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 감상(http://esendial.tistory.com/6594)에도 적었지만 강간이 소재나 주제로 나오면 웬만해서는 피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소개에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어서 몰랐습니다. 책 뒷면에도, 그리고 앞부분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거든요. 그런데 ... ... (먼산)



책은 크게 두 시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나는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즉, 한쪽은 3인칭, 한쪽은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입니다. 문제가 되는 건 1인칭쪽 시점인데 초반에 설마설마했음에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는데다, 이 사람이 결국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또다른 사고를 칩니다. 나중에는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는데 그게 담배가게 주인 살인사건의 후폭풍하고 연결되어 둘의 이야기가 만납니다. 다만 끝의 끝까지 '나'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안나옵니다. 다만 둘의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아마도 그 뒤에는 그나마 평온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하여간 이쪽 코드 질색인 분들은 피하세요.



책의 중심 주제는 사실 저런 이야기도 아니고 살인사건도 아닙니다. 주제, 메인 테마는 1인칭 시점에서 나오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3인칭 이야기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등장하지만 원자력 발전 말입니다. 시마다 소지는 '나'의 입을 빌려서 원자력 발전의 문제, 그리고 일본에서 개발 중인 핵연료 리사이클 방식의 문제, 주먹 구구식인 재처리 과정,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독성물질과 그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기야 일본은 한국보다는 지진에 많이 노출되어 더 위험하고, 그게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후쿠시마 사태였지요.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2011년 10월에 발매되었으니, 2011년 3월 11일의 도호쿠 대지진 이후, 그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에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 전에는 몬쥬의 사고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핵연료 리사이클은 아마 몬쥬 쪽을 염두에 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사건의 트릭과 결말은 사실 전혀 관계가 없었고, 원자력 발전 연료 제작에 대한 것은 슬며시 지나가는 이야기였다는게...; 어쩌면 그것이 반전일지도 모르지요. 실제 범행 동기는 의외로 평범(?)하고 또 다른 의미로 열 받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감안하고 보시길.


어찌되었건 퇴근길에 손대고 읽기 시작해, 저 큰 고비를 넘기고도 단번에 읽어 내릴 정도로 상당히 흡입력 있습니다. 게다가 악의 원흉은 무사히 퇴치되었고요. 아니, 무사히는 아니로군요.-_-;



시마다 소지.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이윤 옮김. 호미하우스, 2014, 13800원.


2014년 출간작인데도 벌써 품절...=ㅁ=; 의외로군요.;

월요일에 다 읽었으니 그날 감상을 쓰면 딱 맞았을 텐데, 늦었습니다. 그리하여 프로야구 개막일이라는 오늘에야 쓰게 되었네요. 야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책의 주 소재가 야구이기 때문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열심히 챙겨보지만 몇몇은 피합니다. 번역 상태가 조금 걱정되는 작은 출판사의 책도 그렇거니와, 청소년 소설 분위기로 나온 책도 피합니다. 이 책은 소재가 야구라서 피했습니다. 안 보고 넘어가려 했는데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을 읽고 나니 괜히 시마다 소지 책이 땡겨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번역자가 현정수인 것을 보고는 내용 확인 하지 않고 고이 빌렸습니다. 2012년에 나왔는데 너무 늦게 보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도, 내용 확인하지 않고 보았는데 이 책이 딱 『러시아 유령군함 사건』에 이어진 이야기입니다. 일본에서의 발간 순서가 어떨지 몰라도 이전에 일어난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보니 더 좋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읽은 것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은 이시카와의 이야기, 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시카와의 이야기는 우연찮게 어느 자살미수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게 된 상황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청년이 자신의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며 찾아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아버지는 일찌감치 돌아가셨고 편모 슬하에서, 어머니가 하시던 미용실을 이어받아 작은 도시(마을)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그런데 이유도 알 수 없이, 어느 날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하셨답니다. 빨리 발견해서 구할 수 있었지만 자살 이유를 절대 이야기 하지 않으신다네요. 그리고 미타라이는 사건이 명확해 진상 밝힐 것도 없다고 하면서 찾아갑니다. 그리고 진상을 밝히지만 그 뒤에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왜 이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사건은 해결되었다는 것뿐.


