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과학관. 개장한지 한참만에 드디어 다음주에 재개장한답니다. 이제 주말만 되면 이 주변에 애들이 바글바글하겠군요. 근데 개관일을 왜 17일로 잡았을까. 수능 본 학생들에게 놀러오라고?; 이번 전시회 제목이 동물의 신비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애들이 보러 올까요.

여튼 보통은 과학관 옆을 찰싹 붙어 지나가는데 이날은 길 건너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걷다보니까 옥상에 비행기 꼬리가 보이길래 사진을 찍었고요. 과학관 바로 앞 횡단보도에서 찍은 겁니다.
원래 사진에는 꼬리의 모델명(?)도 보였는데 사진을 줄이다보니 안보이는군요.-ㅂ-;


덧붙여 저 동네 이름이 와룡동이라는 걸 알고 웃었습니다. 용이 누워있다라. 아니, 이름 자체가 꼭 누구를 떠오르게 하잖아요.(제갈ㄹ...)
 

이렌 도르니에, <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 오픈하우스, 2008, 32000원
고종희, <고종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정원박람회가 만든 녹색도시를 가다>, 나무도시, 2006, 16000원


<DO-24>는 첫비행님을, <독일정원 이야기>는 티이타님을 겨냥하고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음훗훗훗훗~


<DO-24>는 교보문고 화제의 신간을 검색하다가 고른 책입니다. 책 가격이 상당하니 당연히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았습니다. 다른 건 다 빼고 비행기에 대한 이야기라길래 꽤 흥미가 생겼습니다.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잡지 몇 권이 서가에 꽂혀 있었습니다. 아마 버리려는 잡지들을 아깝다고 그냥 들고 오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잡지 제목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항공관련 잡지였을거란 생각만 들고요. 어차피 대부분은 읽어봐야 모르지만 그 잡지에서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딱 하나, 수기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였습니다. 자전적 이야기, 그러니 수기 맞지요. 누구였나면 어느 소련 조종사였습니다. 80-90년대 쯤이었을거라 생각하는데, 아직 냉전이 지속되고 있던 당시에 어느 소련 조종사가 미그 29기(맞나요;)를 몰고 일본으로 날아옵니다. 일본은 비상사태가 벌어지고 난리가 나는데, 그 조종사의 목적은 미국으로의 망명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아내와 아들을 다 뒤에 남겨 놓고 조종사만 홀랑 비행기 끌고 일본으로 날라버린 거죠.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하여간 망명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와 그 뒤에 미국에 건너가 생활하면서 겪은 여러 문화 사회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게 비행기와 관련된 호기심을 북돋아주었고요.

그러다보니 <DO-24>의 줄거리를 보고서도 홀딱 반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ㅂ-;
DO-24는 독일산 수상비행기인데, 박물관에 들어가 있다가 비행기 제작자의 손자인 이렌 도르니에가 소유권을 주장해서 비행기를 박물관에서 빼옵니다. 그걸 천신만고 끝에 필리핀으로 옮겨서 라티나란 애칭을 붙여주고는 수리해서 하늘을 납니다. 그것도 그냥 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일주합니다. 한 번에 일주한 것은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나눠가면서 여러 나라의 상공을 돕니다. 원래 수상비행기다보니 뉴욕 허드슨 강에 착륙한다든지, DO-24의 전신인 DO-X가 내려앉았던 독일의 어느 호수에 착륙한다든지..
보고 있자면 불사조의 부활을 떠올리게 됩니다. 정말로 박물관에 들어가 있을 고철 비행기를, 어렸을 적에 한 번 타보았던, 제작자의 손자가 빼내와서 직접 수리를 하고 이전에 DO-24와 관련해 중요한 장소들을 다시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이렌 도르니에 자신이 상당한 재력가라서 입니다. 할아버지도 사업적 재능이 상당했던 모양이지만 손자도 필리핀의 씨에어를 운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필리핀으로 비행기를 가져가서 수리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료먹는 하마 수준인 라티나의 연료를 계속적으로 공급해가며 비행한 것이 가능했던 것도 재력이 있으니까 가능했지요. 후원자들도 있었다지만 일단 비행기 수리하는데만 200만 유로가 들었다던가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앞부분은 DO-24의 개발과 관련해, 저자의 할아버지인 클라우데 도르니에의 이야기가 있고 그 뒤에는 라티나의 발견과 수리, 그리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행사를 벌이는 라티나의 모습이 있습니다. 사진은 상당히 여러 사람들이 찍었는데 하나하나가 작품입니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 옆을 나는 비행기 사진이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9.11테러 이후라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이리저리 허가를 얻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 허가 받는 과정을 이모저모 살펴보면 이렌 도르니에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만 봐도 천년 묵은 너구리쯤 됩니다. 그런 부분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책 후반에 실린 라티나의 사진들도 꼭 챙겨보시길.

