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쯤 압구정 부티크 블루밍에 다녀왔습니다. 목적은 '엔화환율좌절극복' 모임이었고요 인원은 저 포함해서 총 일곱명이었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갔기 때문에 테이블을 붙여 크게 자리를 만들어 두셨더군요.

'엔화환율좌절극복'모임을 하자고 했을 때 후보에 올랐던 곳이 여럿 있긴 합니다만 모임의 1차 목적이 평소에 비싸서 못가던 곳에 가서 분위기 내보자였기 때문에 그 중 가장 고급스러워보이는 부티크 블루밍으로 택했습니다. 물망에 올랐던 다른 두 곳은 도곡동 아꼬떼와 부티크 블루밍과 같은 건물에 있는 블루밍 가든이었습니다. 1인당 가격 차이는 꽤 많이 나는 편입니다. 저녁 코스 A와 B가 가격 차이가 있는데 B는 세금 포함 99000원(세금 포함 전 9만원) , A는 132000원(세금 포함 전 12만원)입니다. 생선 요리가 하나 더 들어가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 그냥 B코스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 테이블에서는 코스요리를 하나로 통일 해야한다더군요. A와 B로 나눠 시켜보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B로 통일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3층은 좁았습니다. 테이블이 많지 않더군요. 이런 정찬을 먹어본 것은 결혼식 코스요리를 제외하고는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생각보다 좁다, 테이블 간격이 좁은 것 아닌가 싶다는 것이 첫 감상입니다. 하지만 앉아서 대화하고 있다보니 옆 테이블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더군요. 그래도 공간이 좁으니까 저쪽의 대화 내용은 다 들립니다.-ㅂ-;


앞에서 메뉴를 보고 있는 R모양.
테이블 위에는 꽃이 올라와 있는데 겐조 향수를 닮았다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꽃양귀비를 형상화한 그 향수랑 확실히 닮았지요.



왼쪽 세팅. 하얀색 큰 볼에는 빵을 담아줍니다. 그 앞에는 올리브 유를 담아 주더군요. 포크는 중간에 2-3차례 다시 세팅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른편. D모님이 스파클링 와인-이었나 화이트 와인이었나;-을 사주셔서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사과맛에 가까울 정도로 달콤하고 입에서 톡톡 터지는 와인이었으니 스파클링 와인이었겠네요. 이름은 잊었지만 상큼하니 맛있었습니다.(솔직한 심정은 환타;;;)
가운데에 올려진 유리 그릇에는 계속 요리 그릇이 올라옵니다. 가장자리를 금색으로 장식한 유리 그릇(쟁반)에 레이스를 깔고 거기에 흰 그릇을 계속 올리는 것인데요 나중에 살짝 그릇을 뒤집어 보았는데 어디 제품인지는 안 나와 있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궁금하면 어쩔 수 없이 뒤집어 보는 거라니까요.;



맨 처음에 나온 빵 두 종. 위쪽이 하드롤에 가까운 것이고 아래쪽은 아마 허브가 들어간 모닝롤이었을 겁니다.'ㅅ'



두근두근 하며 기다리던 첫 접시!
다들 거위간이 싫다 하셔서 석화로 갔습니다. 굴을 못 먹는 사람에게는 연어가 갔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한 입에 홀랑 털어 넣고 우물우물하면 바다의 맛이 확 올라옵니다. 훗훗훗.



윗부분이 한치였나요. 아래는 파스타입니다. 언뜻 보면 소면이나 채소처럼 보이지만 녹색 소스에 버무린 엔젤헤어 파스타입니다. 이것도 한 입에 홀랑. 아래는 킹크랩인가의 살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위의 자주색 점은 식용꽃입니다.



이번은 고기입니다. 안심인지 등심인지 잊었지만 맛있게 잘 먹었으니 그것으로 된겁니다. 코스 시작하기 전에 고기를 어떻게 구울까를 물어보더군요.
홀랑홀랑 맛있게 잘 먹었지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저 무화과입니다. 생무화과는 이번에 처음 먹어본거라 말입니다. 나무에서 잘 익은 것을 골라 따 먹으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맛있겠지만 저는 이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톡톡 터지는 씨앗이 굉장히 기분 좋거든요. 먹으면서 버드 보이를 떠올렸으니 뭐..... (저뿐만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이쯤되니 빵 하나가 더 나옵니다. 이쪽은 치즈맛이 강하게 났는데 하드롤과 소프트롤의 중간쯤 됩니다. 에피...라고 부르는 프랑스 빵과 비슷한데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문어입니다. 윗부분은 거품낸 소스였고 아래는 폴렌타고요. 폴렌타는 이번에 처음 먹어보았지만 오톨도톨한 식감이 재미있고 고소하니 맛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요리사를 보면서 만드는 것이 꽤 어렵다는 걸 들어 알았기 때문에 직접 도전할 용기는 안납니다.;



이 접시는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보시는 그 대로입니다. 새우는 꼬리까지 한 입에 홀랑 다 먹었고요 캐비어는 .. 역시 짭니다.