뒷부분은 어떤 2류 야구 선수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의 어려운 생활.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면, 프로 야구선수가 되어 연봉을 많이 받아 그래도 편히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은 하여도 재능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렇고 그런 선수가 됩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거품이 꺼질 시기지요. 그리하여 상황은 악화됩니다. .. .. 그리고 하략. 이 이상 쓰면 내용 폭로가 되어 재미가 없습니다.-ㅁ- 그러니 여기까지만 쓰고 접도록 하죠.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맞물리는가가 시마다 소지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결말은,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렵니다. 다만 여기서도 시마다 소지 답게 일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아주 많이 묻어납니다. 근데 불신이 불신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저런 상황이라면-전관예우라는 구습이 한국에도 뿌리내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런 상황이 없으리란 장담을 못합니다. 아니, 있을 겁니다. 하하하하하...........(먼산)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니 야구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아닌 분이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시마다 소지. 『최후의 일구』, 현정수 옮김. 블루엘리펀트(동아일보사), 2012, 12000원.



덧붙임: 최후의 일구는 퍼펙트했습니다. :)

금요일에 이 책 읽다가 체했습니다. 가볍게 체한 것이라 그냥 속이 안 좋고 마는 걸로 끝났지만 저녁 때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감기에 제대로 걸렸습니다. 열이 올라 반쯤 들떠 있는 상태가 된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허허허.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제가 소설 읽으면서 절대 피하는 코드가 강간입니다. 그것이 집단 강간, 즉 윤간이면 읽는 도중 더더욱 멘탈이 부서집니다. 그런 코드가 있음에도 보는 소설이 있지만 예외적인 것이고, 대체적으로 이 소재를 사용하면 소설을 피합니다. 절독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초룡전기 카르세아린』인데, 이건 연재 도중 제가 제일 싫어하는 코드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고이 소설을 접었습니다. 뭐, 그 앞서도 조짐이 있긴 했지만 등장인물 중 한 명이 그런 일을 당하는 걸 보고는 더 읽을 수 없더군요.


앞 부분까지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시마다 소지, 역시 미타라이 기요시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도 설마설마한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 만, 정확하게 예상했던 그 상황이 제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위가 멈추더군요. 아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고, 다 읽고 나니 과연 있을 법하다 생각했지만 말입니다. 그 부분은 시마다 소지의 창작일 겁니다. 증거가 전혀 없거든요.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하고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이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서는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헷갈릴 지경에 몰렸습니다. 허허허.




이야기의 발단은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와 이어집니다. 따라서 이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좋으며, 그리고 가능하면 사전에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현재 절판이지만 .. 이라고 적고 다시 검색하니 2015년에 재출간되었는데, 하여간 이 책을 사전에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소설 중반부에 등장한 미타라이의 추리는 읽는 내내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인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참고서적에는 다른 책들이 올라 있습니다. 다른 어려운 책보다는 올리버 색스의 책 한 권을 보는 쪽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겁니다. 그에 대해서는 권말의 저자 후기에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고요.


시간의 흐름상 『마신유희』는 이 이야기의 뒤에 있습니다. 앞부분에 등장하듯 이 소설의 사건이 있은 1년 뒤에 미타라이 기요시는 유럽으로 건너갑니다. 일본을 버리고 건너갔다고 투덜대는데 거의 마지막에 참여한 사건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여간 아는 사람의 연락을 통해 받은 어느 편지에는 이미 사망하고 없는 어떤 미국인에게 보내는 사죄의 글이 있었습니다. 사죄의 글 말미에는 하코네의 호텔 후지야 매직룸에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호기심이 동한 미타라이는 이시오카를 끌고 후지야에 갑니다. 그리고 거기서 호텔에서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진과 만나지요. 사진은 1919년에 찍은 것으로, 유리건판 사진이라 딱 한 장만 남아 있습니다. 거기에는 후지산 근처의 이시노코 호수에 정박한 러시아 군함이 찍혀 있습니다. 그 군함은 다음날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하고, 내륙의 호수에서 찍힌 러시아 군함은 수수께끼로 남아 유령 군함으로 불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군함에 대한 이야기는 미타라이가 풀어냅니다. 그날의 주변 상황이 왜 그래야 했는지, 어떻게 내륙 호수에 러시아 군함이 있었는지는 아주 손쉽게 풉니다. 그리고 그걸 읽으면서는 정말로 폭소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트릭일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이 트릭 자체가 아마 B님과 C님의 취향에 맞을 겁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떤 일이 발생할 확률을...