참, 그리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태그에도 있지만 꿈은 이루어진다입니다.


<고종희의 독일정원 이야기>는 이글루스 도서 밸리를 헤매다가 리뷰를 보고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습니다. 왜 이 책을 진작 못 봤을까 아쉽기도 하더군요.
한국은 건축분야에 있어 조경이 많이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조경을 진행한다기보다는 단기간-시장의 임기 등을 고려하여 짧은 시간-에 완성하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몇 십년을 바라보며 조경을 한다면 저렇게 나무를 빽빽하게 심을 수 없지요. 나중에 솎아내는 것을 생각하고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또 덜 빽빽하단 말입니다?
(서울시의 나무-특히 가로수 관련해서는 이런 저런 불만이 많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혜화로타리에서 성대입구쪽으로 가는 방면의 가로수를 다 뽑았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은행나무가 지저분해서 일부러 치운걸까요? 그렇게 나무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지금 포석 깔아 놓은 것 보면 나무 심을 자리는 아예 없습니다. 어차피 다시 심는다면 또 포석 들어내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독일정원~>은 독일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꽤 오래 눌러 앉아 있던 글쓴이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무실을 연 뒤에 독일정원과 관련해, 독일의 정원박람회 이야기를 다루며 쓴 책입니다. 독일은 각 도시에서 돌아가면서 정원박람회를 연다고 합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처럼,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고 준비하는데, 정원이다보니 유치해서 열기까지 보통 10년은 걸린답니다. 나무가 자리잡는 것을 생각하고 설계, 준비하는 것을 생각하면 10년도 짧긴 하지요.
이런 박람회를 통해 독일의 각 도시들은 도시를 재정비합니다. 놀고 있던 땅을 정리하고 건물이나 도로 등을 단장하고. 도시 전체를 보아가며 단장을 하는 겁니다. 보통 한국-특히 서울에서의 도시 재정비는 아파트 건축을 위한 도시 재개발이지만 독일에서의 재정비는 정원과 녹지를 연계한 살만한 공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런 내용이 많길래 서울시의 용산재개발 관련 부서에다가 이 책을 택배로 보내고 싶었습니다. 부서에 전달되지 않고 도중에 사라질 것 같아 시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단기적인 개발만 생각하면 이런 정원과 공원 가꾸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도 효과는 확실하지요. 그러니 풍문여고 맞은편의 대지를 구입해서 공원으로 가꿔주시면 안될까요.-_- 기무사터는 그 위쪽이고 아래쪽은 옜날 미국대사관 직원 사택자리로 현재 삼성이 가지고 있답니다. 면적은 좁지만, 용산이랑 여기랑 합해서 정원박람회를 하면 서울시 홍보도 될겁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류의 정원박람회는 거의 없었지 않았나 싶은데, 독일의 예를 보면-독일이 좀 정원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1년 내내 정원박람회를 여러 그 기간동안 방문한 인원이 최소 3백만은 되는 모양입니다. 서울에서 열면? 서울시민들이 다 한 번씩은 가볼테니 1천만은 가뿐하지 않을까요.-ㅅ-;
일본정원이나 중국정원의 틀은 외국에 익숙하지만, 한국정원에 대한 이미지는 외국인들에게는 약할테고, 기껏해야 창경궁 후원 정도의 이미지만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서울 시내에 대규모로 한국정원을 만든다면 관광홍보효과도 상당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재개발, 건축이라고요. 기왕 하는 김에 한국 토종 식물들에 대한 종자 홍보도 같이 하면 좋지 않습니까.


엉뚱한 곳으로 이야기가 흘렀지만 정원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녹색 손가락이 없어 아쉽지만 언젠가는 녹색 손가락을 만들 수 있겠지요. 그 때까지는 화분들을 잘 관리하며 실력을 갈고 닦아 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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