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호베스라는 이 작가는 성장소설에 가까운 청소년소설을 쓴답니다. 밑바닥에 가깝게,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꽃피우는 이야기가 주인가봅니다. 이 소설도 그렇습니다. 다만 이 아이들이 꽃 피우는 곳이 아주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이런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주인공은 래칫. 이상한 아버지한테 이상한 이름을 받을 뻔 하지만 어머니의 기지로 그나마 평범한 이름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머니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면 안됩니다. 자신의 모든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퍼붓는 것이 아닌가 싶은 모습을 보입니다. 딸은 어머니에게 굉장히 애착을 가지고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는데, 어머니는 뜬금없이 자신의 친척 할머니에게 딸을 보냅니다. 죽기 일보 직전이 아닌가 생각되는 두 할머니는 그리즐리가 출몰하는 숲 한가운데, 낡은 저택에서 지내며 21세기의 마지막 마녀가 아닐까 싶은 모습을 보입니다. 근데 그게 또 래칫에게는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거기에 이상한 소녀가 하나 뛰어들고, 래칫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들어오고. 거기에 이런 저런 풍파가 오갑니다. 솔직히 이 책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결말을 안보고 달렸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마지막 20쪽 덕분에 이 책은 그럭저럭 볼만한 이야기가 되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해피엔딩입니다. 하하하하..;ㅂ;

아니, 해피엔딩을 넘어서서 어떻게 보면 동화적인 결말을 맺습니다. 어머니만 바라보는 해바라기형 은둔형외톨이가 될 뻔한 래칫은 간신히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삶을 찾습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또 블루베리잼입니다. 그 잼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건 쌍둥이 할머니들이고요. 비정상적인 아버지 아래서 비정상적으로 어머니를 잃고, 비정상적인 삶을 이어온 할머니들인데 그 할머니들은 오갈 곳 없던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웁니다. 이건 양육이라기보다는 식물키우기의 느낌에 가깝습니다. 때가 되면 물만 부어주고 신경쓰지 않는. 그런 무관심이 두 아이가 스스로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더라고요. 참 묘한 소설입니다. 제 취향에 맞지는 않는데 마지막의 20쪽이 책에 대한 전체 평가를 바꾸었으니 말입니다.


폴리 호배스.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 최세희 옮김. 돌베개, 2012, 1만원.


집에 소장할까 말까 망설이는 책입니다. 사실 소장할까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그 20페이지가 은근 취향이었다는 건데, 아마 이 비슷한 시기에 읽은 다른 책 한 권이 잼만들기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그런 마음이 드나봅니다. 그 책에 대한 리뷰는 다음 글에서.:)
『도쿄밴드웨건』이 떠오릅니다. 락은 사랑이자, 락은 인생이고, 락은 진리입니다. 후훗. 나이 예순 넘어 이미 손자가 초등학생인 락커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폐부 직전의 락밴드를 살려보려는 두 소년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마리화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미친 일이고, 그에 관해서 흘러간 상황은 대체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교내에서 사고를 쳤다면 더 문제였겠지만, 경찰에서 연락이 들어온 것이 어쩌면 상황이 커진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그 두 학생이 외부에서 사고를 일으켜, 경찰에게 검거가 되어, 그 다음에 학교로 연락이 온 덕에 학교에서는 이 학생들이 소속된 밴드부 폐쇄 결정을 내리거든요. 어차피 실제 활동하던 것은 이 두 학생과 다른 후배 한 명 뿐이었으니 학교에서는 거리낌이 없었을 겁니다. 그것도 유명한 밴드가 아니라 교내 밴드. 게다가 이미 죽어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황의 반전은 교장입니다. 밴드부의 해체를 반대하는 유령 부원의 주장을 듣고 교장은 세 가지 조건을 붙여 허락합니다. 고문을 둘 것, 고문이 있을 때만 연주를 할 것, 반년 이내에 성과를 거둘 것. 활동 부원과 전(前) 유령부원은 같이 손을 잡고 신입멤버를 찾아 헤매며, 거기에 고문을 맡을 교사를 찾아 다닙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고를 친 밴드부에 적을 두려는 교사도, 학생도 없지요. 이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1학기와 함께 시작합니다.'ㅅ'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론은 ROCK입니다. 마지막에 무시무시한 반전도 등장하긴 하나, 전체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밴드부 부원을 모집하기 위한 좌충우돌
-ROCK, 음악, 밴드에 대한 열망
-밴드부를 반대하고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교사와의 충돌
-LOVE
-청춘