"김일성과 노태우가 악수할 확률이고…."


애초에 미국 저널리스트가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만.



시마다 소지. 『러시아 유령 군함 사건』, 김동주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6, 12000원.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아래 올린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이랑 같이 주문하고 싶지만, 과연 주문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허. 앞에서 언급한 그 코드가 심히 좋지 않은 곳을 스쳐서 말입니다.;ㅂ;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그렇지만 이즈모 특급 살인도 침대차가 소재입니다. 다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트릭 자체가 오리엔트 특급이라는 밀실 안에서 어떻게 사건이 일어났는가가 주요 내용이라면, 이즈모 특급 살인은 범행의 트릭을 밝히고 범인의 죄를 입증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이거, 읽는 내내 M님이 생각나더랍니다. 취향이실걸요. 아마 이대로 쫓아 보고 싶은 생각이 솔솔 들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그런데, 아직도 이즈모 특급이 있나요? 신칸센의 도입으로 이미 사라졌을 것 같은데?


서두에 쓰지 않았지만 이 책은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탐정 시리즈입니다. 앞서 나왔던 하야부사 특급의 트릭 이후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앞서 출간된 다른 두 권-『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이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보다 앞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시키 탐정 시리즈는 철도 트릭이나 철도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네요. 철덕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ㅅ+
(적고 보니 한국에 출간된 요시키 시리즈 모두가 다...;)


소설 앞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코난이 떠오릅니다. 코난 극장판 첫 번째가 철도를 대상으로 했지요. 환상선이니 뭐니 했지만 그게 야마노테센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들 다 알 겁니다. 그 도중에 수색 장면이 있어 그런가, 앞부분 읽으면서 코난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거기에다 의외로 범인일 법한 사람을 앞에 배치하고 그 사람의 트릭이나 범행 동기를 보여주면서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만듭니다. 다만, 학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점, 그런 성격이 학자로서 부족한 면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ㅅ=; 오히려 같은 학자라도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놈이나, 또 다른 '여성성'을 동원해 불합리한 방법으로 이권을 챙기는 인간은 정말 질색입니다. 그 셋이 가장 소설 읽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복수극이라지만 그 복수로 인해 본인이 파멸하고,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 둘도 같이 휘말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범인의 복수에는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집과 독선이 본인을 망가뜨린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범인이 경멸하던 어떤 사람 X는.... 의외로 그 사람이 조커였다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함부로 발톱을 내놓지 않는 그런 인물 말입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요.


하여간 사건의 중심에 있던 그 세 사람은 최악의 남자, 최악의 여자로 꼽을 만하며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부류입니다.(먼산)


시마다 소지. 『이즈모 특급 살인』, 한희선 옮김. 검은숲, 2014, 13800원.

이 책의 부제는 '또 하나의 점성술 살인사건'입니다. 이쯤 되면 대강의 내용을 짐작하시겠지요? 뭐, 주인공이 다르다는 차이는 있긴 합니다.'ㅂ' 그리고 목적이 달라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터라, 시마다 소지의 책은 요시키 시리즈보다 미타라이 시리즈를 좋아해서 나중에 전 권 구입한다면 미타라이 쪽을 먼저 수집하겠다 생각했지만 이건 같이 구입해도 좋겠다 싶습니다. 철도 트릭이 하야부사 보다 더 재미있어요.
한줄요약: 불쌍한 녹나무


녹나무로 포털에서 검색하면 제주도에서 자란다고 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본문에서, 남쪽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라 도쿄에서 이렇게 큰 나무는 없다고 나옵니다. 그렇게 큰 녹나무는 몇 그루 없는데다 이건 특히 더 크다고요. 그리고 사람 잡아먹는 나무로도 소문이 났다고요.