간이 맞지 않으면 먹으라고 놔둔 것인지 절인 올리브가 나옵니다. 무슨 맛인지 궁금해 한 개 먹어보았는데 소금 맛입니다. 음식 조절하면서 입맛이 굉장히 싱거워진 것인지 짠 맛에 민감해서 말입니다. 부티크 블루밍의 음식간도 약하진 않고 제 입맛에선 보통에서 조금 더 강한 정도의 간인데 저염식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리브가 왜 나왔나 했더니 파스타가 나옵니다. 오오. 이거 생파스타로군요! 구운 바늘, 케이퍼(아마도), 그리고 짭짤한 올리브 소스의 파스타인데 맛있습니다. 이 파스타만 한 접시 주시면 안될까요? 생 파스타라 식감이 전혀 다르다고요!



이쯤에서 한숨 돌리라고 소르베가 나옵니다. 아래는 얇게 썰어 얼린 레몬, 그 위에 올린 것은 석류인지 베리류의 소르베입니다. 사각사각한 고운 얼음 알갱이가 새콤한 맛과 함께 입안에 들어가면서 사르르 녹으면 ... -ㅠ- (이하 생략)



아래는 쿠스쿠스, 생선은 도다리였다고 기억합니다. 어떤 생선인지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옆에서 다른 분들이 광어와 도다리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아마 맞을겁니다.; 쿠스쿠스도 이번에 처음 먹었는데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습니다. 가장 닮은 음식을 떠올리라면 조? 조는 흰쌀과의 혼식으로만 먹어봤지만 작은 알갱이가 터지는 느낌이 그렇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쿠스쿠스는 알갱이가 동그랗지 않고 조금 각이 진데다 약간은 사각사각하게 씹히기 때문에 완전히 같다고는 못하겠네요. 옥수수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고기.
11시 방향에 있는 것은 허브 소금으로 간이 맞지 않으면 찍어 먹으라 했는데 고기도 충분히 간이 셉니다. 그리고 왼쪽 아래에 있는 것은 대파(가 아니라 리크겠지요?;)와 비트입니다. 구워 익힌데다 올리브유도 맛있고, 하여간 따끈하게 구운 채소는 맛있습니다. 어떤 때는 고기보다도 더 강렬하게 남으니까요.



디저트입니다.
왼쪽은 새콤한 거품을 얹은 오렌지, 오른쪽은 크렘브륄레입니다.



크렘브륄레는 그야말로 크렘브륄레 맛. Passion 5에서 먹은 것보다 조금 더 크림 같았던가요? 맛 자체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P5쪽의 설탕층이 조금 더 두껍다라는 기억이 듭니다. 이쪽은 바로 만들어내지만 거기서는 만들어진 것을 집에 들고와 먹었으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차는 홍차, 허브티, 녹차, 커피 중에서 선택이 가능합니다. 얼그레이가 있길래 시켜보았는데 굉장히 맹한 홍차가 나왔습니다. 홍차가 뜨겁지도 않았고 향은 약했고. 홍차를 마시면서는 꽤 아쉬웠습니다. 어디 차인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는데 반복적인 대답만 나와서 일행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벌크로 들어와서 자세히 모른다고 하고 카리브의 홍차라던데 그게 뭔지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카리부 커피'에서 홍차를 들여오더군요. 커피샵 말입니다.; 웨지우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일반 커피샵에서 가져오는 홍차라는 것을 그 며칠 뒤에야 알고는 뜨악했습니다. 확실히 부티크 블루밍에서 제공하는 두 종류의 홍차가 둘다 카리무 커피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홍차 메뉴와 동일합니다.
찻잔은 뒤집어 보니 노리다케였던가요? 'ㅂ';;



마지막은 커피버터크림(아마도)을 바른 커피 케이크와 캐러멜 호두 아이스크림을 얹은 브라우니. 아이스크림이 정말로 맛있습니다. 커피 케이크도 맛있고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가격대가 높다보니 또 가게 될지는 미지수인걸요. 집에서 가족끼리 식사를 한다 해도 상당히 부담이 가는 곳이니 말입니다.


<SYSTEM> 키르난은 코스요리(정찬)를 클리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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