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에 서명을 다 넣기에는 제목들이 너무 길고. 그래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다보니 이리 되었습니다.-ㅂ-;

아르바이트 때문에 잠시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그 일은 컴퓨터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더군요. 책 읽기라도 하자며 잔뜩 쌓아서 이것 저것 훑어 보았는데 나름 수확이 컸습니다. 읽는데 시간이 걸리리라 생각한 책 몇 권을 그 시간 동안 보았거든요. 다다음주 아르바이트 때는 아마 『확장된 표현형』을 보고 있을 겁니다. 하하;


『맛있는 여행』은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건 책 목차가 책을 가장 잘 설명하네요.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 계절로 나뉘어 각 계절의 제철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그 음식들은 주산지 혹은 유래지 등의 이름을 달고 나왔고요. 노지 딸기 재배가 뜸하여 이제는 딸기를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다보니 제철이 이제는 겨울이라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았고, 왜 장호원 복숭아가 유명한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델라웨어 말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거봉과 머루포도인데, 머루포도가 여기 소개된 포도 종이 맞는지는 헷갈리네요. 녹차도 꽤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에 구증구포라고 해서 아홉번 덖고 비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요즘에는 두 번 정도만 하는군요. 하기야 아홉 번 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들어갑니다.;
하여간 한국의 제철 음식에 대해 간략하게 나마 다루고 있으니 입문서나 교양서로 보아도 무난할 듯합니다. 그러나 글은 조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칼럼으로 쓰다보니 글을 짧게 쓸 수 밖에 없었겠지만 몇몇 글 표현이 읽다가 살짝 걸리는지라.-ㅁ-; 그래도 괜찮아요.

『얀이야기』두 번째는 카와카마스의 바이올린입니다. 아마 원제도 이쪽일 것 같습니다. 시리즈로 묶어 내느라 앞에 얀 이야기라는 말을 덧붙였겠지요.
앞 권의 기묘한 분위기는 여기서도 이어집니다. 발칸반도, 혹은 중앙아시아의 분위기가 이럴 것이라 생각하는데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외롭고 쓸쓸하고, 그렇지만 뭔가 뿌듯하고 가득찬 느낌입니다. 로러 와일더의 『초원의 집』에서는 조용하고 쓸쓸하고 무섭지만 이쪽의 초원은 굉장히 다릅니다. 이번 권은 히피가 되고자 한 카와카마스가 결국 실패한 이야기로... 은근히 눈물 납니다. 허전하군요. 읽고 나면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독주곡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제목이 많이 깁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딱 제목이 됩니다. 한국의 전통공예들은 정말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비용과 편리함 등의 이유를 들어 외면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 공예들은 어쩌면 그 맥이 끊길지도 모릅니다. 그 아쉬움이 글 속에서 내내 묻어나는군요. 여러 무형문화재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공예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남깁니다. 최근에 보았던 전통 공예 관련 책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출판사로 검색해서 찾은 책인데 의외로 물건이네요.
사실 이 출판사를 미덥지 않게 보고 있던 것은 앞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떠난 여행』이란, 배용준이 주인공(저자)인 책을 냈기 때문입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일부러 손을 뗐는데, 이번 책은 꽤 마음에 드네요. 그래서 앞서 나온 책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이지마 나미의 요리책도 시드페이퍼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출판사로 검색해 보시면 재미있는 책들이 여럿 보이더군요.
본론으로 돌아가; 이 책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마루이치 풍경』입니다. 제목이 맞는지도 가물가물한데 혹시 기억하시는지? 일본만화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일상물에 가깝습니다. 소재가 작은 양산형 로봇인데, 사람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이 로봇을 이용해 전통공예를 기록하여 남기는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거든요. 전통을 고수하고 로봇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고 하던 장인이 몸이 아파 쓰러질 지경이 되자 주변 사람들이 설득합니다. 지금 당장은 일(기술)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누군가가 이 로봇을 통해 그 기술과 정신을 이어받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 에피소드가 이상하게 기억에 깊게 남았습니다.

이 책을 보고 To do 목록 하나가 추가 되었습니다. 무엇인지는 비밀! -ㅁ-/
덧붙여. 염장이 소금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발을 엮는 장인을 말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수렴청정은 기억하지만 그 렴이 발이라는 것은 미처 생각 못했네요. 하하하.



서진영.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시드페이퍼, 2010, 17000원.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 터치아트, 2012, 18000원.
마치다 준. 『얀이야기 2: 카와카마스의 바이올린』, 김은진, 한인숙 옮김. 동문선, 2008, 9500원.

이글루스 Chalie님의 강력 추천! 이태원 하이스트릿 마켓(High Street Marcket)에서 트랙백.

자세한 정보는 찰리님이 적어주셨으니 생략하고, 이태원에서 걷는 거리나 한강진역에서 걷는 거리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도상으로는 이태원역이 더 가깝네요. 하지만 Passion 5를 생각하면 한강진역에서의 심리적 거리가 조금 더 가깝흡니다.-ㅁ-;



지도를 확대해보시면 라멘81옥이라는 가게가 있는데, 그 2층에 있습니다.