사람 잡아 먹는 나무로 소문 난 이유는 앞에 나옵니다. 그 나무 주변이 처형장이어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워낙 커서 그 주변의 언덕을 덮어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도 있습니다. 『퇴마록』에서도 측백나무 편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죠.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퇴마록』의 이야기 중 상당수는 이런 코드™가 있어서 질색합니다.-_-;


녹나무가 서 있는 곳은 언덕 위입니다. 언덕 위에는 평평한 땅이 있는데, 그 땅에는 예전엔 유리공장이 있었고 그 다음에는 학교가 있었으며 현재는 오래된 저택과 그 앞의 빌라가 있습니다. 저택 주인의 자식들이 빌라를 지어 거기에 살고 있고요. 그리고 이시오카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 저택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에 연루되고 그걸 빌미로 미타라이가 사건에 끼어듭니다.


자아. 결론은... (먼산) 생각 외로 간단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작은 반전 비슷한 것이 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고요. 다만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서와 비슷한 트릭이 들어갑니다. 그 트릭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결말은 마음에 듭니다.


읽고 나면 엉뚱하게 『마왕유희』가 읽고 싶습니다. 그런고로 내일 도서관에 가봐야겠네요. 대출되지 않았을라나?;



시마다 소지.『어둠비탈의 식인나무』, 김소영 옮김. 검은숲, 2014, 15800원.

사실은 제목이 함정. 제목에 홀리시면 트릭에 낚입니다. 하하하하하...;ㅂ;
벚나무 아래 시체가 있다는 것은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에서 나왔는데, 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먼저 보았습니다.

1.채소밭 비료
아마 C님은 기억하실 것 같은데, 예전에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중 『11인이 있다』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것으로 백신을 찾아 헤매는 어느 우주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전 우주를 돌아다니는 것인데, 아마 원작이 만화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비족이었나, 탈피하는 종족에게 가는 이야기였고-그 에피소드의 조연이 아주 잘생겼다고 기억합니다ㄱ--다른 하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그러니까 우주 콜로니에 들어갔더니 아주 싱싱하게 잘 자란 채소밭만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는 거죠. 그리고 이유는 '채소밭을 잘 가꿔라'라는 명령이 입력된 로봇이 비료가 부족하자 사람들을 하나하나 비료로 썼다는 것. 하하하하. 그 애니메이션이 전체적으로 스릴러물에 가까웠지만 그 편은 특히 더 했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로봇에게 당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2.국화 화단 비료
삼국지였나, 하여간 어느 전집을 사러 청계천에 갔다가 덤으로 따라온 것 중에 오왕과 월왕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있었습니다. 그 앞부분에 등장하더군요. 왕을 죽이려고 벼르던 신하가 왕을 정원에 초대합니다. 국화가 아주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데, 왕이 감탄하지요. 이런 크고 아름다운 국화는 어떻게 키우냐고요. 그러자 정원 주인이 답합니다. 좋은 비료를 주어서 그렇다고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왕을 비료™로 삼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요즘 읽고 있는 소설 하나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M님은 좋아하실 이야기.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신간입니다.


p.212
 "(중략) 그러다 보니 요코하마 쪽에서 이렇게 크게 자란 건 극히 이례적인 모양이더군요. 식물학자들도 큰 수수께끼라고들 했습니다."
 "그렇군요. 처형된 죄수들의 선혈을 쭉쭉 빨아 먹었기 때문이라는 사람들 말이 그래서 나온 거로군요?"
(중략)
 "아, 그런데 재미있는 게, 도쿄의 미나토 구 다카나와의 다카마쓰 중학교에 있는 메밀잣밤나무도 아주 큽니다. 밑동 쪽은 작은 산 같지요. 어떻게 그렇게나 크게 자랐을까 가만 생각해봤더니, 그 나무가 심겨진 장소가 에도 시대 때 호소카와 저택 자리였더라고요."
 "호소카와 저택이라면?"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주신구라가 있었던 곳이지요. 아코번의 무사들이 주군의 복수를 한 뒤 할복한 사건 말입니다."


