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아야코, 시리에다 마사유키, <우리, 헤어지는 날까지>, 제삼기획, 2007(초판 1984)

초판이 1984년에 나온만큼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제가 본 것은 2007년에 나온 4판입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전혀 올리지 않았으니 대강은 짐작하시겠지요.



소노 아야코의 책은 <녹색의 가르침>을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신청해서 봤다가 내용이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빌려다 보았고 결국 집에 따로 사서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녀가 중년을 지나 한참 작가로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을 때 백내장이 찾아와 눈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 전까지 심한 난시와 근시로 시력이 좋지 않았던데다 백내장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으니, 수술후 경과는 아주 좋음에서 실명까지 어찌될 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글과 관련한 모든 일을 접고 있을 때 시작한 것이 정원일로, 도쿄에서 꽤 떨어진 해변 지역의 별장에서 지내며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과일 나무를 심고 꽃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맛들린 정원일은 한 해 3-4명 나올까 말까하다는 기적적인 좋은 경과 후에도 이어집니다. 그 분위기와 책의 삽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소노 아야코의 책이 나오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꽤 여러 권을 보았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이전에는 못봤던 책이 한 권 있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술을 받을 즈음, 잘 알고 지내는 어느 신부님과 주고 받은 편지글 모음 책입니다. 신부님은 그 당시 바티칸에 나가 있었고 그리하여 편지를 주고 받는 텀은 상당히 길어보입니다. 장문의 편지글인데도 딱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신부님이 종종 선(禪)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때면 신기하기도 하였지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몇 있기도 했습니다.

P.93
(중략)
옛 중국의 귀종(歸宗) 선사에게 이런 일화가 있지요.
어느 날 노사(老師)가 부엌 쪽으로 가니 거기에 탁발승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들을 하였는가"하고 노사가 묻자 탁발승들은 "맷돌을 갈았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겨였는지 콩이었는지 밀기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젊은 스님들은 맷돌을 갈았던 것이지요. 그러자 노사는 "맷돌을 가는 것은 좋지만 한 가운데의 심봉(心棒)만을 갈지 마라"는 의미있는 말씀을 남기고는 사라지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략)


번역에 문제가 있지만, 어쨌건 마음 한 가운데 심을 남기고 그것은 굳건히 하라는 말이 꽤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그 뒤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다른 분들도 직접 읽어보고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앞 뒤 문맥도 보시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기에 부분이 꽤 깁니다. 저작권에 위배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소노 아야코는 이런 저런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것은 카톨릭계와 관련된 지원활동이랄까요. 정확하게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엠네스티 등에서 나오는 아동지원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압니다. 그리고 이 책 앞부분에도, 한국의 성 라자로 마을의 난방비 모금을 하여 그 금액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일진대, 그리고 이 편지가 1980년대의 것이라고는 해도.... 읽고 나서 책을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위의 글로 인해 받은 제 인상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을겁니다.
이 사람이 김혜자씨 못지 않게 열심히 제 3세계와 난민들을 구하기 위해 뛰고 있다 한들, 제 이미지는 변하지 않을겁니다. 혹시 또 모릅니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와 관련해 다른 시각의 글을 쓴다면 그 때는 바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의 제 심정은 집에 있는 소노 아야코의 책마저 창 밖으로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암울합니다.


지금부터 소노 아야코는 제 목록에서 廢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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