쓸쓸해서 썩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 때 읽었던 전래동화의 삽화에서는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잘 전해지더군요.
전 약밥하면 항상 이 전래동화가 떠오릅니다.-ㅠ-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 아침은 오곡찰밥이어서 약밥 염장은 당하지 않습니다. 하하하하)


2. 그리고 쓰려다가 까맣게 잊어버린 글감은 아마 그리스로마 신화였나봅니다.
옛날 옛적의 잡지 『파티』에서 연재하던 만화 중에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작가의 사정 때문인지 막판에는 조금 급전개로 마무리 짓고 끝냈는데 2권 완결이었습니다. 책 분량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급하게 마무리 지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스 신화의 각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내어 2-3회 분량으로 맞췄습니다. 이야기도 잘 끌어냈고 캐릭터가 미형인데다 그림이 상당히 예뻐 기억합니다. 화자는 에로스였지요. 에로스가 그리스 신화의 각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난입해 화살을 날립니다. 에로스가 굉장히 귀여운 꼬마였기 때문에 또 홀딱 반해 있었지요. 가장 잘생긴 청년이 하데스였다는 것이 웃지 못할 이야기인데, 제우스랑 하데스를 같이 놓고 보면 제우스가 팍삭 늙어보입니다. 하기야 그리스 신화에서의 제우스는 머리 북실북실하고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기른 이미지지요. 한데 여기서는 흑발머리 휘날리는 미청년입니다. 그래야 페르세포네와 짝이 되는 거죠.(...) 잡지 연재분은 다 가지고 있는데 만화 단행본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잘 그리지만 색 입히는 것은 잘 못하시는지, 표지 그림이 컬러 스크린톤을 붙인 거였거든요. 으음.; 구입할 생각이 안 들어 놔뒀는데 구입했더라도 아마 나중에 방출했을 거라 생각합니다.(먼산)
그러고 보니 그림이 예쁜 걸로는 『비비 아이리스』도 있었지. 『바람의 마드리갈』은 수 많은 떡밥만 남겨 놓고 1부 마무리하고는 2부가 나오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흑흑. 그래도 『여왕의 기사』가 완결난 건 또 어딥니까.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막판의 의미심장한 신은 ...(먼산2)



3. 카드 명세서를 보다 알았는데 &d카드의 '커피전문점 포인트리 20% 적립' 대상에서 스타벅스가 제외되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 이라고 쓰고 보니 확실하네요. 1월 23일에 스타벅스에서 결제를 두 번했습니다. 한 번은 오전에 1만원, 한 번은 오후에 5만원. 그랬는데 오전에 결제한 것은 2천원 포인트리가 들어갔지만, 오후에 한 것은 포인트리가 899원입니다. 원래는 오후에 결제한 것도 1만원 포인트리가 붙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게 월 10만원 포인트리를 초과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이 달에 붙은 포인트리는 그보다 훨씬 적으니까요. 덕분에 언제부터 포인트리 20% 추가 적립에서 스타벅스가 제외되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어제 명세서 보고 확인하고는 KB카드 홈페이지에서 &d카드 항목 들어가 커피전문점을 검색했더니 스타벅스는 쏙 빠져 있습니다. 마스터님이 문의 넣었다니까 답변이 어떻게 나올지 확인하면 되겠네요.-ㅅ-;


4. 슬슬 커피 내리러 갑니다. 으. 오늘 아침 밀크티는 우유가 많았는지 조금 부대끼는군요. 커피로 달래야지.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웅진지식하우스, 2007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 1-3권은 아주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반쯤은 의무감에 읽었기에 그리 재미있다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4권은 훌훌 넘겨보다가 뭔가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있어 집어 들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시작해 퇴근시간, 그리고 퇴근한 이후에도 다 읽어 하루에 죽 읽어내렸습니다. 책이 두껍긴 하지만 종이가 조금 두꺼운 편이고 그림이 많은데다 편집 자체가 느슨-글자가 빽빽하지 않은-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 책이 좀 무겁더군요. 비슷한 두께의 소설책은 가벼운 종이를 쓰면 되니 이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림들 때문에 아트지에 가까운 코팅 종이를 쓰다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끝부분이랄까요. 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갈 때쯤의 이야기라 신들의 비중은 조금 낮습니다. 신화와 전설의 중간쯤. 어쨌건 처음부터 끝까지 헤라큘레스의 이야기고 그의 가계도에 대한 이야기, 그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 그와 얽힌 영웅들의 이야기가 죽 이어집니다.
헤라큘레스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는 대강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읽고는 정떨어졌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남성상입니다. 악동을 넘어서서 망나니에 패륜남, 온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닙니다. 게다가 본인이 종우(種牛)라는 사실에도 그리 신경쓰지 않고, 아니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다니까요. 그걸 감안하면 헤라큘레스의 자손은 환상적인 수준으로 많을 거라고 ... 12가지 과업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가끔은 머리를 쓰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건 머리를 쓴다기 보다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허허. 삼국지 인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 장비. 술 마시고 사고치는 것도 닮아 있군요. 그래도 장비는 형들에게는 꼼짝 못하기나 하지, 헤라큘레스는 아무나 가리지 않고 다 덤빕니다. 어머니를 닮은 부분이 없어 보이니 이건 제우스를 빼닮았다고 할까요? 씨 뿌리기가 장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맞습니다.

헤라큘레스 이야기 외에 몇 가지 곁다리 이야기들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뜨악한 것은 제우스가 칼리스토를 유혹한 방법입니다. 큰곰, 작은곰자리의 모델인 칼리스토는 원래 아르테미스를 모시는 요정이었지요. 그러다 제우스에게 덜컥 걸렸는데, 레다때처럼 백조로 변한 것도 아니고, 페르세우스를 잉태시킬 때처럼 비로 변한 것도 아니고. 택한 방법은 아르테미스였답니다. 딸래미로 변해 요정을 유혹했다는 이야기에서 기겁했습니다. 칼리스토가 제우스 아이를 임신하고는 아르테미스에게 벌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유혹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허허허허허허...

그러고 보니 헤라큘레스가 죽을 때 남겼던 말도 뜨악합니다. 헤라큘레스가 죽은 이유는 아내의 착각과 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헤라큘레스가 구혼했다가 구혼시험을 통과하고도 쫓겨난 나라가 하나 있었더랍니다. 거기서 쫓겨난 다음 자기 친구의 여동생을 만나 결혼하게 된건데-짧게 줄였습니다. 그 사이에도 사건 사고는 많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자기를 쫓아낸 그 나라를 찾아가 점령합니다. 당연히 예전에 구혼했던 그 나라 왕녀도 포로가 되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가, 헤라큘레스가 그 여자랑 결혼하는 것 아닌가 싶어 사고를 쳤지요. 나중에 자기의 착각으로 남편이 죽게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목을 매달지만...
하여간 죽기 직전, 마지막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네가 왕녀를 거두어라라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구혼했다가 차이고 결혼해서 낳은 아들인건데, 아버지의 전 구혼녀와 아들의 나이차이는? 아름답다고 언급은 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이가 안 맞아요!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읽고 나니 1-3권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군요. 차근차근 찾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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