그래서 저 나무를 보러 가고 싶습니다.(...)
원제를 찾기 번거롭다며 홀랑 영문 제목을 올려봅니다.-ㅂ-; KITA NO YUZURU 2/3 NO SATSUJIN.
북의 유즈루 2/3의 살인.
엊그제 피터가 말하길에 적었던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것저것 잡다하게 보았는데 크게는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랑 요시키 형사 시리즈로 나눕니다. 사실 요시키 형사 시리즈는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손을 댔을 거예요. 앞서도 열차 살인사건이더니만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단,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 초반부 읽으면서 아주 강하게 다가온 예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말을 보고 나니 확신이 들더랍니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히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형사의 하드보일드 연애물.
그는 차가운 도시의 형사. 그러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ㄱ-;
그러므로 염장이 싫으신 분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시키 형사의 냉철하지만 불 같은 성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몇몇 장면에서는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싶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인걸요. 그러려니 생각해야지요. 하하;

키워드를 하나 더 뽑자면 침대열차입니다. 그러니까 저 유즈루라는 열차는 우에노에서 출발해 아오모리까지 가나봅니다. 저도 설렁설렁 읽어서 다시 확인해야하긴 하는데; 하여간 홋카이도에 가기 위한 열차랍니다. 저걸 타고 혼슈 북쪽까지 간다음, 페리로 바다를 건너 하코다테에 들어가 다시 기차로 이동합니다. 해저터널 같은 건 없습니다. 아직 안 뚫린 모양인지 하마나스니 카시오페이아니 트와일라이트니 호쿠토세이 같은 열차는 전부 없습니다. 한참 뒤에나 생겼나보군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긴 하는데 그게 다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고, 사건의 시작부터 종료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열흘? 마지막에 요양하는 기간도 있으니까 사건 해결은 그보단 짧습니다.
굉장히 전개가 빠르고 정신 없기 때문에 읽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저도 금방 다 읽었거든요. 다만 결론의 트릭에 대해서 이게 뭐야!를 외칠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이해하세요. 이게 워낙 오래된 책인걸요. 그러니 이런 괴이한 트릭도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출입하지 않은 건물 5층 꼭대기에 왜 시체 두 구가 있었는가의 문제입니다. 해결을 보니 그참..; 이런 어영부영한 방법 가지고 잘도 계획을 세웠다 싶습니다.ㄱ-;

시마다 소지의 이전 작에서도 느꼈는데 가끔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이번 것도 그런 우연이 상황을 꼬아 놓았지요. 그것이 또 다른 해결책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만.




하여간,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건강이 최고, 체력이 최고입니다. 지나가던 깡패에게 맞고 나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맷집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체력과 맷집의 밑바탕이라는 것이 LOVE라는 건...
그렇죠. 가나토씨(60대 록가수. 도쿄밴드왜건 출연)의 말대로 세상을 움직이는 건 LOVE인겁니다. 하하하...;ㅂ;



시마다 소지.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한희선 옮김. 검은숲(시공사), 2013, 13800원.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작가들이 단편을 쓰고 그것을 묶어 낸 단편집입니다. 카파노블스라는 추리소설 잡지가 일본에 있나본데, 그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이 50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소설을 썼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대표작가로 기재했는데, 사실 여기서는 그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실린 작가들이 다들 유명하거든요.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오사와 아리마사, 시마다 소지, 다나카 요시키, 미치오 슈스케, 미야베 미유키, 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아마 오십음도 순으로 실어 놓은 모양입니다.
이 중 안 읽어본 작가는 오사와 아리마사, 미치오 슈스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세 명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상당수의 작품을 읽었지요.

