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유리 온실이 있습니다. 온실 안에 있는 수 많은 화분 중에 어떤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온실에 들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여러 사건 사고를 거쳐서 그래도 조금 큰 화분에 옮겨진 풀이 그 화분에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 키도 크지 않고 몸집도 크지 않아서 더 큰 화분으로 옮겨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풀이라 온실을 돌보는 사람들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리 크지도 않으니 화분을 크게 할 생각도 없어보이고요.
하지만 주변에 있는 몇몇 다른 화분들은 이 화분을 꽤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크지 않지만, 햇빛을 보고 광합성을 열심히 해서 인지 뿌리는 깊게 뻗어 있거든요. 화분 안에서의 일이라 아주 가까운 화분들이 아니면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풀 본인은 이 것이 깊은 뿌리인지, 잔뿌리인건지, 생육에 도움이 되는 건지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은 뿌리를 깊게 뻗고 봅니다.
화분에 심겨진지 몇 년이 지난 지금, 풀은 온실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온실 바닥, 땅에 심겨진다면 좀더 뿌리를 뻗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입니다. 뿌리가 화분 벽에 부딪혀 제대로 자라는 것 같지도 않고, 어차피 화분 안에서라면 성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보아둔 땅이 있어 거기를 넘겨다 보지만 그 땅에 심겨지길 원한다 해서 그렇게 되리란 보장도 없고, 그 땅에서 뿌리를 제대로 내릴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저 도전하면 가능성은 있지만이라는 상황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고통을 감수해야합니다. 접붙이기도 해야하고 새로 자라난 가지들을 깨끗하게 다듬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땅에서 받아줄지의 여부도 고민해야하겠지요.
풀은 생각합니다. 화분 안에서, 뿌리가 제대로 뻗지 못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을 추구할 것인지, 똑같은 유리 온실 안이라지만 어떤 환경인지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는 저 바닥으로 내려갈 것인지.



인생이란 그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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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남자 만나는 것이 스크래치 복권을 긁는 것과도 닮아 있지 않나 합니다. 복권을 받아 들더라도 긁을 때까지는 당첨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꽝이라고 해도 이것을 교환해서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끝까지 긁어 내기가 쉽지 않으니 반쯤 긁은 상태에서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그렇다 해도 가능하면 스크래치 복권을 가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어머니는 손에 쥐어주고 어떤 것이 좋은지 골라봐라고 말하고 싶으신 것 같지만 말입니다. 아직 저는 긁을 생각도, 가질 생각도 없는 걸요.
어제 긁은 복권을 두고 어머니는 당첨은 아닌 것 같다 하시지만 이걸 가질래라고 묻는 전화가 걸려올까 저는 무섭습니다. 지금 위 상태가 안 좋은 것도 복권을 받게 되기 전부터의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얼결에 받겠다고 했지만 언제 주겠다는 이야기가 없어 추석 전까지는 끝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지난 주말에도 상당한 위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긁는 작업도 쉽지 않고 긁고 나서의 결과도 판단해야하고. 어머니는 제가 작년에 안 받겠다고 한 복권을 떠올리시는 모양인데, 안 받은 복권에 대해 떠올리는 것은 이미 늦은 거죠.


복권한테 연락올까 무섭습니다.-_-; 지금 상황으로 봐선 연락 올 것 같은데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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