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저와 동생 사이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이 하나 있습니다. 생일선물은 등가교환이라는 법칙입니다. 물론 완벽하게 지켜진 것은 아니고 가끔은 제가 그 룰을 깨고는 제가 받는 선물보다 더 좋은 것을 생일선물로 해주기도 했습니다. .. 생각해보니 상당히 여러 번 그런 일이 발생했지만 그냥 넘어가고, 생일선물에 대한 룰에는 한 가지 더 추가사항이 있었으니 "사주는 사람이 거부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 룰이 적용된 모습은 아래와 같습니다.

Case 1
Ki : 이번 생일선물 어떤 걸로 해줘? 아, 생일 케이크도 정해라.
Si : 엇, 치마!
Ki : 기각. 옷은 안돼. 그것 말고 다른 걸로 골라.
Si : 그런게 어딨어!
Ki : 사주는 사람 마음이지.



Case 2
Ki : 이번 생일선물 이 책으로 해주면 안돼?
Si : 안돼. 책은 생일선물에서 빼. 다른 걸로 골라봐.



예외적으로 제가 동생에게 더 큰 선물을 해줬던 것은 동생 고등학교 때의 CDP, 일본여행 다녀오면서 사줬던 다얀 옷, 그 뒤 MDP 살 때 보태줬던 금액 정도일겁니다. 대개는 3만원 안 쪽에서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서로 공유해서 쓸 수 있는 물건으로 고릅니다.

...

풀어서 말하면 "나도 갖고 싶고 너도 갖고 싶어 하지만 내 물건으로 사기엔 아까운 것"을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반추해보니 대체적으로 그렇군요.OTL




갑자기 난데 없이 왠 생일선물타령이냐 하실건데 이 법칙이 어제 깨졌습니다.
동생 생일이 저보다 앞이기 때문에 대개 동생 생일 선물을 먼저하고 그 다음에 제 것을 고르거나 비슷한 시기에 맞춰 구입을 하는데(대개는 제 생일 즈음에 동생 선물도 같이 고릅니다. 이쯤되면 생일선물을 받는다기보다는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시도 때도 없이 구입한다가 되는군요) 어제 문득 생각난 김에 생일선물로 뭐 받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뭔가 가물가물한 기억이 머릿속을 맴도는 겁니다. 작년 말쯤에 "이걸로 생일선물하자"라고 합의했던 물건이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기억이 안난다는 거죠. 저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그럼 제가 작년에 어떤 생일 선물을 받았는가 하면, 그것도 기억이 안나는 겁니다. 다이어리에 적어둔 것도 아니라 찾아보기도 막막하더군요.

결국 합의하에 법칙을 깨고 올해 제 생일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동생 생일에는 케이크만 챙겨주면 되겠군요. 사실 이것도 만만치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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