아야쓰지 유키토. 올해 관 시리즈 전체를 다 다시 읽었습니다. 거기에 『어나더』도 보았고요. 여기 실린 단편은 『어나더』와 비슷하게 공포물입니다. 뭐가 50이냐 하면 ... 으으음. 거기서 그렇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당황했다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유명합니다. 『쌍두의 악마』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평은 그냥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작가 아리스쪽이 훠어어얼씬 취향입니다.

오사와 아리마사. 이쪽은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도 미미여사랑 교고쿠 나쓰히코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사이입니다.

시마다 소지. 두말할 필요 있나요. 엊그제 읽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이 이 사람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점성술 살인사건』. 『마왕유희』도 좋아합니다. 대표 탐정이 미타라이 기요시고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는 한국에는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하야부사 침대 특급』인데, 이것도 올해 읽었군요. 여기 실린 단편도 미타라이 기요시의 이야기인데 추리는 아닙니다.

다나카 요시키는 쓰자면 손만 아픕니다. 이건 다른 시리즈가 아니라 그냥 집어 넣은 한 편.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나, 그보다는 호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배경이 영국이란게...'ㅂ';;

미치오 슈스케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에서 손꼽을만한, 굉장히 좋은 단편이더군요. 아마도 이건 M님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건 솔직히 좀..OTL
이미 읽은 내용입니다. 키워드랑 제목을 듣고 혹시 했는데 역시나.엊그제 읽은 『그림자 밟기』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쪽을 먼저 봐서 그런가, 그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서는 사투리를 아예 한국식으로 다 고쳤습니다. 그게 아쉬운데, 왜냐하면 일본어쪽에서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사투리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하려면 아예 제주도 사투리를...-_-;;
아니, 하여간.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는 훨씬 먼저 나왔는데 『그림자 밟기』를 읽고 나서 봐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전에 보았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이름이 낯설어요. 이 단편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의 꼬리가 결국 하나로 돌아온..? 그런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또 배경이 신주쿠야...OTL

요코야마 히데오도 자주 봅니다. 주로 경찰물을 쓰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종신검시관』입니다. 그리고 여기 실린 것도 그 후속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어요.+ㅅ+


미야베 미유키 외. 『도박 눈 외』, 정태원 옮김. 태동출판사, 2010, 12000원.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ㅂ';
정태원씨는 시공사에서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다 번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찮게 보았는데 이 책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몇 있네요. 오타도 발견했고, 갓파를 카파로 쓴 것은 좀..? 혹시 카파노블스라 일부러 원서에서도 카파로 기재했던건가요. 그 부분은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만, 아마 확인 없이 홀라당 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책 제목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입니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지는 좀 되었는데, 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참 전에 집어 들고, G의 방에서 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꺼내 들었습니다 내내 조아라만 파고 굴러 다니자니 아쉽기도 하고 너무 놀아서 켕기더군요. 그리하여 구입하고 읽는 걸 미뤄두었던 다른 책 한 권이랑,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기 쓰지 않는 다른 책 두 권은 아마 집에서 감상을 올리겠군요.


셜로키언이 쓴 셜로키언을 위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읽다보면 셜로키언을 빡치게 하는 함정이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 화자가 왓슨이나 셜록이 아니거든요. 둘입니다. 각 장은 와트손™과 나쓰미™의 입장에서 번갈아 진행됩니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보기도 하는데, 기본은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셜록은 오히려 찬밥입니다. 그, 셜록이 하는 짓을 보면 참. 셜로키언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했나 싶군요. 하지만 사전 조사는 아주 철저합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시마다 소지입니다. 그 시마다 소지 맞고요,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영국 런던에 유학했을 당시, 우울증으로 인해 귀국 일정을 미룬 적이 있다. 그러나 귀국을 미룬 것은 우울증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라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휘말린 나쓰메는 자신의 셰익스피어 과외선생인 크레이그 선생에게 소개를 받아, 별로 내키진 않지만 정신병력이 있는 어느 코카인쟁이에게 상의를 하러 갑니다.
...
그리고 거기서 지대로 미친 놈을 만나 노랭이 취급을 당하자 머리 끝까지 빡돕니다. 이 앞부분의 전개는 와트손™과 나쓰미™의 시각이 제각각입니다. 전혀 달라요. 키 작고 소심하고 애 같은 일본인™과, 정신을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불쌍한 어느 코카인쟁이를 돌보는 의사™의 시점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셜로키언이 보면 아마 빡칠 거라고 이야기 한겁니다.