이 모든 것이 뒤섞이면 이 짧지만 긴 소설이 됩니다. 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고, 고문을 부탁하고, 열심히 연습하며, 밴드부에 대한 학생들의 비난어린 시선도 감내합니다. 그리고 결론은 ROCK. 으흑. 보고 나면 악기 하나 쯤 붙들고 싶어지는 그런 여운이 남습니다. 당연히 행복한 결말로 끝나고요.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보너스 트랙』 옆에 꽂혀 있길래=같은 작가이길래 고민하다 들고 왓는데 오늘 아침부터 시작해 방금 전 끝냈습니다. 아마 C님은 이미 보셨거나 좋아하실 것 같...-ㅂ-;;
(이미 보셨던가;;)


마음에 안드는 건 판형입니다. 『도서관 전쟁』은 이보다는 글자크기가 작고 빡빡한 편인데 같은 라인으로 나온 『보너스 트랙』이나 『층계참의 빅노이즈』는 책이 두꺼워서 건드리기 망설여집니다. 사실 내용 압축하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북홀릭판 수준으로 낼 수 있을 것 같은 걸요. 하드커버가 아니라 소프트커버였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 점은 조금 아쉽네요.

뒤늦게 접한 것이 아쉬워 다시 한 번 읽으러 갑니다./ㅅ/



코시가야 오사무. 『층계참의 빅노이즈』, 김진수 옮김. 스튜디오본프리, 2010, 12000원.


도서관에서 빌렸던 터라 표지는 못보았는데, 지금 보고 당황했습니다. 일러스트 김형태..ㄱ-; 왠지 손이 더 안가는군요. 표지가 케이토가 아니라 유사쿠 같은게....;


게리 폴슨, <손도끼>, 사계절, 2001

난파 혹은 조난과 관련된 책의 상당수는 성장소설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신비의 섬은 성장소설이라 보기 어렵지만 15소년 표류기, 나의 산에서 등 아이들이 한 번 조난 당했다 하면 그 때부터 이야기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는지,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분께 추천받아 읽게 된 손도끼라는 소설은 굉장히 얇지만 제 취향의 책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보고는 바렌랜드 탈출작전-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BE 전집 중 한 권. 친구인 인디언 소년과 백인 소년이 어쩌다 척박한 지역에 남겨져 함께 살아 남는 이야기-을 떠올린 것은 배경이 그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간적 배경이 알래스카나 그 근처 어딘가입니다. 배경이 겨울이었다면 채 3장이 넘어가기 전에 주인공이 동사했겠지만 다행히 여름이라 밤에도 그리 춥지 않아 주인공이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주인공 브라이언도 집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현재 브라이언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아버지는 알래스카 저 건너에서 석유시추 기술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끼어듭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혼 요청 사유를 몰랐지만 브라이언은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겁니다.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이혼은 성립되고 부모님은 갈라섭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어머니의 부정장면을 목격했으니 마음이 편할리 없지요. 어머니도 아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모릅니다. 아마 끝까지 모르겠지요.

그렇게 주변 상황에 휘둘리던 아이는 비행기 사고로 숲 속 호수 옆에 떨어진 후 혼자서도 잘 살아요~라고 노랫말이 절로 흘러나오는 아이로 바뀝니다. 책이 길지 않아 세세하게 설명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구조 요청을 들은 비행기가 호수에 착륙한 상황에서 아이가 담담하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 씩씩한 녀석. 부모들의 사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는 네 갈길을 가는거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두 달 동안 고립무원의 숲 속에서 생활하면서 군살이 빠져 단단한 몸매로 재 탄생했다는 것........ 이었지요,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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