가격은 싸진 않습니다. 하지만 비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싸진 않다고 단언하는 것은 몇 가지 품목은 코스트코에서 더 싸게 파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요. 예를 들어 코스트코에서 6개 묶어 파는 메이플 시럽 작은 단지(아마 38**0원정도)는 여기서 개당 8500원입니다. 낱개로 파는 것이니 코스트코보다 비쌀 수 밖에 없지만, 대량 구입을 생각하신다면 코스트코에서 사는 것이 저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입 과자들 중에는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파는 것도 있는 것 같더군요. 정확한 가격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대강 그렇다는 것은 염두에 두세요.'ㅂ'



가서 들고 온 것. 눈 앞에 초콜릿 소 포장이 보이면 일단 집어 들고 보는지라.ㅠ_ㅠ
오랜만에 먹은 m&m은 오랜만에 먹을만하다는 느낌입니다.(그러니까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입에 안 맞았습니다.-ㅠ-)
스니커즈나 허쉬 초콜릿이야 그냥 그런 맛이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위의 비닐 포장. 1815원의 가격이 붙어 있는 병아리콩입니다. 저게 200g을 갓 넘었지요. 100g 당 900원인데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통 병아리콩 500g 한 봉지에 4500원-5000원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쌉니다. 그 쪽은 배송료가 붙거든요. 그러니 전체 가격은 올라가니 하이스트릿 마켓에서 사는 쪽이 낫습니다.
병아리콩은 교토 여행 때 병아리콩 카레를 참 맛있게 먹어서(링크) 집에서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생각에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만 말하면 병아리콩 카레는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이쪽은 사진도 안 찍었습니다.
카레가 아니라 하야시 소스 고체를 써서 만들었는데 문제는 콩이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5시간 정도 불린 콩을 넣어 끓였는데, 아무리 끓여도 식감이 아삭하더군요. 나중에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말린 콩은 하룻밤 이상 물에 담가야 한다 하시더군요.(먼산) 소중한 교훈입니다. 다음에 만들 때는 오래 담갔다가 따로 삶아서 넣겠습니다.

병아리콩 200g이면 우유팩 하나(200ml)는 넘습니다. 다만 물에 들어가면 불어나니까요. 집에서 만들 때는 두 큰술 정도 빼놓고 넣었는데 카레 한 번 만들 분량에 적당합니다. 다만 중간크기 양파 4개(!), 당근 한 개 외에 다른 재료는 넣지 않았고요. 고기나 감자 등의 재료가 들어가면 양은 줄여도 될겁니다. 저나 G는 병아리콩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음에도 200g 사다가 넣겠지만요. 고기 대신 넣으면 적절합니다.(가격면에서 더욱더;..)
다음엔 제대로 카레를 만들어 찍어 보겠습니다.-ㅠ-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
앞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한 권 보았는데, 이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식견문록>쪽이 먼저입니다. 이 책을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보다 늦게 주문한 다른 책들은 다 들어왔는데도 들어오지 않아 기다리다가 다른 책을 먼저 본 거죠. 그러다가 포기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미식견문록>이 들어왔습니다.

요네하라 마리는 이력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도쿄 출생이지만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동유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 다니면서 언어의 영역이 넓어집니다. 러시아어를 통역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언어를 보면 다른 언어에도 꽤 재능이 있던 모양입니다. 본인이 몇 개국어를 하는지 정확히 이야기 하진 않았거든요.
어쨌건 언어를 다양하게 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집니다. 그러니 똑같은 소재로 잡학을 늘어 놓더라도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미식견문록은> 그런 잡다한 이야기의 모음집입니다.식재료와 음식, 전통음식, 역사 등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섞어서 글을 쓰는데, 대개는 앞서 나온 이야기의 반전이 뒤에 등장합니다. 그렇게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 중 하나가 보드카와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가 보드카의 주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드카에 대해 연구한 것은 맞지만 보드카의 도수에 그렇게 많이 관여한 것은 아니었다나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식재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가볍게 읽어볼만하지만 가벼운 이야기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을 생각하면 추천하기 조금 망설여집니다. 에세이인지라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거든요.
하지만 로쿰, 터키젤리, 터키시 딜라이트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꼭 권하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할바라고 하는 전통과자에 대한 이야기가 죽 이어지는데 보고 있자면 절로 혈당치가 올라가면서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어렸을 적, 친구에게 얻어 먹은 터키꿀엿에 대한 환상 때문에 이것을 다시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궁금증에 대한 해결을 읽으면 무릎을 탁 침과 동시에 이란으로 가는 항공편을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충동은 충동대로 놔두고 실제 결제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말입니다. 첫비행님이 챙겨주신 로쿰도 떠오르면서 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후후후.


원래대로라면 주말에 읽은 다른 책들도 몰아서 같이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미식견문록 감상이 길어지면서 따로 뺐습니다.'ㅂ'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이현진, 마음산책, 2009,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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