하지만 결론은 또 괜찮아요. 특히 마지막의 그 훈훈한 장면을 보면, 이 소설의 승자는 고양이...........
아마 이쯤에서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거예요.


일단 셜록 홈즈의 뒷 설정을 알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셜로키언에게는 부담 백배일 수 있습니다. 읽다가 "나의 셜록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라며 책을 던져버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앞부분은 건성건성 읽은 뒤 본격적인 추리 장면-그러니까 후반부만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몇몇 묘사에서는 포복절도를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뭔가를 먹으며 읽지는 맙시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도 대강은 알면 됩니다. 저도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한 권 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해하며 보았으니까요. 아, 정말.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 줄은 몰랐어... 시마다 소지...;ㅂ;


시마다 소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김소영 옮김. 두드림. 2012, 13500원.


앞부분에서 읽다가 포복절도한 한 묘사.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기발한 발상은 제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至成이면 感天이다, 窮卽通이다 등등 다양한 한자 성어가 떠오르네요.

지난주에 『이방의 기사』를 읽으면서 맨 뒤의 역자 후기에 시마다 소지의 신작이 소개될 예정이고 그게 미타라이 시리즈가 아닌, 형사 요시키 시리즈라는 언급이 있더군요. 당장 검색해보았더니 책이 나왔더군요. 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도입부가 묘한 분위기라 읽으면서 걱정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헐, 싶었고 중간 부분에서는 으헉 싶었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소재™가 여기서 이렇게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 읽고 해설이랑 역자 후기를 보니 한숨만 나오더군요. 제목만 봐서는 가벼운 이야기 같지만, 그리고 도입부를 봐서는 환상소설 같지만, 막상 끝까지 읽어 나가면 본격적인 사회소설입니다. 그것도 일종의 하드보일드 분위기까지 풍기면서 말입니다.

한희선씨(역자)가 미타라이보고 섬세하다 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시리즈 주인공인 형사 요시키도 꽤 섬세하다면 섬세한 성격입니다. 다만 미타라이가 병약 미청년의 신경질적이고 (약간은) 소심한 인물이라면 요시키는 뚝심과 끈기를 겸비한, 멋있는 남자입니다. 미스터리를 앞에 두면 불독처럼(아니 시바견처럼?) 끈질긴 사람이라는 점은 같지만 외모나 성격이나 설정 등은 상당히 방향이 다릅니다.

(여기까지 적고보니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생각나네요. '하나도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모든 것이 반대라서 위화감이 있다'라는 내용이 등장하는 단편 말입니다. 집에서 찾아봐야..;...)


시리즈 열 네 번째 소설이라는데 한국에는 일착으로 소개되었네요. 아마 소재의 특이성이 한 몫 했을 겁니다. 덕분에 저도 자극을 받아 요시키 시리즈를 더 읽고 싶다 생각했고요. 하지만 한국에는 이제 한 권 나왔고, 미타라이 시리즈도 아직 안 나온 것이 많고 하니 다 보려면 멀었어..;ㅁ;


아래 접은 부분은 내용 폭로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전과는 달리 아주 자세한 내용 설명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일본의 병폐는 요시키 같은 형사가 말단에 머무르고 있는데서 시작되지 않았나 합니다. 국민들의 권익보다는 몸사리기, 면피하기, 책임회피가 먼저이니-그야말로 관료제의 병폐-혹여 당한 사람이 가냘픈 목소리로 외친다 한들 주먹 아래 묻힐 뿐이지요. 발로 뛰고 몸으로 뛰어 사실을 밝히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당하고 호구로 취급당하지요. 앞가림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웃음 당하지요. 슬픕니다.

그러니 고위 관료, 고위 임원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것은 능력있는 말단들...(먼산)


아. 철덕이라 자부하시는 분은 꼭 읽어보세요. 기이한 이야기의 트릭은 철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잠시동안만 운행되었다는 철로.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 안에서 일어납니다. 최근에 훗카이도 여행 정보를 모으면서 훗카이도의 각 지방 도시 위치를 대강 알고 있으니 이해가 빨랐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구글맵으로 보고 있노라면 헷갈릴리도 없었을텐데.-ㅁ-;



시마다 소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11, 13000원

시마다 소지 책은 가뭄에 콩나듯 출간되는 지라 마음껏, 양껏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였다고 기억하는데, 트릭은 기억나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네요.-ㅁ-; 이 빈약한 기억력이라니. 덕분에 이전에 읽었던 추리소설을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는 점은 좋지만,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도 안난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허허허.
여튼 이 책도 다시 읽긴 읽어야 하는데, 아마 『마신유희』랑 『점성술 살인사건』을 먼저 읽지 않을까 합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같은 트릭을 『소년탐정 김전일(긴다이치 하지메)』에서 썼기 때문에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던 데다 『마신유희』는 맨 마지막의 풀이가 워낙 기억에 남아서 말이죠.

『이방의 기사』를 읽고 나서 미타라이가 등장한 다른 소설들이 보고 싶어진 건 이 소설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첫만남이 아니라 미타라이와 누구씨의 첫만남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 후기를 보니 쓰긴 맨 처음에 썼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주 나중에, 쓴지 9년 가까이 만에 공개된 거랍니다. 발표가 늦은거죠. 그래도 시마다 소지의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앞에 위치한 것이고, 작가가 그 뒷 이야기들을 쓰면서는 이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썼을 것이니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조는 다른 추리소설이나 시마다 소지의 다른 이야기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해결부분이 조금 깁니다. 70% 정도일까요? 지금 옆에 책이 없어서 다시 확인은 못하지만 대강 그쯤 분량에서 이야기가 급박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그 장면'도 그 즈음에서 나오고요. 그러니까 왜 이 책 제목이 『이방의 기사』이 되었는가는 그 장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초성체 웃음 소리를 남발하고 싶을 정도로 멋있는 장면이지요.

바꿔 생각해보면, 미타라이 입장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거의 처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맛없는 걸(그거슨 커피가 아님!) 마셔주고 자주 놀러와주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 말입니다. 그런 희귀종이 눈 앞에 있는데, 위험에 처해 있다니 당장에 날아가야죠. 『마신유희』나 『용와정 살인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어미새(..)의 곁을 떠나 자립해서 저 멀리 날아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두 사람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은 아니겠지요. 『용와정 살인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의 시작, 시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책이고, 둘의 끈끈한 인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책입니다. 그러니 '치료해줘고맙다는나미에게그런거필요없다고말하며엉덩이춤을추는쵸파'같은 미타라이의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꼭 읽어보세요. 앞서 언급한 그 장면에서 뒤로 넘어가 굴러다니게 될겁니다.



시마다 소지. 『이방의 기사』, 한희원 옮김. 시공사, 2010, 13000원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2006



감상을 쓰려고 보니 이 책은 내용폭로 없이는 절대 감상을 쓸 수 없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내용을 폭로하지 않아도 이 책을 찾아 읽을 분이라면 읽는 도중에 울분을 씹으며 *** 이자식! 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게 될겁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이 썩을 놈의 자식이라고 내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제 주변분들이라면, 제 소개를 읽고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라면 이미 다 내용 폭로를 당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될테니까요. 어쨌거나 내용 폭로를 무의식중에 당했든 아니든 간에 이 책은 정말 읽을만 합니다. 책이 나온 것이 한참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소재를 쓴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는 아마 엽기 범죄로 생각되었을 법하지만 지금 본다면 잔혹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꼭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두겠지만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거기는 덮어두시고 여기까지만 보신 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랫 부분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임.
중반부 이후에 교토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다보니 저도 저 코스와 동일하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토 여행을 꿈꾸는 분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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